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드하우스의 비극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16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9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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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Peril at End House, 1932년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헤이스팅즈와 여유로운 휴가를 즐기러 콘월 해안으로 온 포와로. 정부의 사건의뢰조차 거절하고 쉬는 그의 앞에 한 여성이 등장한다. 닉 버클리, 무너져가는 가문의 후계로 살인 위협을 받고 있다는 하지만 그녀의 지인은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그들에게 그녀는 거짓말쟁이 닉이니까. 하지만 포와로는 그녀를 노렸던 총알을 발견하고, 도와주기로 결심한다.


  축제가 열리던 밤, 닉의 사촌인 매기가 살해당한다. 닉이 걸치고 있던 숄을 두른 채로. 거기다 요양원으로 대피시킨 닉에게 치사량에 달하는 마약이 담긴 초콜릿이 배달되고, 설상가상으로 닉의 비밀 약혼자가 엄청난 재산을 남겨두고 죽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단순 치정인가 아니면 막대한 돈이 목적인가? 포와로의 회색빛 두뇌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역시 포와로가 나오는 시리즈는 헤이스팅즈와 티격태격하면서 추리하는 이야기가 재미나다. 포와로는 헤이스팅즈에게 머리를 쓰라고 구박을 하고, 헤이스팅즈는 포와로가 너무 잘난척한다고 분개한다. 어떻게 보면 사이가 나빠서 으르렁대는 것 같지만, 그건 아니다. 왜냐하면 포와로는 헤이스팅즈에게 부탁을 했으니까. 자기가 너무 잘난척하는 것 같으면 ‘초콜릿 상자’라고 말 한마디만 해달라고 말이다.


  아, 이 둘은 너무도 친해서 상대가 기분이 나쁘지 않을 정도로 서로를 구박하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같이 다닐 이유는 없을 것이다. 거기다 헤이스팅즈는 자기도 모르게 포와로에게 사건 해결을 위한 힌트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가 아무 생각 없이 중얼거린 말이 포와로에게 빛을 주기도 하니까. 어쩌면 포와로가 머리를 쓰라고 구박하는 건, 그의 직관력이나 탐정에게 필요한 자질들을 썩히고 있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아닐까?


  이번 이야기에도 약이 섞인 초컬릿 상자가 등장하니, 문득 웃음이 나왔다. 두 번이나 초콜릿에 당한 포와로가 불쌍하기도 하고, ‘다행이야, 이 남자도 인간이었구나.’라는 생각에 안도감도 느끼고. 그런데 왜 안도감을 느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다른 사람을 죽이는 살인범의 감정의 온도는 도대체 몇 도인지 궁금하다. 가까웠던 사람을 고의적으로 위험에 빠뜨리고 심지어 죽일 정도면, 그 피해자는 살인범에게는 어떤 의미를 가진 존재였을까? 자신에게 웃음을 보여주고 신뢰와 사랑을 보내줬던 사람들인데 말이다. 그들이 뜨거운 마음으로 애정을 바칠 때, 범인은 차가운 마음으로 가식적인 미소를 보여줬던 걸까?


  사람사이의 관계라는 게 어찌 보면 일방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난 진심으로 대하지만 상대는 아닐 수도 있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니 마음 한편이 씁쓸했다. 모든 사람들이 다 진심으로 상대를 위하면 좋을 텐데…….


  깨알 같은 크리스티 님의 작품 홍보도 빠지지 않았다. 첫 장부터 푸른 열차에서 일어났던 살인 사건을 생각하는 포와로의 입을 빌어, 4년 전에 나왔던 ‘푸른 열차의 죽음 The Mystery of the Blue Train, 1928’을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p.208쪽에서는 호박 재배를 얘기하면서 ‘에크로이드 살인 사건 The Murder of Roger Ackroyd, 1926)까지. 읽으면서 피식하고 웃었다. 그러면서 이 시리즈의 설정은 참으로 잘 잡혀있다는 감탄도 했다. 하긴 그러니까 그토록 많은 글을 오랜 시간 동안 연재할 수 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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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학원
윤재연 감독, 박한별 외 출연 / 버즈픽쳐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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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 윤재연

    출연 - 유진, 차수연, 박한별, 조은지



    예뻐지고 싶은 것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욕망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갑자기 몰라볼 정도로 예뻐지는 비법이 있다면, 그것을 얻기 위해 무슨 일이든지 할 것인가? 영화는 이런 질문을 던지며 전개된다.


