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열에 아홉은 묻고 싶은 질문들 - SERI CEO 최고 강사 신상훈이 전하는 직장 처세술
신상훈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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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SERI CEO 최고 강사 신상훈이 전하는 직장 처세술

  저자 - 신상훈

 

 

  책을 읽으면서 상당히 재미있는 저자라고 생각했다. 나름 심각한 질문에 때로는 진지하게 또는 장난스럽지만 가볍지 않게 대답하는 모습이 그런 느낌을 주었다. 그래서 앞날개에 있는 저자의 약력을 보았더니 23년차 코미디 작가이자 명강사라고 적혀있었다. '역시…….'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책은 질문의 성격에 따라 총 세 부분으로 나뉘어있다.

 

  PART 1_ 정글 같은 직장에서 악착같이 살아남는 법

  PART 2_ 애매한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본격 기술

  PART 3_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한 인생 리셋법

 

  우선 첫 번째 부분은 직장인들이 회사에 다니면서 제일 많이 고민하고 생각해보는 문제에 대한 질문과 답변으로 이루어져있다. 예를 들면 마음이 안 맞는 직원과의 관계, 직장 내 성희롱, 회사 왕따, 사내 연애, 나이 많은 부하, 나이 어린 상사 등등이 들어있다.

 

  그리고 두 번째 부분은 직장이라기보다는 인간관계에 관련된 질문들이 이어진다. 남녀사이의 종교 문제, 보험에 들라하는 친구나 돈을 빌려가 갚지 않는 친구 문제, 나이가 들어 소득격차가 벌어져 열등감이 느껴지는 친구 사이 등등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마지막 세 번째 부분은 슬슬 정년이 가까워오는 나이의 직장인들이 회사와 가정에서 느끼는 여러 가지 사연을 보여준다. 아, 물론 정년이 채 안된 젊은이들의 얘기도 있긴 하다. 워킹맘의 자기 개발에 관한 고민, 유학과 취업에 관한 문제, 결혼과 자식의 성장에 따른 어려움 등등이 있다.

 

  위에도 적었지만, 저자는 진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재치 있는 대답을 하고 있다. 진지하게 해결해야 될 문제와 그렇지 않은 문제에 대해 확실히 구분을 하고 있었다. 그건 그만큼 이것저것 다 고려해보고 생각하고 겪어보았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중간 중간에 저자가 자신의 경험담을 얘기하는데, 여러 가지 일을 많이 경험해본 것 같았다. 


  초등학교 때 배우는 내용으로 돌의 변화가 있다. 산에서 처음 떨어져 나온 돌은 울퉁불퉁하지만, 바다로 흘러오는 동안 동글동글한 모양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람도 역시 이런저런 일 다 겪어보면 모든 일을 여유 있고 자연스럽게 넘길 수 있게 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다음의 일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런 종류의 책을 찾나보다.

 

  저자는 공과 사를 확실히 구분하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평소에 사람들을 잘 관찰하고 유머 감각을 잃지 말라고 당부한다. 무조건 나를 주장하는 게 아니라, 적절한 눈치와 배려가 일을 훨씬 더 수월하게 만들 수 있음을 강조한다. 물론 그렇다고 호구로 보이라는 말은 아니다. 자신의 중심을 언제나 확인하고 흔들리지 말 것도 부탁한다.

 

  그것이 앞날개에도 나와 있지만, '멘탈갑'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길이니 말이다. 멘탈갑? 어렵지 않다. 자기 자신에 대해 확신이 있으면, 누가 옆에서 뭐라고 해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길을 똑바로 알고 있으면, 헤맬 일이 없을 것이다.

 

  물론 그건 하루아침에 '뿅'하고 나타나는 건 아니다. 그걸 알기 위해서 자기 개발을 해야 하는 것이다. 죽을 때까지 공부하라는 말이 새삼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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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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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夜のピクニック, 2005년

   작가 - 온다 리쿠

 

 

