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레스트: 죽음의 숲
제이슨 자다 감독, 나탈리 도머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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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Forest, 2016

  감독 제이슨 자다

  출연 나탈리 도머테일러 키니오운 맥컨오자와 유키요시

 

 

 

 

  ‘새라는 일본에 유학 중인 쌍둥이 제스가 실종되었다는 연락을 받는다그녀는 일본으로 향하고동생이 마지막으로 갔다는 아오키가하라 수해 青木原 樹海’, 일명 주카이 숲으로 향한다그곳에서 그녀는 숲에 함부로 들어가지 말라는 미심쩍은 경고를 듣지만동생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그리 귀담아듣지 않는다그리고 우연히 호텔에서 만난 기자 에이든이라는 사람의 소개로, ‘미치라는 산림감시원을 알게 된다그의 안내로 숲으로 들어간 새라와 에이든거기서 그녀는 동생의 텐트를 발견하고혹시나 하는 마음에 숲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한다미치는 밤에 숲에서 지내는 건 위험하다며 뭔가 나올 수 있다고 만류하지만제스와 에이든은 남기로 한다그리고 그날 밤두 사람은 믿을 수 없는 일들을 겪게 되는데…….

 

  후지산 자락에는아오키가하라 수해라는 지역이 있다고 한다말 그대로 나무가 바다처럼 모여있어서 수해라고 하는 모양이다다른 이름으로는 주카이 숲이라고도 하는데여기가 자살 명소로 유명하다아무래도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서 깊이 들어가면 길을 잃기도 쉽고 빛이 잘 안 들어와서 어두컴컴하기도 하고 그 때문에 시체를 발견하기도 어렵고이런저런 이유로 자살하려는 사람들이 자주 오는 모양이다작가 마츠모토 세이쵸가 주인공이 저 숲에 와서 자살하는 내용의 소설을 발표했는데그 영향도 있었다고 한다거기다 후지산 땅속에 묻힌 자철광 때문에 나침반이 제 역할을 못 해서 길을 헤매는 일도 있다는 얘기도 있다심지어 CNN에서 선정한 소름 끼치는 장소에 선정되기도 했단다.

 

  영화는 그런 음침한 소문이 많은 숲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제작국인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해외 로케 작품이라고 해야 할까숲에서 이상한 경험을 한다는 면에서는개인 카메라가 없는 블레어 위치 The Blair Witch Project, 1999’라고 볼 수도 있었다대신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고 믿을 사람도 없는 그런 상황에서그 나라 특유의 초자연적인 미신에 홀리는 내용이라고 할까?

 

  하지만 일본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일본인들이 자기 나라의 미신이나 저주에 홀리는 분위기와는 좀 다른 홀림이었다그래서인지 일본 특유의 뭔가 음침하고 우울하면서 저주로 가득한 분위기는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그런데 그렇다고 미국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호러 분위기도 나지 않았다동서양의 교류가 활발하지만아직 다른 나라 특유의 호러 분위기를 자아내기에는 많이 어려운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영화 곤지암 GONJIAM: Haunted Asylum, 2016’도 CNN에서 소름 끼치는 장소로 선정된 폐병원인 곤지암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지금은 철거되어 사라진 장소지만 말이다이 영화를 보고 나니공포 분위기를 자아내는 방법이나 접근은 곤지암이 차라리 나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두 작품 다 CNN에서 선정한 소름 끼치는 장소를 배경으로 했는데결과물은 아주 달랐다.

 

  배경은 매력적이었는데다른 부분에서는 매우 아쉬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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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 아이
브랜던 크리스텐센 감독, 크리스티 버크 외 출연 / 아컴스튜디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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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Still/Born, 2017

  감독 브랜던 크리스턴슨

  출연 크리스티 버크제시 모스레베카 올슨젠 그리핀

 

 

 

 

  ‘메리는 출산 도중 쌍둥이 중 하나를 잃는 사건을 겪는다이후 그녀는 하나 남은 아들을 돌보면서도 한편으로는 울음소리도 들어보지 못한 아이에 대한 생각으로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베이비모니터에 자꾸 이상한 소리와 모습이 잡힌다하지만 메리나 남편 이 가보면아들 방에는 아무것도 없었다이에 잭은 그녀가 산후우울증을 겪는 게 아닌가 의심한다아이의 다리에서 이상한 흉터를 발견한 잭은집 안 곳곳에 CCTV를 설치한다잭이 회사 일로 출장을 가는 바람에 아들과 둘만 남은 메리집에서는 자꾸만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메리는 뭔가가 자신의 아이를 노린다는 확신을 갖는다그녀는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의 사례를 검색하는데…….

