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사가 너무 많다 - 귀족 탐정 다아시 경 2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9
랜달 개릿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원제 - Too Many Magicians - Lord Darcy 2

  작가 - 랜달 개릿

  귀족 탐정 다아시 경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

 

 

  ‘셰르부르의 저주’가 단편집이었다면, 이 ‘마술사가 너무 많다’는 장편이다. 그리고 이 시리즈의 특징인 과학과 마법의 조합이 더욱 더 확실하게 드러나는 책이기도 하다. 또한 첩보물의 성격이 더 강해졌다.

 

  영불제국과 폴란드의 첩보전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 남자가 죽은 채 발견된다. 겉보기엔 그냥 평범한 남자가 죽은 것으로 보이지만, 그 의미는 심각했다. 그는 이중첩자로, 영불제국에 숨어든 폴란드의 스파이를 색출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마술사 대회가 열리던 호텔에서 마스터 급의 법정 마술사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아무 연관도 없어 보이는 사건이었지만, 사실은 두 사람이 팀으로 폴란드의 숨은 첩자를 색출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으며 영불제국에서 만들어낸 신무기의 설계도 유출까지 얽혀있다는 것이 밝혀진다. 그러자 영불제국의 국왕은 다아시 경에게 사건의 해결을 맡긴다.

 

  제목을 읽는 순간, 무척이나 낯익은 느낌이 들었다. 예전에 내가 이 책을 읽었던가? 아니었다. 적어도 한 번이라도 접한 것은 읽다보면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데, 이 책은 전혀 아니었다. 그런데 왜 제목이 익숙하지? 한참 고민하다가, ‘아!’하고 기억해냈다. ‘요리사가 너무 많다’라는 네로 울프 탐정이 나오는 책과 제목이 비슷했다. 어릴 적에 그 책을 참으로 재미있게 읽었었다. 비록 탐정은 내 취향이 아니었지만 말이다.

 

  다시 본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 책에서는 과학과 마술이 더욱더 절묘하게 결합하고 있다. 영불제국이 만든 신무기가 그렇고, 법정 마술사 숀 오 로클란이 살인 사건 현장에서 현장 감식을 하는 장면도 그랬다.

 

  ‘혼란 투사기’라는 이름이 붙은 신무기는 대포 모양이지만, 그것을 조준하여 포를 발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정신을 혼란시킨다. 그래서 조준을 받은 사람은 주문에 걸려 총을 장전하는 것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신기한 무기라니! 폴란드가 눈에 불을 켜고 빼앗으려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또한 다아시 경이 활약하는 세상에서는, 사건 현장에 CSI 노란 테이프가 둘러있지 않다. 그냥 법정 마술사가 마스터 급의 마술사가 마법의 벽을 만들어 놓는다. 그걸 만든 사람보다 우수하거나 주문을 정확히 알지 못하면, 사건 현장은 눈에 뻔히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머리카락 하나 들어갈 수 없다. 그 외에 온갖 약품들과 주문을 적절히 사용해서, 사건 현장에 피살자 외에 누가 있었는지 알아보는 장면도 있다.

 

  우리가 사는 곳에서 과학은 마술을 배척하는데, 저 곳에서는 둘이 조합을 이루는 것을 보니 신기하기도 하다. 다음 권에서는 또 어떤 멋지고 묘한 조합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등장하는 인물들도 개성적이었다. 매력적인, 사교계의 꽃이 확실한 마당발 컴버랜드 공작부인. 약간의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결단력도 있고 행동파적인 면모도 보인다. 그리고 다아시 경의 사촌인 런던 후작. 런던 시의 영주인데 이름도 런던 후작이다. 사촌 동생보다 조금 떨어지는 것 같지만, 나름 똑똑한 것 같다. 이외에도 흑마법을 다루는 신출내기 케찰 경, 어딘지 모르게 안절부절못해하는 마술사 서 토마스, 비밀을 숨기고 있는 미녀인지 마녀인지 모를 타이 아인찌히 그리고 버터 속에서 뒹굴다 나온 것 같은 시디 알-나시르 등등.

 

  한 가지 짚고 가자면, 다른 마법사가 나오는 책들처럼 마술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아쉽게도 주인공인 다아시 경에게는 마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단호한 의지와 비상한 두뇌,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포용력 그리고 빠른 눈치가 있었다. 그래서 모든 정보를 모으고, 걸러내고, 유추하고, 과감하게 상상하고, 논리적으로 판단해서 범인을 찾아낸다.

 

  책을 다 읽고 든 생각은, ‘도박에 빠지지 말자’였다. 역시 과한 도박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문제인가보다. 그 쪽이건 이 쪽이건 말이다.

 

  드디어 이 시리즈의 마지막 권을 주문했다. 아이 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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