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사가 너무 많다 - 귀족 탐정 다아시 경 2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9
랜달 개릿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원제 - Too Many Magicians - Lord Darcy 2

  작가 - 랜달 개릿

  귀족 탐정 다아시 경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

 

 

  ‘셰르부르의 저주’가 단편집이었다면, 이 ‘마술사가 너무 많다’는 장편이다. 그리고 이 시리즈의 특징인 과학과 마법의 조합이 더욱 더 확실하게 드러나는 책이기도 하다. 또한 첩보물의 성격이 더 강해졌다.

 

  영불제국과 폴란드의 첩보전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 남자가 죽은 채 발견된다. 겉보기엔 그냥 평범한 남자가 죽은 것으로 보이지만, 그 의미는 심각했다. 그는 이중첩자로, 영불제국에 숨어든 폴란드의 스파이를 색출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마술사 대회가 열리던 호텔에서 마스터 급의 법정 마술사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아무 연관도 없어 보이는 사건이었지만, 사실은 두 사람이 팀으로 폴란드의 숨은 첩자를 색출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으며 영불제국에서 만들어낸 신무기의 설계도 유출까지 얽혀있다는 것이 밝혀진다. 그러자 영불제국의 국왕은 다아시 경에게 사건의 해결을 맡긴다.

 

  제목을 읽는 순간, 무척이나 낯익은 느낌이 들었다. 예전에 내가 이 책을 읽었던가? 아니었다. 적어도 한 번이라도 접한 것은 읽다보면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데, 이 책은 전혀 아니었다. 그런데 왜 제목이 익숙하지? 한참 고민하다가, ‘아!’하고 기억해냈다. ‘요리사가 너무 많다’라는 네로 울프 탐정이 나오는 책과 제목이 비슷했다. 어릴 적에 그 책을 참으로 재미있게 읽었었다. 비록 탐정은 내 취향이 아니었지만 말이다.

 

  다시 본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 책에서는 과학과 마술이 더욱더 절묘하게 결합하고 있다. 영불제국이 만든 신무기가 그렇고, 법정 마술사 숀 오 로클란이 살인 사건 현장에서 현장 감식을 하는 장면도 그랬다.

 

  ‘혼란 투사기’라는 이름이 붙은 신무기는 대포 모양이지만, 그것을 조준하여 포를 발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정신을 혼란시킨다. 그래서 조준을 받은 사람은 주문에 걸려 총을 장전하는 것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신기한 무기라니! 폴란드가 눈에 불을 켜고 빼앗으려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또한 다아시 경이 활약하는 세상에서는, 사건 현장에 CSI 노란 테이프가 둘러있지 않다. 그냥 법정 마술사가 마스터 급의 마술사가 마법의 벽을 만들어 놓는다. 그걸 만든 사람보다 우수하거나 주문을 정확히 알지 못하면, 사건 현장은 눈에 뻔히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머리카락 하나 들어갈 수 없다. 그 외에 온갖 약품들과 주문을 적절히 사용해서, 사건 현장에 피살자 외에 누가 있었는지 알아보는 장면도 있다.

 

  우리가 사는 곳에서 과학은 마술을 배척하는데, 저 곳에서는 둘이 조합을 이루는 것을 보니 신기하기도 하다. 다음 권에서는 또 어떤 멋지고 묘한 조합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등장하는 인물들도 개성적이었다. 매력적인, 사교계의 꽃이 확실한 마당발 컴버랜드 공작부인. 약간의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결단력도 있고 행동파적인 면모도 보인다. 그리고 다아시 경의 사촌인 런던 후작. 런던 시의 영주인데 이름도 런던 후작이다. 사촌 동생보다 조금 떨어지는 것 같지만, 나름 똑똑한 것 같다. 이외에도 흑마법을 다루는 신출내기 케찰 경, 어딘지 모르게 안절부절못해하는 마술사 서 토마스, 비밀을 숨기고 있는 미녀인지 마녀인지 모를 타이 아인찌히 그리고 버터 속에서 뒹굴다 나온 것 같은 시디 알-나시르 등등.

 

  한 가지 짚고 가자면, 다른 마법사가 나오는 책들처럼 마술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아쉽게도 주인공인 다아시 경에게는 마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단호한 의지와 비상한 두뇌,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포용력 그리고 빠른 눈치가 있었다. 그래서 모든 정보를 모으고, 걸러내고, 유추하고, 과감하게 상상하고, 논리적으로 판단해서 범인을 찾아낸다.

