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젤과 그레텔 : 마녀 사냥꾼
토미 위르콜라 감독, 팜케 얀센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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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Hansel and Gretel: Witch Hunters, 2013

  감독 - 토미 위르코라

  출연 - 제레미 레너, 젬마 아터튼, 팜케 얀센, 필라 비탈라




  전에 리뷰를 썼던 백설 공주 시리즈 영화 'Mirror Mirror, 2012'나 'Snow White and the Huntsman, 2012'처럼 동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만든 작품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뒷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과자 집에서 마녀를 죽이고 살아남은 헨젤과 그레텔. 동화에서는 둘이 마녀의 재산을 가지고 아빠와 함께 잘 먹고 잘 살았다고 나오지만, 여기서는 다르다. 둘은 경험을 되살려 마녀 사냥꾼의 길을 걷게 된다. 이 세상에서 의지할 사람이라곤 둘밖에 없는 외로운 남매. 부모에게서 버림받았다는 기억을 애써 감추면서 마녀 사냥꾼으로 이름을 날린다. 그러던 그들은 어느 마을에서 마녀를 쫓다가, 대규모 마녀 집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영화에는 출생의 비밀이라든지 가문의 원수, 비극적인 사랑 등등이 골고루 버무려져있었다. 그리고 몇 가지 기발한 아이디어, 예를 들면 오빠인 헨젤이 과자 집 마녀에게서 온갖 과자 초콜릿을 먹었기에 당뇨병에 걸렸다는 발상 등이 신선했다. 둘의 무기도 신기한 것이 많았는데, 음 요새로 따지면 전기 충격기라든지 연속으로 자동 발사되는 총 같은 것을 쓰는 장면에서는 황당했다. 뭐, 시대적 고증이 필요한 정통 사극도 아니니까…….


  마녀들의 변신 후 모습을 보자마자 떠오른 건, 로알드 달의 소설 '마녀를 잡아라 The Witches, 1983'이었다. 그 책에서 나온 마녀의 묘사가 떠올랐다. 그렇다고 책에 나온 외모 그대로인 것도 아닌데, 왜 그런지 모르지만 저절로 연상이 되었다. 마녀를 흉측하게 그려서일까?


  영화 '엑스 맨 X-Men, 2000'에서 초능력을 썼던 팜케 얀센은 여기서도 마녀 대장으로 마법을 부렸다. 헨젤로 나온 배우는 어디선가 본 거 같지만 기억에 없고, 그레텔로 나온 배우는 내가 잘못 기억하고 있었다. '레모니 스니캣의 위험한 대결 Lemony Snicket's A Series Of Unfortunate Events, 2004'에서 나온 큰 딸이라고 생각하며 '잘 컸네'라며 봤는데 아니었다. 이런!


  여동생은 예쁜 잠옷을 입혀서 침대에 재우고, 자기는 대충 술 먹다가 바닥 그것도 침대 밑에 들어가서 자는 오라버니의 모습에서 참 여러 가지 감정을 느꼈다. 여동생을 지나치게 과보호하는 것이거나 이 세상에 둘밖에 없어서 서로 의지하는 것 내지는 숙박비를 아끼려는 속셈, 그것도 아니면 여동생 침대에 숨어들기를 좋아하는 변ㅌ…….


  당뇨병 때문에 시간 맞춰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하는 헨젤을 보며 문득 울트라맨과 에바가 떠올랐다. 한참 마녀 대장과 싸우다가 쓰러지는 헨젤 그리고 그에게 후다닥 달려가 주사를 놓아주는 그레텔의 모습이란. 영웅에게 그 정도의 핸디캡은 있어야 한다는 제작진의 생각인가보다.


  영화는 몇몇 장면은 개그감이 넘쳤지만, 또 어떤 장면은 잔혹함이 흘렀다. 목을 자르고, 몸이 팡 터지고…….


   영화를 다 보고나서 든 의문이 있다. 도대체 마녀들이 죽어나갈 동안 그녀들의 대빵인 악마는 어디 처박혀서 뭘 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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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오늘 일기 뭐 써! 맛있는 글쓰기 9
정설아 지음, 마정원 그림 / 파란정원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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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정설아

  그림 - 마정원



  매일 일기 뭘 써야하는지 일일이 물어보는 막내 조카와 그에 대답하느라 힘들어하는 할머니를 위해 고른 책이다. 그림도 재미있고 내용도 어렵지 않아서 무리 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책을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주자, ‘고모, 내가 일기 못 쓸 거 같아서?’라고 묻는 조카 표정이 좀 웃겼다. 마치 자기를 무시 하냐는 뉘앙스가 역력한 얼굴이었다. 무시는 안 하는데 미덥지가 못하다고 대답하고 싶은 걸 꾹 참았다. 대신 ‘혹시 모르는 애들이 있으면 네가 알려주라고.’라고 말하자 좋아한다. 아, 잘난 척하기는.


