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하의 공동묘지 한국영화 걸작선 - Korea Movie Collection
권철휘 감독, 황해 외 출연 / 에스엠픽쳐스(비트윈) / 2003년 8월
평점 :
품절


 부제 - 기생월향지묘 A Public Cemetery Of Wolha, 1967

  감독 - 권철휘

  출연 - 강미애, 박노식, 도금봉, 정애란, 황해, 허장강 등

 

 

  한국 공포 영화의 고전이라면 몇몇 작품이 있다. 전에 감상문을 썼던 ‘여곡성’이 있고, ‘하녀’라든지 ‘마의 계단’ 그리고 이번에 얘기할 이 영화도 고전에 속한다. 제목은 많이 들어봤다. 잘못 들어서 '원한의 공동묘지'라고 기억하고 있었지만…….

 

  그 때문인지 모르지만, 얼마나 무서울까 기대도 하고 겁도 나고 그랬다. 공동묘지라니! 거기다 한이라니!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린다는데, 공동묘지에 한을 품은 귀신들이 다 나오는 건가? 막 이런 상상도 하고 그랬다.

 

  거기다 이름만 들어본 배우들의 연기를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미리 말하자면, 영화는 별로 무섭지 않았다. 귀신이 너무 단정하게 차려입고 나오고, 과거 이야기가 너무 길었다. 하긴 그녀가 왜 한을 품었는지 알려면 과거부터 낱낱이 밝혀야겠지.

 

  그런데 변사의 등장이라니! 조금 웃겼다. 40년 전 무성 영화 시절에 잘 나갔다던 변사 아저씨가 등장해서 인생무상에 대한 얘기를 읊더니, 주인공이 무덤에서 뛰쳐나온다. 거기다 처음에 택시를 탄 소복의 여인이 나중에 보니 귀신이었다는 괴담을 연상시키는 장면이 나오는데, 영화를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냐하면 택시 장면과 월향의 아들을 죽이려는 장면이 동시대에 일어나는 것이라 설명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갑자기 월향의 오빠와 친구가 학생 운동을 하다가 잡혀갔었다고 나온다. 그리고 인력거 등장! 이건 뭐지? 왜 택시와 인력거가 공존하는 거지? 거기에 나중에 탈옥한 오빠는 일본 경찰에 쫓겨 도망을 친다. 그럼 일제 강점기라는 건가? 그 시대에 택시가 있었나? 헷갈린다!

 

  내용으로 돌아와서 감옥에 갇힌 오빠와 오빠 친구 한수를 봉양하기 위해 기생이 된 월향. 나중에 출감한 한수는 그녀와 결혼을 해 아들을 얻는다. 하지만 병약한 그녀는 앓아눕고, 일을 돕기 위해 고용한 참모는 무서운 음모를 꾸민다. 의사와 짜고 남편에게 접근해 월향의 자리를 빼앗기로 한 것이다. 결국 남편은 월향을 오해하고, 그녀는 죽고 만다. 그런데 안주인 자리를 차지한 참모는 그것도 부족해서 월향의 아들마저 죽이려고 하는 것이다.

 

  영화에는 낯간지러운 대사가 많았다. 성숙한 여인에게는 오빠의 애정보다는 사랑하는 남자가 필요하다니! 성숙한 여인! 으아 오글거려서 미치는 줄 알았다. 거기다 남편을 아빠라고 부르기도 하고. 아빠라니!

 

  그리고 눈살을 찌푸리는 장면은 남자들, 특히 남편의 폭력이었다. 걸핏하면 여자의 뺨을 때리고 폭언을 퍼붓고. 게다가 다른 여자와 동침을 하고는 부인에게 미안한 기색도 보이지 않는다.

 

  보면서 ‘와, 진짜 나쁜 놈이다.’라는 말과 욕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부인이 아파서 성생활이 없다고 쳐도, 그래서 욕구가 쌓였다고 해도, 다른 여인과 그런 짓을 했으면 미안해하는 게 기본 아닌가? 자기는 부인이 버젓이 옆방에 누워있는데도 다른 여자와 자는 주제에, 부인 방에 누가 들어왔다 나가는 걸 보고는 눈이 뒤집혀서 욕을 하고 때린다. 무슨 일인지 해결할 생각은 안하고 폭력을 휘두른다. 그게 참모가 짠 함정이었는데!

 

  어쩌면 자기가 잘못했다는 죄책감을 갖고 있다가, 옳다구나 기회를 잡았다고 더 소란을 피우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 웃기는 건, 밤에 그렇게 패놓고 아침에 여자가 자살하자 '여보'라고 부르면서 울기는……. 가증스러웠다. 미친 놈.

 

  이후 귀신이 된 월향은 복수를 시작하는데, 이거 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 남편은 가만 두는 거지? 제일 원흉은 참모와 의사지만, 남편도 잘못했잖아? 그런데 왜? 아, 진짜 화가 났다. 하긴 그는 재산을 차지하려는 두 범인의 흉계로 경찰에게 끌려가서 고문을 받기도 한다.

 

  아기인 아들이 혼자 남으니, 그게 안쓰러워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다 죽이면 그 아이를 누가 키워줄까? 아, 그러고 보니 그녀가 아들을 보러 오기 때문에 단정하게 차려입고 나오는 거구나. 그래서 깔끔한 귀신인거구나. 이해했다. 아직 아기지만, 아들에게 산발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는 않겠지.

 

  참모 역할을 하는 배우는 진짜 표독스러웠다. 눈매도 그렇고 씰룩거리는 입매도 그렇고. 보기만 해도 악녀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심술이 덕지덕지 붙은 볼 살이라고 하면 너무 심한 말일까?

 

  영화는 가야금 연주와 고양이를 적절하게 이용해서 긴장감을 주고 있다. 월향이 기생이었으니 가야금을 다룰 수 있는 건 당연한 것이고, 고양이는 불길한 상징이라고 나온다. 거기에 할머니로 나오는 사람의 비명은 귀가 찢어질 것 같다.

 

  그런데 왜 귀신이 드라큘라처럼 송곳니를 길게 빼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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