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차이를 만드는 독서법, 본깨적
박상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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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박상배



  지금까지 독서법에 대한 책을 읽어본 적이 없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취향의 책이나 누군가 추천해주는 책을 읽어왔다. 그러다가 몇 년 전부터는 뭘 읽었는지 정리하기 위해 감상문을 남기고 있다. 책 목록 정리도 되고 어떤 내용이었는지 다시 기억하기도 편하고, 다만 리뷰를 쓰는 게 좀 어렵긴 하지만 나름 만족하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둘째 조카가 푸는 대입 논술 문제를 보다가 충격을 먹었다. 나름 책을 많이 읽고 많은 생각을 하면서 리뷰를 쓴다고 믿고 있었는데, 그 문제를 제대로 풀어내지 못했다. 과연 난 지금까지 뭘 읽은 걸까? 물론 시어를 하나로만 정의하는 국어 교육에 무리수가 있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좀 충격이었다. 논술을 배우지 못한 세대의 비애라고 해야 할까?


  그러다가 이 책의 소개 글을 읽게 되었다. 독서 컨설턴트라는 저자의 직업에 호기심을 느꼈다. 또한 책에서 본 것을 깨닫고 삶에 적용하는 본깨적 독서법이 뭔지 궁금했다. 어쩌면 난 읽기만 하고 거기서 깨달은 것을 적용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은 우선 1장에서 책을 읽으면서 삶이 바뀌는 경험을 했던 예를 보여주고 있다. 저자의 경험담과 그가 존경하거나 같이 독서를 했던 많은 다양한 사람들의 사례를 들어서 얘기하고 있다. 마치 간증집같은 느낌이 들은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


  2장에서는 어떻게 책을 읽으면 좋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을 하는 것도 좋지만, 시간이 없을 경우에는 목차를 보면서 자기에게 필요한 부분만 골라 있는 것도 괜찮다고 알려준다. 또한 저자의 관점에서 책을 읽으라고 조언한다. 비판적 사고를 하기 위해 책을 읽으면서 비판을 하는 것도 좋지만, 저자가 무슨 얘기를 하려고 했는지 제대로 읽고 핵심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의 관점에서 독서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또한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을 예로 들면서, 1일1주2주4주 재독법을 주장한다.




  그리고 책읽기의 임계점에 대해서 얘기한다. 책을 무조건 많이 읽는다고 깨닫는 것이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는 최소한 300권은 읽어야한다고 덧붙인다.


  3장에서 저자는 책을 활용하면서 읽는 법을 보여준다. 우선 책을 읽기전후 체크 리스트를 만들어서 활용하는 방법은 마음에 들었다. 그러면 어떤 책을 먼저 읽어야 하는지 우선순위를 만들면 우왕좌왕하지 않고 계획적으로 독서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괜찮았다. 또한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중간 중간에 노트에 정리를 해가면서 읽는다는 점은 좋았다. 마음에 드는 글귀를 적어놓고, 나중에 어떤 내용이었는지 기억하기도 편하고.


  그런데 책의 여백에다가 메모를 하거나 밑줄을 그으면 좋다는 저자의 의견은 내 독서법하고 완전히 다른 것이어서 ‘이건 좀…….’하고 망설이게 되었다. 책이 수험서도 아니고, 왜 색색으로 밑줄을 긋고 여백에 느낀 것이나 메모를 적으라는 것인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러다가 책의 후반에 저자가 추천하는 책 목록을 읽고,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거기에 적힌 목록에는 문학 작품이 들어있지 않았다. 거의 실용서 위주였다. 그런 류의 책은 읽으면서 적용할 것과 덧붙일 것들이 수시로 생각나니까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4장에서 저자는 북바인더라는 개념을 설명한다. 위에서 적은 독서전후 체크 리스트를 비슷한 분야끼리 묶어놓은 것이다. 저렇게 모아놓으면 나중에 분야별로 찾아보기 편할 것 같다. 꽤 좋은 생각이었다.