  동생이 자기네 모니터가 고장 났다고 내 컴퓨터를 장악한 날, 할 일도 없으니 책을 읽자는 생각에 큰조카에게서 빌려온 책을 집어 들었다. 큰조카는 온다 리쿠의 열성팬이다. 내가 이 작가의 이름을 알게 된 것도 그 아이에게서였다. 조금 두꺼워서 한 번에 다 못 읽겠다고 생각하며 첫 장을 펼쳤다. 그런데, 동생이 일을 다 마치고 자기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이런 구성을 짤 수 있을까? 어떻게 이런 은근하면서 도발적인 전개를 만들 수 있을까. 드러내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드러내기라니! 언젠가 지인께서 ‘바다별님은 글을 쓸 때 너무 성격이 급해.’라고 해주신 말이 떠올랐다. 너무 조급해서 끝까지 숨겨야할 것을 너무 빨리 드러낸다는 말씀이셨다. 그 때는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이번에 온다 리쿠의 글을 보면서 ‘아, 역시…….’하고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소년과 소녀의 비밀이 천천히, 그러면서 너무 느리지 않게 드러나는 전개가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바뀌는 둘의 심리 변화와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은근 슬쩍 툭 튀어나오는 숨겨진 사실의 나열도 마음에 들고. 그냥 주는 대로 읽는 것이 아니라, 읽으면서 드러나는 일들을 재배열하고 끼워 맞추기를 하면서 능동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도 좋았다.

 

  주인공이 다니는 중학교에서는 매년 재학생들이 마을을 걷는 행사가 있다. 쉬는 시간과 잠자는 몇 시간을 빼고는 계속 걷는 것이다. 반별로 줄을 맞춰 걷기도 하고 친구들과 짝을 이루기도 하면서, 아이들은 집에서 벗어난 해방감과 극도의 육체적 피로를 견디는 훈련을 한다.

 

  아이들을 극한으로 몰다니 어쩌면 아동 학대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지만, 포기하고 싶으면 중간에 빠져도 된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자기들의 한계를 시험해보고 싶기도 하고 뭔가 해냈다는 기쁨을 얻기 위해 끝까지 완주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 못 볼지도 모르는 친구들과 추억 만들기 행사도 되니까, 다들 좋아한다고 책에 나온다. 현실이라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 와중에 아이들이 나누는 대화와 생각들이 서로 교차되고 공감을 이루기도 하고, 질투, 연민, 동경, 유머 등등의 복잡한 사춘기 소년소녀의 마음이 드러난다. 물론 마지막은 화해와 이해로 종결. 감동도 있지만 그보다 ‘다행이다 참 잘 컸어, 얘들은 앞으로 잘 될 거야’라는 뿌듯함과 희망적인 느낌이 들었다.

 

  이 작가가 쓴 리세 시리즈와는 또 달랐다. 그 시리즈가 서늘하면서 축축하고 칼로 베는 분위기였다면, 이 책은 따뜻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손난로를 만지는 느낌이었다. 너무 뜨겁지도 않고 너무 차갑지도 않은, 훈훈하다고 해야 하나? 나중에 막내 조카가 중학생이 되면 한 번 권해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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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흔적을 찾아서
바바라 해거티 지음, 홍지수 옮김 / 김영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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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Fingerprint of God (2009년)

  저자 - 바바라 해거티

 

 

 

  제목을 보는 순간, 그레이엄 핸콕의 ‘신의 지문 Fingerprints of the Gods, 1996’이 떠올랐다. 이 작가의 책이 다 비슷한 제목을 붙이고 있긴 하지만, 하여간 설마 그런 류의 책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읽으면서 다양한 감정을 느꼈는데, 특히 안타까움이 제일 먼저 들었다. 왜 굳이 그런 일을 하려는 걸까? 믿음은 그냥 믿음인데, 그걸 수치화하고 계량화하고 꼭 입증을 해야 하는 걸까? 왜 남의 믿음을 그렇게까지 입증하려고 애쓰는 걸까? 그냥 남이 무엇을 믿건 그건 개인의 자유의지로 결정되는 것인데, 굳이 엑스레이를 찍고 실험을 하고 통계를 내야하는 걸까? 남이야 뭘 믿고 따르건 남에게 폐만 끼치지 않으면 되는 게 아닐까? 막말로 종교를 강요하면서 내 돈을 등쳐먹지 않고 남을 죽인다거나 그러지만 않으면, 그것을 믿어서 누군가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으면 그냥 둬도 되는 게 아닐까?

 

  그와 동시에 분노도 느꼈다. 네놈이 누군데 감히 타인의 믿음을 한낱 숫자와 엑스레이 사진으로 증명하려는 거냐? 되게 건방지네요 저자님? 신이 이룩한 일을 그 피조물인 인간이 숫자와 과학의 힘으로다 밝혀낼 수 있으면, 그게 신이겠습니까? 인간이 만들어낸 과학의 산물이지.

