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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커스 던스탠 감독, 마이클 레일리 버크 외 출연 / 미디어허브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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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Collector, 2009

  감독 - 마커스 던스탠

  출연 - 조시 스튜어트, 마이클 레일리 버크, 안드레아 로스, 후안 페르난데스




  포스터가 인상적이어서 보기로 마음먹은 영화이다. 복면의 끈을 질끈 동여매는, 건장하다는 걸 알 수 있는 한 남자의 뒤태. 그리고 '놈은 반드시 한 명만 수집한다!'는 문구까지. 분명 나쁜 짓을 하려고 굳게 마음을 먹은 놈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남의 집에 쳐들어가 돈과 목숨을 빼앗아가는 놈과 그에 맞서는 일가족의 사투를 그렸을 거라고 추측을 했다.


  영화의 주인공인 남자가 어디선가 낯이 익었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그를 보는 순간 그냥 눕고 싶고, 모든 것에 의욕을 잃는 느낌이 들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미국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 Criminal Minds'에 나왔던 배우이다. 나올 때마다 어쩐지 무기력하고 소심한 이미지여서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던 연기자였다. 왜 JJ와 이 남자를 엮은 건지 제작자들에게 화가 났었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아킨은 수리공이지만 어쩔 수 없는 협박으로 도둑질을 해야 했다. 빚을 갚기 위해, 그는 자신이 수리를 맡았던 부유한 집을 목표로 삼는다. 그런데 몰래 침입해 보석을 훔치려는 순간, 그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곳에는 자기 말고 또 다른 침입자가 있었다. 좀도둑인 자신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막강한 체력과 뛰어난 트랩 설치 기술을 갖고 있는 괴한이었다. 게다가 비어있어야 할 그 집의 가족들이 놈에게 잡혀서 고문을 당하고 있는 상황.


  아킨은 고민한다. 그냥 보석만 갖고 튀어야 하나? 하지만 자기 딸과 비슷한 또래의 그 집 막내딸을 생각하니 뭔가 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결국 막내딸이라도 구하기 위해 아킨은 놈과 맞서는데…….


  영화는 온갖 함정장치를 등장시켜 인간이 얼마나 처참하고 무력하게 당할 수 있는지 아주 세세하게 보여준다. 잘못 발을 내딛으면 갈고리에 걸려 거꾸로 매달리거나 곰 잡는 덫을 밟을 수도 있고, 구조요청을 위해 수화기를 들으면 침이 튀어나온다. 그뿐인가. 창을 열려고 하면 칼날이 박힌 창틀이나 단두대 칼날 때문에 손가락이 잘릴지도 모른다. 또 어느 방에는 염산을 뿌려놓아 신발이 녹기도 한다. 도대체 언제 설치했는지 집안 곳곳이 다 치명적인 함정으로 가득했다.


  영화를 보면서 참 지극정성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저런 정성과 계획성이면 굳이 사람을 잡아다 고문해서 죽이는 일 말고 다른 걸해도 성공할 것 같았다. 모든 덫의 설치는 꼼꼼하고 세밀했으며 논리적이었고 계산이 정확했다. 혹시 놈은 어릴 적에 수학이나 과학 영재가 아니었을까?


  몇몇 장면은 참 끔직했다. 산 채로 실과 바늘로……. 비명을 지르자 혀를……. 더 이상의 언급은 피하겠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감독의 전작을 살펴보았다. 영화 쏘우 시리즈의 각본을 맡은 사람이었단다. '아!'하는 감탄사와 함께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저렇게 정교한 함정과 잔인한 행동이 아무렇지 않게 나오는 구나…….


  중간에 상자에 갇혀있던 남자의 대사에서 포스터에 적힌 문구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었다. 한 가족을 공격하여 끝까지 저항한 사람만 살려둔다. 그리고 그 사람을 상자에 넣어간다. 예전에 읽은 '쿠퍼 수집하기 Collecting Cooper, 2011'도 떠올랐고, '고독 蠱毒'이라는 주술 괴담 이야기도 생각났다.


  불만인 것은, 왜 놈이 사람들을 죽이는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쏘우는 적어도 왜 그들을 잡아다가 그런 짓을 하는지 이유가 나온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냥 밑도 끝도 없이 집안사람들을 잡아다 온갖 고문을 다 하고 죽여 버린다. 놈은 끝까지 단 한마디 말도 하지 않는다. 요즘 유행한다는 묻지마 살인의 한 형태를 보여주는 것인지,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시간과 정성을 들였다. 미친놈의 심리는 절대로 알 수 없다는 것일까?


  영화의 결말은 어쩐지 다음편이 있을 거라는 암시를 한다. 역시나 그랬다. 하아, 저 미친 짓을 또 한 번 더 봐야한단 말인가. 아마 봐야겠지? 다음 편에서 놈의 머리카락 하나라도 나올 거라는 기대감을 갖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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