  책은 전반적으로 꽤 좋다는 느낌이었다. 독서를 계획적으로 하는 방법과 단순히 책을 그냥 읽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느낀 점까지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정리하는 법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책에 밑줄을 긋고 여백에 메모를 하라는 방법은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다. 교과서나 문제집이 아닌 이상, 그 외의 책에 뭔가 표시를 한다는 것은 나에겐 엄청난 죄악처럼 느껴진다. 책 귀퉁이를 접는 것도 얼마나 마음이 아픈데…….


  문득 예전에 어쩐 분이 자기는 똑같은 책을 두 권 구입한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한권은 독서용, 다른 한 권은 보관용. 그 때는 왜 그러나 싶었는데, 갑자기 그 분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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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순간 (양장)
파울로 코엘료 지음, 김미나 옮김, 황중환 그림 / 자음과모음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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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파울로 코엘료

  그림 - 황중환



  애인님은 코엘료의 작품을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내가 묻는다. ‘코엘료가 좋아, 아시모프가 좋아, 내가 좋아?’ 물론 반대로 애인님도 나에게 묻는다. ‘엘러리 퀸이 좋아, 포와로가 좋아, 내가 좋아?’ 당연한 걸 묻는다, 우리는. 유치하게.


  도대체 애인님이 너무도 좋아하는 코엘료가 누군지 궁금해서, 소설 ‘연금술사’를 읽어보았다. 명언을 모아놓은 어른용 동화책 같았다. 그래서 이후 그의 작품엔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냥 애인님 생일이나 기념일때 선물로 사는 것 외엔 그닥. 사실 그 당시는 그런 종류의 책을 좋아하지 않을 때였다. 지금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예전처럼 대놓고 싫어하지는 않는다.


  그러다가 이번에 그의 트윗글 모음집이 출판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애인님은 흥분했고, 난 그냥 그랬다. 그 작가의 소설은 대사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가 명언이니까, 그냥 이야기로 엮지 않은 것뿐일 거라는 생각을 했다.


  책은 말 그대로 코엘료의 명언 모음집이었다. 




  흐름이 있는 이야기로 쓴 소설은 아니었지만, 어쩐지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사랑’을 하는 두 남녀가 있는데, 각자의 ‘삶’을 살아가면서 ‘지혜’가 필요할 때도 있고, 때로는 ‘고통’도 느끼고, ‘땀’을 흘리는 노동을 하면서 진정한 ‘인생’이 뭔지 깨달아가는 흐름이 있는 것 같았다. 작은따옴표안의 단어는 각 장의 주제가 되는 글귀에서 따왔다.






  감명 깊은 구절을 기억하고자 책 모서리를 접어놓는 독서 습관이 있는데, 이 책은 그럴 수가 없었다. 첫 장부터 마지막장까지 다 좋은 말 뿐이었다. 책 전체를 접을 수도 없고, 그냥 고이고이 보존하기로 했다.


  그림의 삽화는 간결하니 글과 잘 어울렸다.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인간의 심리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 글이 말하고자 하는 걸 정확히 나타냈다. 마음에 들었다.





 위에 있는 문장은 소설 '연금술사'에도 나오는 것인데, 그 책과는 좀 달랐다. 왜 그럴까? 번역가 차이일까 아니면 코엘료씨가 그렇게 적은 것일까? 궁금하다.


   그리고 사실 포와로가 더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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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옷을 입은 사나이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32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석환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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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Man in the Brown Suit, 1924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내가 좋아하는 포와로도 미스 마플도 나오지 않는 책이다. 대신 젊은 청춘남녀가 등장한다. 갑자기 사건에 휘말린 주인공과 그녀 또는 그를 돕는 조력자, 잘생기고 돈 많은 조력자인지 용의자인지 구별이 안 가는 사람 하나, 치명적인 함정을 가진 매력적인 여자도 하나, 그리고 국제적인 음모. 마지막으로 절대로 빠지지 않는 두 주인공의 로맨스. 크리스티의 작품 중에는 이런 스타일의 책 더러 있다.


