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카터 : 바숨 전쟁의 서막 (1disc) - 아웃케이스 없음
앤드류 스탠튼 감독, 린 콜린스 외 출연 / 월트디즈니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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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John Carter

  감독 - 앤드류 스탠튼

  출연 - 테일러 키취, 린 콜린스, 윌렘 데포, 도미닉 웨스트

 

 

 

  어렸을 적에 부모님이 사주신 SF 어린이 책 전집이 있었다. 난 세계 명작 시리즈보다 그 책들을 더 좋아했었다. 기이한 실험이나 미래 세계 이야기, 시간 여행이라든지 우주여행, 차원 이동 그리고 지구 내부 탐험 등등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참 많았다. 이사가면서 친척집에 줬는지 팔았는지 가물가물하지만, 집에서 사라졌다.

 

  그러던 중 개봉 영화 제목 하나가 기억 속에 잠들어있던 뭔가를 일깨웠다. ‘존 카터.’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이었다. 어디서 들었을까? 영화 설명을 보는 순간, ‘아!’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그래, 그 소설이다. 인디언인가 강도였나 하여간 그런 사람들을 피해 동굴로 갔던, 이유는 잘 모르지만 하늘로 둥실둥실 떠서 화성에 도착했던, 방방 잘 뛰어다니던 한 남자 이야기가 생각났다. 화성에 가서 예쁜 공주를 구하고, 나쁜 왕을 물리치고 착한 친구를 왕위에 오르게 도와줬던 그 남자. 화성에서 잘 먹고 잘사는 게 아니라 갑자기 다시 지구로 돌아와서, 화성의 공주를 그리워하던 그 남자의 이름이 바로 존 카터였다.

 

  그 책에 실렸던 삽화도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예쁜 공주는 인간처럼 생겼고, 또 다른 화성인은 큰 키에 에일리언처럼 입이 찢어져있어서 악어처럼 뾰족한 이가 솟아나 있었다.

 

  어린 시절의 그 추억을 되살리며,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물론 영화는 내 기억 속의 책 내용과 많이 달랐다. 예쁜 공주가 나오긴 했지만 그녀는 기억과 달리 여전사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그리고 화성인들의 모습 역시 기억 속의 삽화만큼 무섭지 않았다.

 

  하지만 내 기억이 불완전할 수도 있다. 아무리 내가 재미있다고 달달 외울 정도로 읽었다고 해도, 거의 30년 전에 읽었던 책 내용이니까.

 

  역시 과학기술의 발달은 놀라웠다. CG로 만든 것이 분명한 팔 네 개 달린 키 큰 화성인이나 엄청나게 큰 비행선 등으로 가득한 화면은 환상적이었다. 화성인 해츨링들과 화성의 개는 어떻게 보면 못생겼지만 또 어떻게 보면 너무 귀여웠다. 하지만 개는 역시 털이 복슬복슬한 게 내 취향이다. 털이 하나도 없이 반질반질한 것들은 좀 그렇다.

 

  하지만 이 영화, 좀 길었다. 우선 화성의 여러 종족이 벌이는 음모와 암투를 설명하느라 시간을 잡아먹었다. 각각의 상황과 현재 처한 입장, 얽힌 이해관계와 권력 암투에 너무 치중했다. 덕분에 존 카터가 활약하는 액션장면은 그리 많지가 않았다. 일행이 도망칠 시간을 벌기 위해 화성인들과 대규모 전투를 하는 장면, 비행선을 타고 도망치는 장면, 모함에 빠져 투기장에서 괴물들과 싸우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 전투 장면 정도.

 

  2시간이 훌쩍 넘는 상영시간이었는데, 전투 장면의 화려함보다는 화성의 배경이나 자연 환경을 더 많이 보여주었다. 신경을 많이 쓴 게 티나는 화성의 밤과 낮이 아름답기는 했다.

