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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살 좀비 인생 1 - 맙소사! 내가 좀비? ㅣ 열두 살 좀비 인생 1
에마 티 그레이브스 지음, 비니 부 그림, 지혜연 옮김 / 제제의숲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OMG, Zombie! (My Undead Life 1), 2018
부제 - 맙소사! 내가 좀비
작가 - 에마 티 그레이브스
그림 - 비니 부
어느 날, 다른 아이들보다 뒤늦게 학교 식당에 도착한 ‘툴라 존스’. 그녀는 주방장이 새로 만들어준 급식을 먹게 되는데, 이후 심하게 앓는다. 친구들과의 게임 벌칙으로 학교 뮤지컬 오디션도 봐야 하고, 학교도 가야 하는데, 컨디션이 영 좋지 않다. 음식을 보기만 해도 구토가 일고, 얼굴빛도 좋지 않고, 팔다리가 삐걱거리며 자기 몸 같지가 않다. 급기야 강아지 생일 선물로 준비한 생 스테이크를 우걱대며 먹는 모습을 동생 ‘제이비’에게 들키기까지! 평소 좀비물을 좋아하던 제이비의 도움으로, 툴라는 자신이 좀비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초등학교 5학년인 툴라는 보통의 아이들과 별로 다르지 않다. 굳이 따지자면, 채식주의자라는 정도? 그리고 동생과 달리 공포 장르를 좋아하지 않고, 과학 시간에 하는 동물 실험도 잘 하지 못한다. 그래서 친구인 ‘앤젤라’가 해부칼을 잡고, 툴라는 필기를 하는 식으로 해왔다. 하지만 앓고 난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생고기를 먹고, 공포 작품도 잘 보고, 해부 실험에 직접 참여하기까지! 이 정도로 애가 달라지면 누군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기 마련이다. 이 책에서는 제이비와 앤젤라가 그녀의 변화를 알아차린다. 둘은 그녀를 신고하거나 꺼리는 대신, 도움을 준다. 역시 위기에 처한 주인공을 돕는 조력자는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책을 읽으면서 미국 드라마 ‘아이 좀비 iZombie, 2015’가 떠올랐다. 사고로 좀비가 된 주인공이 시체 해부실에서 일하며, 죽은 이의 뇌 조각을 먹고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는 내용이다. 그녀의 정체를 알고 도와주는 조력자는 직장 상사이고, 사건 해결 때문에 형사와 자주 어울린다. 그녀 역시 툴라처럼 성격이라든지 식성 같은 많은 부분에서 달라진다. 드라마는 어른 대상이라 음모라든지 사랑과 이별, 살인 등등 가능하면 밝은 분위기를 내려고 애쓰지만 암울하고 진지할 때가 있다.
반면에 책은, 어린이 대상이라 그런지 더없이 경쾌하고 발랄하다. 아무래도 주인공이 초등학교 5학년이라 그런 모양이다. 죽어서 좀비가 되었다는 것도 문제지만, 그보다 오디션이라든지 친구와의 약속 그리고 짝사랑 같은 문제가 더 심각하다. 만약 주인공이 사춘기였다면, 또 분위기가 달랐을 것이다. 세계 멸망이라든지 지구 정복 같은 걸 꿈꾸지 않을까? 흐음, 그것도 그것대로 매력이 있을 것 같다.
내가 만약 좀비가 된다면 과연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리고 내 가족이나 친구가 좀비가 된다면? 그리 유쾌한 일상은 아닐 것 같다. 내가 좀비가 되면, 누군가 날 신고하거나 실험대상으로 삼지 않을까 걱정돼서 잠도 제대로 못 자…. 아, 좀비는 잠 안 자던가? 가족이 좀비가 되면 들켜서 끌려가지 않게 감시도 해야 하고, 내가 물리지 않게 조심도 해야 하고……. 이렇게 따지고 보니, 평범한 인간으로 산다는 게 축복이구나.
짝사랑하던 제러미와 가까워질 기회를 얻은 툴라, 과연 좀비라는 사실을 들키지 않고 잘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