 

  책을 다 읽고 든 생각은, ‘도박에 빠지지 말자’였다. 역시 과한 도박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문제인가보다. 그 쪽이건 이 쪽이건 말이다.

 

  드디어 이 시리즈의 마지막 권을 주문했다. 아이 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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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뱀파이어 헌터 - 아웃케이스 없음
티무르 베크맘베토프 감독,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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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Abraham Lincoln: Vampire Hunter

  감독 -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출연 - 벤자민 워커, 도미닉 쿠퍼,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 루퍼스 스웰

  원서 -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의 ‘뱀파이어 헌터, 에이브러햄 링컨 Abraham Lincoln Vampire Hunter’

 

 

 

  이 영화의 원작을 쓴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가 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의 작가라는 것을 알고 은근 기대를 했었다. 소설은 읽지 않았지만, 그가 영화의 각본에도 참여했다는 것을 검색으로 알았기에 ‘그래도 어느 정도겠지’라는 기대치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음…….

 

  링컨은 참 고달팠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를 살짝 비튼 ‘아브라함 링컨 vs. 좀비’라는 것도 있는데, 그러면 결국 링컨은 인간과도 싸우고 동시에 좀비와도 일전을 벌이면서 뱀파이어들과도 사투를 벌인 것이 된다. 조만간 ‘링컨 vs. 외계인’ 내지는 ‘링컨 vs. 오크’ 이런 것이 나오지 않을까?

 

  영화를 보면서, 전쟁의 의미를 완전히 바꾸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미국의 남북전쟁은 우리나라의 6.25 전쟁처럼 한 나라의 국민들이 반으로 편을 갈라 벌인 전쟁이었다. 물론 우리나라는 자국민보다 외국 세력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거였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미국의 남북전쟁을 같은 동족끼리의 전쟁이 아닌, 인간 대 뱀파이어의 대결로 바꾸어버렸다. 엄청난 역사왜곡이라고까지 할 것은 없고, 그냥 같은 민족끼리 싸운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외세의 개입 없이, 순전히 자기들끼리 아니 엄밀히 말하면 부자와 지도층끼리 이권다툼을 벌이다가 급기야 일반 시민들을 동원해 전쟁을 한 거니까. 그걸 숨기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래서 ‘우린 절대로 같은 민족끼리 싸우고 싶지 않았다능! 뱀파이어 놈들이 흑인 노예들 피를 빨고 싶어서 일으킨 거라능! 뱀파이어에게 넘어간 남군 지도자가 병신이었다능! 링컨은 그런 음모를 알고 미국, 아니 전 세계를 뱀파이어의 손에서 구한 위대한 대통령이라능! 숭배하라능! 우린 짱 세다능!’라는 취지로 소설을 쓰고 영화를 만든 게 아닐까?

 

  이야기는 링컨의 일생을 통해 그가 어린 시절에 어떻게 뱀파이어들과 만나서 그들과 어떤 사연으로 원수가 되고, 당당한 적수로 성장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링컨의 전기 영화에 뱀파이어가 준 주연으로 등장한 느낌이다. 그의 정치 경력에 관한 얘기는 별로 다루지 않고, 뱀파이어들과의 싸움 위주로 적은 전기 영화? 그래서 금방금방 세월이 지나간다. 링컨의 일대기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얘기의 연속성이 없다고 할법하나 진행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주연을 맡은 배우가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다. 차라리 친구나 뱀파이어 대장이 더 분위기가 있어 보였다.

 

  그래도 위인의 전기를 은근하게 비틀어서 SF 판타지로 만드는 솜씨라니! 거기다가 교묘하게 미국의 대통령이 몸을 바쳐 세계를 구했다고 인식시키고! 원작자의 상상력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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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탈 리콜 : 극장판
렌 와이즈먼 감독, 케이트 베킨세일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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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 Total Recall

  감독 - 렌 와이즈먼

  출연 - 콜린 파렐, 케이트 베킨세일, 제시카 비엘, 브라이언 크랜스턴

 

 

  으아, 실망이야. 실망이어도 너~~무 실망이야.