 

  마지막 장까지 읽고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저자는 자신의 믿음이 과연 옳은 것인지 아니면 잘못된 감정의 작용인지 알고 싶어서 이 모든 일을 계획했다. 자신의 마음에 확신이 없어서 일까? 신을 믿어야할지 말아야할지 잘 모르겠기에 DNA를 연구하고, 임사체험을 한 사람을 인터뷰하고, 종교적 믿음이 강한 사람들의 뇌 사진을 찍는 등 난리를 피운 것이다.

 

  그렇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온갖 과학적 실험을 다 한 후에야 저자는 우리의 인식을 뛰어넘는 어떤 존재가 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제야 신앙이라는 단어로 믿음을 확신하게 된다.

 

  솔직히 저자의 이런 접근법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우리가 가족을 믿는 것은, 가족애의 원인이 무엇인지 그 영향은 어떤지 과학적으로 다 실험해 보고나서 믿는 건 아니지 않는가? 신을 믿는다는 것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냥 자기 마음에 위안이 되고 평안을 주고, 이 외로운 세상에 의지할 뭔가를 주기에 믿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굳이 그걸 수량화하고 측정하고 실험해야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결국 저자의 믿음이 부족한 것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자신이 믿는 무언가에 그런 식으로 객관적인 근거를 부여하고 싶었나보다. 그러면 그 저자는 뭔가 일을 하기 전에 다 확인해보고 하는 걸까? 이런 말은 하고 싶지 않지만, 저자는 아이를 입양하기 전에, 그 애가 어떤 아이인지 다 확인해보고 검사를 했을까?

 

  난 특정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종교를 그런 식으로 대하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신앙에 관한 것은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쩌면 이 책은 고도의 전도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저자가 결국은 종교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어지간한 과학 실험을 다 해보았는데도 신의 존재는 증명할 수 없었다. 하지만 우리의 인지 범위를 넘어서는, 능력을 뛰어넘는 초월적인 뭔가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니 위대하신 그를 경배하고 섬기자. 뭐 대충 이렇게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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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인 블랙 3
베리 소넨펠드 감독, 토미 리 존스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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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 Men in Black III, 2012

  감독 - 배리 소넨필드

  출연 - 윌 스미스, 토미 리 존스, 조쉬 브롤린, 엠마 톰슨

 

 

  2편이 2002년에 개봉했으니, 십년 만에 나온 3편이다. 강산이 한번 변하듯이 배우들도 예전과 달리 주름이 많아졌다. 특히 토미 리 존스의 모습은 내 기억과 달라 눈을 비비고 다시 확인해볼 정도였다. 아, 그가 이렇게 늙을 정도니 당연히 나도……. 슬프다.

 

  달기지에 있는 중범죄 교도소에서 보리스라는 외계인이 탈옥한다. 예전에 에이전트 K, 그러니까 토미 리 존스에게 팔 한쪽을 잃고 감옥에 갇힌 자이다. 그는 복수를 위해 시간여행기를 타고 과거로 돌아간다.

 

  그가 과거에서 토미 리 존스를 죽이자,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바뀐다. 그가 예전에 이룩해놓은 지구 방어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았고, 지구는 외계인의 습격에 멸망할 위기에 처한다. 다행히 에이전트 J, 윌 스미스만이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하긴 거의 십년 넘게 파트너였으니, 쉽게 잊을 리가 없지. 모두가 다 예전에 죽은 K를 찾는 그를 이상한 눈으로 보지만, 다행히 국장으로 취임한 에이전트 O가 뭔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그녀는 모든 것을 제대로 하기 위해, 윌 스미스를 과거로 보내는데…….

 

  아, 역시 이번에도 영화는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외계인을 보여줬다. 더듬이가 있는 지네처럼 다리가 많은 외계인, 커다란 생선 외계인, 삼엽충을 닮은 외계인 등등. 제일 놀란 것은 1960년대에 유행한, 머리를 잔뜩 부풀린 헤어스타일이 사실 외계인이 주도했다는 사실이었다. 또한 모델들이 비정상적으로 마른 이유가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발상도 재미있고. 게다가 앤디 워홀이 MIB요원이었다니! 아, 그래서 그의 작품 세계가…….

 

  CG는 역시 이번에도 무척이나 멋졌다. 특히 윌 스미스가 과거로 돌아가는 과정은 그냥 ‘와-’하는 감탄만 절로 나왔다. 물론 그런 식으로 시간 여행을 하다가는 심장이 하나로는 모자랄 것 같았지만 말이다. 역시 시공간 여행은 타디스가 짱이다. 닥터, 제발 나한테도 방문해줘요. 엉엉엉. 헐, 닥터 심장이 두 개인 이유가 설마……?