 

  게다가 추격자들과 싸우는 장면은 비장함을 주려고 했는지, 통쾌하게 싸운다는 기분보다는 ‘감동 받아봐’라는 속삭임이 들려서 재미가 반감되었다. 어떻게 목숨을 건 일 대 다수의 전투 장면과 그의 부인이 죽었던 과거 기억을 교차 편집할 생각을 했을까? 비장함도 애틋함도 통쾌함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또한 전반부에 너무 배경 설명이 길어서, 전투 장면들은 휙휙 지나간 느낌이 들었다. 내가 SF 블록버스터를 보는 이유는 권력 암투보다는 화려한 액션이 가미된 볼거리 때문인데 말이다.

 

  거기에 다음편이 나올 것 같은 결말까지. 설마 너무도 자세한 배경 설명은 2부를 위한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을까? 그러고 보니 궁금해진다. 지금은 화성에 생명체가 없다는데, 그러면 그 많은 타르크인이나 헬리움인들은 누가 먹었 다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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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0 English 2 - 하루 30분, 30일에 끝내는 초등영어 말하기 프로젝트 3030 English 2
김지완 지음, 김상인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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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김지완

 

 

  방학 때 조카를 붙잡고 영어 공부를 시켰다. 하루에 한 과씩 같이 읽어주고 집에서 시디 들어보라고 하고, 배운 거 이용해서 한두마디 해보고.

 

 책의 구성은 짧은 주제 문장 하나에, 연관된 한 번 정도 주고받을 수 있는 대화문이 전부이다. 하지만 6개 정도의 간단한 단어를 가지고 대화문을 6개나 응용하고 있다. 단어는 계속 반복되다보니까, '이거 앞에서 봤던 거다!'라고 기억할 정도였다. 문장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중에라도 기억이 나길 빌어본다.

 

 곁들어진 그림은 좀 웃겼다. 예쁜 것도 아니고, 사실적인 것도 아니고. 책에서 cute라는 단어가 나왔는데, 조카녀석은 도대체 어딜 봐서 이 그림이 귀엽냐고 이상하다고 투덜거렸다. 그림을 그린 사람에게는 귀여울 수 있다고 대답하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조카가 이제 4학년이 되는데, 별로 어렵지 않았다. 아직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표현도 더러 있다고 하는 걸 보니, 3~4학년 교과서에 나오는 문장들인가보다.

 

  공부하는 것도 어렵지 않고, 복습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후반부에 가서 과거형이 조금 나오는데, 그 부분은 헷갈리는 것 같았다.

 

  다만 문제는, 책이 잘 뜯어진다는 것이었다.

 

  책은 험하게 다루지 않는 아이인데, 5단원을 공부할 때쯤부터 책장이 떨어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10과를 넘어가면서부터는 장난아니게 뜯어졌다. 책을 던지지도 않았고, 일부러 뜯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너무 꾹꾹 누르지 말라고 주의를 줬건만, 한 번 시작된 책장의 이탈은 마치 가을에 낙엽떨어지듯이 우수수...

 

 1권은 괜찮았는데, 2권이 문제였다. 그래서 내용은 좋았지만 제본이 마음에 안들어서 별을 3개만 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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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라이트
로드리고 코르테스 감독, 시고니 위버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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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Red Lights

  감독 - 로드리고 코르테스

  출연 - 로버트 드 니로, 킬리언 머피, 시고니 위버, 엘리자베스 올슨



  감독은 누군지 잘 모르지만, 배역진은 참으로 화려했다. 하지만 배역진만 화려하고 내용은 별로였던 영화에 낚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에, 별다른 기대 없이 마음을 비우고 봤다. 그래서인지 의외로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말 전까지는.


  초능력이나 심령술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데 여념이 없는 시고니 위버와 그녀를 돕는 조수 킬리언 머피. 초능력자나 심령 현상 내지는 강령회나 유령이 나온다는 곳이면 어김없 찾아가서 진위여부를 과학적으로 실험하고 확인한다.


  로버트 드 니로는 삼십년 만에 복귀한 심령술사이다. 아픈 환자를 치료하고 온갖 기이한 능력을 선보이는 그. 당연히 시고니 위버의 레이더에 포착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녀가 일하는 연구소에서 여러 가지 실험을 받기로 동의한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결과가 나오는데…….