  준수는 일기 쓰기를 무척이나 싫어하는 아이다. 그날도 일기장을 펴놓고 인상을 쓰고 있는데, 갑자기 뭔가 펑하고 나타나는 것이다. 바로 일기장의 요정 지니! 그날부터 지니는 매일매일 준수에게 일기를 다양하게 적을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알려준다. 지니에게서 총 20개나 되는 일기의 종류를 배우며, 준수는 차츰 일기 쓰는 재미를 알아간다. 그리고 혼자서 스스로 생각해서 일기를 쓸 수 있게 된다.


  책은 준수가 일상에서 겪는 짤막한 동화와 뒤이어 지니가 알려주는 일기의 종류, 그리고 준수가 쓴 것과 다른 친구들이 쓴 일기를 차례로 보여준다. 그것을 읽으면서 어린 친구들이 자기도 직접 일기장에 쓰도록 유도를 하는 것이다.




  일기의 종류가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 마인드 맵 일기나 그림일기, 독서 일기, 상상 일기 그리고 편지 일기는 들어봤다. 주장일기나 요리일기는 처음 접해봤다. 조카도 비슷한 생각이었나 보다. 이런 것도 일기로 쓸 수 있어? 이러면서 신기해했다. 그리고 영어일기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지만, 한자일기는 마법 천자문을 읽어서 쓸 수 있다고 자신만만해한다. 학교에서 배운 영어 단어를 써먹어보라니까 안 외워서 힘들다고……. 아, 그랬니? 외웠어야지. 그러면 한자일기라도 오늘부터 써보라고 격려해줬다.


  그림이 참 귀엽고 색감도 마음에 들었다. 처음에 지니를 보고 깜짝 놀라 무서워했던 준수를 표현한 장면은 웃음이 나왔다. 상황을 생각하면 놀라는 게 당연하지만, 귀신처럼 보이는 지니의 표정은 너무 귀여웠다. 나중에 동생 준희와 나란히 누워 일기장을 펴놓은 장면에서는 대견스럽기까지 했다. 거기에 지니도 동글동글하니 더 귀여워졌고 말이다.


   



  이제 조카가 매일 일기 어떤 걸 쓸지 고민하지 않고, 다양한 형식으로 골라 쓰는 즐거움을 느꼈으면 좋겠다. 나중에 고모에게 좋은 책 줘서 고맙다며 꼬옥하고 안아주면 더 좋고……. 하지만 요즘은 컸다고 안 해주니까 안 되겠지.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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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크리스마스 장식 - 종이로 간단하게 만드는 행복한 크리스마스 1
캐럴라인 조핸슨 그림, 해나 아메드 디자인 / 웅진주니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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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Christmas Decorations To Cut, Fold And Stick (2012년)

  저자 - 캐롤라인 조핸슨




  가위질을 할 줄 알고 풀이나 테이프를 붙일 줄 아는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이번 크리스마스 때 이 책은 무조건 사야한다. 머스트 해브 아이템!


  막내 조카에게 크리스마스 선물 중의 하나로 어제 미리 주었다. 처음에는 이게 뭐냐고 시큰둥하게 보던 녀석이 나중에는 아주 신이 나서 자야할 시간까지 만들고 있을 정도였다.


  책은 천사 접기, 모빌 만들기, 별 만들기, 하트 만들기, 고리 만들기, 눈 결정 오리기 총 6종류의 크리스마스 장식 만들기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종류가 6개지, 만들어 낼 수 있는 갯수는 더 많았다. 인쇄된 종이의 문양이나 색감이 너무 예뻐서 이것저것 골라서 자르는 재미가 있었다.


  책을 펼치면, 만드는 법까지 자세히 나와있다. 먼저 어른이 시범을 보여줘도 좋고, 손재주가 있는 아이는 혼자서 척척 만들어 낼 것이다. 조카는 모빌 만드는 것을 어려워했는데, 내가 먼저 한 번 만들면서 방법을 보여줬더니 척척 접어냈다. 고모는 옆에서 스카치테이프 떼어주는 조수였다.




  그러면서 할머니와 나눈 대화


  "예쁘게 만들어서 할머니 방에 다 걸어둬야지."

  "할머니는 괜찮으니까, 네 방에 해. 다 늙은이 방에 무슨..."

  "아니지요. 이번엔 할머니 방 꾸며야지요. 난 자동차 사고만 안 나면 할머니보다 살 날이 많으니까, 예쁘고 좋은 건 할머니가 먼저 해야지요." (이럴 때만 존댓말 쓴다.)"