 

  내가 옛날 아놀드 전 주지사님이 나오는 영화를 너무 재미있게 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번 영화 솔직히 포스터 보자마자 망작의 필을 느꼈다. 왜냐? 주연을 맡은 배우 때문이다. 어떤 영화였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분명 장르가 액션인 작품을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때 내 뇌리에 이 배우의 액션은 별로라는 인상이 남았다. 그래서 그가 이 영화 ‘토털 리콜’의 주연이라는 기사를 접하고는 ‘아, 안 봐.’라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애인님이 보고 싶다고 해서…….

 

  보면서 둘이 마구 화를 냈다. 원작을 왜 이딴 식으로 만들었냐고 말이다.

 

  왜 정부는 리콜사를 공격한 걸까? 그리고 반군은 출퇴근 열차 하나 없애고, 고위 관료 하나 죽이는 걸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걸까? 진짜로? 어차피 열차는 또 만들면 되고, 관료는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을 새로 뽑으면 그만인데 말이다. 반군의 대장이 죽어서 그런 생각을 할 인물이 없다는 걸까? 그러면 참으로 안쓰러운 일이다. 결국 반군은 자멸하고 말테니 말이다.

 

  그런데 영화는 이에 대한 답은 하나도 없었다. 떡밥을 잔뜩 뿌려놓고, 뭔가 있어 보이는 분위기도 잘 조성하고, 시각적인 것들도 괜찮게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이야기의 연결과 마무리가 영 아니었다. 거기에 못사는 동네는 동양적이고, 잘 사는 곳은 서양식인 것도 별로였고.

 

  떡밥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영화에 대해 한 번 검색을 해보았다. 그러자 이 영화의 결말이 과연 그가 주입된 기억이 불안정해서 환상과 현실을 오가는 것인지, 아니면 기존의 기억이 조작된 것이고 원래의 자신을 찾았는지에 대해 의견이 많았다.

 

  그런데 나에게는 별로 중요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게 현실이건 아니건 관심도 없었다. 솔직히 영화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스토리에 연관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주인공은 총알을 피해 뛰어다니고 ‘왜 나한테만 그래!’라고 외친다. 그리고 그의 부인은 남편을 죽이겠다고 끝까지 따라다닌다. 임무라지만 엄청난 집착을 보이고 있다. 부부로 살 때 뭔가 맺힌 것이 많았나보다. 거기다 그와 동료 여자는 여차하는 순간 나타나서 그를 구해주고 같이 뛰어다니고 총알을 피한다. 그러다가 함정에 빠진 것같이 보이다가 여차저차 도망가고, 또 총 쏘고, 그러다가 마지막 결전과 폭발이 ‘쾅!’

 

  이게 조작된 기억이라면 그냥 한바탕 신나게 날뛰는 것이고, 현실이라면 참 갑갑한 인생이다.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을 테니까.

 

  어쩌면 예전에 만들어진 영화를 보았을 때는 어린 시절, 그러니까 SF영화라는 것을 접한 게 얼마 없는 나이여서 더 재미있고 숨죽여가면서 보았을 지도 모른다. 이후 지금까지 많은 영화와 드라마, 소설을 보면서 많은 경험을 했기에, 이 영화의 전개가 식상하다고 느껴진 것은 아닐까?

 

  거기다가 어딘지 모르게 후반으로 갈수록 힘을 잃은 것 같은 전개가 더욱 더 그런 부정적인 감상을 하게했을지도 모른다. 목숨을 걸고 싸우지만, 치열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생존이 걸린 문제인데, 모든 것은 우연히 그리고 쉽게 해결되는 것처럼 보였다. 다음 장면에 뭐가 나올지 뻔했다. 주인공이 숨을 헐떡이며 총알을 피하고, ‘그녀를 보내줘!’라고 외쳐도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나마 괜찮았던 것은 지구 속을 관통하며 지나가는 통근 열차였다. 그건 진짜 멋졌다. 나머지는 어느 SF영화에선가 본 것 같은 그런 익숙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더 식상하다고 생각했을지도.

 

  그나저나 영화를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모든 것이 리콜 사에서 주입받은 조작된 기억이라면, 도대체 그들은 왜 고객의 사랑스런 부인을 천하의 죽일 썅년으로 만들었을까? 헌신적인 여자 동료를 새로 만들면서 말이다. 이건 혹시 부인 이외의 다른 이성을 만나고 싶은 일부 남자들의 은밀한 욕구를 반영한 것일까?