  앤 베딩펠트는 고고학자였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앞으로 어찌 살아야할지 고민에 빠진 아가씨이다. 사업 감각이 없는 아버지였기에, 그녀에게 남은 유산은 거의 없었다. 우연히 기차에서 한 남자가 추락사하는 것을 목격한 그녀는 그 사건 뒤에 음모가 숨겨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모 아니면 도라는 심정으로 모든 돈을 탈탈 털어 사건을 추적하기로 결심한다. 아프리카로 향하는 유람선에서 그녀는 여러 사람을 만나며 친분을 다져간다. 그와 동시에 생명의 위협까지 받는다. 쉬잔 백작부인과 의기투합한 그녀는 모든 사건의 범인으로 보이는 갈색 옷을 입은 잘생긴 남자를 찾아 헤매는데…….


  전에 애거서 크리스티 콜렉션 DVD에서 이 작품을 본 적이 있다. 이후 다시 책을 읽으면서, 영상과 소설의 결정적인 차이를 알아차렸다. 이 책에는 1인 3역을 하는 공범이 나오는데, 소설을 읽으면서는 긴가민가 고민을 하게 한다. 과연 그들이 동일인인지 아닌지 잠시 생각을 해야 한다. 그런데 DVD에서는 보자마자 딱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음, 그래서 영상은 소설보다 좀 재미가 덜했다.


  책에서 앤이 갈색 옷을 입은 남자의 독특한 두개골 형태 때문에 그가 어떤 변장을 하건 알아볼 수 있다고 하는데, 그 말이 좀 웃겼다. 그리고 얼마 전에 리뷰를 올린  ‘과학의 숨겨진 이야기’라는 책에서 또 이 대목이 생각나,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음, 그래도 그 당시에는 상당히 진지했을 것이다.


  솔직히 내가 앤이라면 과연 저런 모험의 길을 떠났을까하는 생각해보았다. 어떻게 그녀는 익숙한 고향에서 취직을 한다거나 청혼을 하는 주변 남자들을 다 버리고, 있는 돈 없는 돈 다 털어서 실오라기 같은 가능성에 기대어 새로운 미지의 땅으로 모험을 떠날 결심을 했을까? 무모하기도 하고, 대책이 없어 보이기도 하고, 즉흥적이면서 감정적이다. 나와는 정반대의 성격이다.


  하지만 그런 모험을 떠났으니 여러 사람을 만나고 알고 보니 재벌아들이라는 로맨스의 공식에 맞는 남자를 찾아냈겠지……. 인생 역전이라는 거다.


  그런데 내가 제일 싫어하는 설정이 바로 이런 거다. 알고 보니 재벌 아들, 첫눈에 반한 사랑, 불나방처럼 불길에 뛰어드는 여주인공.


  불행히도 이 책에는 그런 요소가 다 들어있다. 그래서 처음 읽을 때, 저런 요소가 들어있을 거라는 추측이 맞아떨어지니까 흥미가 싹 가셨다. 그래도 꾹 참고 읽었다. 여주인공이 DVD에서 나왔던 것보다 더 활동적이고, 재치가 넘쳤다.


  그런데 아무리 읽어도, 둘이 사랑에 빠질 계기나 이유가 없었는데 왜 마무리는 그렇게 되는 건지 의아하다. 그냥 아무도 없는 섬에서 한 달 동안 닥치고 갇혀서 살면 없던 정도 생기는 건가? 아, 그래서 납치 감금물이……. 음, 여기까지.


  오타 발견! ‘여자들이란 언제나 성직자를 주위를 맴돌게 마련이다. -p.96’이라고 적혀있는데, ‘성직자의 주위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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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렉터
마커스 던스탠 감독, 마이클 레일리 버크 외 출연 / 미디어허브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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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Collector, 2009

  감독 - 마커스 던스탠

  출연 - 조시 스튜어트, 마이클 레일리 버크, 안드레아 로스, 후안 페르난데스




  포스터가 인상적이어서 보기로 마음먹은 영화이다. 복면의 끈을 질끈 동여매는, 건장하다는 걸 알 수 있는 한 남자의 뒤태. 그리고 '놈은 반드시 한 명만 수집한다!'는 문구까지. 분명 나쁜 짓을 하려고 굳게 마음을 먹은 놈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남의 집에 쳐들어가 돈과 목숨을 빼앗아가는 놈과 그에 맞서는 일가족의 사투를 그렸을 거라고 추측을 했다.


