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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드 투 킬 - 아웃케이스 없음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 키스 고든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원제 - Dressed To Kill
감독 - 브라이언 드 팔마
출연 - 마이클 케인, 앤지 디킨슨, 낸시 앨런, 키이스 고든
정신병자라고 해도 될까? 양성을 가졌기에 자신의 성정체성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살인범을 그렸으니, 어떻게 보면 정신병자일지도……. 또 다르게 보면 불쌍한 사람이고……. 하여간 그런 사람이 나오는, 지금 어찌 보면 뻔한 스토리이다. 범인도 너무 쉽게 밝혀졌고, 그렇게 무섭거나 잔인한 장면도 없었다.
다만 므흣한 장면은 많았다. 첫 장면에 나오는 샤워씬과 택시 안에서의 19금적인 행동들은 특히 그러했다. 초반만 보면 남편과의 잠자리에 만족하지 못한 한 중년 부인의 쾌락 일지라고 여겨도 될 정도였다.
그러나 상황은 급속도로 변한다. 처음 보는 남자와 만족스러운 잠자리를 가지고 그의 집을 빠져나오는 여인. 불행히도 엘리베이터에서 살인마와 맞닥뜨린다.
이 엘리베이터 장면은 정말이지 ‘오오! 나이스! 감독님 멋지십니다!’를 절로 외치게 만든다. 문이 닫히는 엘리베이터에서 거울을 통해 보이는 범인의 살인 장면. 그리고 다음 층에서 문이 열린다. 여주인공의 눈에 들어온 것은 피투성이가 되어 도움의 손길을 바라는 여인. 하지만 관객들은 거울을 통해서 범인이 주인공까지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 우연히 고개를 든 그녀는 거울을 비친 범인의 존재를 알게 되고, 손을 거둔다. 그와 동시에 엘리베이터는 닫히고, 중년 부인은 결국 죽고 만다.
이 얼마나 멋진 배치인가! 관객들은 범인의 존재를 알지만,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게 된다. 죽어가는 여자가 불쌍하지만, 주인공이 도움의 손길을 빨리 거두거나 누군가 또 다른 사람이 나타나길 바란다. 아니면 범인이 마음을 바꾸거나, 또 누군가는 그녀가 죽기를 바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순간만큼은 모두들 집중해서, 주인공과 범인 그리고 피해자의 삼각 구도에 푹 빠지게 되는 것이다. 뒤의 내용은 예측이 가능해서 좀 그랬지만, 이 부분은 정말이지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게 만들었다.
거울이라는 것은 비추는 물건이다. 아무런 감정 없이 그냥 조용히, 아주 차갑게 거울은 그냥 다 보여준다. 그것에 비친 영상을 보고 놀라거나 슬퍼하는 것은 보는 사람의 몫이다. 그래서 거울이라는 존재는 어떨 때는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하나보다. 거울 자체가 공포가 되기도 하지만, 거울이 주는 이미지가 공포일 수도 있다. 이 영화에서는 후자 쪽이다.
거울을 이용한 명장면은 또 한 번 더 등장한다. 거의 후반부에, 욕실 거울에 비친 범인의 모습. 영화 초반의 그 중년 부인이 떠오르면서, ‘헐 어떡하지’ 이러고 있었다.
사람을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감독님이셨다. ‘혹시?’했던 사람이 범인이었고 정체도 빨리 나타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든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