  시고니 위버와 킬리언 머피가 그러고 다니는 이유가 과연 그런 것들이 진짜로 존재한다는 것을 믿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없다는 걸 입증하고 싶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두 사람 다 너무도 절박한 상황이기에, 가짜를 추려내고 진짜를 찾아내서 도움을 받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면 자신들에게 거짓 희망을 줬다가 빼앗아간 부류를 용서할 수 없다는 마음일 수도 있다. 또는 과학자의 사명으로 혹세무민하는 자들을 잡아내야겠다는 것일 지도 모른다.


  영화는 그런 두 사람의 의지와 절망을 로버트 드 니로의 교활함과 대비시키고 있다. 과학과 심령술의 대결이라는 이름하에 말이다.


  이런 유의 영화는 심령 현상이나 초능력이 없다고 확실하게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지금까지 증명된 적은 없지만, 어쩌면 있을 수도 있다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마무리를 한다. 미국 드라마 ‘X 파일’에서 많이 써먹은 방법이다. 대부분의 귀신 영화도 그렇고.


  그래서 어떻게 결론을 내릴지 궁금했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과학과 심령의 대결을 보여 놓고, 흐지부지 끝낼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이 영화의 결말은……. 아, 뭐라고 말해야 할까? 어쩌면 그것이 감독과 각본가에게는 최선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보는 입장에서는 룰루랄라 신나게 쾌변을 보다가 마지막에 한 덩어리가 막혀있는 기분이 들었다. 음, 너무 더러운 예를 들었나? 좀 깨끗한 예를 들자면, 밥을 맛나게 먹었는데 막판에 목이 메는 느낌? 그것도 아니면 교실 문에 온갖 함정을 파놓고 선생님이 들어오길 기다렸는데, 기다리는 분은 안 오고 자습을 하게 되는 그런 허탈함?


  반전을 내놓고 ‘짜잔~ 원래 이거였어.’라는 뿌듯한 마음으로 관객들에게 놀라고 감탄하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게 왜 반전이 되어야 하는지, 어떻게 그걸 그렇게 연결시킬 수 있는지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물론 그냥 받아들이면 ‘그렇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그래서 저 때 저런 반응이 나왔구나!’라고 넘기면 될 일이기도 하다. ‘뭘 그렇게 따지고 그러냐? 주는 대로 받아서 즐기면 되는 거지. 웃자는 글에 진지 댓글 달면 곤란하지.’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긴 그냥 재미있게 보고 지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난 까칠한 도시 여자이기에, 아쉬운 건 아쉽다고 말하고 넘어가야한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런 유의 영화는 결말이 뻔하다. 인디 영화라면 몰라도, 대형 자본이 들어가는 것이면 기본 공식화된 끝을 내야한다. 한 쪽의 손을 들어주지 말라가 그 중의 하나이다. 그래서 감독은 그 과정을 따라가면서도 약간의 일탈을 위해 반전을 주려고 노력했다. 문제는 그 반전이 너무 생뚱맞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허탈함을 주었다.


  결론대로라면, 시고니 위버는 뭐가 되는 거지? 목숨을 걸고 연구한 그녀의 노력은 뭐가 되는 걸까? 결국 영화는 시고니 위버 바보 만들기가 되어버렸다. 외계인에 맞서 지구를 구한 여전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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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마리 베이비 (악마의 씨)
로만 폴란스키 감독, 미아 패로우 외 출연 / 필림21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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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Rosemary's Baby

  감독 - 로만 폴란스키

  출연 - 미아 패로우, 존 카사베츠, 루스 고든, 시드니 블랙메어

  원작 - 아이라 레빈의 ‘로즈마리의 아기 Rosemary's Baby’



  예전에는 ‘악마의 씨’라는 제목으로 알려져 있어서, 무척이나 헷갈리게 했던 영화이다. 오래 전에 ‘악마의 씨, Demon Seed’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어서, 두 개가 혼동되었다. 한글 제목은 둘 다 똑같이 ‘악마의 씨’였으니 말이다. 다만 전자는 악마 숭배와 연관이 있는 영화였고, 후자는 고도로 발달한 컴퓨터의 폭주에 관한 것이었다. 하지만 두 영화 다 ‘아이라 레빈’과 ‘딘 R 쿤츠’라는 탁월한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고, 아기를 낳는다는 공통점이 있기는 했다.


