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전쟁 (1953) - 할인행사
바이런 하스킨 감독, 진 배리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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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War Of The Worlds, 1953

  감독 - 바이런 해스킨

  출연 - 앤 로빈슨, 진 배리, 레스 트레메인, 루이스 마틴



  어릴 적에 소설을 읽었다. 삽화가 참으로 인상적인 책이었는데, 흥미진진하게 가다가 마지막에 어딘지 모르게 맥이 빠지는 느낌을 받았다. 설마 영화도 그럴까하는 호기심이 들었다.


  영화는 아주 빠르게 얘기가 진행된다. 만들어진 시대가 50년대라서 특수 효과는 뭐 딱 보면 티가 나는 정도이고, 영화 스케일이나 그런 것도 동네와 주변을 벗어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해외 로케 같은 건 없는 시대일 테니. 전반적으로 원작 소설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어느 마을에 하늘에서 뭔가가 떨어진다. 조금 난 척하는 과학자들과 순진한 마을 사람들은 연구를 빙자한 파티를 즐긴다. 아무래도 외계에서 뭔가 왔다는 발견에 기쁜 모양이다. 하지만 밤이 깊어지자 괴물체에서 뭔가가 나타나서 무차별적으로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하는데…….


  사람들의 심리보다는 사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떻게 사람들이 반응하고, 이성 대신 공포가 어떤 식으로 작용하여 자리 잡으며, 외계인들이 어떻게 공격을 하고 무슨 짓을 하는지. 사실 소설을 읽으면서 상상한 외계인들과 달라 조금 실망을 하긴 했다. 이건 뭐, 그냥 금속성으로 보이는 촉수 괴물 수준이었다. 내가 어릴 적에 삽화를 읽으면서 상상했던 화성인은 그렇지 않았다고!


  다 알다시피 외계인들, 여기서는 화성인이라고 하는데 그들의 공격을 막은 것은 인간이 아니다. 소설을 읽으면서도 '아, 허무해'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럴 수밖에 없다고 나름 납득을 했다. 그들은 먼 우주 공간을 가로질러와 공격을 하는 우월한 기술을 가진 상대였다. 그런 그들에 겨우 2차 대전을 끝낸 지구의 수준으로 맞대응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물자도 부족하고 군인도 별로 없고, 냉전으로 세계는 나뉘어져있고,


  하지만 마지막 내레이션을 듣는 순간, ‘이게 뭐야!’ 하고 고함을 지를 뻔했다. 아니 갑자기 이런 뭔 뚱딴지같은 내레이션이! 도대체 감독과 각본가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욕을 할 뻔했다. 미국을 전반적으로 지배하는 종교가 있기는 하다. 그런데 노골적으로 SF 영화에 종교적인 의미를 부여하다니, 이건 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도 막판에 김이 샜는데, 영화는 마지막 내레이션이 충격을 안겨주었다. 잊은 모양인데, 그 외계인도 신이 만들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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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의 공동묘지 한국영화 걸작선 - Korea Movie Collection
권철휘 감독, 황해 외 출연 / 에스엠픽쳐스(비트윈)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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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기생월향지묘 A Public Cemetery Of Wolha, 1967

  감독 - 권철휘

  출연 - 강미애, 박노식, 도금봉, 정애란, 황해, 허장강 등

 

 

  한국 공포 영화의 고전이라면 몇몇 작품이 있다. 전에 감상문을 썼던 ‘여곡성’이 있고, ‘하녀’라든지 ‘마의 계단’ 그리고 이번에 얘기할 이 영화도 고전에 속한다. 제목은 많이 들어봤다. 잘못 들어서 '원한의 공동묘지'라고 기억하고 있었지만…….

 

  그 때문인지 모르지만, 얼마나 무서울까 기대도 하고 겁도 나고 그랬다. 공동묘지라니! 거기다 한이라니!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린다는데, 공동묘지에 한을 품은 귀신들이 다 나오는 건가? 막 이런 상상도 하고 그랬다.