  그래서 결국 할머니 방에 주렁주렁 매달아놓고 좋다고 웃었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 만들 수 있는 페이지가 많이 남아서, 집에 가서 자기 방 꾸미겠다고 가져갔다. 크리스마스때까지 꾸며놓을 테니, 와서 구경하라는데 기대가 된다. 초등학교 1학년과 세 살짜리 아이가 있는 친구에게도 선물로 보내웠는데, 잘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주의점 - 천사 만들기와 눈 결정은 가위질하기가 조금 어렵다. 유치원생이 있는 집이라면 어른이 오려줘야할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두 개에서 종이조각이 제일 많이 나온다. 이번 기회에 깔끔한 뒷정리를 알려주는 것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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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3빈칸추론, 매일 3단계로 훈련하는 영어독해 빈칸추론 (2017년용) - 수능 영어 약점 극복의 시작과 끝! 12+1 첫문장 독파 공식 매3 시리즈 (2017년)
키출판사 영어학습방법연구소 지음 / 키출판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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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2015년 수능 영어 약점 극복의 시작과 끝! 12+1 첫문장 독파 공식

  저자 - 윤정호




  1단계인 '구문 읽기', 2단계인 '끊어읽기'를 무사히 끝냈으면 이제 다음 단계로 올라가야한다. 바로 '빈칸엔 과연 어떤 말이 들어갈까?'이다. 그냥 독해만 하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수능은 그런 기대를 이루어주지 않는다. 마치 언제 선물을 갖고 오실까 기다리지만 매번 잠이 든 다음에 찾아오는 산타 할아버지처럼 말이다. 


  독해를 어느 정도 할 줄 아는 학생이라면, 그동안의 독서와 수학으로 다져진 논리적인 사고의 연산을 통해 다음에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 지, 앞에는 어떤 얘기가 나왔었는지, 중간에 어떤 문장이 들어가냐 제일 적합할 지 찾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독서로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하는 훈련을 하고 수학으로는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습관을 들였다면, 거기에 약간의 창의력을 가미한다면 문제없이 풀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단계의 학생들에게 적합한 문제라 할 수 있다. 


  거의 기출 문제로 이루어졌다는 점이 이 책의 큰 특징이다. 여기에 수록된 지문들은 거의 2000년대 이후 출제된 수능을 비롯해 각 도별 교육청별 모의고사 문제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것을 문제 유형에 맞추어 배열을 해놓았다.







 1장은 첫문장에서 키워드를 찾는 문제들로 이루어져있다. 그것도 그냥 첫문장에서 막연하게 찾는게 아니라, 통념이 나오는 경우, 질문이나 문제 제기가 나오는 경우, 강조 구문이나 상반된 화제가 나오는 경우 등등 각 유형별로 정리해서 연습할 수 있게 되어있다. 


  우선은 대표적인 문제를 풀이해주고, 이후 연습문제가 나오는 구성이다. 물론 중간중간에 힌트를 숨겨놓았다. 주의할 점이라든지 눈여겨 봐야할 것 등등이 옆에 간략하게 설명되어있다. 정 모르겠으면 그걸 봐도 될 것이다.





 2장은 첫문장에 키워드가 없는 경우를 다루고 있다.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하는 것처럼, 가끔 문단의 끝부분에 중요한 문장을 넣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거기에 핵심어구가 빈칸으로 되어있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그런 문제를 연습한다. 




  독해 문제는 기본 국어 실력이 없으면 상당히 어렵다. 평소에 책을 많이 읽은 친구는 어렵지 않게 해석을 하고 문제를 해결했는데, 그렇지 않은 친구는 힘들어했다. 문제들이 참 좋은데, 제대로 못 풀어서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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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주의 인물
수잔 최 지음, 박현주 옮김 / 예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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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A Person of Interest

  작가 - 수잔 최




  요주의 인물. 이 단어를 접하면 무슨 생각이 들까? 우선 어떤 사건과 깊은 관련이 있어 보이지만, 실질적 증거가 없어서 감시만 하는 인물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아니면 아주 중요하지만 생각하는 것이 남달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물일 수도 있다. 하여간 정부에서 요주의인물이라고 발표하면, 그건 곧 심증은 100%지만 물증이 없다는 말이다.


  그럼 만약에 내 옆집에 사는 사람이 그런 요주의인물이라고 방송과 신문에서 떠들면? 무서울 것이다. 평소에는 그냥 넘어가던 그 사람의 행동이나 말이 예사롭게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그 사람을 바라보는 눈빛이나 행동이 많이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설마 옆집 산다는 이유로 피해를 보는 건 아닐까? 괜히 설날 때 예의상 떡국 나눠먹은 거나 추석 때 식혜 한 그릇 준 걸로 괜히 친하다고 오해받으면 어떡하지? 이런저런 걱정도 할 지 모르겠다.


