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The Pelican Brief (1993)
감독 - 알란 J. 파큘라
출연 - 줄리아 로버츠, 덴젤 워싱턴, 샘 셰퍼드, 존 허드
원작 - 존 그리샴의 소설 ‘The Pelican Brief’
애인님의 2013년 예스 24 문화 플래닝에 맞춰서 지난달부터 존 그리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보고 있다. 언젠가도 말했지만 나란히 같이 앉아서 보는 것이 아니라, 각자 집에서 음성채팅을 하면서 ‘삼, 이, 일, 시작!’ 하면서 동시에 플레이 버튼을 누르는 것이다. 아, 갑자기 눈에서 물이 나오네.
예전에 소설을 꽤나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다. 한창 존 그리샴이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 때, 도서관에서 겨우 구해 읽었다. 그 때, 얼마나 인기였는지 대기인원이 꽤 길었다. 이외에도 ‘타임 투 킬’ 이라든지 ‘의뢰인’ 등등이 나왔었다.
책이 상당히 두툼했기에, 영화도 짧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은 했었다. 하아, 그런데 상당히 길었다. 두 시간이 넘었다! 중간에 화장실도 가고 기지개도 켜고 물도 마시고. 영화 상영 시간은 두 시간 이십분이었는데, 아마 거의 두 시간 반 넘게 본 것 같다.
영화의 주연은 줄리아 로버츠와 덴젤 워싱턴. 그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도 널리 알려진 사람들이다. 원작에서는 기자가 백인이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영화에서는 흑인으로 나온다. 애인님이 책을 갖고 있기에 찾아봐달라고 했더니, 역시 내 기억이 맞았다. 아깝다, 그래서 두 남녀의 러브 라인이 나오지 않는 건가!
갑작스런 대법원 판사의 죽음. 나이도 출신지도 학교도 전혀 접점이 없던 두 사람이 왜 죽어야했는지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법대생인 다비 쇼는 호기심을 갖고 사건을 조사한다. 그리고 그녀가 내놓은 것이 바로 ‘펠리컨 브리프’이다. 대통령의 최대 정치 자금 기부자인 부호와 그에 맞서는 환경 보호주의자들의 대립이 그 이유라는 것이다. 너무 황당해서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그 기록이 정확하게 사건의 핵심을 찌르고 있기에, 관련된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보고서를 없애고 그녀를 죽이기로 한 것. 생명의 위협을 느낀 다비는 패기 넘치는 한 기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데…….
깔끔했다. 장면들은 화면이 예쁘게 잘 나왔고,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잘 흘러갔다. 가끔 어떤 영화들은 중간에 끊어진다는 느낌을 주는데, 여기서는 그런 인상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여주인공의 마음 상태가 반영이 된 것일까? 그녀가 기자라는 든든한 아군을 만나는 순간부터, 영화의 속도감이 살짝 떨어지기 시작한다. 기분 탓일 수도 있고, 아니면 한 시간이 넘어가면서부터 집중력이 떨어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그런 느낌을 받았다. 아무리 두 남녀가 여기저기 뛰어다녀도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책을 읽을 때는 모르겠는데, 영화는 한 시간만 지나면 집중력이 떨어진다. 하아, 문제다. 집중력을 길러야 해…….
젊은 시절의 두 배우를 보니, 세월이 참으로 빨리 흐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반으로 가면서 영화 내용에 집중하기보다는, 그런 이상한 생각만 새록새록 피어올랐다. 역시 원작을 읽은 소설은 이게 문제다. 다 아는 내용이니까, 조금만 흐트러지면 딴 생각을 하게 된다.
흐음, 하지만 ‘타임 투 킬’은 그런 생각이 안 들었는데? 이건 뭐지? 내 집중력이 문제가 아니었나?
하여간 영화는 깔끔하고 책을 굉장히 잘 반영해서 만들었다. 그렇지만 너무 상영시간이 길어서 나 같은 사람은 좀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