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지옥
이용주 감독, 남상미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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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 이용주

  출연 - 남상미, 류승룡, 김보연, 심은경




  어느 날 갑자기 동생이 사라졌다는 엄마의 전화를 받은 희진. 경찰은 사춘기 소녀의 단순 가출이라며 시큰둥하고, 엄마는 응답을 받을 것이라 말하며 기도만 한다. 혼자 서울에서 공부하던 그녀는 자기가 없는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불안하기만 하다. 그러던 중 아파트에 사는 한 여자가 목을 매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녀의 죽음에 동생이 관련되어있다는 게 밝혀지면서, 희진과 형사는 숨겨진 사실을 알게 된다. 바로 소진에게는 기이한 능력이 있었고, 그런 그녀를 중심으로 하는 광신도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모임에 아파트 주민과 경비가 얽혀있었고, 그들은 차례차례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그리고 희진에게는 이상한 환영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불신지옥이라는 단어는 시내를 걷다보면 종종 볼 수 있다. 확성기로 뭐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이 들고 있거나 메고 있는 커다란 피켓에 적혀있다. '예수 천국, 불신 지옥'. 그런 분들의 지나친 포교 활동은 남에게 민폐를 끼치기도 한다. 시끄럽기도 하고, 남에게서 이유 없이 악담을 듣는 것 같아서 기분도 나쁘고. 뭐, 이 글이 어느 특정 종교를 믿는 사람들을 비난하려는 게 아니니까 대충 넘어간다.


  몇몇 장면들은 오싹했다. 희진이 거실에 서서 섬뜩한 얼굴로 형사를 돌아보는 장면, 희진이 형사의 아픈 딸 목소리로 말하는 부분 그리고 소진이 나오는 모든 장면이 그러했다.


  신들린 소진을 연기한 심은경 양의 연기는 짱이었다. 어제 감상문을 올린 영화 '헨젤과 그레텔'에서도 맑은 눈동자로 섬뜩한 연기를 보이더니, 여기서는 무표정한 얼굴과 무심한 눈빛으로 신들린 연기를 보여준다. 아, 진짜 무서웠다. 특별한 CG를 안 썼는데도 딱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쟤, 정상이 아니다’라고. 특히 눈 돌아가는 장면은 하아…….


  그러고 보니 여기에도 장영남 씨가 나온다. 영화 ‘헨젤과 그레텔’에서는 어쩔 수 없이 억지 미소를 지으면서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었는데, 이번에는 퀭한 눈을 희번덕거리면서 높은 톤의 가냘픈 목소리로 사람을 놀라게 한다. 이 분 진짜 사람을 오싹하게 만든다.


  거기에 엄마로 나오는 김보연 씨의 연기는 그야말로 대단했다. 차분한 어조로 말하지만, 그 사이사이에 광기가 느껴졌다. 너무도 지나치게 종교를 믿었기에, 모든 것을 그 기준으로 생각하는 엄마. 자신이 믿는 것 이외의 일들은 사탄의 짓이라 생각하며,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은 절대로 방에 들어올 수 없다고 딱 잘라 말할 때는 진짜 종교와 믿음이란 뭔지 생각하게 했다.


  후반부에 희진을 몰아붙일 때는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다. 광신도를 연기하는 게 아니라, 진짜 종교에 미친 사람 그 자체였다. 보면서 ‘우와’하고 감탄이 절로 나왔다. ‘진짜 미쳤잖아, 저 사람’이라는 말이 그냥 튀어나왔다.


  주연을 맡은 남상미 씨와 류승룡 씨도 괜찮았다. 가족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미쳐 돌아가는 상황에서 제정신을 붙잡으려고 발버둥치는 큰 딸의 연기를 하는 남상미 씨도 적절했고, 아픈 딸을 고치기 위해 소진이 썼다는 부적을 태워 먹이고 싶어 하는 형사 역할을 하는 류승룡 씨의 눈빛이 참으로 절절했다.