  로즈마리는 남편과 함께 맨해튼의 아파트에 입주한다. 그녀는 전업주부이고, 남편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이다. 그곳에 사는 다소 과잉 간섭을 하는 노부부를 비롯해 아파트 주민들과 친분을 쌓아가는 로즈마리. 그러다가 그녀가 세탁실에서 우연히 만났던 한 여성이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이후 다른 사람이 맡았던 주요 배역이 남편에게 돌아오고, 남편은 노부부의 말이라면 거의 맹신하다시피 한다.


  이상한 괴물에게 강간을 당하는 악몽을 꾸고 며칠 후, 그녀는 임신을 하게 된다. 하지만 노부부와 남편의 강요로 그들이 소개한 산부인과에 가게 되고, 그녀는 극심한 고통에 시달린다. 설상가상으로 그녀를 걱정하던 지인까지 의문의 죽음을 당하는데, 로즈마리는 그가 남긴 책에서 섬뜩한 사실을 알게 된다. 바로 노부부가 악마를 숭배하는 집단의 일원이라는 것이다.


  아, 예전에는 그냥 지루하다는 생각만 들었는데 다시 보니까 이건 뭐 그냥 후덜덜했다. 연출도 그렇고 배우의 연기도 그렇고 분위기까지. 몽땅 다 그냥 닥치고 찬양해야할 것 같았다.


  이건 어쩌면 나만의 생각일지 모르지만, 결론을 알고 보니까 배우들의 대사나 행동이 무의미해보이지 않았다. 음, 이걸 말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는데……. 하지만 이 영화는 나름 유명해서 상당수가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써보겠다.


  로즈마리가 임신한 이후, 남편은 그녀를 예전처럼 잘 만지지 않는다. 뽀뽀를 할 때도 예전처럼 입에다 해주는 걸 본 기억이 없다. 그녀와 눈을 잘 마주치지도 않고. 일종의 죄책감이 아닐까 생각한다. 출세를 위해 부인을 팔아버린 죄책감. 영화를 보면서 욕만 나왔다. 이런 나쁜 놈! 찢어죽일 놈! 비 오는 날 먼지 나게 패고 이십대 더 때려줄 놈! 하아, 몇 년 동안 할 욕이 두 시간을 약간 넘는 상영 시간에 다 나올 정도였다. 그 남자 욕은 밤이 새도 모자를 것 같으니, 여기서 그만하고 다른 부분으로 넘어가겠다.


  이 영화의 연출이 섬세하다는 걸 느낀 것은, 로즈마리가 아기 울음소리를 따라서 비밀통로로 이어진 방에 왔을 때이다. 거기서 남편은 은근슬쩍 그녀의 눈을 피해 자리를 이동한다. 당연하다. 아기가 죽었다고 그녀에게 거짓말을 했으니까. 근데 그게 화면 구석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눈에 들어오지 않을 구도에서도 그런 연기를 하고 있었다. 감독이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쓴 정성이 느껴졌다.


  게다가 로즈마리가 임신 후 점점 말라가는 과정 역시 잘 다루고 있다. 물론 머리와 화장빨인 것도 있겠지만 말이다. 처음에는 괜찮아보였던 그녀의 얼굴이 점점 변해서 짙은 다크서클에 퀭하니 쑥 들어간 눈에다가 홀쭉한 볼이 되고, 그러면서 그녀의 예민함과 불안감이 증가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까지 불안해지는 기분이었다.


  거기에 다른 인물들이 내뱉는 대사나 행동 하나 놓칠 게 없었다. 어쩌면 이건 내가 너무 감명을 받아서 오버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누구나 뻔히 아는 진행을 하면서도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한다면, 그건 진짜 잘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힌트를 한 치의 오차가 없이, 관객들이 감독의 의도에 맞게 생각하도록 배치를 했다면, 그건 칭찬을 넘어서 극찬을 해야 할 것이다.