 

  거기다 이름만 들어본 배우들의 연기를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미리 말하자면, 영화는 별로 무섭지 않았다. 귀신이 너무 단정하게 차려입고 나오고, 과거 이야기가 너무 길었다. 하긴 그녀가 왜 한을 품었는지 알려면 과거부터 낱낱이 밝혀야겠지.

 

  그런데 변사의 등장이라니! 조금 웃겼다. 40년 전 무성 영화 시절에 잘 나갔다던 변사 아저씨가 등장해서 인생무상에 대한 얘기를 읊더니, 주인공이 무덤에서 뛰쳐나온다. 거기다 처음에 택시를 탄 소복의 여인이 나중에 보니 귀신이었다는 괴담을 연상시키는 장면이 나오는데, 영화를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냐하면 택시 장면과 월향의 아들을 죽이려는 장면이 동시대에 일어나는 것이라 설명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갑자기 월향의 오빠와 친구가 학생 운동을 하다가 잡혀갔었다고 나온다. 그리고 인력거 등장! 이건 뭐지? 왜 택시와 인력거가 공존하는 거지? 거기에 나중에 탈옥한 오빠는 일본 경찰에 쫓겨 도망을 친다. 그럼 일제 강점기라는 건가? 그 시대에 택시가 있었나? 헷갈린다!

 

  내용으로 돌아와서 감옥에 갇힌 오빠와 오빠 친구 한수를 봉양하기 위해 기생이 된 월향. 나중에 출감한 한수는 그녀와 결혼을 해 아들을 얻는다. 하지만 병약한 그녀는 앓아눕고, 일을 돕기 위해 고용한 참모는 무서운 음모를 꾸민다. 의사와 짜고 남편에게 접근해 월향의 자리를 빼앗기로 한 것이다. 결국 남편은 월향을 오해하고, 그녀는 죽고 만다. 그런데 안주인 자리를 차지한 참모는 그것도 부족해서 월향의 아들마저 죽이려고 하는 것이다.

 

  영화에는 낯간지러운 대사가 많았다. 성숙한 여인에게는 오빠의 애정보다는 사랑하는 남자가 필요하다니! 성숙한 여인! 으아 오글거려서 미치는 줄 알았다. 거기다 남편을 아빠라고 부르기도 하고. 아빠라니!

 

  그리고 눈살을 찌푸리는 장면은 남자들, 특히 남편의 폭력이었다. 걸핏하면 여자의 뺨을 때리고 폭언을 퍼붓고. 게다가 다른 여자와 동침을 하고는 부인에게 미안한 기색도 보이지 않는다.

 

  보면서 ‘와, 진짜 나쁜 놈이다.’라는 말과 욕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부인이 아파서 성생활이 없다고 쳐도, 그래서 욕구가 쌓였다고 해도, 다른 여인과 그런 짓을 했으면 미안해하는 게 기본 아닌가? 자기는 부인이 버젓이 옆방에 누워있는데도 다른 여자와 자는 주제에, 부인 방에 누가 들어왔다 나가는 걸 보고는 눈이 뒤집혀서 욕을 하고 때린다. 무슨 일인지 해결할 생각은 안하고 폭력을 휘두른다. 그게 참모가 짠 함정이었는데!

 

  어쩌면 자기가 잘못했다는 죄책감을 갖고 있다가, 옳다구나 기회를 잡았다고 더 소란을 피우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 웃기는 건, 밤에 그렇게 패놓고 아침에 여자가 자살하자 '여보'라고 부르면서 울기는……. 가증스러웠다. 미친 놈.

 

  이후 귀신이 된 월향은 복수를 시작하는데, 이거 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 남편은 가만 두는 거지? 제일 원흉은 참모와 의사지만, 남편도 잘못했잖아? 그런데 왜? 아, 진짜 화가 났다. 하긴 그는 재산을 차지하려는 두 범인의 흉계로 경찰에게 끌려가서 고문을 받기도 한다.