  이 소설은 하루아침에 폭탄 테러 사건의 요주의 인물로 떠오른 남자의 이야기이다. 두 번의 결혼을 실패하고 하나있는 딸과도 소원한 관계인, 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지만 다른 교수들이나 학생들과 교류도 별로 없는, 그렇다고 사교성이 있어서 이웃과 친하게 지내는 것도 아닌, 노년에 접어든 리가 주인공이다. 그의 옆 연구실에 배달된 소포 폭탄으로 혼란스러운 가운데, 그는 예전에 절교한 친구의 편지를 받는다. 그의 아내를 사랑했고, 결국은 그녀와 결혼한 죄책감 때문에 자연스럽게 멀어졌던 친구 게이더. 리는 그가 폭파범이라 확신한다.


  FBI 요원에게 게이더에게서 온 편지를 거짓으로 대답했던 리는 그 때문에 도리어 곤경에 빠진다. 그와 얽힌 과거가 부끄러워 숨기고 싶었는데, 그게 발목을 잡게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테러 사건의 요주의 인물로 취급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의 평온했던 생활은 망가지기 시작한다.


  미리 말하지만, 이 책은 리가 누명을 벗겠다고 폭탄 테러범을 찾는 액션 스릴러 물이 아니다. 사고에서 살아남으면서, 오래전에 결별한 친구를 떠올리면서 리의 잊고 싶었던 과거의 기억과 자책과 살벌한 현실이 교차하는, 주인공의 고해성사와 같은 책이다.


  게이더의 아내인 아일린과 사랑에 빠졌고, 도움이 필요했던 순간에 그녀를 외면했고, 결국 그녀와 결혼을 했지만 그리 행복하지 못했던 첫 번째 결혼생활. 그리고 자기 마음대로 좌우하고 싶었던 딸 에스더의 어린 시절. 과거를 회상하면서 리는 그제야 자신이 보고 싶지 않아 외면했던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어쩌면 그는 평생을 친구의 아내를 사랑했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제대로 가족을 돌보지 못했던 게 아닐까?


  그리고 자신은 이방인이기에, 미국인이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휘둘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연구를 계속했고, 교수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사람들에게서 그는 비록 외모는 동양적이지만, 미국인이라는 동질감을 받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그의 그런 노력은 미디어의 방송 한 번으로 한순간에 허사가 되었다.


  그제야 그는 자신이 딛고 있는 땅이 단단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손을 잡아줄 사람은 별로 없다는 것을 알았다. 소문만으로 자신을 외면하는 동료 교수와 대학 직원을 보면서, 자신에 대해 얼토당토않은 말을 하는 이웃을 보면서, 그는 그제야 현실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폭발 사고로 과거를 떠올리게 되었다면,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이 현실을 다른 방향에서 볼 수 있게 했다. 그제야 그는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있었다. 그동안 자신이 외면했던 것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보지 못했던 생의 다른 면을 바라볼 수 있었다.


  이렇게 보면 따뜻하고 훈훈한 느낌을 주는 소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음, 그렇지만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메마른 나무숲을 보는 것 같았다. 불을 붙이면 확 타오를 것 같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이미 타고 재만 남은 그런 숲 같았다.


  문장이나 표현 등이 그런 느낌을 준다. 특히 주인공인 리를 묘사하는 부분은 마치 너무 딱딱해서 잘못 만지면 손이 긁힐 것 같은 나무껍질을 가진, 하늘을 향해 곧게 뻗었지만 나뭇가지는 별로 없는 마른 나무 같았다. 더 다가가면 상처를 받을 것 같았다. 거기에 아일린의 불안하고 금방 바스라질 것 같은 불타고 남은 종잇조각 같은 심리묘사 부분은 읽는 내내 편하지 않았다. 또한 게이더는 가시가 잔뜩 난 말라비틀어진 선인장 같았다. 편안하게 감싸안아주는 잎이 크고 넉넉한, 물기를 머금은 나무는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리의 친구 파사노가 다른 사람들보다 많은 초록 잎을 갖고 있었지만, 그리 풍성하지는 않았다. 그런 나무들이 만났으니 불이 붙어 다 타버릴까 조마조마한 기분이 드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이 책은 액션 스릴러 물로 보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다. 폭탄 테러범을 찾으려는 과정이 나오긴 하지만, 주 요리가 아니었다. 그건 주 요리를 빛내주기 위해 곁들인 부수적인 요리였다. 스릴러가 아닌, 노년에 접어든 한 남자가 자신을 옭죄던 과거에서 벗어나는 심리적 변화를 보여주는 심리 소설이라고 보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다.


  600쪽 정도 되는 분량이었는데, 지루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세 번에 나눠서 읽었는데, 중간에 책갈피를 꽂아두고 다른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아쉽기만 했다.




  12쪽 10번째 줄 ‘나이 든 교수들이 그러하듯이 퍼니 앉아 있었다.’에서 ‘퍼니’가 아니라 ‘편히’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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