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범 (2disc)
허정 감독, 염정아 외 출연 / 에프엔씨애드컬쳐 / 2018년 1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제 - The Mimic, 2017 8.17 개봉

   감독 - 허정

   출연 - 염정아, 박혁권, 허진, 신린아






  치매에 걸린 노모와 어린 딸 ‘준희’를 데리고 장산으로 이사 온 ‘희연’과 ‘민호’ 부부. 아들을 잃어버린 아픈 기억을 잊고, 한적한 전원에서 살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개를 찾으러 갔던 동네 아이들의 부탁으로 도와주러갔던 부부는 한 소녀를 만난다. 소녀를 씻기던 희연은 학대의 흔적을 발견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집에서 머물도록 한다. 그런데 자신의 이름을 부부의 딸과 똑같은 준희라고 밝힌 소녀는 이상하게 딸과 비슷한 소리를 낸다. 소녀가 집에 머물면서부터 가족들에게는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장산범’이라는 도시 괴담 속의 괴물이 있다. 온 몸이 하얀 털로 뒤덮여있는데,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 낸다고 한다. 그리고 그 목소리에 홀려 따라온 사람을 죽인다는 것이다. 영화의 처음 시작은 좋았다. 불륜관계에 있는 두 남녀가 본처를 죽이고 숲의 어느 동굴 같은 곳에 버리고 그곳을 메운다. 그런데 이상하게 두 사람에게 죽은 부인의 목소리가 들리면서, 공포에 휩싸인다. 장산범이라는 존재가 뭔지 알고 보는 사람은 ‘이제 괴물이 나오겠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어떻게 묘사가 될 지 기대를 할 것이다. 반면에 장산범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라면, ‘죽은 사람이 귀신으로 나오는 건가’라며 비명 지를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영화의 공포는 거기서 끝이었다. 장산범이 조금씩 가족을 홀리는 목소리를 내도, 드디어 정체를 드러내고 본격적으로 가족을 위협해도, 영화의 분위기는 전혀 무섭다거나 오싹하지 않았다. 특히 후반부에 가서는 어쩐지 모를 짜증까지 났다.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주인공인 희연이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리 학대받은 것 같은 아이가 안쓰럽고 그래도, 자기 딸이랑 이름도 똑같고 목소리까지 비슷하게 내는 아이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 게 이상했다. 난 누군가 내 조카 이름과 목소리를 똑같이 내는 아이가 있다면 께름칙하게 느껴졌을 텐데. 그런데 이 영화의 주인공은 전혀 그러지 않았다. 심지어 아무도 없는 집에 한밤중에 자기 딸만 혼자 내버려두고 그 아이를 찾아 나선다. 어린 딸에 대한 보호대책은 아무것도 해놓지 않고! 게다가 희연은 치매 걸린 노모와 어린 아들을 두고 자리를 비웠다가, 아들을 잃어버린 아픔이 있다. 그런데 남은 딸을 그렇게 무방비상태로 놓고 나간다? 한밤중에, 사람도 거의 없는 외진 곳에 있는 집에 혼자 두고?



  애인님은 희연이 목소리에 홀려서 그랬다고 했지만, 그런 과정은 나오지 않았다. 설마 그 아이를 처음 보자마자 홀린 걸까? 이해가지 않는 그녀의 모든 행동들이 다 목소리에 홀린 증거인 걸까? 하여간 그래서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는 지지부진하게만 느껴지고, 전혀 무섭지도 않고, 오싹한 건 안드로메다로 가버렸다. 남은 건, 자신의 자식은 잊어버리고 다른 아이에게 매달리는 주인공뿐이었다. 공포영화에 모성애를 넣으려고 한 것 같은데, 그 모성애의 방향이 좀 이상했다. 애인님 말대로, 홀려서 그랬다고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할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그녀는 아들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딸을 버린 게 되니까. 아니, 딸을 버린 게 아니라 그녀의 기억 속에서는 그 아이에서 저 아이로 딸이 바뀐 걸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감독이 보여주고 싶었던 장산범이란 괴물은, 목소리를 흉내 내는 것뿐만 아니라 원래의 존재와 대체되기까지 한다는 걸까?



  산에서 만난 아이가 남자아이여서 잃어버린 아들을 연상시키거나, 딸이 실종되고 그 아이가 나타나는 거였다면, 희연이 그토록 아이에게 집착하는 게 이해가 갔을 텐데 아쉽기만 하다. 그런 방식이 진부해서 제외시킨 걸지 모르겠지만, 그랬다면 주인공의 행동에 공감이라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영화는 그런 공감대 형성에 실패했다. 그냥 무섭지도 않고, 애달프지도 않은 이상한 영화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