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사랑의 도피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
아카가와 지로 지음, 정태원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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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원제 - 三毛猫ホ-ムズの駆け落ち 欠け落ち, 1981

  작가 - 아카가와 지로






  오랫동안 사이가 안 좋았던 두 집안의, 17살인 ‘가타오카 요시타로’와 14살인 ‘야마나미 하루미’가 사랑을 위해 집을 떠났다. 모두가 그들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12년이 지난 후, 두 집안의 아들들이 살해된 채 발견되었다. 경찰은 그들이 서로 죽였다고 생각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흉기에서는 지문 하나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재산 상속을 위해 형제를 죽였다는 의혹으로, 각 집안에서는 후계문제 때문에 사라진 두 사람을 찾으려 애쓴다. 그러던 중, 그들은 나이대가 비슷하고 이름마저 똑같은 형사 ‘가타야마 요시타로’와 여동생 ‘카타야마 하루미’가 사라진 두 사람이라 착각하는데…….



  이번 편의 초반은 완전 개그였다. ‘가타오카’의 ‘가타’와 ‘야마나미’의 ‘야마’를 따서 ‘가타야마’라는 성을 만들고, 남매로 신분을 숨기고 살고 있다는 사람들의 착각이 너무 웃겼다. 거기에 그 말을 믿은 ‘이시즈’는 ‘하루미’의 행복을 바란다고 눈물겨운 이별 통보를 하고……. 아, 형사가 이렇게 바보 같아도 되는 건가? 게다가 자기 자식을 알아보지 못하는 두 집안사람들은……. 아무래도 12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으니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동화를 보면, 대개 두 주인공은 역경을 이겨내고 사랑을 이룬다. 그리고 그 끝은 언제나 ‘두 사람은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로 마무리된다. 이 책은 과연 모두가 다 그랬을 까라는 의문을 던진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원수 집안의 아들딸로 태어나 사랑에 빠진 두 사람. 가족, 친구 그리고 부유한 삶, 그 모든 것을 버리고 도망쳤는데, 과연 둘은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을까?



  작가는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는 답을 준다. 둘이 함께 행복하게 사랑을 이루었냐고 하면, 아니다. 하지만 각자 나름의 행복을 찾았냐고 하면, 그건 그랬다. 둘은 시간이 지나면서 상대에 대한 콩깍지를 벗어내고, 다른 사람과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 부분에서는 놀랍기도 하고, 어쩐지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 동화 시대에는 전형적인 타입의 인물들, 그러니까 착한 사람은 끝까지 착하고 나쁜 사람은 끝까지 나빴던 성격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착한 사람인줄 알았는데 흑막이고, 나쁜 놈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속 깊은 따뜻한 성격인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예전에는 주인공 두 사람이 끝까지 사랑하면서 오래 살았다는 얘기였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작가는 그걸 두 사람을 통해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그들은 나름 각자의 인연을 찾아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누군가 나타나 과거를 들추고 모든 것을 부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번 편에서 카타야마는 계단에서 두 번이나 구르고, 집에서 도망치는 등의 수난을 겪는다. 경찰을 그만두겠다고 예전에 낸 사표는 수리될 기미가 없고, 아직도 피만 보면 기절하고, 거기다 고양이 ‘홈즈’의 조수 취급받고, 여동생은 동료 형사와 연애하는 것 같고……. 그래도 사건을 해결하는 능력이 점점 좋아지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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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랩소디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
아카가와 지로 지음, 정태원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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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원제 - 三毛猫ホ-ムズの狂死曲, 1981

  작가 - 아카가와 지로






  이제 본격적으로 데이트를 시작한 ‘하루미’와 ‘이시즈’ 커플. 어느 레스토랑에서 바이올린 콩쿠르 예선 발표 전화를 대신 받아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런데 합격자를 축하하기도 전에 연이어 한 후보에 대한 협박 전화가 걸려온다. 하루미는 이를 이상하게 생각하고, 오빠인 ‘가타야마’에게 얘기한다. 한편 콩쿠르 위원회는 본선 진출자들을 일주일동안 합숙시키며, 대회 준비를 시키려는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그들의 보호감시 요청을 받은 경찰에서는 가타야마를 보낸다. 여자공포증이 있으니 진출자들에게 집적대지도 않을 것이고, 성격도 조용하고 무섭게 생기지 않나 불안감을 조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에 가타야마와 ‘홈즈’는 합숙 장소로 향하는데…….