  종교란 마음의 안정을 주기도 하지만, 잘못 믿거나 악용하면 엄청난 불행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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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젤과 그레텔 (1disc)
임필성 감독, 천정명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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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제 - Hansel and Gretel, 2007

  감독 - 임필성

  출연 - 천정명, 은원재, 심은경, 진지희



  유명한 동화가 하나 있다. 굶주림이 계속 되자, 부모가 아이들을 숲에 내다버린다는 얘기다. 버림받은 아이들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과자로 만든 집을 발견하고, 마녀와 같이 살게 된다. 그런데 그 마녀는 아이들을 잡아먹으려고 계획 중이었고, 그것을 알아차린 두 남매는 살아남기 위해 반격을 꾀한다. 그리고 마녀가 숨겨둔 보물을 찾아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는 게 전체적인 줄거리이다.


  어떻게 보면 슬프고, 달리 보면 오싹한 동화이다. 자기가 낳은 아이들을 내다 버리고, 마녀는 아이들을 구워 먹으려고 한다. 그리고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마녀를 죽여야 한다. 자신이 살기 위해서 남을 죽여야 하는 삶이다. 덧붙여서 패자의 재산은 승자의 몫이다.


  이 영화는 그 동화를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다른 느낌을 주고 있다.


  어머니를 만나러 가다가 차 사고를 당한 은수. 하지만 숲에서 길을 잃는다. 그를 발견한 한 소녀가 숲 속에 있는 자기 집에 데리고 간다.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이상하다. 부모는 아이들의 눈치를 보고, 아이들은 뭔가를 숨기는 눈치다.


  어느 날 아침, 아이들만 남겨두고 부모가 사라진다. 결국 그는 잠시 아이들을 돌봐주기로 한다. 사실 숲을 빠져나갈 길도 없었다. 그런데 어느 눈 어느 날, 아이들은 또 다른 어른들을 데리고 온다. 은수는 이유모를 두려움을 느낀다. 도대체 아이들은 무엇을 숨기고 있는 걸까?


  현실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숲과 동화나 영화에서나 볼 법하게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집. 단순한 숲이고 집이지만, 너무 예뻐서 현실이 아닌 인공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니까 동화의 한 장면 같다는 느낌을 주었다. 거기에 인형 같은 옷을 차려입은 표정 없는 아이들과 억지로 꾸며낸 감정이라는 티가 팍팍 나는 부모의 모습. 부모가 아이들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분위기를 확실히 느낄 수 있게 한다.


  모든 것이 허구이고 가면이라는 사실을 영화를 보는 내내 알 수 있게 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세상 어디선가는 진짜로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하게 된다. 상처받는 아이들과 상처 주는 어른들은 어느 곳에나 있으니까 말이다.


  영화는 슬펐다. 어리기에 그런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너무도 큰 상처를 받았기에 그럴 수 있었는지 알 수는 없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복수를 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자기들이 시키는 대로 할 어른이 필요했던 것인지 뭐라고 말하기도 힘들다.


  그들이 받은 상처는 쉽게 치유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이 세상엔 아이들을 잡아먹으려고 했던 마녀처럼, 아이들을 내다 버린 부모처럼 나쁜 어른들이 너무 많으니까.


  그렇지만 이거 하나만은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은 사람이, 사람의 손길이, 사람 사이의 정이 그리웠을 뿐이다. 진짜 엄마아빠처럼 사랑해주고 보살펴줄 그런 존재가 필요했다. 때로는 따끔하게 혼도 내고, 보듬어 주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풀어 줄 그런 사람. 아이들에게 아빠엄마가 바로 그런 존재이다.