  영화의 주인공인 남자가 어디선가 낯이 익었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그를 보는 순간 그냥 눕고 싶고, 모든 것에 의욕을 잃는 느낌이 들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미국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 Criminal Minds'에 나왔던 배우이다. 나올 때마다 어쩐지 무기력하고 소심한 이미지여서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던 연기자였다. 왜 JJ와 이 남자를 엮은 건지 제작자들에게 화가 났었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아킨은 수리공이지만 어쩔 수 없는 협박으로 도둑질을 해야 했다. 빚을 갚기 위해, 그는 자신이 수리를 맡았던 부유한 집을 목표로 삼는다. 그런데 몰래 침입해 보석을 훔치려는 순간, 그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곳에는 자기 말고 또 다른 침입자가 있었다. 좀도둑인 자신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막강한 체력과 뛰어난 트랩 설치 기술을 갖고 있는 괴한이었다. 게다가 비어있어야 할 그 집의 가족들이 놈에게 잡혀서 고문을 당하고 있는 상황.


  아킨은 고민한다. 그냥 보석만 갖고 튀어야 하나? 하지만 자기 딸과 비슷한 또래의 그 집 막내딸을 생각하니 뭔가 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결국 막내딸이라도 구하기 위해 아킨은 놈과 맞서는데…….


  영화는 온갖 함정장치를 등장시켜 인간이 얼마나 처참하고 무력하게 당할 수 있는지 아주 세세하게 보여준다. 잘못 발을 내딛으면 갈고리에 걸려 거꾸로 매달리거나 곰 잡는 덫을 밟을 수도 있고, 구조요청을 위해 수화기를 들으면 침이 튀어나온다. 그뿐인가. 창을 열려고 하면 칼날이 박힌 창틀이나 단두대 칼날 때문에 손가락이 잘릴지도 모른다. 또 어느 방에는 염산을 뿌려놓아 신발이 녹기도 한다. 도대체 언제 설치했는지 집안 곳곳이 다 치명적인 함정으로 가득했다.


  영화를 보면서 참 지극정성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저런 정성과 계획성이면 굳이 사람을 잡아다 고문해서 죽이는 일 말고 다른 걸해도 성공할 것 같았다. 모든 덫의 설치는 꼼꼼하고 세밀했으며 논리적이었고 계산이 정확했다. 혹시 놈은 어릴 적에 수학이나 과학 영재가 아니었을까?


  몇몇 장면은 참 끔직했다. 산 채로 실과 바늘로……. 비명을 지르자 혀를……. 더 이상의 언급은 피하겠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감독의 전작을 살펴보았다. 영화 쏘우 시리즈의 각본을 맡은 사람이었단다. '아!'하는 감탄사와 함께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저렇게 정교한 함정과 잔인한 행동이 아무렇지 않게 나오는 구나…….


  중간에 상자에 갇혀있던 남자의 대사에서 포스터에 적힌 문구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었다. 한 가족을 공격하여 끝까지 저항한 사람만 살려둔다. 그리고 그 사람을 상자에 넣어간다. 예전에 읽은 '쿠퍼 수집하기 Collecting Cooper, 2011'도 떠올랐고, '고독 蠱毒'이라는 주술 괴담 이야기도 생각났다.


  불만인 것은, 왜 놈이 사람들을 죽이는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쏘우는 적어도 왜 그들을 잡아다가 그런 짓을 하는지 이유가 나온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냥 밑도 끝도 없이 집안사람들을 잡아다 온갖 고문을 다 하고 죽여 버린다. 놈은 끝까지 단 한마디 말도 하지 않는다. 요즘 유행한다는 묻지마 살인의 한 형태를 보여주는 것인지,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시간과 정성을 들였다. 미친놈의 심리는 절대로 알 수 없다는 것일까?