 

 브라우니, 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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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 100 : 요리 에드워드 권 - 초등학생 100명이 묻고 최고의 전문가가 답하다 1 대 100 시리즈 1
서지원 글, 문수민 그림, 에드워드 권 콘텐츠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12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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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초등학생 100명이 묻고 최고의 전문가가 답하다

  저자 - 서지원

  그림 - 문수민

  컨텐츠 - 에드워드 권

 

 

  1대 100 시리즈의 하나이다.

 

  요즘 초등학생인 조카가 학교에서 요리를 배운다. 어릴 때부터 집에서 할머니나 엄마 또는 고모인 내가 요리를 하면 옆에서 참견하길 좋아했는데, 그건 그냥 끼어들기 좋아하는 성격이라서 그러려니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학교에서 요리를 배운다고 하더니, 뭔가 먹을 만한 것을 곧잘 만들어왔다. 물론 선생님이 재료 준비를 다 해주셨겠지만, 하여간 그럭저럭 보기도 예쁘고 맛도 괜찮은 걸 가져온다. 맛있다고 칭찬을 하면, 어깨를 으쓱하면서 좋아한다. 그런데 어떻게 만들었냐고 하면 까먹었다고 대답해서 문제다.

 

  하지만 그 영향인지 요즘 부쩍 누군가 부엌에서 뭔가 하면, 쪼르르 달려와서 뭔가 도와줄 거 없냐면서 자기 잘 한다고 뻐긴다. 얼마 전 김장을 담글 때는 학교에서 만들어봤다고 아는 척을 하기에 속으로 웃기도 했다.

 

  그래서 이 책은 요리에 관심을 가진 조카를 위해 골랐다. 아이들이 요리라는 것에 대해, 그리고 요리하는 것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질문들이야 비슷할 테니 한 번 읽어보라는 마음이었다. 물론 그 전에 내가 먼저 읽어봤지만.

 

  책은 초등학생들이 질문한 100개의 문제를 세 부분으로 나누었다.

 

  1부는 ‘요리란 무엇일까?’라는 제목으로, 요리에 대해 막연히 갖고 있는 질문들과 그에 대한 에드워드 권의 대답으로 이루어졌다. 물에 말은 밥도 요리냐는 물음에서부터 밀가루 반죽을 쉽게 하고 싶다는 질문까지 36개가 들어있다.

 

  2부는 ‘음식의 문화’로 세계 각국의 요리에 대한 물음이 쏟아졌다. 쌀국수의 냄새나는 풀이 뭐냐는 질문에서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의 젓가락 길이가 왜 다르냐는 것까지 총 35개의 궁금증이 적혀 있었다.

 

  3부는 ‘요리사의 세계’로 요리사를 꿈꾸는 아이들이나 에드워드 권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묻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을 묻거나 셰프가 만든 것 중에 제일 괜찮은 음식이 뭐였냐고 물어본다.

 

  질문들은 귀엽고 창의적이며 다양하면서 사랑스러웠다. 거기에 그림과 실제 사진을 적절하게 섞어서, 책장을 넘기는 재미를 주고 있다.

 

 

  그리고 중간에 ‘에드워드 권의 Q’라고 해서 간단한 문제를 내고 있다. 예를 들면 다음 중 요리인 것을 골라보라는 질문에 냉동실에 얼려둔 홍시, 밭에서 딴 고추와 상추, 따뜻한 물에 탄 꿀 그리고 뼈다귀를 넣어 끓인 강아지 밥이 보기로 나와 있다. 누가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참으로 재기발랄한 보기라고 생각한다.

 

  또한 ‘에드워드 권의 요리쿵조리쿵’이라고 하여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요리 방법이 나오거나 세상에서 가장 큰 음식처럼 호기심을 자아내는 별도 코너가 곁들어져 있다. 이외에도 책 중간에 ‘에드워드 권의 환상 요리’ 라든지 ‘셰프의 돋보기’처럼 아이들에게 해주는 경험담이나 요리에 대한 설명 같은 것이 딸려있다.

 

 

  요리에 딱히 관심이 없는 아이들도 흥미 있게 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읽다가 요리에 관심이 생길수도 있을 것 같았다.

 

  책을 다 읽고 편식을 하는 조카에게 장아찌를 건네면서 말했다. “요리사가 되려면 여러 가지 맛을 봐야 한다고 책에서 나왔지? 자, 이거 맛 좀 볼래?” 그러자 조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대답했다. “나 요리사는 안 어울리는 거 같아.” 이런 변덕쟁이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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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신화 여행 -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신들의 이야기
최순욱 지음 / 서해문집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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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저자 - 최순옥



  예전에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큰조카와 그리스 로마 신화 전시회를 간 적이 있었다. 작품 밑에 적힌 설명을 읽던 조카가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어이없다는 투로 말했다.