 

  어린아이를 노리는 사악한 존재와 이에 맞서는 어머니를 다룬 작품들은 꽤 있다그렇게 많은 작품을 접하진 않았지만 내가 본 것 중에서는다 큰 아이를 구하러 다니는 건 아버지가 많고 어린아이를 구하는 건 어머니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아이가 작으면 엄마가 데리고 뛰기 편해서일까?

 

  하여간 이 작품 역시갓 태어난 아이를 노리는 악령에 맞서는 엄마의 고군분투기를 그리고 있다문제는 엄마의 눈에는 악령이 보이지만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엄마가 미친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이다엄마의 눈에는 낯선 존재가 보이고엄마의 귀에는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엄마가 혼자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어쩌면 문제는 CCTV일지도 모르겠다다른 사람들이 그 당시 어떤 일이 있었는지 확인하는 방법은집안 곳곳에 설치해놓은 CCTV밖엔 없었다그런데 이런 장르를 본 사람들은 다 안다거기에는 악령의 존재가 찍힐 리가 없다는 사실을거기다 영화에서는 영리하게도 거기에 한술 더 떠서엄마가 한 행동이 전혀 다르게 보이도록 만들었다이건 영화 오큘러스 Oculus, 2013’ 같은 카메라로 모든 것을 녹화하는 설정이 나온 최근 작품들에서 비슷하게 사용했던 설정이다.

 

  그래서 모든 상황은 엄마에게 불리하게만 돌아갔다사람들은 그녀가 아이를 잃은 슬픔에 극심한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만 여겼다그녀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은우울증과 망상에서 나온 헛소리로만 치부했다그런데그런 상황이면 아내가 거부해도 돌봐줄 사람을 구해야 하는 거 아니었나유모라든지 집안일을 돌봐줄 사람이나 그것도 아니면 다른 가족이라도 불렀어야 하는 게 아닐까?

 

  자신이 알아낸 것들을 남편에게 얘기하지 않는 아내아내가 말하는 것을 모두 망상에서 나온 헛소리라 여기며 들어주는 척만 하는 남편어쩌면 부부 사이에 대화가 별로 없었던 것이 문제를 더 악화시켰을지도 모르겠다하여간 대화의 부재는 거의 모든 사건의 원인이자 갈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그런데 그렇게 아들 방에 뭔가 있는 것 같으면그냥 같이 데리고 자면 되지 않았을까굳이 베이비모니터를 설치해가면서 뭔가 아이를 데리고 가지 않을까 걱정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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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산범 (2disc)
허정 감독, 염정아 외 출연 / 에프엔씨애드컬쳐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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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제 - The Mimic, 2017 8.17 개봉