 

  아기인 아들이 혼자 남으니, 그게 안쓰러워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다 죽이면 그 아이를 누가 키워줄까? 아, 그러고 보니 그녀가 아들을 보러 오기 때문에 단정하게 차려입고 나오는 거구나. 그래서 깔끔한 귀신인거구나. 이해했다. 아직 아기지만, 아들에게 산발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는 않겠지.

 

  참모 역할을 하는 배우는 진짜 표독스러웠다. 눈매도 그렇고 씰룩거리는 입매도 그렇고. 보기만 해도 악녀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심술이 덕지덕지 붙은 볼 살이라고 하면 너무 심한 말일까?

 

  영화는 가야금 연주와 고양이를 적절하게 이용해서 긴장감을 주고 있다. 월향이 기생이었으니 가야금을 다룰 수 있는 건 당연한 것이고, 고양이는 불길한 상징이라고 나온다. 거기에 할머니로 나오는 사람의 비명은 귀가 찢어질 것 같다.

 

  그런데 왜 귀신이 드라큘라처럼 송곳니를 길게 빼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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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학원
윤재연 감독, 박한별 외 출연 / 버즈픽쳐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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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 윤재연

    출연 - 유진, 차수연, 박한별, 조은지



    예뻐지고 싶은 것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욕망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갑자기 몰라볼 정도로 예뻐지는 비법이 있다면, 그것을 얻기 위해 무슨 일이든지 할 것인가? 영화는 이런 질문을 던지며 전개된다.


    어느 기숙 요가 학원. 그곳의 존재는 비밀이어서 아는 사람만 아는 곳이다. 인터뷰 같은 것도 절대 안 되고, 오직 추천이나 소개를 통해서만 알음알음 갈 수 있는 곳이다. 수련 기간을 잘 버티면, 절대적인 미에 대한 비법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절박한 심정으로 그곳에 들어간 5명의 여인들. 그리고 혹독한 기숙 수련 생활. 어느 순간부터 한 명씩 기이한 사고를 당하는데…….


    영화 예고에서는 '미에 대한 집착'으로 서서히 망가지는 여자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여자들은 처음부터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이유는 잘 모르지만, 성격적으로 결함이 많은 것 같았다. 미에 대한 집착 말고 다른 요인도 있는 것 같았다.


    다만 영화에서는 그게 잘 나오지 않아서 문제이다.


    이미 학원에 올 때부터 미쳐있었으니, 서서히 망가지고 할 것도 없었다. 그냥 묘한 미소를 한 번 지어주고, 들어가지 말라는 음침한 곳에 혼자 덜덜 떨면서 비명 두어 번 질러주고 끝이다. 아니면 신경질적으로 모든 이에게 짜증을 내다가 갑자기 뭔가에 놀란 듯이 비명 지르고 끝. 왜 이 곳에 왔는지, 어째서 그런 행동과 말을 했는지 잘 드러나지 않았다.


    학원 분위기는 으스스하고 몽환적인 것이 꽤나 괜찮았다.


   하지만 이야기가 도무지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다. 왜 애매한 여자들이 죽어나가는지, 비밀 전수를 왜 그런 식으로 하는지, 전수한 사람과 전수 받은 사람은 나중에 어떻게 되는지, 뭐하나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다.


    그래서 결말 부분도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저게 왜? 이런 의문만 들 뿐이었다.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비판도 아니고, 미에 대한 지나친 집착에 대해서도 보이지 않고, 그렇다고 여자들의 암투가 대단하게 펼쳐진 것도 아니고. 도대체 뭐람? 분위기 하나로 밀고 가기엔, 영화의 스토리가 너무 엉성했다. 배우들 예쁜 얼굴만 믿고 이런 식으로 찍은 건가?