  이번에는 합숙이다! 피를 무서워하고 여자를 두려워하는 가타야마가 여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합숙 장소로 파견을 나갔다. 극도의 스트레스 때문에 욕조에서 자살 시도한 사람을 보고 당연히 기절도 하고, 본선 진출자들의 유혹을 받기도 한다. 물론 가타야마는 ‘에에!’하면서 도망가기 바빴지만 말이다. 오빠를 보낸 하루미 역시 바빴다. 사건 관련자들을 탐문하고, 콩쿠르 총 책임자와 안면을 터서 집에 놀러갔다가 시체도 발견하고……. 덕분에 이시즈의 출연 분량이 상당히 적었다.



  범인의 동기는 음……. 그렇게까지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 하지만 사람마다 절박함의 정도는 다르고, 모두가 그걸 다 이해할 수는 없으니까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난 잘 모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정도로 절박하고 중요한 문제였을 것이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가타야마의 번득이는 추리가 돋보였다. 물론 힌트는 홈즈가 줬지만, 그걸 바탕으로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가타야마는 그리 무능한 형사는 아닌 모양이다. 다만 별명이 ‘아가씨’에다가 피를 보면 기절하고 여자 공포증이 있을 뿐이다. 사건 현장에서 기절하는 형사라니 뭔가 어설프고 믿음직스러워 보이지 않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사건과 관련이 있는 여자들은 그런 가타야마를 좋아한다. 사건이 끝나면 인연이 끊어지는 것은, 그의 능력 부족인 걸까 아니면 그가 이용당하기 쉬운 성격이기때문인걸까? 어쩐지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면, 바람둥이가 되거나 여자는 쳐다보지도 않는 성격이 될 것 같다. 뭐, 그래도 재미있을 것 같긴 하다.



  이 시리즈는 처음에는 관련이 없어 보이는 여러 가지 사건들이 마구마구 일어난다. 그런데 사건들을 추적하다보면, 커다란 한 줄기로 모이는 것을 알 수 있다. 1권에서는 큰 줄기로 모이는 과정이 뭔가 어색했었는데, 이제는 너무도 자연스러워졌다. 반전도 물론 있지만, 사건을 위해 억지로 끼워 맞췄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자, 그러면 다음에는 홈즈가 어떤 사건을 해결할 지 기대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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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녀유혼3 - 道道道 (天女幽魂 3)
정소동 감독, 양가휘 외 출연 / SRE (새롬 엔터테인먼트)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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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제 - A Chinese Ghost Story III, 1991

  원제 - 倩女幽魂 III 道道道

  감독 - 정소동

  출연 - 양조위, 왕조현, 장학우, 이지






  1편에서 도사인 ‘연적하’가 나무요괴를 봉인하면서, 100년이 지나면 다시 풀려날 것이라 얘기한다. 그리고 100년이 지나, 서역으로 금불상을 운반하는 노승과 그의 제자 ‘십방’이 등장한다. 우연히 난약사에서 머물게 된 둘의 앞에, 귀신 ‘소탁’이 나타난다. 그녀의 역할은 1편에서 ‘소천’이 맡았던, 남자들을 홀려 나무요괴에게 갖다 바치는 것이었다. 하지만 순수하게 자신을 걱정해주는 십방에게 마음이 끌리고, 급기야 그를 바치라는 나무요괴의 말을 거역하게 된다. 스승이 위기에 처하자, 십방은 마을에서 만났던 ‘연적하’라는 젊은 도사에게 도움을 청하는데…….



  왕조현은 다른 이름이지만 역할은 1편과 비슷한 귀신으로, 1편에서의 나무요괴는 같은 역할로, 2편에서의 장학우는 전편과 비슷하지만 다른 도사로 등장했다. 게다가 처음에 장학우가 연적하라는 이름으로 나오자, 1편의 앞선 이야기인가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위에서 말했지만, 100년 뒤의 이야기였다. 후손 중에 그를 너무 존경하는 누군가가 아들에게 같은 이름을 붙였을 것이라 여기기로 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순수한 것과 눈치 없음의 경계는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십방의 행동이나 말은 어떻게 보면 순수하다 여길 수도 있는데, 또 어떤 장면에서는 눈치가 없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십방은 스승과 함께 금불상을 운반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그런데 소탁을 만나고부터 달라졌다. 꾀병을 부려 스승을 혼자 마을로 보내거나, 소탁을 도망치게 하려고 스승이 쳐놓은 결계를 깨트리는 행동들을 보면서 그냥 한숨이 나왔다. 그 때문에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스승까지 위험하게 만들었다. 하긴 그가 임무에 충실한 캐릭터였으면 이야기 전개가 안 되겠지. 어쩌면 절에서 여자, 그것도 화려하게 치장을 하고 대놓고 유혹하는 여자를 본 적이 없어서 넘어간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녀가 악귀 밑에서 일한다는 귀신이라는 걸 알면서도 밀어내지 못했던 걸까? 그리고 왕조현 같은 미모의 여인이 들이대는데 안 넘어갈 사람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기도 하고 말이다.