    어느 기숙 요가 학원. 그곳의 존재는 비밀이어서 아는 사람만 아는 곳이다. 인터뷰 같은 것도 절대 안 되고, 오직 추천이나 소개를 통해서만 알음알음 갈 수 있는 곳이다. 수련 기간을 잘 버티면, 절대적인 미에 대한 비법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절박한 심정으로 그곳에 들어간 5명의 여인들. 그리고 혹독한 기숙 수련 생활. 어느 순간부터 한 명씩 기이한 사고를 당하는데…….


    영화 예고에서는 '미에 대한 집착'으로 서서히 망가지는 여자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여자들은 처음부터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이유는 잘 모르지만, 성격적으로 결함이 많은 것 같았다. 미에 대한 집착 말고 다른 요인도 있는 것 같았다.


    다만 영화에서는 그게 잘 나오지 않아서 문제이다.


    이미 학원에 올 때부터 미쳐있었으니, 서서히 망가지고 할 것도 없었다. 그냥 묘한 미소를 한 번 지어주고, 들어가지 말라는 음침한 곳에 혼자 덜덜 떨면서 비명 두어 번 질러주고 끝이다. 아니면 신경질적으로 모든 이에게 짜증을 내다가 갑자기 뭔가에 놀란 듯이 비명 지르고 끝. 왜 이 곳에 왔는지, 어째서 그런 행동과 말을 했는지 잘 드러나지 않았다.


    학원 분위기는 으스스하고 몽환적인 것이 꽤나 괜찮았다.


   하지만 이야기가 도무지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다. 왜 애매한 여자들이 죽어나가는지, 비밀 전수를 왜 그런 식으로 하는지, 전수한 사람과 전수 받은 사람은 나중에 어떻게 되는지, 뭐하나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다.


    그래서 결말 부분도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저게 왜? 이런 의문만 들 뿐이었다.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비판도 아니고, 미에 대한 지나친 집착에 대해서도 보이지 않고, 그렇다고 여자들의 암투가 대단하게 펼쳐진 것도 아니고. 도대체 뭐람? 분위기 하나로 밀고 가기엔, 영화의 스토리가 너무 엉성했다. 배우들 예쁜 얼굴만 믿고 이런 식으로 찍은 건가?


   그냥 밍밍했다. 마치 국을 끓이는데 소금이나 간장을 전혀 넣지 않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아, 어느 다이어트 법은 간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들은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건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 일인데, 굳이 영화 자체를 그렇게까지 만들 필요가 있을까? 영화를 다이어트 시켜서 뭐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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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인 지구 정복
존 카펜터 감독, 로디 파이퍼 외 출연 / 클레버컴퍼니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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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y Live, 1988

  감독 - 존 카펜터

  출연 - 로디 파이퍼, 키스 데이빗, 멕 포스터, 조지 벅 플라워



  선글라스에 비친 인간이 아닌 존재의 형상. 외계인인가 아니면 괴물인가? 커다란 눈에 잇몸까지 드러난 입. 외계인인 것 같다.


  영화는 한 남자가 우연히 줍게 된 선글라스에서 모든 사건이 시작되면서, 정부가 그동안 숨겨왔던 비밀이 밝혀진다. 실직해서 이리저리 배회하던 주인공. 한 교회에 들어가는데, 그곳에서 묘한 설교를 하는 신부를 만나게 된다. 외계인의 지구 침략은 이미 진행되었다고, 진실의 눈을 뜨라는 설교를 하는 신부.


  갑작스런 경찰의 습격에 우왕좌왕하던 주인공은 바닥에 떨어진 선글라스를 하나 줍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쓰는 순간,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고 만다. 지구는 이미 외계인들에게 지배를 받고 있었으며, 그들이 쏘는 전파에 의해 세뇌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것이다.


  길에 있는 간판이나 신문 잡지에 쓰여 있는 말들은 우리가 보고 있는 그대로가 아니었다. 모든 글자들은 인간의 무의식에 파고들어, 인간을 외계인의 노예로 만들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 그러니까 지도층이라든지 유명 인사의 대부분이 외계인이라는 것! 지구가 오염되는 까닭은 바로 그들이 살던 별과 비슷한 환경으로 만들기 위한 음모이고, TV 드라마는 사람들을 무능력하게 만드는 소품이었다.


