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들의 섬
브루스 디실바 지음, 김송현정 옮김 / 검은숲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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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품 첫머리에 에반 헌터의 편지가 나옵니다. 에드 맥베인이란 필명으로 87분서 시리즈를 발표한 유명한 소설가입니다. 그는 편지에서 이 책의 저자 브루스 디실바의 단편을 칭찬하면서 장편을 써보라고 권유합니다. 그게 1994년의 일인데 브루스는 너무 바빠서 글을 쓰지 못합니다.(작가 주장에 의하면.^^)

브루스의 데뷔작 악당들의 섬은 2010년이 되어서야 출간이 되고 2011년 에드거상 신인상과 매커비티상 신인상을 동시에 수상하면서 에반 헌터의 눈이 맞았다는 사실을 입증합니다.^^

글을 읽으면서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1994년 젊었을 때 글을 썼으면 더 재밌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개인적으로 작가가 노년에 들어와서 소설을 쓴 것은 작품 내에 계속 언급되는 신문 업계의 불황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신문은 사양 산업입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한국의 거대 신문사들이 종편에 목을 내는 건 다 이것 때문입니다), 미국도 신문 업계 상황이 아주 안 좋습니다. 기자들의 해고가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디실바도 불황으로 일거리가 대폭 줄어들어서 남아도는 시간에 자판을 두들긴 게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이제 한가해져서 1994년과는 달리 글을 쓸 여가가 생긴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 멀리건은 신문 기자입니다. 작가가 40년 동안 기자 생활을 한 덕인지 멀리건의 기자 생활이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멀리건이 애정을 갖고 있는 동네 마운트 호프에서 세 달 동안 아홉 건의 주택 화재가 일어나서 사상자가 다수 발생합니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한 멀리건은 방화 담당 수사관을 쫓아다니지만, 그들이 멀리건을 몹시 싫어하는 탓에 정보를 얻지 못합니다. 평소 그들의 무능에 질려있었던 멀리건은 자신이 방화 사건을 해결하리라 결심하고 사건을 추적해갑니다. 그리고 화재가 단순 방화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재밌게 읽었습니다. 특히 등장인물들의 유머러스한 대사가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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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용골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국내 출간된 요네자와 호노부의 작품을 전부 읽었습니다. 청춘 미스터리를 표방한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부터 시작해서 최신작인 부러진 용골까지, 모두 기본은 하는 작품입니다.(초기작인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과 여름철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은 나중에 나온 작품과 비교하면 재미가 떨어지는 편입니다.)


일본에서는 개는 어디에로(결말의 서늘한 느낌이 인상적입니다)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는데, 국내에서는 인사이트 밀로 본격 미스터리 팬들의 호평을 받으면서 주목 받았죠.(저도 아주 재밌게 읽었습니다. 그해 나온 일본 미스터리 중에서 가장 재밌었습니다.).


부러진 용골은 꽤 독특한 작품입니다. 마법이 횡행하는 중세의 영국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킵니다. 마법과 본격 미스터리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입니다. 예를 들어, 밀실에서 범인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는데 알고 보니 마법을 써서 빠져나갔다더라,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키면 독자 입장에서는 맥이 빠지죠. 요네자와 호노부는 재능이 넘치는 작가이기 때문에 이야기를 이렇게 허술하게 진행시키지 않습니다.


북해의 무역거점인 솔론 섬에서 살인이 발생하고, 8명이 용의자로 떠오릅니다.

폐쇄된 공간, 한정된 용의자. 일본 본격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설정이죠. 여기에 중세와 마법을 더해지니 독특한 분위기가 풍깁니다.

탐정 역을 하는 사람은 마법에 능통한 기사 팔크 피츠존과 그의 종사 니콜라입니다.

그들은 8명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수사를 하고 용의선상에서 하나씩 제외해 나갑니다. 그 결과 마지막에 범인으로 떠오른 사람은......


재밌게 읽었습니다.

덧. 2011년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2012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1위, 2012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1위, 2012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2위, 2011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10-2위를 했다는군요. 수상 목록이 후덜덜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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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힘 1 밀리언셀러 클럽 124
돈 윈슬로 지음, 김경숙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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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제목이 개의 힘인데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힘을 느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재밌었는데 마약 전쟁이라는 소재 탓인지 읽기 편한 글은 아니었습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끔찍한 장면을 읽기가 점점 힘들어져서 말이죠.

그런 면에서 본다면 열 살 정도 덜 먹었을 때 봤다면 훨씬 재밌게 읽었을 겁니다.


프롤로그에 아기와 엄마가 죽어있는 장면이 나옵니다.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알려주는 인상적인 프롤로그인데(글 잘 쓰는 작가는 이런 장면을 통해서 초반부터 독자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주죠.), 저한테는 역효과가 나서 한 발 물러서게 만들었습니다.

보통 장르 소설을 읽을 때 등장인물한테 심하게 몰입하는 편인데 이런 장면이 나오면 감정이입을 하기가 힘들어요. 잔인한 장면이 나올 거라고 예단하고 마음을 닫거든요.

다행히 염려했던 만큼 잔인한 장면은 나오지 않았습니다.(글의 성격상 조금은 각오를 하셔야.^^)


아트는 CIA 출신의 마약 단속국 요원입니다. 그는 멕시코의 마약 조직을 소탕하는데 큰 공을 세우고 마약단속국의 핵심 요원으로 성장합니다. 나중에 국경의 왕이라고 불릴 정도죠.

하지만 그의 성공 뒤에는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아트를 이용해서 경쟁 조직을 제거한 바레라 카르텔이 멕시코의 마약 조직을 장악한 겁니다.

