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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우산 ㅣ 별숲 동화 마을 23
조영서 지음, 조원희 그림 / 별숲 / 2019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가 - 조영서
그림 - 조원희
‘희주’는 베프를 너무도 갖고 싶었다. 엄마 친구 딸인 ‘태연’과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지만, 희주와 취향이 너무 달랐다. 새학년이 된 것을 기회로, 희주는 꼭 베프를 만들겠노라 다짐했다. 겨울에 전학 왔다는 ‘은비’와 알게 되면서, 희주는 너무도 행복했다. 우정 다이어리도 만들고 우정 커플 아이템도 나눠 가지면서, 희주와 은비는 서로에게 하나뿐인 베프가 된 것 같았다. 하지만 어느 비 오는 날, 등굣길에 만난 은비는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비가 오지 않는 날은 평소와 다름이 없었는데, 비만 오면 성격이 달라졌다. 무슨 일인지 궁금해하는 희주에게 은비는 교통사고로 사망한 ‘지서’라는 친구에 관해 이야기하는데…….
아이들은 공포 이야기를 좋아한다. 조카들도 보면, 어릴 때 괴담이라든지 공포 만화 같은 것을 즐겨 읽었다. 다른 교육적인 책도 좀 읽으라고 말하면, 좀 읽는 척하더니 결국에는 다시 괴담이나 공포 만화를 보고 있기도 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청소년기를 지나면서는 그런 장르를 예전처럼 즐겨보지 않는다. 공포영화도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왜 그런지 모르지만, 고모는 섭섭하기만 하다. 나중에 같이 공포영화 보러 가는 걸 기대했는데. 아마 그런 나잇대가 있는 모양이다. 셋 다 비슷하게 초등학교 때 그런 장르를 열심히 읽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때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으면서, 왜 한국 동화에는 공포 시리즈가 없는지 의아했다. 거의 그런 류는 외국의 어린이용 공포 소설이나 전설, 아니면 괴담 시리즈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이번에 한국 창작 공포 동화 시리즈를 냈다는 말에 ‘오오!’하며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몇 년만 더 빨리 냈으면 하는 아쉬움도 들었지만, 이제라도 나온 게 어딘가 싶기도 했다.
성장하면서 친구가 중요해지기 시작하는 때가 있다. 이 이야기는, 그런 시기에 처한 아이들이 겪는 혼란에 관해 보여주고 있다. 친구에 관련된 격언들이 많은 이유는, 살아가는데 진정한 친구를 가진다는 게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지 의미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베프라는 단어에 집착하게 된다.
이 책의 주인공 희주도 그러했다. 언제나 함께하고 모든 것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나만의 친구! 그녀는 그런 존재를 가지길 갈망했다. 문득 희주에게 베프는 사람이 아니라, 남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근사한 액세서리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문에 그녀는 은비에게 뭔가 이상한 점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멀어질 수가 없었다. 은비와 같이 있으면 위험한 일에 휘말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또 경고를 받았지만, 자신이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노력과 마음가짐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도 있는 법이다. 안타깝게도 희주는 그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 하긴 그런 걸 알 나이는 아직 아니니까.
은비에게 희주는 좋은 친구였다. 전학 와서 아는 사람 하나 없을 때, 먼저 말을 걸어주고 다가와 줬다. 은비는 그녀와 베프가 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은비에게는 지서라는 베프가 이미 있었다. 자신에게 빨간 우산을 선물하고 교통사고로 사망한, 죽음조차 갈라놓을 수 없는 진정한 베프였다. 은비는 희주와 지서, 둘 다 놓칠 수 없었다. 어쩌면 욕심이 많은 거일 수도 있고, 정이 너무 많은 거였을 수도 있다. 하긴 한 명을 새로 사귄다고 해서 다른 한 명을 버리라는 건 너무한 일이니까.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해피엔딩이고, 누군가에게는 베드엔딩이 되어버렸다. 아니, 어떻게 보면 모두에게 해피엔딩이라고 해야 할까?
아! 인터넷 서점 사이트에 있는 이 책의 소개를 보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페이지가 공개되어 있다. 공포 추리 문학은 반전이 묘미인데, 그걸 그렇게 보여주다니! 이건 출판사 편집부의 실수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