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손가락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15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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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Moving Finger, 1942년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달달한 연애물이 추리와 적절하게, 아니 엄밀히 말하면 연애가 조금 더 비중이 높은 작품이다. 솔로인 사람이 읽으면 '아니, 이런 염장이!'하고 버럭 화를 낼지도 모르겠다. 미스 마플이 나오는 소설이긴 하지만, 그녀의 존재감은 그리 크기 않다. 이 책이 총 215페이지로 이루어져있는데, 148페이지에 가서야 등장한다. 그리고 조용히 사람들 애기를 듣고 몇 가지 질문만 하고 만다. 물론 사건의 해결은 그녀의 몫이지만 말이다.


  이 글을 이끄는 주인공은 폭격기를 조종하다가 추락 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한적한 시골 마을로 휴양을 온 제리 버튼이다. 여동생 조애너와 같이 마을에 정착하면서 경치라든지 인심이 좋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상한 편지가 하나 배달된다. 추잡한 욕설과 음란한 내용을 담은 편지였다. 당황해하던 그는 곧 그런 편지가 온 마을에 퍼지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어떤 이는 황당무계하다고 분노하고, 또 다른 이는 그냥 넘겨버리는 와중에, 한 여인이 자살을 한다. 편지에 적힌 일에 모욕감을 느껴 결백을 증명하고자 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그 사고가 일어난 지 얼마 안 되어, 그 집의 어린 하녀가 살해당하는 일이 벌어진다. 이제 사람들은 처음에 죽은 여인이 자살이 아닐 것이라는 추측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제리는 그 여인의 딸인 메건에게 사랑을 느끼는데…….


  제리가 일인칭으로 극을 이끌어가고 있기 때문에, 그가 메건에게 어떻게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감정이 변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거기에 살인이 일어났을 때 그가 느끼는 분노와 사심이 담긴 다른 사람들에 대한 평까지!


  하아, 지금까지 추리 소설을 읽으면서 '어머, 얘들 연애해!'라는 감탄사와 함께 달달함을 느끼는 책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주인공이 이렇게 대놓고 연애하는 글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로맨스 추리의 새로운 장을 연 것 같다.


  그나저나 이 책의 범인은 참……. 순정파라고 해야 하나 냉혈한이라고 해야 하나. 자기를 예전부터 좋아해온 사람은 모른척하고, 다른 사람을 마음에 두고 그런 짓을 벌이다니. 범죄를 저지를 때는 냉철하고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인데, 사랑 앞에서는 순정적이었다. 현대극의 인물은 입체적인 성격이라는 데, 그걸 잘 살린 것 같다. 좋게 말해서 입체적인 성격이고, 나쁘게 말하면 미친 사람이지만.


  사랑이란 참으로 무섭다. 사람을 바보로 만들기도 하고, 다른 사람을 죽이게도 하고, 그러면서 동시에 마음의 평화와 안정감을 주고, 또 누군가에게는 구원이 되기도 하니 말이다.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방법으로 사랑을 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것 같다.


  폭격기 추락이라는 말에 출판연도를 보니, 1942년도이다. 2차 대전이 한창인 시기였으니, 당연히 폭격도 하고 비행기끼리 싸우고 추락도 하고 그랬을 것이다.


  미스 마플의 활약이 별로 안 보여서 조금은 슬픈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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