  어쩌면 이 영화는 공포의 탈을 뒤집어 쓴, 삼남매의 진정한 아빠엄마 찾기를 보여주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의 연기력이 상당한 영화였다. 귀여운 막내 꼬마는 ‘빵구똥구’로 유명한 진지희 양이고, 큰 딸을 연기하는 심은경 양은 ‘불신지옥’에서 엄청난 연기를 보여줬었다. 천진난만한 얼굴로 ‘죽어!’라고 외치는 진지희 양은 울고 웃는 연기도 잘 했고, 심은경 양은 다정하고 차분한 목소리와 눈망울로 은근히 무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거기에 요즘 주가를 올리는 장영남 씨와 박희순 씨가 등장하여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장영남 씨는 불안한 표정으로 아이들의 눈치를 보면서 척 보기에도 어색하다고 느껴지는 미소를 지었고, 박희순 씨 역시 탐욕스러운 눈빛과 뭔가를 꾸미고 있다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미소를 보였다.


  태연한 아이들과 불안해하는 어른들이 대비가 되면서, 조금 오싹했다.


  아쉬운 점은 주연을 맡은 천정명 씨의 존재감이 가려졌다는 것이다. 다른 연기자들의 연기가 워낙에 좋아서, 그런 불상사가 일어났다. 명색이 주연인데……. 하지만 어쩌면 그렇기에 그가 주연을 맡았는지도 모르겠다. 재료 각각의 맛이 너무 강하면, 그 요리는 실패한 게 된다. 모든 재료의 맛을 느낄 수 있게 도와주는, 재료가 하나는 있어야 향과 맛이 살아나기 마련이다. 그는 이 영화에서 그런 존재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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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N 드라마 : 특수사건전담반 TEN 시즌 1 (4disc)
이승영 감독, 조안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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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 - 이승영

  출연 - 주상욱, 김상호, 조안, 최우식



  재미있다는 평이 자자해서, '얼마나 재미있기에?'라는 호기심으로 본 드라마이다. 한국 드라마는 스포츠 드라마라면 운동하면서 연애하고, 법조계 드라마는 재판은 안하고 연애만 하고, 형사 드라마는 수사하다가 연애한다는 고정 관념이 있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범죄 수사 드라마에서 저런 분위기가 나면 짜증이 난다. 아니, 연애질하다가 범인은 언제 잡을 거냐고!


  예전에 MBC 드라마넷에서 해주던 '별순검'이 있었다. 무척 좋아하던 드라마였다.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범죄를 수사하는 내용인데, 후반에 연애 감정이 너무 개입되면서 극의 흐름이 늘어진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이 드라마를 보기 전에 살짝 우려를 했었다. 여자 연기자가 팀에 있는데, 괜히 팀장이랑 묘한 감정이 생기면서 늘어지는 거 아니야?


  하지만 내 생각과 달리 드라마는 재미있었다. 미국 범죄 드라마처럼 현란한 CG 기술은 나오지 않았고, 컴퓨터를 잘 다루는 천재적인 해커 내지는 프로그래머가 나오지 않았다. 아, 갑자기 미국 드라마 '크리미날 마인드'의 가르시아가 보고 싶다. 사실 그 드라마는 그녀가 없으면 사건 해결은 물 건너 간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많은 것이 없어도 그런 드라마에 뒤지지 않아 보였다. 과학 기술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사람의 생각과 몸으로 뛰는 열정을 잘 보여준 게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이건 한국 경찰의 열악한 환경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할 테고. 비록 주인공의 팀은 특별 지원을 받는 것이니 커다란 사무실에 여러 가지 지원을 받겠지만, 현장의 경찰들은…….


  사건 현장을 보여주는 장면들은 꽤나 자극적이었다. 특히 1화에서는 한국 방송, 그것도 드라마에서 저 정도 수위를 보여줄 수 있다니 하고 놀랄 정도였다. 19금적인 장면뿐만 아니라, 처참한 피해자의 모습, 가족에 의한 성폭행이나 동성애 그리고 대리모에 관한 것들을 적절하게 잘 담아내고 있었다.


  거기다 각 팀원들의 개성도 잘 살아있고, 극의 흐름도 매끄럽게 잘 흘러갔다. 각자 개성을 활용해서 사건을 수사하고, 그것을 하나로 묶으면서 해결해가는 방식도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도 있다. 범죄자에게도 속사정이 있었고 나름 안타까운 사연을 갖고 있다는 게 너무 부각되었다. 어떻게 보면 정에 호소하면서 눈물을 흘리라고 등을 쿡 찌르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1화인 '테이프 살인사건'과 5화 '숲 속의 추격자'가 그런 인상이 강했다.