  주인공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다른 사람들과 합류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전투가 벌어지는데…….


  미국 드라마 X 파일이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 하고, 온갖 외계인 음모론을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딱 안성맞춤인 영화이다. 그래, 외계인들이 아주 머나먼 별에서 여기까지 비행접시를 타고 올 정도면, 엄청나게 앞선 과학기술을 갖고 있는 거잖아. 그런 그들이 고물 항공모함에서 쏘는 포에 맞아떨어지고, 컴퓨터 바이러스에 맥없이 질 리가 없어. 맞아, 이런 세뇌와 고도의 심리전으로 지구인들을 노예로 만들고 있는 게 확실해.


  영화를 보면서 여러 번 고개를 끄덕였다. 고도의 기술을 가진 그들이 쉽게 당할 리가 없지.


  그러면서 지금의 우리 현실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영화에서 지배층은 외계인이고 피지배층은 지구인이다. 외계인들은 지구인을 그냥 다른 건 생각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일만 시켰다. 그리고 진실을 보지 못하게 교묘하게 위장시켰다.


  자기들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구인들에게는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일도 서슴없이 감행했다. 지구인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그들이 시키는 대로 지구를 망가트렸고 말이다. 그리고 그들이 세뇌시키는 대로, 물건을 쇼핑하고 자원을 낭비하고 쓰레기를 버리며 돈을 버는 것을 목적으로 여긴다. 바보같이 말이다.


  국민을 기만하는 정부를 비난하고, 시키는 대로만 따라가는 국민들을 풍자한 영화 같다. 그래서 정부 지도층을 외계인으로 선택한 것은 아닐까? 사실 지금 한국의 지도층이 하는 행동을 봐도, 과연 국민의 뜻이 뭔지나 알고 있는지 의아할 때가 많다. 아무래도 국민을 드론이나 SCV로 여기는 것 같다. 평소에는 일만 시키다가, 선거 때만 굽실거리는 걸 보면 말이다.


  아아, 그런 것이다. 우리에게도 지금 당장 선글라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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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Child's Play 2, 1990

  감독 - 존 라피아

  출연 - 알렉스 빈센트, 크리스틴 엘리스, 브래드 듀리프, 제니 에이구터



  1편에서 겨우 처키를 제거했던 앤디와 엄마. 하지만 그는 엄마와 떨어져 위탁 가정에 가게 된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법원에서 인형이 살아있다고 얘기했다는 이유로 정신감정을 받으라고 했다는데, 이상하다. 1편에서 처키가 살아있는 인형이라는 걸 알고 있는 형사도 이번엔 나오지 않는다. 그가 말을 잘 해줬으면, 앤디가 엄마와 떨어져 살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말이다. 혹시 그도 같이 정신 감정을 받고 있는 걸까? 죽었다는 얘기도 없었는데. 하여간 정서불안으로 판정받은 앤디를 한 부부가 데리고 간다.


  그리고 굿 가이 인형 회사는 다시 공장을 가동시킨다. 하지만 의도치 않은 사고가 일어나고, 처키가 되살아난다. 다시 인간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집념으로 똘똘 뭉친 처키는 앤디를 찾아 나서고, 그와 동시에 가는 곳마다 피를 부른다.


  이번에도 역시 어린아이의 말을 전혀 믿지 않는 어른들이 나온다. 그들은 앤디를 거짓말장이라고 몰아세우고, 당연히 처키에게 죽음을 당한다.


  1편 감상에서도 썼지만, 나도 아마 어린애가 인형이 살아있어서 사람을 죽였다고 하면 '쪼그만 놈이 상상력이 참 기발하네. 허허허'하고 웃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 살인이 일어나면 섬뜩할 것이다. '도대체 이 아이의 정체는 뭔가? 설마 데미안의 한국 재림인가?' 이런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데미안의 재림이나 인형 몸속에 처키가 있는 거나 오십보백보이다.


  이번 편은 수위가 높다. 그러니까 19금 섹스신이 나온다는 게 아니라, 처키와 싸우는 과정에서 보이는 죽고 죽이는 장면이 눈살을 찌푸린다는 말이다. 마지막 공장에서의 격투장면은 와, 진짜. 인형 하나 죽이는데 참으로 끔직했다. 어쩌면 나도 모르게 처키가 인간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피도 나고, 고통에 비명도 지르고.


