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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라이트
로드리고 코르테스 감독, 시고니 위버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12년 11월
평점 :
원제 - Red Lights
감독 - 로드리고 코르테스
출연 - 로버트 드 니로, 킬리언 머피, 시고니 위버, 엘리자베스 올슨
감독은 누군지 잘 모르지만, 배역진은 참으로 화려했다. 하지만 배역진만 화려하고 내용은 별로였던 영화에 낚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에, 별다른 기대 없이 마음을 비우고 봤다. 그래서인지 의외로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말 전까지는.
초능력이나 심령술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데 여념이 없는 시고니 위버와 그녀를 돕는 조수 킬리언 머피. 초능력자나 심령 현상 내지는 강령회나 유령이 나온다는 곳이면 어김없 찾아가서 진위여부를 과학적으로 실험하고 확인한다.
로버트 드 니로는 삼십년 만에 복귀한 심령술사이다. 아픈 환자를 치료하고 온갖 기이한 능력을 선보이는 그. 당연히 시고니 위버의 레이더에 포착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녀가 일하는 연구소에서 여러 가지 실험을 받기로 동의한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결과가 나오는데…….
시고니 위버와 킬리언 머피가 그러고 다니는 이유가 과연 그런 것들이 진짜로 존재한다는 것을 믿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없다는 걸 입증하고 싶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두 사람 다 너무도 절박한 상황이기에, 가짜를 추려내고 진짜를 찾아내서 도움을 받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면 자신들에게 거짓 희망을 줬다가 빼앗아간 부류를 용서할 수 없다는 마음일 수도 있다. 또는 과학자의 사명으로 혹세무민하는 자들을 잡아내야겠다는 것일 지도 모른다.
영화는 그런 두 사람의 의지와 절망을 로버트 드 니로의 교활함과 대비시키고 있다. 과학과 심령술의 대결이라는 이름하에 말이다.
이런 유의 영화는 심령 현상이나 초능력이 없다고 확실하게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지금까지 증명된 적은 없지만, 어쩌면 있을 수도 있다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마무리를 한다. 미국 드라마 ‘X 파일’에서 많이 써먹은 방법이다. 대부분의 귀신 영화도 그렇고.
그래서 어떻게 결론을 내릴지 궁금했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과학과 심령의 대결을 보여 놓고, 흐지부지 끝낼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이 영화의 결말은……. 아, 뭐라고 말해야 할까? 어쩌면 그것이 감독과 각본가에게는 최선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보는 입장에서는 룰루랄라 신나게 쾌변을 보다가 마지막에 한 덩어리가 막혀있는 기분이 들었다. 음, 너무 더러운 예를 들었나? 좀 깨끗한 예를 들자면, 밥을 맛나게 먹었는데 막판에 목이 메는 느낌? 그것도 아니면 교실 문에 온갖 함정을 파놓고 선생님이 들어오길 기다렸는데, 기다리는 분은 안 오고 자습을 하게 되는 그런 허탈함?
반전을 내놓고 ‘짜잔~ 원래 이거였어.’라는 뿌듯한 마음으로 관객들에게 놀라고 감탄하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게 왜 반전이 되어야 하는지, 어떻게 그걸 그렇게 연결시킬 수 있는지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물론 그냥 받아들이면 ‘그렇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그래서 저 때 저런 반응이 나왔구나!’라고 넘기면 될 일이기도 하다. ‘뭘 그렇게 따지고 그러냐? 주는 대로 받아서 즐기면 되는 거지. 웃자는 글에 진지 댓글 달면 곤란하지.’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긴 그냥 재미있게 보고 지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난 까칠한 도시 여자이기에, 아쉬운 건 아쉽다고 말하고 넘어가야한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런 유의 영화는 결말이 뻔하다. 인디 영화라면 몰라도, 대형 자본이 들어가는 것이면 기본 공식화된 끝을 내야한다. 한 쪽의 손을 들어주지 말라가 그 중의 하나이다. 그래서 감독은 그 과정을 따라가면서도 약간의 일탈을 위해 반전을 주려고 노력했다. 문제는 그 반전이 너무 생뚱맞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허탈함을 주었다.
결론대로라면, 시고니 위버는 뭐가 되는 거지? 목숨을 걸고 연구한 그녀의 노력은 뭐가 되는 걸까? 결국 영화는 시고니 위버 바보 만들기가 되어버렸다. 외계인에 맞서 지구를 구한 여전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