 

  1969년이 사건이 벌어지는 배경이라, 여러 가지 사건사고들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히피 문화라든지 달을 향한 우주선 발사 그리고 인종 차별까지. 윌 스미스가 고급차를 타고 다니자, 경찰이 그를 불러 세운다. 흑인치고 너무 고급차를 몰고 다닌다는 이유였다. 그 장면은 우습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짠하기도 했다. 물론 그 차는 윌 스미스가 훔친 게 맞지만, 그들은 그런 연락을 받아서 세운 것이 아니라 단지 흑인이 비싼 차를 갖고 있는 게 의심스러워서 잡은 것이다. 하긴 그 시대가 그런 때였으니까.

 

  그런데 그런 상황은 지금도 별반 달라보이지는 않는다. 사람은 자신이 정해놓은 일반적인 상식에서 벗어나면 의심하고 믿으려 하지 않는다. 무조건 100% 남이 하는 말이나 행동을 덥석 믿는 것도 문제지만, 자신의 사상을 일반화시키면서 남을 거기에 맞추려는 것도 문제다. 하여간 영화에서는 그리 오래 나오지 않는, 웃음을 주는 장면이지만, 아주 잠깐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

 

  그 외에는 그냥 멋진 MIB요원들의 무기와 탈것, 신기한 외계인의 모습들 그리고 윌 스미스의 재기 넘치는 발랄한 입담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 출생의 비밀까지는 아니지만, 어린 시절 잊어버린 기억에 대한 비밀이 나온다. 어쩐지 가슴 뭉클하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영화는 과거의 역사를 교묘히 엮어가며, 결국 미국 덕분에 지구는 오늘도 안녕하다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과연 4편이 나올 것인가 궁금해졌다. 나오면 나야 감사하다.

 

 

 

  영화 초반에 보리스를 구하기 위해 나오는 글래머 여자 친구가 무척이나 낯이 익었다. 어디서 봤더라? 검색하니 pussycat dolls의 리드 보컬이었던 니콜이다. 요새 노래가 뜸하다 했더니 연기에 발을 걸치고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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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집행인의 딸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1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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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Die Henkerstochter, 2008

  작가 - 올리퍼 푀치





  30년 전쟁과 마녀 사냥이 한차례 휩쓸고 간 독일의 작은 마을 숀가우. 기껏해야 상권을 둘러싸고 이웃마을 아우크스부르크와의 다툼이 있는 게 다였던 조용하던 마을에 불길한 징조가 일어난다. 한 소년이 강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사고사로 여겨질 뻔했지만, 소년의 어깨에 문신처럼 찍힌 악마의 기호는 마을을 충격에 빠뜨리기 충분했다. 사람들은 어린 소년소녀와 잘 어울리던 마을 산파인 마르타를 마녀로 지목한다. 며칠 후, 그녀와 잘 놀던 또 다른 소년마저 시체로 발견되자, 마을 사람들의 두려움은 극에 달한다. 설상가상으로 마을 창고가 불타는 날, 또 다른 소녀가 사라진다. 마을은 마녀와 악마에 대한 공포와 혐오로 휩싸인다.


  하지만 마을의 사형집행인인 퀴슬은 일련의 사건들이 마녀가 아닌, 인간이 저지른 것으로 확신한다. 그는 의사의 아들인 지몬과 함께 진범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 책의 제목인 '사형집행인의 딸'은 막달레나 퀴슬을 가리킨다. 퀴슬의 딸이자, 지몬과 사랑에 빠진 귀여운 아가씨. 하지만 지몬은 의사의 아들이고, 그녀는 사형집행인의 딸이었다. 한국으로 따지면 천민인 백정의 딸과 중인인 의관의 아들이 사귀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이면 한국이건 독일이건 당연히 반대가 심하다. 특히 남자 집안에서. 하지만 막달레나는 예쁘고, 용기 있고, 그 당시 여자들 중에서 보기 드물게 글자를 읽을 줄 알며, 생각을 할 줄 안다. 어떻게 보면 지몬에게 주기 아까울 정도이다. 독자인 내가 이럴 정도니, 아버지인 퀴슬은 어떠할까?