  마지막 처키의 모습은 진짜로 끔찍했다. 어지간히 잔인한 장면을 보면서 밥도 먹는 나였지만, 저절로 입에서 '윽!'하는 소리가 튀어나올 정도였다. 이건 마치 제작자들이 인형 나온다고 우습게보지 말라고 대놓고 시위하는 거 같았다. 인형만으로도 이런 하드 장면을 내놓을 수 있다고 말하는 거 같은데, 그런 의도라면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다.


  다만 내용의 전개가 좀 어딘지 모르게 어설프다는 느낌이 들었다. 위에서 언급한 형사의 부재, 갑작스런 엄마의 병원 행 그리고 왜 인형 회사는 굿 가이 인형을 그렇게 고집하는지 모르겠다. 공장에서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는데도 말이다. 그런 부분을 좀 더 보충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쉽기만 하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처키는 불사의 존재 같다. 인형 속에 있어서 그렇지. 이왕이면 예쁜 인형 속에 들어갈 것이지. 아, 이건 인형 외모 지상주의인가? 인형까지 외모로 판매되는 더러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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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손가락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15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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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Moving Finger, 1942년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달달한 연애물이 추리와 적절하게, 아니 엄밀히 말하면 연애가 조금 더 비중이 높은 작품이다. 솔로인 사람이 읽으면 '아니, 이런 염장이!'하고 버럭 화를 낼지도 모르겠다. 미스 마플이 나오는 소설이긴 하지만, 그녀의 존재감은 그리 크기 않다. 이 책이 총 215페이지로 이루어져있는데, 148페이지에 가서야 등장한다. 그리고 조용히 사람들 애기를 듣고 몇 가지 질문만 하고 만다. 물론 사건의 해결은 그녀의 몫이지만 말이다.


  이 글을 이끄는 주인공은 폭격기를 조종하다가 추락 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한적한 시골 마을로 휴양을 온 제리 버튼이다. 여동생 조애너와 같이 마을에 정착하면서 경치라든지 인심이 좋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상한 편지가 하나 배달된다. 추잡한 욕설과 음란한 내용을 담은 편지였다. 당황해하던 그는 곧 그런 편지가 온 마을에 퍼지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어떤 이는 황당무계하다고 분노하고, 또 다른 이는 그냥 넘겨버리는 와중에, 한 여인이 자살을 한다. 편지에 적힌 일에 모욕감을 느껴 결백을 증명하고자 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그 사고가 일어난 지 얼마 안 되어, 그 집의 어린 하녀가 살해당하는 일이 벌어진다. 이제 사람들은 처음에 죽은 여인이 자살이 아닐 것이라는 추측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제리는 그 여인의 딸인 메건에게 사랑을 느끼는데…….


  제리가 일인칭으로 극을 이끌어가고 있기 때문에, 그가 메건에게 어떻게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감정이 변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거기에 살인이 일어났을 때 그가 느끼는 분노와 사심이 담긴 다른 사람들에 대한 평까지!


  하아, 지금까지 추리 소설을 읽으면서 '어머, 얘들 연애해!'라는 감탄사와 함께 달달함을 느끼는 책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주인공이 이렇게 대놓고 연애하는 글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로맨스 추리의 새로운 장을 연 것 같다.


  그나저나 이 책의 범인은 참……. 순정파라고 해야 하나 냉혈한이라고 해야 하나. 자기를 예전부터 좋아해온 사람은 모른척하고, 다른 사람을 마음에 두고 그런 짓을 벌이다니. 범죄를 저지를 때는 냉철하고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인데, 사랑 앞에서는 순정적이었다. 현대극의 인물은 입체적인 성격이라는 데, 그걸 잘 살린 것 같다. 좋게 말해서 입체적인 성격이고, 나쁘게 말하면 미친 사람이지만.


  사랑이란 참으로 무섭다. 사람을 바보로 만들기도 하고, 다른 사람을 죽이게도 하고, 그러면서 동시에 마음의 평화와 안정감을 주고, 또 누군가에게는 구원이 되기도 하니 말이다.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방법으로 사랑을 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것 같다.


  폭격기 추락이라는 말에 출판연도를 보니, 1942년도이다. 2차 대전이 한창인 시기였으니, 당연히 폭격도 하고 비행기끼리 싸우고 추락도 하고 그랬을 것이다.


  미스 마플의 활약이 별로 안 보여서 조금은 슬픈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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