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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강의 죽음 ㅣ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5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2월
평점 :
원제 - Death on the Nile (1937년)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우왕 멋져! 영화로는 봤는데, 책으로 읽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 당시 유명한 배우들이 다 나온 영화였는데, 이집트의 멋진 풍경과 더불어 재미있게 보았었다. 그런데 책을 읽으니, 느낌이 또 달랐다. 우선 나오는 사람들이 더 많았고, 배경에 대한 설명이 자세했고, 주요 인물들의 심리가 더 잘 드러나 있었다. 아마 영화는 극적 구성을 위해 몇 명은 빼고, 인물 사이의 관계를 약간 비튼 모양이다.
영화도 영화 나름대로 좋았고, 책도 책 나름대로 좋았다.
모든 것을 가진 상속녀 리넷. 그녀가 못가질 것은 없었다. 그것이 절친의 약혼자라 할지라도. 가진 것이라고는 약혼자 도일 하나뿐이었던 재키. 그마저 빼앗기자 그녀는 두 사람의 신혼 여행지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기 시작한다.
그리고 재키가 술에 취해 도일에게 총을 쏜 날, 리넷이 살해당한다. 뒤이어 그녀의 하녀마저 죽고, 주요 목격자인 여류 소설가도 살해당한다. 포와로는 위험하고 잔혹한 살인마를 잡아야 하고, 동시에 레이스 대령을 도와 스파이도 찾아야 한다.
이건 참으로 곤란한 문제다. 남녀가 사랑한다고 해서, 그게 영원히 지속될 리는 없을 것이다. 중간에 마음이 변해서 헤어질 수도 있고, 오랜 기간 동안 알아온 친숙함과 정 때문에 관계가 지속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드라마에도 있지 않은가? 가난하지만 당찬 여주인공에게 호감을 느낀 남주인공이 오랫동안 알아온 부잣집 여자를 버리는 설정 말이다. 그래서 그 부잣집 여자는 악녀가 되어 여주인공을 괴롭히고, 그 모습에 남주인공은 더더욱 환멸을 느끼고 싫어하게 되는 너무도 익숙한 전개.
사실 임자 있는 사람은 건드리지 않는 게 기본이라고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그녀가 주인공이기에 당연하다고 시청자들은 생각한다. 또한 어떻게 보면 바람을 피운 격이지만, 남주인공이기에 그럴 만 하다고 받아들인다. 그와 당연히 결혼할 거라고 기다리던 부잣집 여자만 졸지에 남자도 빼앗기고 나쁜 년이 되어버린다.
이 소설도 그러하다. 도일은 이미 재키에 대한 애정은 식었다고, 리넷을 본 순간 사랑이 움직였다고 말한다. 재키는 리넷이 유혹하지 않았다면 그가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친구의 약혼자를 빼앗은 리넷을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한다. 리넷은 그가 선택한 것은 자신이라고 항변하고.
그 와중에 유람선에 탄 사람들 사이에 핑크빛 로맨스가 싹트기도 한다. 퇴짜 맞는 사람도 있고, 성공하는 사람도 있고. 역시 크리스티의 소설은 기본적인 정서는 로맨스이고 외장은 추리물인 것 같다. 나만 빼고 다 연애하는 느낌이야! 하지만 난 커플이니까 후훗.
범인의 살인 수법은 혀를 내두를 경지였다. 일분일초를 딱딱 맞춰서,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대담함과 영리함의 조화가 잘 어우러졌다. 하지만 예행연습을 할 수가 없던 상황이라, 몇 가지 실수가 있었다. 아니, 변수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 배에는 피해자와 살인자만 있던 게 아니니까. 그래서 결국 그 때문에 포와로에게 잡히고 말았다.
문득 ‘여자 팔자는 뒤웅박팔자’라는 말이 떠올랐다. 여자는 어떤 남편을 만나냐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남자 역시 마찬가지겠지만. 평소에는 ‘에이, 그게 무슨 망발이야’라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저 말이 와 닿았다.
이 책은 예전에 나온 것보다 활자가 작았다. 책등에 적힌 제목도 글자가 이상하고. 예전에 사서 모은 책이 더 정감이 간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6권과 7권은 예전에 산 것이고, 5권과 8권은 이번에 애인님이 선물로 준 것이다. 책등의 글자가 확연히 차이가 난다. 지금 중간에 이가 빠진 것을 애인님이 기념일 내지는 무슨 데이 때 선물로 사주고 있는데, 음. 예전 것이 글자가 더 커서 좋다. 같은 시리즈인데 이렇게 차이가 나다니……. 통일감과 일체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성격이 이상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