  “고모, 외국 사람들은 바람피운 게 뭐가 자랑이라고 그림까지 그렸대?” 그리고 다 보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고모 저게 신이야?”


  하긴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들의 일상은 참으로 난잡하고 부도덕하긴 하다. 오죽했으면, 그리스 로마 신화를 너무 좋아하는 나도 이건 아동 유해 매체가 아닐까하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


  북유럽 신화의 신들도 마찬가지다. 너무도 멋진 목걸이를 얻기 위해 난쟁이들과 동침하는 여신이 있는가 하면, 내기에서 이기기 위해 암말로 변신하여 수말과 관계를 맺는 신도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는 새끼 말을 출산한다! 술 먹고 주사를 부리는 신은 기본이요, 납치 강간은 옵션이다.


  하지만 신들의 사고방식을 우매한 인간이 아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신들의 그러한 행적을 기록한 게 바로 인간이니, 입맛에 맞게 자극적이기도 하고 흥미 유발도 하고 풍자를 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가감했을 것이라 짐작한다. 막장 드라마를 욕하면서도 계속 보는 인간의 심리를 그 오래전에 신화를 기록한 사람들은 파악을 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조금 다른 시선을 보여준다. 신화가 그 나라의 문화나 자연 환경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저자 나름대로 해석을 하고 있다.


  저자는 거인 족과 신들의 싸움이 북유럽의 춥고 혹독한 겨울과 지리적인 여건을 상징한다고 말한다. 또한 신화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풍습이 그 나라 사람들의 문화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도 알려준다. 예를 들면 결혼할 때 신부에게 망치를 주는 것이 토르가 여장을 하고 거인 족과 가짜 결혼식을 올리는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북유럽의 약탈혼에 대한 근거를 프레이르와 게르드의 결혼과 연관 짓기도 한다.


  처음에는 너무 저자의 개인적인 의견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조카의 어릴 적 얘기가 떠오르자, 고개를 끄덕이면서 괜찮다고 생각했다. 신화를 논리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고 하지만, 그것을 적힌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런 설명이 곁들여지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물론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이 옳다고 하는 것은 곤란하지만 말이다.


  셰익스피어 이후 새로운 것은 없다고 흔히들 말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신화가 사람들에게 알려진 이후 새로운 게 없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그리스 로마 신화건 북유럽 신화건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어, 이 이름은! 이 설정은! 이 구도는!’하면서 얼마나 많은 게임과 영화와 소설과 만화가 떠올랐는지 모른다.


  저자도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설명을 잘 해주고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나 한국의 신화와 비슷한 내용이 있으면 비교를 해주거나, 게임이나 영화에 어떻게 북유럽 신화가 적용되고 변형되었는지 예를 들어주고 있다.


  예를 들면, 북유럽의 신들이 자신의 조상에 해당하는 거인족을 죽인 것과 그리스 로마 신화의 제우스가 아버지를 죽인 것을 비슷한 연장선상에 놓고 얘기한다. 그리고 프리그와 헤라의 비슷한 상황에 대한 다른 대처법을 보여준다. 또한 반지에 얽힌 이야기를 톨킨과 바그너가 어떻게 변형시켰는지도 얘기한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인간은 과연 발전하고 있는 것인지 의아했다. 과학 기술은 확실히 발전하고 있는 것 같지만, 예술 쪽은 아닌 것 같다. 기존에 있던 것을 변형하고 다른 시선으로 보는 것뿐이지,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감정이나 욕망 같은 것들은 신화시대의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들은 신이라는 지위에 있기에, 아무 것도 거칠 것이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자기들이 느끼는 모든 감정을 고스란히 표출하는 게 아닐까? 남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으니까, 내키는 대로 하는 건 아닐까? 기록하는 인간들의 그런 욕구가 그대로 드러난 것은 아닐까?


  그러기에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신이라고 말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신화를 좋아하는 것이라 추측한다. 감추고 싶은 욕망의 대리 만족이라는 측면에서 말이다.


  그런데 북유럽 신화는 신들의 종말이 나온다고, 세상의 멸망을 기록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꼭 그런 건 아니었다. 신도 그렇고 인간도 그렇고, 살아남을 놈은 살아남는다. 그게 꼭 나란 법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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