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mage.aladin.co.kr/img/shop/19_85cover_view.png)
-
천상의 피조물
피터 잭슨 감독, 케이트 윈슬렛 외 출연 / 기타 (DVD)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원제 - Heavenly Creatures
감독 - 피터 잭슨
출연 - 케이트 윈슬렛, 멜라니 린스키, 제드 브로피, 클라이브 메리슨
1952년 뉴질랜드에서 발생한 2명의 10대 여자 아이들의 충격적인 실화를 토대로한 작품. 15세에 살인범이 된 그녀들이 죄를 범하게 되는 심리적 변화를 그린, 소녀 시절의 복잡 미묘한 동성애적 이상 심리에 관한 작품이라는 소개글과 케이트 윈슬렛이라는 여주인공의 이름과 피터 잭슨이라는 감독의 이름으로 보게 된 영화이다. 물론 피터 잭슨이 영화 ‘반지의 제왕’을 만들기 전에 내놓은 작품이다. 사실 어린 살인범이라는 소재가 특히 마음에 들어서인 점도 있지만.
폴린은 지극히 따분하고 재미없는 일상을 살아가는 소녀이다. 그리 넉넉하지 못한 집안에 마음에 들지 않는 부모님. 사춘기 소녀가 꿈꾸는 이상적인 부모와 현실의 부모는 원래 차이가 좀 있다. 언제나 남의 떡이 커보이는 법이다. 그리고 너무도 평범해서 촌티를 풀풀 풍기는 자신의 외모. 그녀는 그런 것들에 불만을 품은 내성적인 소녀였다.
그런 그녀의 앞에 나타난 소녀 줄리엣. 폴린이 보기에 너무도 우아하고 교양 있어 보이는 상류계급의 부모님을 갖고 자신감 넘치는 당당한 태도와 먼 곳을 바라보는 눈과 예쁜 미모의 소유자.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은 금방 친해져, 죽고 못 사는 사이가 된다. 서로 같은 꿈을 공유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두 소녀는 자기들만의 세계를 만들어 간다. 요즘 같으면 애들이 친하구나 내지는 그러려니 하겠지만, 그 당시 시대 상황은 그런 두 사람의 친밀감을 위험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절대로 떨어질 수 없는 두 사람과 그들을 떼어놓으려는 주변의 압력은 대립하게 된다.
결국 정신적으로 막다른 곳까지 이른 두 소녀는 해서는 안 되는 짓을 하기로 한다가 처음 제작 의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그냥 상류 계급에 편입하고 싶은 소녀의 발악인 것처럼 그려졌다.
왜냐하면 폴린이 꿈꾸는 환상에서 두 사람을 환하게 웃으면서 반겨주는 것은 줄리엣의 부모님이었다. 사람들의 환송을 받으며 떠나는 호화 여객선에서 두 사람을 마치 친딸처럼 안아주고 웃어주는 환상이 마치, 불만족스러운 친부모 대신 겉보기에 완벽해 보이는 두 사람을 자신의 부모로 여긴다는 뉘앙스가 풍기기 때문이다.
사실 어릴 적에 그런 상상은 한두 번은 해보기 마련이다. 주로 부모님에게 꾸지람을 듣거나 뭔가 불만스러울 때, 내 진짜 친부모님이 날 데리러 올 거야라든지 내 친부모는 어쩌고저쩌고 그런 상상 말이다……. 나만 해봤나?
하여간 폴린에게는 그런 욕구 내지는 상상이 존재했던 것 같다. 비록 줄리엣과 함께 있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강했지만, 그런 면도 있었다.
그런데 감독의 의도인지 모르지만, 그 부부도 그렇게 행복하고 완벽한 것 같지는 않았다. 하긴 사람의 속사정은 겉으로 봐서는 모르는 거니까.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줄리엣이 폴린과 비슷한 환경의 소녀였다면, 폴린은 그녀에게 그렇게 집착했을까? 사춘기 소녀의 순수한 우정과 사랑을 너무 모독한 말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의문이 들었다.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가진 그녀였기에, 더 매달리고 애정을 퍼붓고 날 구해줄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만약에 감독이 여자였다면,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면 소녀들의 감정 변화를 좀 더 섬세하게 그려내지 않았을까? 두 사람의 환상을 더 몽환적이고 신비롭게 잘 표현하지 않았을까? 물론 피터 잭슨 감독이 별로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소녀들의 감정 처리가 좀 더 섬세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로 ‘여고 괴담 2편’이 떠올랐다. 거기서는 소녀들의 불안하면서 위태로운 심리와 그들이 꿈꾸는 환상이 적절하게 잘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런 부분에서 이 영화는 좀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