  책을 읽는 동안은 마치 내가 중세 독일의 농촌 마을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곳에서 퀴슬의 뒤를 따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진흙탕 길을 뛰어다니고, 막달레나와 같이 약초를 캐고 있었으며, 그녀와 지몬이 데이트하는 장면을 몰래 훔쳐보면서 '뽀뽀해!'를 중얼거렸다. 그러다 고문을 받아야하는 마르타를 만나면 안쓰러운 마음에 얼굴을 찡그렸고, 아이들을 죽이는 악마라 불리는 놈이 나오면 무서워 살짝 뒤로 숨으면서 속으로 욕을 했다. 대놓고 하면 칼맞을까봐. 그러다 어린 클라라와 조피가 놈에게 쫓길 때는 '빨리 뛰어!'를 외쳤고, 마을 사람들이 마르타를 죽이라고 난리 피울 때는 화를 냈다.


  그 정도로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대와 마을에 대한 설명이나 묘사가 뛰어났다. 게다가 각각의 인물들이 상당히 개성적이어서, 그 생동감이 더했다. 그 때문에 책에 흠뻑 빠질 수가 있었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첫문장이었다.


  '10월 12일은 사람을 죽이기에 좋은 날이었다.'


  이 소설의 첫 문장을 읽는 순간, 너무도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담하지만 앞으로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고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나니, 왜 저 문장으로 시작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퀴슬의 집안은 대대로 죄인을 죽이는 사형집행인을 가업으로 이어왔다. 그런데 특이하게 죄인을 처형하는 것이 아닌, 사람을 죽인다는 표현을 썼다. 왜 일까? 내가 생각하기에 사형을 당하는 자들 중에 죄인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뜻 같았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야콥 퀴슬의 할아버지 대에 엄청난 마녀 사냥이 있었다고 한다. 마을에서 무려 6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마녀로 지목되어 죽어나갔다. 그런데 그 중에 진짜 마녀는 없었다. 다들 사람들의 공포와 질투로 마녀로 만들어져 사형당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또한 중세 시대에는 죄인이라 지목된 사람에게 고문을 통해 자백을 받아냈다. 마녀뿐만 아니라, 일반 범죄자들에게도 고문이 가해졌다. 과연 그 자백이 진짜일까? 너무도 괴롭고 고통스러워서, 빨리 끝내줬으면 하는 바람에 죄를 저질렀다고 시인했을 수도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죄인은 처형을 받는 죄인이 아니라, 누명을 쓴 무고한 사람이었다. 퀴슬은 그런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을 죽인다는 표현을 썼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시점에서 소설을 다시 보면, 사람들에게 천대를 받는 사형집행인이나 고아, 마녀로 몰린 산파가 더 인간적이었다. 비록 가진 것 없지만, 그들은 서로를 위하고 도우며 의지하고 살았다.


  자기들이 가진 것을 빼앗길까봐 전전긍긍해하며 질투하고 급기야 반감을 드러내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랐다. 그들은 자신들의 나약함을 드러내기 싫어서, 희생양을 골랐다. 자기들보다 약하거나, 자기들이 갖지 못한 뭔가를 가진 그런 사람을…….


 숀가우의 많은 부인들은 마녀와 어울린 다른 마녀들이 누군지 짐작하고 있었다. 눈빛이 사악한 옆집 여자, 저쪽 뮌츠 거리에서 구걸하는 여자, 아무것도 모르는 착한 남편의 뒤를 쫓아다닌 하녀……. -p.326


  얼마 전에 본 영화 '파라노만 Paranorman , 2012'이 떠올랐다. 남들과 달랐기에 따돌림을 당하고 급기야 공포의 대상이 되었던 어린 아이들.


  이 소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은 무지했기에 아는 바가 없어서, 하지만 그것을 모른다고 말하기 싫어서 모든 것을 악마와 마녀의 소행으로 돌렸다. 그리고 괜히 아는 척했다가 몰리기 싫어서, 좋은 게 좋은 거여서 동조를 하고 눈을 감았다. 다수의 행복을 위해서 소수를 희생하려 한 것이다. 가진 것 없고 신분이 낮으며 자기들보다 약하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아, 진짜 인간이란…….


  모르는 게 약이라고 하지만, 이 책을 보면 아는 게 힘이라는 말이 더 다가온다. 그리고 과연 다수와 소수에 대한 문제를 다시금 고민하게 했다. 다수가 과연 100% 옳은 것인지, 매번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시키면 과연 누가 남을 것인지, 다수가 양보해서 소수까지 살릴 수는 없는 것인지, 이런저런 생각이 마구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다. 내가 중세에서 살고 있는지 21세기에 살고 있는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참 어렵다. 인간으로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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