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탄의 인형 - 아웃케이스 없음
톰 홀랜드 감독, 크리스 서랜든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원제 - Child's Play, 1988

  감독 - 톰 홀란드

  출연 - 캐서린 힉스, 크리스 서랜든, 알렉스 빈센트, 브래드 듀리프




  그 악명은 예전부터 귀에 익은, 아주 못생긴데다가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 인형 처키. 사진은 종종 보았다. 그를 따라하는 연예인도 있었고.


  이제 여섯 살이 되는 꼬마 앤디가 엄마에게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과정은 귀여웠다. 토스트는 다 태우고, 시리얼은 너무 많이 넣고. 게다가 주스는 너무 많이 부어서 소년이 걸을 때마다 복도에 줄줄 흘렀다. 그런데 이 귀여운 소년, 취향도 특이하다. 왜 그 못생긴 ‘굿 가이 인형’을 갖고 싶어 하는 걸까? 옷도 인형이랑 똑같이 입고 다니고 말이다. 이왕이면 좀 귀엽게 생긴 걸 좋아하지. 아, 인형도 외모 지상주의가 되는 건가?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엄마가 우연히 길에서 반도 안 되는 가격에 구매한 인형이 평범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경찰에 쫓기다가 죽은 범죄자의 영혼이 그 안에 들어있었다. 인형은 처음 공장에서 출시되었던 나름 귀여운 표정에서 점점 날카로운 눈매에 인상을 잔뜩 찌푸린 얼굴로 변해간다. 그리고 사람을 죽이고 다닌다. 아무래도 속에 들은 영혼이 정상이 아니니까 그런가보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조그마한 인형이 칼 들고 다니는 게 뭐가 무서울까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실제로 보니 작지 않았다. 여섯 살 난 꼬마와 비슷한 덩치를 가진, 예상보다 큰 인형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어른들이 무서워서 벌벌 떨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흑마술 주문을 외우는 인형이라 무서운 걸까? 아니면 예상치도 못했던 일을 맞닥뜨려서 정신을 못 차리는 걸까? 잘 모르겠다. 그냥 발로 뻥 차서 던져버리면 끝날 텐데 말이다. 인형이 힘이 셌나? 그런 걸 생각하면서 영화를 보니 좀 우스웠다.


  영화는 좀 답답한 면도 있었다. 무엇보다 아무도 소년이 하는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하긴 인형이 스스로 움직이고 말을 하고 사람을 죽였다고 한다면, 누가 믿을 수 있을까? 게다가 그 얘기를 하는 사람이 이제 겨우 여섯 살이 되는 꼬꼬마라면 말이다. 잠에서 덜 깼냐고 묻거나,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고 그러는 것이라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나부터도 어린 조카가 그런 말을 하면, 어른을 놀리지 말라고 했을 테니까. ‘이 녀석이 고모를 호구로 아네? 잘 놀아주고 받아주니까 친구 같니?’ 이러면서 말이다. 하아, 나도 영화에 나오는 답답한 어른들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진다.


  이 영화, 그렇게 생각하니 어른들에게 죄책감을 주고 있다.


  아이들의 말을 귀담아 들으라고, 세상엔 이성과 논리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많다고 말하고 있다. 마음의 눈을 열고, 다양한 많은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얘기한다. 모 아니면 도가 아니라, 걸도 있고 윷도 있다는 걸 상기시킨다. 세상은 넓고 복잡하며 요상한 일들이 일어난다는 걸 잊지 말라고 한다. 뭐든지 다 아는 것처럼 행동하고 생각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인형 하나 어쩌지 못해서 비명을 지르고 도망 다니는 어른들의 모습은 어이없기만 하다. 거기에 총을 쏘고 불을 질러도 살아나는 처키의 끈질긴 생명력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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