대한민국 헌법 제1조 1
박무직 지음 / 아선미디어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작가 - 박무직


  애인님이 빌려주신 만화책. 애인님은 참으로 다양한 책을 많이 갖고 계신다. 영화도 있다고 하는데, 아직 그건 보지 못했다. 얘기를 들어보니 영화는 윤락녀 출신의 여성이 국회의원에 출마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뤘고, 만화는 그 앞부분을 그리고 있다고 한다. 왜 그녀가 국회의원 선거에 뛰어들었는지 그 점을 다루고 있다.


  윤락녀라고 하면 흔히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대부분이 욕설과 조롱이 곁들어진 그런 이미지. 물론 나도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벌면 되지, 굳이 그런 일을 해야 할까? 그러다가 문득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라는 민주주의 시장 경제의 아주 기본 대 전제를 떠올렸다. 아, 그런 것이지.


  만화에 나오는 대다수의 사람들도 역시 그들을 무시하고 인간 취급도 하지 않는다. 사람을 앞에 대놓고 쓰레기, 척결해야할 사회의 암이라는 등등의 말을 퍼붓는 것은 기본이다. 심지어 주인공의 동료 한 명이 강간을 당했지만, 아무도 신경써주지 않는다. 도리어 원래 그런 존재이니 당해도 싸다는 그런 말이 돌아올 뿐이다. 경찰 서장도 그렇고 병원은 물론 지역 의원까지도.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인권은 물론이고 기본권조차 없는, 그냥 배설구에 불과한 그런 취급을 받는다. 웃기는 건, 그러면서 그녀들을 가까이한 당사자들이 바로 그들이라는 점이다. 자기들의 지위를 이용해서 마음껏 즐길 거 다 즐긴.


  누구였더라, 외국 작가의 SF 단편 소설이 떠올랐다. 한 도시가 있다. 엄청나게 번성한, 사람들이 모두가 다 행복하게 잘 사는 그런 꿈의 도시였다. 그런데 그곳에 비밀이 하나 있다. 그 도시가 부흥하기 위한 기본 조건. 그것은 바로 몇 사람의 희생이었다. 도시 지하에 갇혀서 사람들의 무관심과 조롱의 대상으로 살아가는, 그렇지만 그런 그들의 희생은 칭송을 받기보다는 피하고 맞닥뜨리기 싫은 것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꼭 이런 거다. 남의 등을 밟고 일어서서 성공한 주제에, 자기 발밑에 있는 사람을 우습게 여기고 깔보는 그런 심리. 아, 한국의 정치가들 심보인가?


  그러고 보니 일본 만화가 클램프의 ‘마법 기사 레이어스’에도 이런 비슷한 것이 나온다. 그 나라를  존재하게 지탱하는 것은 공주의 희생. 공주가 희생하지 않으면 나라는 무너진다. 물론 다른 방법도 있지만, 가장 편한 것이 공주의 희생이기에 누구나 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공주는 사랑과 존경을 받기는 했지만. 하여간 만화의 시작은 공주가 그 희생하기를 거부하면서 사건이 벌어진다.


  하여간 만화는 그런 얘기를 보여주면서, 왜 그녀가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야했는지 말하고 있다. 보다보면 참으로 화나는 장면이 많았다. 특히 그 강간당한 여자는 너무 잔인하게 당했다.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는지 참……. 그리고 한국 만화에서 그 정도 수위가 가능하다는 사실에 놀라고.

이 책이 다루고 있는 것은 인권의 문제이다.


  다 똑같은 사람인데, 다만 돈 버는 방법이 다른 것뿐인데 왜 경멸을 받아야 하는지,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소외 계층에 관한 얘기이다. 어찌 보면 남을 속이면서 부를 차지하는 사람들보다는, 몸으로 대가를 지불하는 그녀들이 더 인간적이기는 하다.


  그래,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 자기보다 뭔가 부족하다고 깔보지 말자. 다들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거니까.


  그리고 윤락녀 문제는 음, 왜 여자들만 욕을 먹는 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남자들은 그들을 벌레 보듯이 할 권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녀들이 혼자 즐겼을까?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는지, 공급이 있으니 수요가 있는지, 누가 먼저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하여간 그렇다. 양쪽 다 문제가 있는 거니까, 한 쪽만 비난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긴 팔은 안으로 굽는다니까,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녀들보다는 일반 남자들의 편을 들어주겠지.


  어쩌면 나도 그럴 것이다. 내 애인님이나 오빠, 동생이 그런 곳에 갔다고 듣는다면 그런 곳이 있으니까 갔을 거라고 애써 마음을 다스렸을 것이다. 아, 이건 마치 강간한 남자애 어머니가 피해자 여자애가 꼬리치고 다녀서 자기 아들이 실수한 거라고 말하는 것과 별로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역시 나도 속물적이고 우월의식에 사로잡힌 인간에 불과하니까.


  만화는 보면서 슬펐는데, 영화는 어떨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쩐지 마음이 아파서, 영화는 안 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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