   감독 - 허정

   출연 - 염정아, 박혁권, 허진, 신린아






  치매에 걸린 노모와 어린 딸 ‘준희’를 데리고 장산으로 이사 온 ‘희연’과 ‘민호’ 부부. 아들을 잃어버린 아픈 기억을 잊고, 한적한 전원에서 살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개를 찾으러 갔던 동네 아이들의 부탁으로 도와주러갔던 부부는 한 소녀를 만난다. 소녀를 씻기던 희연은 학대의 흔적을 발견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집에서 머물도록 한다. 그런데 자신의 이름을 부부의 딸과 똑같은 준희라고 밝힌 소녀는 이상하게 딸과 비슷한 소리를 낸다. 소녀가 집에 머물면서부터 가족들에게는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장산범’이라는 도시 괴담 속의 괴물이 있다. 온 몸이 하얀 털로 뒤덮여있는데,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 낸다고 한다. 그리고 그 목소리에 홀려 따라온 사람을 죽인다는 것이다. 영화의 처음 시작은 좋았다. 불륜관계에 있는 두 남녀가 본처를 죽이고 숲의 어느 동굴 같은 곳에 버리고 그곳을 메운다. 그런데 이상하게 두 사람에게 죽은 부인의 목소리가 들리면서, 공포에 휩싸인다. 장산범이라는 존재가 뭔지 알고 보는 사람은 ‘이제 괴물이 나오겠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어떻게 묘사가 될 지 기대를 할 것이다. 반면에 장산범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라면, ‘죽은 사람이 귀신으로 나오는 건가’라며 비명 지를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영화의 공포는 거기서 끝이었다. 장산범이 조금씩 가족을 홀리는 목소리를 내도, 드디어 정체를 드러내고 본격적으로 가족을 위협해도, 영화의 분위기는 전혀 무섭다거나 오싹하지 않았다. 특히 후반부에 가서는 어쩐지 모를 짜증까지 났다.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주인공인 희연이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리 학대받은 것 같은 아이가 안쓰럽고 그래도, 자기 딸이랑 이름도 똑같고 목소리까지 비슷하게 내는 아이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 게 이상했다. 난 누군가 내 조카 이름과 목소리를 똑같이 내는 아이가 있다면 께름칙하게 느껴졌을 텐데. 그런데 이 영화의 주인공은 전혀 그러지 않았다. 심지어 아무도 없는 집에 한밤중에 자기 딸만 혼자 내버려두고 그 아이를 찾아 나선다. 어린 딸에 대한 보호대책은 아무것도 해놓지 않고! 게다가 희연은 치매 걸린 노모와 어린 아들을 두고 자리를 비웠다가, 아들을 잃어버린 아픔이 있다. 그런데 남은 딸을 그렇게 무방비상태로 놓고 나간다? 한밤중에, 사람도 거의 없는 외진 곳에 있는 집에 혼자 두고?



  애인님은 희연이 목소리에 홀려서 그랬다고 했지만, 그런 과정은 나오지 않았다. 설마 그 아이를 처음 보자마자 홀린 걸까? 이해가지 않는 그녀의 모든 행동들이 다 목소리에 홀린 증거인 걸까? 하여간 그래서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는 지지부진하게만 느껴지고, 전혀 무섭지도 않고, 오싹한 건 안드로메다로 가버렸다. 남은 건, 자신의 자식은 잊어버리고 다른 아이에게 매달리는 주인공뿐이었다. 공포영화에 모성애를 넣으려고 한 것 같은데, 그 모성애의 방향이 좀 이상했다. 애인님 말대로, 홀려서 그랬다고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할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그녀는 아들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딸을 버린 게 되니까. 아니, 딸을 버린 게 아니라 그녀의 기억 속에서는 그 아이에서 저 아이로 딸이 바뀐 걸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감독이 보여주고 싶었던 장산범이란 괴물은, 목소리를 흉내 내는 것뿐만 아니라 원래의 존재와 대체되기까지 한다는 걸까?



  산에서 만난 아이가 남자아이여서 잃어버린 아들을 연상시키거나, 딸이 실종되고 그 아이가 나타나는 거였다면, 희연이 그토록 아이에게 집착하는 게 이해가 갔을 텐데 아쉽기만 하다. 그런 방식이 진부해서 제외시킨 걸지 모르겠지만, 그랬다면 주인공의 행동에 공감이라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영화는 그런 공감대 형성에 실패했다. 그냥 무섭지도 않고, 애달프지도 않은 이상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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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페이지
브래드 페이튼 감독, 나오미 해리스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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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Rampage, 2018

  감독 브래드 페이튼

  출연 드웨인 존슨제프리 딘 모건조 맹가니엘로말린 애커맨

 

 

 

  한 기업이 우주에서 몰래 유전자 실험을 하려다가 문제가 생긴다결국 우주선은 폭발하고샘플 가스를 담은 용기가 지구로 떨어진다우연히 그걸 흡입한 세 마리 동물알비노 고릴라와 늑대 그리고 악어는 유전자 변형을 일으키게 된다다쳐도 금방 재생할 수 있고원래 모습보다 몇 배로 커지면서 공격력과 민첩성 등이 뛰어나게 발달한 동물들은 위협적이었다기업에서는 그들에게 영향을 주는 전파를 일으키고동물들은 그 신호를 따라 도심지로 향하며 모든 것을 파괴하는데…….