   그냥 밍밍했다. 마치 국을 끓이는데 소금이나 간장을 전혀 넣지 않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아, 어느 다이어트 법은 간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들은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건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 일인데, 굳이 영화 자체를 그렇게까지 만들 필요가 있을까? 영화를 다이어트 시켜서 뭐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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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인 지구 정복
존 카펜터 감독, 로디 파이퍼 외 출연 / 클레버컴퍼니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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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y Live, 1988

  감독 - 존 카펜터

  출연 - 로디 파이퍼, 키스 데이빗, 멕 포스터, 조지 벅 플라워



  선글라스에 비친 인간이 아닌 존재의 형상. 외계인인가 아니면 괴물인가? 커다란 눈에 잇몸까지 드러난 입. 외계인인 것 같다.


  영화는 한 남자가 우연히 줍게 된 선글라스에서 모든 사건이 시작되면서, 정부가 그동안 숨겨왔던 비밀이 밝혀진다. 실직해서 이리저리 배회하던 주인공. 한 교회에 들어가는데, 그곳에서 묘한 설교를 하는 신부를 만나게 된다. 외계인의 지구 침략은 이미 진행되었다고, 진실의 눈을 뜨라는 설교를 하는 신부.


  갑작스런 경찰의 습격에 우왕좌왕하던 주인공은 바닥에 떨어진 선글라스를 하나 줍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쓰는 순간,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고 만다. 지구는 이미 외계인들에게 지배를 받고 있었으며, 그들이 쏘는 전파에 의해 세뇌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것이다.


  길에 있는 간판이나 신문 잡지에 쓰여 있는 말들은 우리가 보고 있는 그대로가 아니었다. 모든 글자들은 인간의 무의식에 파고들어, 인간을 외계인의 노예로 만들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 그러니까 지도층이라든지 유명 인사의 대부분이 외계인이라는 것! 지구가 오염되는 까닭은 바로 그들이 살던 별과 비슷한 환경으로 만들기 위한 음모이고, TV 드라마는 사람들을 무능력하게 만드는 소품이었다.


  주인공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다른 사람들과 합류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전투가 벌어지는데…….


  미국 드라마 X 파일이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 하고, 온갖 외계인 음모론을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딱 안성맞춤인 영화이다. 그래, 외계인들이 아주 머나먼 별에서 여기까지 비행접시를 타고 올 정도면, 엄청나게 앞선 과학기술을 갖고 있는 거잖아. 그런 그들이 고물 항공모함에서 쏘는 포에 맞아떨어지고, 컴퓨터 바이러스에 맥없이 질 리가 없어. 맞아, 이런 세뇌와 고도의 심리전으로 지구인들을 노예로 만들고 있는 게 확실해.


  영화를 보면서 여러 번 고개를 끄덕였다. 고도의 기술을 가진 그들이 쉽게 당할 리가 없지.


  그러면서 지금의 우리 현실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영화에서 지배층은 외계인이고 피지배층은 지구인이다. 외계인들은 지구인을 그냥 다른 건 생각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일만 시켰다. 그리고 진실을 보지 못하게 교묘하게 위장시켰다.


  자기들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구인들에게는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일도 서슴없이 감행했다. 지구인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그들이 시키는 대로 지구를 망가트렸고 말이다. 그리고 그들이 세뇌시키는 대로, 물건을 쇼핑하고 자원을 낭비하고 쓰레기를 버리며 돈을 버는 것을 목적으로 여긴다. 바보같이 말이다.


  국민을 기만하는 정부를 비난하고, 시키는 대로만 따라가는 국민들을 풍자한 영화 같다. 그래서 정부 지도층을 외계인으로 선택한 것은 아닐까? 사실 지금 한국의 지도층이 하는 행동을 봐도, 과연 국민의 뜻이 뭔지나 알고 있는지 의아할 때가 많다. 아무래도 국민을 드론이나 SCV로 여기는 것 같다. 평소에는 일만 시키다가, 선거 때만 굽실거리는 걸 보면 말이다.


