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 서울 시 1
하상욱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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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하상욱

  그림 - 하상욱

 

 

  자주 가는 다음 카페에 게시물이 하나 올라왔다. SNS 짧은 엽기시라는 제목으로 두 줄 정도의 재미있으면서 공감이 가는 시가 적혀있었다. ‘와아, 기가 막히네. 어떻게 이걸 이렇게 딱 꼬집어 표현했지?’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시집으로 나온다기에, 더 접해보고 싶다는 욕심 반, 과연 다른 시들은 어떨까하는 호기심 반인 생각이 마구 피어올랐다. 반반은 치킨에만 해당하는 건 아닌가보다. 아, 치킨은 그냥 반반이 아니라 반반무많이구나.

 

  책에 적힌 시는 짧은 두 줄에서 네 줄에 한두 문장 정도 되는 분량이지만, 시를 읽고 제목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 정도로 사람의 마음에 딱 와 닿고 ‘맞아, 맞아’가 입에서 저절로 나오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어떤 것은 풍자적이고, 또 어떤 것은 자조적이며, 또 다른 것은 유머로 가득했다. 게다가 평범한 단어의 조합이지만, 독특하고 개성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이게 무슨 시냐고 반문할 사람도 있다. 내 친구가 그랬다. 그냥 재미있는 감성적인 짧은 글귀가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긴 요즘 개그 프로에서도 비슷한 형식의 시를 읊는 코너가 있긴 하다. 개그 콘서트의 ‘정 여사’에서 가끔 정 여사가 그런다.

 

  친구의 말을 듣고 있으려니, 언젠가 지인이 알려준 일본의 하이쿠(俳句, Haiku)라는 시가 떠올랐다. 정확히 말하면 시가 아니라 시의 한 형식일 것이다. 하이쿠는 10자가 조금 넘는 짧은 분량에 계절감과 미의식을 표현하고 있다. 읽어보면 상당히 서정적이고 감성적이다. 분위기 있는 풍경사진과 같이 붙여놓으면 더 효과적이다.

 

  이 ‘서울시’ 역시 그런 느낌을 주고 있다. 다만 음, 서정적이라기보다는 유쾌한 면이 더 많이 느껴진다. 바쁘고 어찌 보면 각박한 현대인의 감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으니까.

 

  예를 들면

 

‘지켜

준다더니

 

아껴

준다더니’ - 개인 정보

 

 

‘잘못된

선택

 

뒤늦은

후회’ - 내 앞 자리만 안 내림

 

 

  시만 읽을 땐 고개를 갸웃거리지만 제목까지 읽으면 무릎을 치면서 ‘캬~’하는 감탄사와 고개는 절로 끄덕여지고 웃음이 나온다. 절묘하다. 사람과 주위 환경에 대한 생각과 관찰을 깊고 다양하게 한 결과물 같다. 나도 관찰과 사색을 좀 더 깊이 있고 독특하게 하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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