 

  영화의 주인공은 동물 사육사인 드웨인 존슨이라고 알려졌지만영화를 보면 실질적인 주인공은 알비노 고릴라인 조지라는 걸 알 수 있다남들과 다른 피부색 때문에 따돌림당할 수도 있지만특유의 친화력과 포용력으로 다른 고릴라들과 그럭저럭 잘 지내는 성품인간과 농담 따먹기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유머 감각과 수화를 구사할 정도로 뛰어난 지능 그리고 인간과 공존하는 친화력인간의 잘못으로 고난을 겪지만 절대로 인간을 미워하지 않고 끝까지 돕는 의리까지! ‘혹성탈출진화의 시작 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 2011’의 주인공 시저’ 이후 두 번째로 만나는 멋진 유인원이었다시저가 타고난 지배자였다면조지는 뛰어난 장군이었다마지막 장면까지 품위와 유머 감각을 잃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드웨인 존슨이 몸을 던져 구르는 장면이 많았지만그건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이미 그 사람이 그렇게 나오는 작품을 본 적이 있어서인지, ‘이번엔 위험했어이야진짜 힘들겠네.’라는 생각만 들었다미드 수퍼내추럴 Supernatural’에서 퇴마사이자 악마 사냥꾼으로 나왔다가 워킹 데드 The Walking Dead’에서 나쁜 놈으로 나왔던 제프리 딘 모건이 등장할 때는, ‘아저씨 이건 오컬트 물이 아니라 괴수 물이에요.’라는 생각과 함께 뒤통수치는 건가?’라는 의심이 아주 잠깐 들기도 했다.

 

  영화를 보면서 쥬라기 공원 Jurassic Park, 1993’이 떠올랐다그 작품에서는 온갖 유전자 조작을 통해 오래전에 사라진 공룡을 복원해냈다여기서도 유전자 조작을 통해 여러 동물의 장점을 갖춘 최강의 병기가 만들어졌다과학을 이용한 인간의 우수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문제는 인간에게는 그런 걸 만들어낸 능력은 있는데그걸 관리하거나 제어할 능력까지는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이런 장르에서 보면원래 인간은 저 모양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매번 인간의 지나친 자신감과 과욕 때문에 실험하고그 실험에 문제가 생기자 은폐하려다가 문제가 더 커지고결국 지구 단위의 재난이 발생하고……이제 인간이 문제의 원인인 것은 기본 명제가 되어버린 모양이다그러니까 인간이 자기들의 과욕 때문에 멸망하는 작품이 나올 때가 되었는데언제쯤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인간들이 다 사라지고 난 다음에그들이 만들어낸 실험체들이 지구를 차지하는 그런 거로진짜 내가 조지였으면 인간들 다 죽이고 동물의 왕국으로 만들었을 것 같다.

 

  동물들의 활약이 엄청났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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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주가의 대모험 - 1년 52주, 전 세계의 모든 술을 마신 한 남자의 지적이고 유쾌한 음주 인문학
제프 시올레티 지음, 정영은 옮김, 정인성 감수 / 더숲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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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부제 - 1년 52주, 전 세계의 모든 술을 마신 한 남자의 지적이고 유쾌한 음주 인문학

  원제 - The Year of Drinking Adventurously: 52 Ways to Get Out of Your Comfort Zone, 2015


  저자 - 제프 시올레티







  이 책은, 저자가 지금까지 마셔본 술을 특별한 기념일에 맞춰서 52개의 종류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가령 첫 번째 주는 추운 겨울이기에 이를 극복할 ‘스카치 위스키’를 소개한다. 그러면 두 번째 주에는 자연스레 미국의 위스키로 넘어가고, 세 번째 주는 당연히 캐나다로 이동한다. 그 와중에 봄에는 벚꽃이 생각나니 일본의 ‘사케’를 소개하고, 발렌다인데이가 있는 주에는 다크 초컬릿과 어울린다는 ‘아이리시 위스키’를, 5월 5일이 들어있는 18번째 주에는 멕시코의 기념일이 있으니 ‘테킬라’가 등장한다. 이런 식으로 보면, 1년 52주내내 술을 마실 핑계가 만들어진다. 좋은데?