  노승이 대인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자의 그런 행동을 다 받아주고, 제자가 덤벙대다 실수해도 넘어가고……. 급기야 제자의 실수 때문에 위기에 처하지만, 그는 웃어넘긴다. 하아, 나 같으면 주먹이 올라가도 몇 번은 올라갔을 텐데. 그런데 문득 의문이 또 들었다. 노승은 도대체 십방의 어디가 마음에 들어서 그 먼 길을 데리고 떠나기로 한 걸까? 밖에서 새는 바가지, 분명히 안에서도 샜을 텐데?



  나무요괴 밑에서 일하는 여자 귀신들이 무척이나 예뻤고, 화려한 의상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그 때문에 귀신들이 나와서 날아다닐 때는 영상이 무척이나 환상적으로 보였다. 다만 귀신에게 돈을 꾸려한다거나 예쁘면 귀신도 좋다고 들이대는 남자 캐릭터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1편과 같은 애절한 사랑보다는, 2편과 비슷하게 액션에 코믹한 설정이 더 추가된 3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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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라이즈 아르테 미스터리 16
T. M. 로건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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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LIES, 2017

   작가 - T.M. 로건





  교사인 ‘조셉’은 어린 아들 ‘윌리엄’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아내 ‘멀’의 차를 발견한다. 문제는 그 시간에 그녀의 차가 그곳에 있을 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매주 테니스를 가는 시간인데, 왜 그녀는 호텔 식당에서 친구 ‘베스’의 남편인 ‘벤’과 만나고 있는 걸까? 왜 벤은 그녀에게 화를 내고 있는 걸까? 호텔 주차장에서 벤과 말다툼을 하던 중, 조셉은 그를 넘어뜨리고 만다. 그 광경을 보던 윌리엄이 천식발작을 일으키는데, 호흡기를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피 흘리는 벤을 주차장에 두고 집으로 돌아온 조셉. 그런데 다시 돌아간 주차장에 벤은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이냐고 추궁하는 조셉에게 멀은 벤이 자신을 유혹한다는 고백을 한다. 둘은 그 사실을 덮기로 한다. 얼마 후 베스가 찾아와 조셉과 멀 부부에게 놀라운 사실을 얘기한다. 벤이 원래 집에서 폭력을 휘두르는 성향이었고, 왜인지 모르지만 잔뜩 화가 나서 총을 갖고 나갔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벤은 사라지고, 조셉의 페이스북은 해킹 당한다. 그리고 멀의 고백과 달리, 그녀와 벤이 불륜 관계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는데…….



  책의 띠지에 이런 문장이 적혀있다.



  ‘거짓말을 잘하려면 기억력이 좋아야 돼.’



  문풍지에 구멍이 나면, 그걸 덮기 위해서는 구멍보다 큰 종이가 필요하다. 만약 종이의 색이 맞지 않으면, 덧붙인 종이보다 조금 더 큰 종이가 필요하고 말이다. 거짓말도 마찬가지다. 처음 시작은 작고 사소한 것이었겠지만, 그걸 감추기 위해 점점 거짓말의 범위가 커진다. 그리고 어느 때가 되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대해져있을 때가 있다. 아니면 그 전에 이미 앞에 했던 거짓말과 모순되는 말을 해버려서 들통이 나버렸을 수도 있다. 그렇다. 거짓말을 잘하려면 무엇보다 기억력이 좋아야 한다. 자기가 한 말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발목을 잡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 나오는 거짓말쟁이는 어쩐지 서툴렀다. 거짓말이 들통 나는 바람에 변명을 했지만, 그것도 거짓이라는 게 발각되길 반복했다. 결국 그 사람이 하는 말은 하나도 믿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제목과 띠지에 적힌 말을 바탕으로, 거짓말쟁이가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솔직히 그 사람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져서, 무슨 말을 하건 계속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게 된다.



