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색옷을 입은 사나이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32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석환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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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Man in the Brown Suit, 1924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내가 좋아하는 포와로도 미스 마플도 나오지 않는 책이다. 대신 젊은 청춘남녀가 등장한다. 갑자기 사건에 휘말린 주인공과 그녀 또는 그를 돕는 조력자, 잘생기고 돈 많은 조력자인지 용의자인지 구별이 안 가는 사람 하나, 치명적인 함정을 가진 매력적인 여자도 하나, 그리고 국제적인 음모. 마지막으로 절대로 빠지지 않는 두 주인공의 로맨스. 크리스티의 작품 중에는 이런 스타일의 책 더러 있다.


  앤 베딩펠트는 고고학자였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앞으로 어찌 살아야할지 고민에 빠진 아가씨이다. 사업 감각이 없는 아버지였기에, 그녀에게 남은 유산은 거의 없었다. 우연히 기차에서 한 남자가 추락사하는 것을 목격한 그녀는 그 사건 뒤에 음모가 숨겨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모 아니면 도라는 심정으로 모든 돈을 탈탈 털어 사건을 추적하기로 결심한다. 아프리카로 향하는 유람선에서 그녀는 여러 사람을 만나며 친분을 다져간다. 그와 동시에 생명의 위협까지 받는다. 쉬잔 백작부인과 의기투합한 그녀는 모든 사건의 범인으로 보이는 갈색 옷을 입은 잘생긴 남자를 찾아 헤매는데…….


  전에 애거서 크리스티 콜렉션 DVD에서 이 작품을 본 적이 있다. 이후 다시 책을 읽으면서, 영상과 소설의 결정적인 차이를 알아차렸다. 이 책에는 1인 3역을 하는 공범이 나오는데, 소설을 읽으면서는 긴가민가 고민을 하게 한다. 과연 그들이 동일인인지 아닌지 잠시 생각을 해야 한다. 그런데 DVD에서는 보자마자 딱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음, 그래서 영상은 소설보다 좀 재미가 덜했다.


  책에서 앤이 갈색 옷을 입은 남자의 독특한 두개골 형태 때문에 그가 어떤 변장을 하건 알아볼 수 있다고 하는데, 그 말이 좀 웃겼다. 그리고 얼마 전에 리뷰를 올린  ‘과학의 숨겨진 이야기’라는 책에서 또 이 대목이 생각나,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음, 그래도 그 당시에는 상당히 진지했을 것이다.


  솔직히 내가 앤이라면 과연 저런 모험의 길을 떠났을까하는 생각해보았다. 어떻게 그녀는 익숙한 고향에서 취직을 한다거나 청혼을 하는 주변 남자들을 다 버리고, 있는 돈 없는 돈 다 털어서 실오라기 같은 가능성에 기대어 새로운 미지의 땅으로 모험을 떠날 결심을 했을까? 무모하기도 하고, 대책이 없어 보이기도 하고, 즉흥적이면서 감정적이다. 나와는 정반대의 성격이다.


  하지만 그런 모험을 떠났으니 여러 사람을 만나고 알고 보니 재벌아들이라는 로맨스의 공식에 맞는 남자를 찾아냈겠지……. 인생 역전이라는 거다.


  그런데 내가 제일 싫어하는 설정이 바로 이런 거다. 알고 보니 재벌 아들, 첫눈에 반한 사랑, 불나방처럼 불길에 뛰어드는 여주인공.


  불행히도 이 책에는 그런 요소가 다 들어있다. 그래서 처음 읽을 때, 저런 요소가 들어있을 거라는 추측이 맞아떨어지니까 흥미가 싹 가셨다. 그래도 꾹 참고 읽었다. 여주인공이 DVD에서 나왔던 것보다 더 활동적이고, 재치가 넘쳤다.


  그런데 아무리 읽어도, 둘이 사랑에 빠질 계기나 이유가 없었는데 왜 마무리는 그렇게 되는 건지 의아하다. 그냥 아무도 없는 섬에서 한 달 동안 닥치고 갇혀서 살면 없던 정도 생기는 건가? 아, 그래서 납치 감금물이……. 음, 여기까지.


  오타 발견! ‘여자들이란 언제나 성직자를 주위를 맴돌게 마련이다. -p.96’이라고 적혀있는데, ‘성직자의 주위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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