  아아, 그런 것이다. 우리에게도 지금 당장 선글라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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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의 인형 - 아웃케이스 없음
톰 홀랜드 감독, 크리스 서랜든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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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Child's Play, 1988

  감독 - 톰 홀란드

  출연 - 캐서린 힉스, 크리스 서랜든, 알렉스 빈센트, 브래드 듀리프




  그 악명은 예전부터 귀에 익은, 아주 못생긴데다가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 인형 처키. 사진은 종종 보았다. 그를 따라하는 연예인도 있었고.


  이제 여섯 살이 되는 꼬마 앤디가 엄마에게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과정은 귀여웠다. 토스트는 다 태우고, 시리얼은 너무 많이 넣고. 게다가 주스는 너무 많이 부어서 소년이 걸을 때마다 복도에 줄줄 흘렀다. 그런데 이 귀여운 소년, 취향도 특이하다. 왜 그 못생긴 ‘굿 가이 인형’을 갖고 싶어 하는 걸까? 옷도 인형이랑 똑같이 입고 다니고 말이다. 이왕이면 좀 귀엽게 생긴 걸 좋아하지. 아, 인형도 외모 지상주의가 되는 건가?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엄마가 우연히 길에서 반도 안 되는 가격에 구매한 인형이 평범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경찰에 쫓기다가 죽은 범죄자의 영혼이 그 안에 들어있었다. 인형은 처음 공장에서 출시되었던 나름 귀여운 표정에서 점점 날카로운 눈매에 인상을 잔뜩 찌푸린 얼굴로 변해간다. 그리고 사람을 죽이고 다닌다. 아무래도 속에 들은 영혼이 정상이 아니니까 그런가보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조그마한 인형이 칼 들고 다니는 게 뭐가 무서울까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실제로 보니 작지 않았다. 여섯 살 난 꼬마와 비슷한 덩치를 가진, 예상보다 큰 인형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어른들이 무서워서 벌벌 떨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흑마술 주문을 외우는 인형이라 무서운 걸까? 아니면 예상치도 못했던 일을 맞닥뜨려서 정신을 못 차리는 걸까? 잘 모르겠다. 그냥 발로 뻥 차서 던져버리면 끝날 텐데 말이다. 인형이 힘이 셌나? 그런 걸 생각하면서 영화를 보니 좀 우스웠다.


  영화는 좀 답답한 면도 있었다. 무엇보다 아무도 소년이 하는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하긴 인형이 스스로 움직이고 말을 하고 사람을 죽였다고 한다면, 누가 믿을 수 있을까? 게다가 그 얘기를 하는 사람이 이제 겨우 여섯 살이 되는 꼬꼬마라면 말이다. 잠에서 덜 깼냐고 묻거나,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고 그러는 것이라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나부터도 어린 조카가 그런 말을 하면, 어른을 놀리지 말라고 했을 테니까. ‘이 녀석이 고모를 호구로 아네? 잘 놀아주고 받아주니까 친구 같니?’ 이러면서 말이다. 하아, 나도 영화에 나오는 답답한 어른들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진다.


  이 영화, 그렇게 생각하니 어른들에게 죄책감을 주고 있다.


  아이들의 말을 귀담아 들으라고, 세상엔 이성과 논리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많다고 말하고 있다. 마음의 눈을 열고, 다양한 많은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얘기한다. 모 아니면 도가 아니라, 걸도 있고 윷도 있다는 걸 상기시킨다. 세상은 넓고 복잡하며 요상한 일들이 일어난다는 걸 잊지 말라고 한다. 뭐든지 다 아는 것처럼 행동하고 생각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인형 하나 어쩌지 못해서 비명을 지르고 도망 다니는 어른들의 모습은 어이없기만 하다. 거기에 총을 쏘고 불을 질러도 살아나는 처키의 끈질긴 생명력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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