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젤과 그레텔 (1disc)
임필성 감독, 천정명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영제 - Hansel and Gretel, 2007

  감독 - 임필성

  출연 - 천정명, 은원재, 심은경, 진지희



  유명한 동화가 하나 있다. 굶주림이 계속 되자, 부모가 아이들을 숲에 내다버린다는 얘기다. 버림받은 아이들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과자로 만든 집을 발견하고, 마녀와 같이 살게 된다. 그런데 그 마녀는 아이들을 잡아먹으려고 계획 중이었고, 그것을 알아차린 두 남매는 살아남기 위해 반격을 꾀한다. 그리고 마녀가 숨겨둔 보물을 찾아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는 게 전체적인 줄거리이다.


  어떻게 보면 슬프고, 달리 보면 오싹한 동화이다. 자기가 낳은 아이들을 내다 버리고, 마녀는 아이들을 구워 먹으려고 한다. 그리고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마녀를 죽여야 한다. 자신이 살기 위해서 남을 죽여야 하는 삶이다. 덧붙여서 패자의 재산은 승자의 몫이다.


  이 영화는 그 동화를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다른 느낌을 주고 있다.


  어머니를 만나러 가다가 차 사고를 당한 은수. 하지만 숲에서 길을 잃는다. 그를 발견한 한 소녀가 숲 속에 있는 자기 집에 데리고 간다.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이상하다. 부모는 아이들의 눈치를 보고, 아이들은 뭔가를 숨기는 눈치다.


  어느 날 아침, 아이들만 남겨두고 부모가 사라진다. 결국 그는 잠시 아이들을 돌봐주기로 한다. 사실 숲을 빠져나갈 길도 없었다. 그런데 어느 눈 어느 날, 아이들은 또 다른 어른들을 데리고 온다. 은수는 이유모를 두려움을 느낀다. 도대체 아이들은 무엇을 숨기고 있는 걸까?


  현실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숲과 동화나 영화에서나 볼 법하게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집. 단순한 숲이고 집이지만, 너무 예뻐서 현실이 아닌 인공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니까 동화의 한 장면 같다는 느낌을 주었다. 거기에 인형 같은 옷을 차려입은 표정 없는 아이들과 억지로 꾸며낸 감정이라는 티가 팍팍 나는 부모의 모습. 부모가 아이들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분위기를 확실히 느낄 수 있게 한다.


  모든 것이 허구이고 가면이라는 사실을 영화를 보는 내내 알 수 있게 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세상 어디선가는 진짜로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하게 된다. 상처받는 아이들과 상처 주는 어른들은 어느 곳에나 있으니까 말이다.


  영화는 슬펐다. 어리기에 그런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너무도 큰 상처를 받았기에 그럴 수 있었는지 알 수는 없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복수를 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자기들이 시키는 대로 할 어른이 필요했던 것인지 뭐라고 말하기도 힘들다.


  그들이 받은 상처는 쉽게 치유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이 세상엔 아이들을 잡아먹으려고 했던 마녀처럼, 아이들을 내다 버린 부모처럼 나쁜 어른들이 너무 많으니까.


  그렇지만 이거 하나만은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은 사람이, 사람의 손길이, 사람 사이의 정이 그리웠을 뿐이다. 진짜 엄마아빠처럼 사랑해주고 보살펴줄 그런 존재가 필요했다. 때로는 따끔하게 혼도 내고, 보듬어 주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풀어 줄 그런 사람. 아이들에게 아빠엄마가 바로 그런 존재이다.


  어쩌면 이 영화는 공포의 탈을 뒤집어 쓴, 삼남매의 진정한 아빠엄마 찾기를 보여주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의 연기력이 상당한 영화였다. 귀여운 막내 꼬마는 ‘빵구똥구’로 유명한 진지희 양이고, 큰 딸을 연기하는 심은경 양은 ‘불신지옥’에서 엄청난 연기를 보여줬었다. 천진난만한 얼굴로 ‘죽어!’라고 외치는 진지희 양은 울고 웃는 연기도 잘 했고, 심은경 양은 다정하고 차분한 목소리와 눈망울로 은근히 무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거기에 요즘 주가를 올리는 장영남 씨와 박희순 씨가 등장하여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장영남 씨는 불안한 표정으로 아이들의 눈치를 보면서 척 보기에도 어색하다고 느껴지는 미소를 지었고, 박희순 씨 역시 탐욕스러운 눈빛과 뭔가를 꾸미고 있다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미소를 보였다.


  태연한 아이들과 불안해하는 어른들이 대비가 되면서, 조금 오싹했다.


  아쉬운 점은 주연을 맡은 천정명 씨의 존재감이 가려졌다는 것이다. 다른 연기자들의 연기가 워낙에 좋아서, 그런 불상사가 일어났다. 명색이 주연인데……. 하지만 어쩌면 그렇기에 그가 주연을 맡았는지도 모르겠다. 재료 각각의 맛이 너무 강하면, 그 요리는 실패한 게 된다. 모든 재료의 맛을 느낄 수 있게 도와주는, 재료가 하나는 있어야 향과 맛이 살아나기 마련이다. 그는 이 영화에서 그런 존재가 아니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