  애인님과 같은 책을 읽고 있기에, 중간에 잠깐 이야기를 나눴었다. 과연 이 모든 것을 꾸민 것이 누구냐는 것에 대한 추측이었다. 난 그 거짓말쟁이와 다른 누군가가 협력 관계에 있을 것이라 예상했었다. 왜냐하면 현대물답게 스마트폰과 신형 앱, 몰카 기능과 도청 장치 그리고 컴퓨터 해킹 등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이미 작가의 함정에 빠진 뒤라고 볼 수 있다. 왜 그런지는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더 이상 얘기하지는 않겠다. 이 책의 후반부를 읽다가, ‘와, 진짜…….’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언젠가도 말했지만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나름대로 편견과 선입견에서 조금은 자유로운 시각을 가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내 착각이었다. 나한테 너무 관대한 평가를 내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책은 꽤 두툼했지만, 어쩐지 손에서 놓기가 아쉬웠다. 빠른 속도감에 계속해서 등장하는 미스터리와 함정, 새로 밝혀지는 사실들 때문에 눈을 떼기 어려웠다. 조셉이 좀 답답하게 보일 때도 있었지만, 내가 그런 상황에 놓이면 더 멍청하게 행동했을 거 같았다. 그리고 사람이 성실하고 현실에 만족하고 살면 안 되는 걸까라는 의문도 들었다. 난 그런 삶이 좋은데 말이다. 어쩌면 나에게 안정적이고 만족하는 삶이 주식이고, 색다른 변화를 주는 삶의 이탈은 가끔 먹는 특별한 음식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의 그 사람에게는 그게 반대였던 모양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희생되어야 했다. 역시 입맛이 비슷한 사람과 만나는 것이 제일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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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ECLIPSE, Veronica, 2017

  감독 - 파코 플라자

  출연 - 레티시아 돌레라, 아나 토렌트, 산드라 에스카세나, 소니아 알마르차






  1991년 6월 15일 새벽, 신고를 받은 경찰이 사건 현장에 도착한다. 그리고 그들은 자기들이 목격한 것을 믿을 수 없어 한다. 시간을 돌려 며칠 전, 베로니카의 하루는 어린 세 동생들을 깨우는 것으로 시작한다. 늦게까지 일을 하는 엄마를 대신해 동생들을 챙기는 베로니카. 개기일식이 일어나던 날, 베로니카는 친구들과 학교 창고에서 몰래 위자 보드 게임을 한다. 그녀가 원한 것은 오래 전에 죽은 아빠를 만나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때부터 베로니카 본인은 물론 그녀의 주변에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는데…….



  감독의 이름이 낯익다. 아, 영화 ‘[REC], 2007’의 감독 중 한 명이고, 각본을 맡았었다. 그 시리즈를 재미있게 보았기에, 이번 영화도 조금은 기대가 되었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다. 귀신을 부르는 게임을 했고, 뭔가가 응답했다. 그리고 소녀의 어깨에는 커다란 손자국이 생겼고, 동생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그러면 이때부터 영화는 뭔가 일어날 것이라는 불안함과 불길함 그리고 조마조마함을 줘야하는데, 그 표현이 너무도 전형적이었다. 이쯤에서 뭔가 나와야 하지 않나 생각하니 딱 나오고, 여기서 뭔가 나오면 근사하겠다고 하니 또 뭔가 튀어나왔다. 그래서일까? 영화는 별로 긴장되지 않았다.



  대신 안타까웠다. 나이에 비해 빨리 어른이 되어야 했던 소녀의 일상이 무척이나 안쓰러웠다. 아빠가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엄마는 일하느라 바빴다. 그 때문에 15세의 베로니카는 어린 세 동생을 책임져야 했다. 깨우고 씻기고 밥 먹이고 등교시키고 하교시키고 또 씻기고 숙제 봐주고 재우고 집안 살림도 맡아서 하고……. 하나도 아닌 무려 셋을! 그 때문에 다른 아이들은 친구네 파티에 놀러가지만, 그녀는 갈 수가 없다. 동생들을 봐 줄 사람이 없으니까. 집에 나타난 뭔가 때문에 베로니카는 불안해하지만, 엄마는 도리어 그녀를 혼낸다. 동생들에게 이상한 말은 그만하고, 철 좀 들라고. 그래서 그녀는 아빠가 그리웠던 모양이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아빠를 불러내려 했지만, 그 대가는 끔찍했다.



  그런데 문득, 이 모든 것을 육아와 집안일에 지친 어린 소녀의 우울증이 빚어낸 망상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들은 사랑하지만 매일 챙겨야하는 것에 대해 버겁기도 하고, 하지만 맏딸로 책임감도 있고 그러면서 때로는 자유롭게 친구들과 놀고 싶고, 고생하는 엄마를 도와야한다고 생각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것 같아 화도 나고, 아빠는 왜 그리 일찍 돌아가셨는지 원망스럽고 또 보고 싶기도 하고……. 그렇게 생각하니 참으로 가슴 아픈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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