  처음 제목과 부제를 보았을 때는 단순히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얼굴도 본 적이 없는 저자의 간이 걱정되었다. 저자는 일주일에 술 하나씩, 총 52개의 술을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가만히 따져보면, 52개가 아니다. 예를 들어 ‘배럴 숙성 맥주’인 9번째 주를 보면, 이에 해당하는 맥주를 만드는 회사들의 술을 대여섯 개 소개하고 있다. 향과 맛을 비교하는 걸 보니, 다 마셔본 모양이다. 그렇다면 저자는 52개가 아니라 적어도 200개가 넘는 종류의 술을 마신 것이다. 건강이 조금 염려스럽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척 부러웠다. 나도 술 마실 줄 아는데…….



  전 세계라고 하지만, 주로 유럽과 미국의 술 소개가 많았다. 동양의 술은 한국의 ‘소주Soju’와 일본의 위스키와 ‘사케’, ‘소츄Shochu’, 그리고 중국의 ‘백주’와 ‘황주’가 다이다. 저자가 아직 한국의 ‘막걸리’를 맛보지 못한 모양이다. 혹시 2권을 낼 생각이 있다면, 꼭 막걸리 또는 ‘동동주’를 먹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런데 소츄라니? ‘김치’를 ‘기무치’라고 소개하는 일본의 상술이 생각나면서 혹시나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리고 소주에 대한 부분에서 술잔을 비운 후 처음 술을 따라준 이에게 다시 돌려주고 술을 따르는 것이 예의라고 나왔는데, 요즘은 아니지 않나? 내 주위에서만 안 그러는 건가?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세상은 넓고 술 종류는 많다’였다. 꽃 향을 넣는다거나 사이다(한국의 사이다와는 다르다) 또는 커피, 벌꿀을 첨가하는 건 애교였다. 왜 굳이 술에 피클 주스나 고추를 넣는 건지 모르겠다. 사람마다 취향이 제각각이라지만, 이건 내 상상을 뛰어넘는 조합이었다. 혹시 안주와 술을 한꺼번에 먹겠다는 의미인가? 그럼 나는 술에 치킨을 넣고 싶다!



  술에 대한 저자의 표현 중에 재미있는 게 많았다. ‘그라파’라는 술을 처음 마셨을 때, 영화 ‘엑소시스트’에서 악마에 빙의된 소녀가 성수를 맞을 때의 기분에 대해 애기한다거나, 술이 떡이 되었을 때 앞뒤를 분간 못한다는 말을 하면서 사실 금주법 시대에 불량 업체들이 만든 술을 마시면 시력을 잃을 수도 있었다는 얘기 등등. 그냥 술에 대한 얘기만 있었으면 지루했을 수도 있는데, 이런 재치 있는 문장들 덕분에 킥킥대며 읽을 수 있었다.



  작년에 우리 남한과 북한의 지도자가 만나 종전에 대해 애기할 때, 온 나라 더 나아가 관련국들이 들썩였다. 그 때 트위터 타임라인을 휩쓴 트윗 하나가 있었는데, 대동강 맥주에 관한 얘기였다. 그렇다. 북한에도 맥주가 있었다. 당연한 거지만 조금 놀라웠다. 요즘에는 편의점에서 만원 한 장이면 세계 맥주를 4캔에서 6캔 사먹을 수 있지만, 안타깝게 북한의 맥주는 구할 수가 없었다. 진짜 평화가 유지되어, 편의점에서 북한 맥주를 사먹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우선 그 전에라도, 술파는 곳에 이 책을 들고 가서 하나씩 먹어봐야겠다. 아, 물론 1년 안에 다 마시진 않을 거다. 내 간은 소중하니까.



  아, 제일 아쉬웠던 것은 술병 사진이 한 장도 없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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