  거기에 주연급인 여자 배우의 연기가 조금 어색한 느낌이 드는 경우가 있었다. 모든 대사의 톤이 일정한 것이 연기하는 티가 팍팍 났다. 예전 별순검에서도 그런 느낌을 주었는데, 여기서도 비슷한 인상을 주었다. 신인이면 그렇다고 봐주겠지만, 이 배우 연기 경력이 꽤 되는 걸로 알고 있다. 흐음, 아쉽다.


   마지막 편은 미국 드라마와 흡사했다. 엄청난 떡밥을 던져주고 다음 시즌을 기다리게 만드는. 예전 '크리미날 마인드'에서 팀원들이 각각 탄 차가 폭발하면서 끝나던 시즌이 기억난다. 이 드라마도 그렇게 끝맺음을 했다. 다음 시즌을 꼭 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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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굶고 하루 먹기 - 딱 3주만 반복하라
베른하르트 루드비히 지음, 박정미 옮김 / 퍼플카우콘텐츠그룹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부제 - 딱 3주만 반복하라

 저자 - 베른하르트 루드비히



  애인님이 선물해 준 책. 출판사 리뷰 이벤트에 애인님이 당첨되어서 좋겠다고 부러워했더니 선물해주었다. 올 여름에 같이 다이어트 해보자고. 아니, 그보다 평소에 '나 뚱뚱하지'라고 물으면 '괜찮다'고 하더니……. 역시 괜찮다고 하는 건 거짓말이었어. 흑. 세상에 믿을 사람 없다더니…….


  책을 읽으면서 과연 하루 먹고 하루 굶는 게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1일 1식도 아니고, 하루씩 건너가며 안 먹기라니! 하지만 여름엔 물을 많이 마시니까 적당하지 않을까하는 공감도 들고, 반대로 더운데 배고파서 기력이 없으면 어쩌나 라는 불안감도 들었다. 그건 실제로 해봐야 아는 것이니, 우선 판단은 패스.


  저자는 인류는 굶주림에 익숙해져있기에, 하루 정도 안 먹어도 괜찮다고 말하고 있다. 어디선가 그런 비슷한 얘기를 들어본 거 같다. 우리 조상들은 사냥을 하면서 살았기에, 짐승을 못 잡는 날에는 굶으면서 살았다고, 그러니까 현대인들은 예전 조상들에 비하면 너무 많이 먹는 것이라는 글을 읽은 기억이 난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가 굶어도 몸과 뇌는 금방 익숙해질 것이라 장담한다. 그렇게 유전자에 기억이 남아있으니까 말이다. 며칠 힘들겠지만, 고비만 넘기면 뇌와 몸이 저절로 알아서 조절할 것이라 말한다.


  또한 저자는 이 하루 굶고 하루 먹기의 효능에 대해서 자세히 적어놓았다. 음, 암이나 당뇨에 효과가 좋다니. 거기에 노화 방지까지. 귀가 팔랑거리다 못해 훨훨 잘 날아가기에, 이런 걸 읽으면 또 혹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100% 믿어도 될까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팔랑귀 주제에 의심은 또 아주 많다.


  책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있다. 하루 굶고 하루 먹기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과 효과가 앞에, 21일간 시행할 때 각 일마다 참고하거나 따라하면 좋은 운동법과 활용법이 뒷부분에 적혀있다. 저자는 우선 책을 한 번 훑어보고, 실행할 때 자세히 읽으라고 충고한다. 매일 지켜야할 사항이나 충고, 격려, 경험담, 운동법 등등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직접 해봐야 좋은지 아닌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쉽게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하루 굶는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니까. 뭐, 위에서 말했지만 여름엔 물을 많이 먹으니까 적당할 것 같기도 하다. 계획을 잘 세워서 한 번 실천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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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클럽의 살인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20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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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Tuesday Club Murders, 1932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 마플이 나오는 단편집이다. 그녀의 추리력을 잘 보여주는 열 세 편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거기에 조카이자 작가인 레이몬드 그리고 나중에 미스 마플의 열렬한 지지자가 되는 헨리 경이 등장한다.