아트는 그들을 분쇄하기 위해서 평생을 노력하는데 그 30년 세월의 전쟁을 기록한 게 이 책, 개의 힘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마약 전쟁을 다룬 책은 결말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포일러 나옵니다-스포일러가 아니라고 볼 수도 있는데 민감한 분은 피하는 게 좋겠죠.^^


글을 읽으면서 악당이 처단되길 바랐고, 바람이 이루어지기는 하는데 마약이라는 소재의 특성상 깔끔하게 승리할 수는 없습니다. 마약은 근절이 안 되니까요.

에필로그에 나오듯이 아트는 국경에서 마약을 차단하는데 성공합니다만 그 기간은 15분에 불과합니다. 기존의 조직이 없어지면 새로운 조직이 나와서 그 자리를 차지합니다. 마약왕의 얼굴이 바뀌는 것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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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암사자 발란데르 시리즈
헤닝 만켈 지음, 권혁준 옮김 / 좋은책만들기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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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북구 미스터리 중에서 헤닝 만켈의 발란더 시리즈를 가장 좋아합니다.

모두 재밌게 읽었는데 그 중에서 하얀 암사자는 좀 처지네요.

여기저기 구멍이(남아프리키와 스웨덴을 무리하게 엮는 과정에서 발생한) 느껴졌고, 일본의 신본격처럼 작위적인 구석도 제법 있습니다.

남아프리카의 흑인 암살자가 굳이 스웨덴에서 훈련을 할 필요는 없는데(주변국의 치안이 엉성하고 남아프리카도 치안이 좋은 나라라고 하기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발란더가 나와야 하니까 그들을 스웨덴으로 보낸 느낌입니다.

발란더의 수사 과정도 납득하기 어려운 곳이 많습니다.


주의-스포일러 많이 나옵니다.


암살자와 러시아 교관이 발란더를 주목해서 동시에 나타나는 것도 이상하고, 그들에게 납치당하고 총격까지 당한 발란더가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것도(자신이 경찰이면서) 이상하고, 나중에는 코앞에 나타난 암살자를 집에 숨겨주고 여권을 위조하면까지 국외로 탈출시키려는 것도 이상하고(자국민을 죽였다는 의심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혼자 행동하는 것도 이상하고, 딸의 신변이 위험한데도 할아버지 집에 두는 것도 이상하고(이와 관련해서 동료 경찰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그에게도 다른 경찰에게는 알리지 말라고 강요하는 것도 이상하고), 딸이 납치당했는데 굳이 혼자서 범인을 상대하겠다는 것도 이상합니다.

끝부분, 새로운 암살자가 운 좋게 공항을 빠져나가는 부분(마침 교대시간이어서 수배사실이 잘 전달되지 않음), 발란더가 인터폴에 전문을 보냈는데 담당자 실수로 뒷장이 전해지지 않은 점, 나중에 그 사실을 깨닫고 새로운 전문을 보냈는데 텔렉스가 불통이어서 늦게 전해진 점은 지나치게 작위적이다. 작가가 마지막까지 독자에게 스릴을 주려고 한 모양인데 과했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하얀 암사자는 재밌고 매력적인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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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는 미스터리와 함께 코이가쿠보가쿠엔 탐정부 시리즈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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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은 본격 미스터리에 유머를 결합한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특징이 잘 묻어나는 작품입니다. 그의 작품을 네 권 정도 읽었는데 유머보다는 트릭 쪽이 낫습니다. 작가가 구사하는 유머가 그다지 웃기지 않습니다. 한일 양국의 문화 차이와 번역되는 과정에서의 변화가 유머의 맛을 없애버리는 거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방과 후는 미스터리와 함께는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귀여운 단편집입니다. 이름이 에어컨 상품명과 같다는 사실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키리가미네 료는 탐정부 부부장입니다. 활력이 넘치는 2학년 학생인데, 주변에서 끊임없이 사건이 일어나는군요. 료는 좌충우돌하며 사건의 진상을 추적합니다. 맞출 때도 있고 틀릴 때도 있습니다만 일리있는 추리를 보여줍니다.


주인공이 고등학생이고 배경이 고등학교인데 일어나는 사건은 폭행, 살인미수, 자살로 심각한 편입니다. 그래도 분위기는 밝네요. 작가가 배경을 감안해서 자제했는지 잔인한 살인 사건은 벌어지지 않습니다.


이 책에는 8편이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키리가미네 료의 굴욕-시청각 자료실에서 도둑과 마주친 키리가미네는 그를 추적하지만 놓칩니다. 밀실 상태나 다름없는 건물에서 범인은 어떻게 사라졌을까? 사건 해결 과정에서 의외의 사실 밝혀집니다.

키라가미네 료의 역습-반전이 인상적입니다.

키리가미네 료와 보이지 않는 독-범행 동기, 트릭, 그걸 파헤친 탐정의 설명 모두 납득하기 어려운 단편입니다.

키리가미네 료와 X의 역습-작가가 구사한 유머가 조금 웃깁니다.(많이 웃기는 건 아니고.^^)

키리가미네 료의 방과 후-료가 명탐정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키리가미네 료의 옥상 밀실-경찰이 사건을 해결하는군요. 이게 현실적이죠.

키리가미네 료의 절규-료가 강적을 만나는군요.^^

키리가미네 료의 두 번째 굴욕-첫 번째 단편의 배경이 된 건물에서 비슷한 사건이 일어납니다. 범인이 밀실 비슷한 상태에서 사라지는 것도 같고 료가 헛다리를 짚는 것도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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