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의 약속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4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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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Appointment with Devil (1938년)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포와로가 나오는 이야기이다. 이번에 그는 예루살렘으로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그가 사건을 따라다니는 것인지 아니면 사건이 그를 따라다니는 것인지 역시나 사건이 발생한다.


  집안의 경제권을 움켜쥐고 전처의 자식뿐 아니라 친자식까지 정신적으로 학대하는 즐거움으로 사는 보인튼 노부인. 서른이 되고 결혼을 했지만 아직도 어머니에게 대들지 못하는 큰아들을 비롯해 역시 눈치만 보고 사는 작은 아들과 큰딸, 남편에게 실망하고 유일하게 시어머니에게 반항하는 며느리 그리고 친어머니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정신 분열 증세까지 보이는 막내딸. 그리고 그들에게 흥미를 보이는 심리학 박사 제러드와 역시 의학을 공부하는 새러. 이외에도 하원의원인 웨스트홀름 부인과 우유부단한 피어스 양.


  증오와 경멸, 애정과 괴롭힘 등등의 온갖 불길한 감정이 사막의 뜨거운 열기와 결합하는 날, 살인이 일어난다. 보인튼 부인이 죽은 채로 발견된 것이다.


  그 전에 이미 그녀는 죽어야한다고 말했던 작은 아들을 필두로 모든 가족들이 용의자로 의심받는 가운데, 연관된 다른 사람들까지 미심쩍은 행동을 보인다. 누가 왜 어떻게 노부인을 죽였을까?


  이번 이야기는 포와로가 나왔으니 당연히 추리이긴 한데, 로맨스적인 요소도 만만찮게 들어있다. 비중이 반반정도. 아, 반반은 언젠가도 말했지만 치킨 시킬 때만 필요한 게 아니다. 거의 전반부에는 포와로는 딱 한 장면 나오고, 그 가족들과 주변 인물들의 갈등만 주구장창 나온다. 새러에게 호감을 가지지만 어머니의 말 한마디에 꼬리를 내리는 작은 아들이라든지, 박사의 눈에 비친 막내딸의 정신병적 행동 그리고 큰아들 부부의 갈등 등등.


  판타지에 로맨스적인 면이 많이 가미된 소설을 로맨스 판타지라고 부르는데, 이 책도 어쩌면 로맨스 추리라고 장르를 분류해도 좋을 것 같다. 결말에 가면 범인만 빼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다 자기 짝을 찾아가니 말이다.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데, 독재자 어머니가 사라지고 남은 가족들의 행복한 생활을 보여주기 위함인지…….


  한편으로는 어머니의 독재와 압제에서 어린 시절을 자랐던 사람들이 그렇게 쉽게 자유를 누리며 밝게 살아갈 수 있는가하는 의문도 들었다. 인간이란 적응력이 뛰어난 동물이라는 걸 입증하는 것인지 아니면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뜻인지 잘 모르겠다.


  하긴 그들에게는 지혜로운 조력자들이 많이 있긴 했다. 몇 번 보지 않았지만, 몇 마디 나누지 않았지만 기꺼이 위증을 하거나 증거를 조작해줄 다정다감한 사람들이 주위에 있었다. 역시 인맥이란 소중한 것이야!


  ……뭔가 많이 삐딱한 노선을 타버린 것 같다. 자, 다시 돌아가자.


  이번 이야기는 심리적인 면에 중점을 둔 것 같았다. 죽은 노부인의 뒤틀린 지배욕과 거기서 벗어나고 싶지만 무기력한 자식들 그리고 그런 그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용기를 북돋우는 주변인들의 심리 변화가 주를 이루고 있다.


  덕분에 포와로는 사건이 일어난 후에야 등장할 수가 있어서 약간 슬펐다. 그래도 그의 추리력은 놀라웠고 우월했다. 언제나 그가 지목하는 범인은 날 바보로 만든다. ‘왜 난 그걸 눈치 채지 못했는가!’ 막 이러면서 좌절하게 하고. 80권까지 다 읽는 날에는 맞출 수 있을까? 그러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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