  이모인 미스 마플의 집에 놀러온 조카 레이몬드. 자신의 친구들과 미스 마플의 지인이 다 모인 어느 날 저녁, 서로 알고 있는 비밀스런 사건 이야기를 해보자고 제의한다. 그래서 누구의 추리가 제일 진실에 접근하는지 알아보자는 것이다. 나이 많고 조용한 노처녀라고 생각해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미스 마플이 사건을 척척 해결하자, 사람들이 놀라워한다는 것이 기본 구조이다.


  열 두 개의 사건 중 초반의 여섯 개는 미스 마플의 집에서 벌어지고, 다음 여섯 개는 일 년 후 지방 유지인 밴트리의 집으로 장소가 옮겨진다. 그리고 마지막은 마을에서 생긴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진상을 파악한 미스 마플이 헨리 경에게 증거를 찾아달라고 부탁하면서 시작한다.


  이 중 '두 친구'를 보면서 어딘가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 읽었던 '예고 살인 A Murder Is Announced, 1950'과 범행 수법이 흡사했다. 뒤에 설명을 보니, 이 단편을 장편으로 발전시킨 것이라 한다. 그리고 '피 묻은 포도(鋪道)'도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나중에 '백주의 악마 Evil Under the Sun, 1941'로 발전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화요일 밤의 살인'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주머니속의 죽음 A Pocket Full of Rye, 1953'과 구성이 흡사하다. 이것도 단편에서 장편으로 발전시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단편이지만 내용이나 구성 그리고 트릭적인 면에서 모두 알찼다. 미신과 결합한 '푸른 제라늄'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주었고, '죽음의 약초'는 인간이란 얼마나 비뚤어진 심성을 가질 수 있는지 새삼 확인시켜주었다. '동기와 기회'는 진상을 알고 나서는 깔깔대고 웃어버렸다. 이런 단순하지만 기발한 트릭이라니!


  이 책은 그런 단순하면서도 기발한 온갖 장치들이 들어있다. 하지만 더욱 굉장한 것은 미스 마플의 추리력이다. 그냥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그녀는 진상을 파악한다. 이런 말을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내게는 나쁘지도 좋지도 않아 보이며, 그저 단순하고 어리석어 보일 뿐이란다." -p.10

  "난 항상 한 가지 일은 이 세상에서의 다른 일과 유사하다는 것을 발견했단다." -p.76

  "사람이란 너나 할 것 없이 사실 모두 비슷비슷하단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사람들이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할 뿐이지."-p.115


  사람의 본성은 비슷하다는 말을 그녀가 어느 책에서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여기서도 그와 흡사한 대사를 내놓고 있다. 진짜 한 마을에서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교류를 맺으면 그녀처럼 추리력이 뛰어난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그게 바로 삶의 연륜과 경험의 결과일까? 그렇지만 난 사람들과 교류를 잘 안하니까 안 될 거야, 아마.


  그런 할머니가 동네에 있다면, 어쩐지 무서울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런 할머니가 되는 건 좋은데, 누군가 나를 그런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건 좀 오싹하다.


  이 책에서 제일 빵 터졌던 부분은 바로 이 대목이다. 유명 연극배우 제인의 허무맹랑한 추리를 듣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부분이다.


  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방안의 사람들은 제인의 매력적인 머리의 겉모양이 그 안보다 훨씬 더 낫다고 확신했다. -p.160


  포와로도 언제나 헤이스팅즈가 붉은 기가 도는 금발에 약하다고 핀잔을 준다. 그래서 사건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여기서도 금발 미인이 머리가 안 좋다는 식으로! 아마 크리스티는 금발의 미인을 싫어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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