  처음에는 간섭이 심한 주책바가지 노부부라고 생각했지만, 점점 힌트가 모이면서 그들의 집착이 공포로 다가오는 과정은 소름끼쳤다. 나중에는 그 노부인의 수다스런 입을 때리고 싶을 정도였다. 아, 난 원래 경로사상이 투철한 사람이었는데, 동네 할머니할아버지들에게 인사 잘하고 다니는 그런 사람인데.


  그렇다, 그래서 이 영화가 더 무서운 것이다. 실체를 모르는 막연함에서 점점 구체화되는 공포가, 겉으로 보기엔 너무도 평범한데 실상은 너무도 다른 가족과 이웃이, 안전하다 믿었지만 배신과 음모의 장소가 되어버린 집이라는 공간이, 이 세상은 불신과 악이 지배한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래서 영화는 잔잔하지만 오싹하기만 하다.


  꼭 악마주의가 아니라고 해도 사이비 종교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존재하며, 가족이라도 죽이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이웃끼리 다툼이 살인으로 번지는 일도 종종 올라오고, 세상에 믿을 사람 없다는 말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니 말이다.


  그때보다 지금이 더 각박하고 무서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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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과학을 들어 올리다 즐거운 과학 탐험 16
정창훈 지음, 민은정 그림 / 웅진주니어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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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정창훈

  그림 - 민은정

 

 

  이건 내가 흥미가 있어서 고른 책이다. 조카는 조금 어려웠던 모양이다. 어린이용 과학책은 간혹 용어가 어려운 경우가 있다. 그래서 우선은 그냥 읽어보라고 했다. 아직은 한자에 약하기에, 한자어로 된 용어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았다. 예를 들면, ‘출몰성’, ‘주극성’ 이런 것들이다.

 

  이런 과학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면, 잘 모르는 아이들은 ‘이건 뭐지?’라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그렇다고 모든 용어를 다 풀어쓸 수는 없을 테고……. 그래서 과학이 어려운 것 같다.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이 책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여러 가지 일들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어떤 것은 그럴듯하기도 하고, 또 다른 어떤 것은 너무 억지스럽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예를 들면 강의 신인 아켈로스가 헤라클레스와 싸울 때 모습을 뱀처럼 바꾸다가 황소로 변했다가 하는데, 그 와중에 뿔이 하나 부러진다. 이 책에서는 그것을 강의 모습이 변하는 것을 그리스 사람들이 신화적으로 얘기한 것이라 한다. 그러니까 강이 흐를 때 구불구불한 것이 아켈로스가 뱀으로 변한 것이고, 우각호가 생기는 것을 그의 뿔이 부러져 떨어져나간 것에 빗대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페르세포네의 이야기와 계절의 변화, 나르키소스와 반사에 대해서 언급한다. 또한 독수리에게 끊임없이 쪼임을 당하면서도 재생하는 프로메테우스의 간에 대해 얘기하면서, 간의 재생성에 대해 말한다.

 

  제일 재미있던 것은 페르세우스와 메두사에 관한 부분이었다. 페르세우스가 방패에 메두사의 얼굴을 비춰봤다는 얘기에서, 방패를 잘 닦아 사물을 반사시키면 원래 모습보다 작에 나오니 메두사가 별로 안 무서웠을 거라고 저자는 추측한다. 아, 이런 놀라운 비밀이!

 

  책은 우선 신화를 얘기하고, 그 다음에 과학을 말한다. 중간에 삽화가 들어가고 신화에 얽힌 조각이나 미술 작품이 곁들여있다. 그림은 무난했고, 적절하게 들어있었다. 거기에 재미있는 개그 대사도 들어있고.

 

  나중에 조카가 나이가 들면, 그래봤자 5학년쯤 되었을 때 한 번 더 읽어보라고 해봐야겠다.

 

  아, 신화를 과학적으로 풀이해놓았다고 해서 모든 것을 다 얘기하고 있지는 않다. 가능한 것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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