  영화의 결말은 어쩐지 다음편이 있을 거라는 암시를 한다. 역시나 그랬다. 하아, 저 미친 짓을 또 한 번 더 봐야한단 말인가. 아마 봐야겠지? 다음 편에서 놈의 머리카락 하나라도 나올 거라는 기대감을 갖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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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마실 - 커피향을 따라 세상 모든 카페골목을 거닐다
심재범 지음 / 이지북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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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커피향을 따라 세상 모든 카페골목을 거닐다

  저자 - 심재범




  바리스타 승무원이라는 직업이 있단다. 난 이 책에서 처음 들었다. 비행기에서 커피를 서비스하는 것이라 한다. 요즘은 비행기에서도 원두커피가 나오는 모양이다. 음, 현재는 아시아나 항공에서만 커피를 서비스한다고 적혀있다. 저자는 아시아나 항공의 바리스타팀 그룹장이란다. 그래서 그가 항공사 직원으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찾아다닌 카페와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 이 책이다. 그래서 제목이 ‘카페 마실’이다. 영어와 한글의 묘한 조합이다.


  표지는 분위기가 있고 멋졌다. 흑백으로 된 카페와 커피 사진들이 어딘지 모르게 따뜻한 느낌을 줬다. 그리고 거의 매 페이지마다 나오는 저자가 돌아다닌 각국의 유명 카페와 커피 사진도 무척 예쁘다. 건물도 건물이지만, 다양한 커피 기계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걸 보고 있자니 커피는 과학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침대만 과학인 게 아니었구나.





  그러다가 문득 내가 언제 이 나라를 여행하고, 언제 여기서 커피를 마셔보겠다고 열심히 읽고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법! 누가 알겠는가! 이번 주 로또에 덜컥 당첨돼서 여행을 갈 수 있을 지도! 물론 그 전에 로또를 사야겠지.


  책은 음, 그냥 이런 가게가 있고, 어떤 특징이 있다는 소개 글로 보였다. 주소, 전화번호, 홈페이지 주소 그리고 구글맵 주소가 적혀있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라도 외국을 여행할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커피 맛집 책 같은…….


  전문적으로 커피를 연구하는 사람이 써서 그런지, 아니면 내가 그런 쪽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지 생소한 용어들도 많았다. 책 앞부분에 전문 용어를 몇 개 설명해줬는데, 책을 읽을 때마다 앞을 넘겨보기 귀찮았다. 그래서 나중에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읽었다.


  처음 책을 읽을 때 ‘바디감’이 뭘까 한참 고민했다. 한자와 영어의 오묘한 결합이다. 요즘 사회에는 별별 신조어가 많이 쏟아지는데,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한자와 영어, 한글과 영어, 일본어와 한글 아니면 영어를 마음대로 줄이는 이런 식으로 마구 뒤섞어 놓는다. 원래 의미에서 벗어난 뜻을 가진 것도 있고, 어떻게 보면 은어 같기도 하다. 그런데 이 책은 커피와 카페에 대한 내용을 다루니까, 다른 쪽으로 빠지는 건 여기까지.


  책을 읽으면서, 신기한 게 참 많았다. 커피에 과일향이 난다거나 신 맛이 난다는 부분이 특히 그랬다. 허브차도 아닌 것이, 오미자도 아닌 것이 어떻게! 그러고 보니 전에 친구와 어느 카페에 갔다가 약간 뒷맛이 신 커피를 마셨던 기억이 난다. 음, 그 때는 케이크를 같이 먹어서 맛이 이상한 걸까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이야기는 미국 시카고에 있다는 인텔리젠시아 카페이다. 매장 내에 개인 전시회를 열 여력이 없는 가난한 예술가들을 위한 전시 공간을 만들었다고 한다. 윈윈 전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가는 자신의 작품을 전시할 기회와 공간을 얻고, 카페는 고객들에게 다양한 문화를 접할 기회를 주고. 그냥 커피만 마시면서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곳이 아닌, 평소 접하지 못했던 분야를 알 수 있는 여유를 주는 것이다. 하지만 편하게 쉬거나 얘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별로일지도 모르겠다.


  동네에 조용하고 손님이 별로 없는 카페가 있는데, 시간이 되면 가끔 간다. 구석에 앉아서 책 한 권 펼쳐들고,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킨다. 우유는 소화를 시키지 못해서, 카페라떼같은 건 꿈도 못 꾼다. 지금까지는 책을 읽느라 마시는 걸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번에는 신경 써서 맛을 음미해볼까 한다.


  나만의 동네 카페 마실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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