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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무게
헤더 구덴커프 지음, 김진영 옮김 / 북캐슬 / 2010년 7월
평점 :
나이를 먹어 가면서 아동 학대와 성폭력을 소재로 다룬 책이 점점 읽기 힘겨워집니다. 현실에서 끔찍한 사건이 자꾸 일어나는데 범인에게 내려지는 형량은 지나치게 가볍고(판사와 일반인의 법 감정 사이에 큰 격차가 있는 듯 보입니다), 사회적으로 말은 많지만 실질적으로 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조치는 미흡하고. 뭐 이런저런 일들이 독서에 영향을 줍니다.
어렸을 때 셜록 홈즈를 통해서 추리 소설에 입문했습니다. 그 이후 추리 소설을 읽을 때 결말을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해피엔딩이면 읽고 비극적으로 끝나면 책을 덮어버렸죠. 시간이 흐르면서 결말을 모르고 읽는 게 훨씬 더 재미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후로는 아무리 뒤가 궁금해도 결말을 펼쳐 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침묵의 무게는 150쪽 읽다가 결말을 확인했습니다.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거든요.
비극적으로 끝나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는데-이게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을까요?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수위라 안도했습니다. 이 정도 결말이면 나름 행복한 결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침묵의 무게는 챕터가 짧습니다. 챕터에 전부 등장인물 이름이 붙어 있고 해당 챕터는 그 인물을 통해서 이야기를 진행시킵니다. 판타지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와 챕터 구성이 비슷하다고 하면 이해가 쉽게 갈 겁니다. 꽤 독특하죠.
7살 단짝 친구 칼리 클라크와 페트라 그레고리가 같은 날 사라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칼리의 어머니는 딸이 숲을 잘 알기 때문에 희망적인 생각을 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이 악화됩니다. 아이는 맨발로 숲에 들어갔고 뒤뜰에는 어른과 실랑이를 벌인 듯한 발자국까지 찍혀 있습니다.
페트라의 아버지 마틴은 황망한 상태로 딸을 찾아 헤맵니다. 그는 칼리 가족을 의심합니다. 칼리는 4살 때부터 입을 닫고 살았고 그 아버지라는 사람은 알코올중독입니다. 이런 유형의 범죄가 대부분 아는 사람 손에 저질러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의심이 갑니다.
숲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나,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칼리는 왜 말을 잃어버렸나.
독자를 궁금하게 만들어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작가의 솜씨가 괜찮습니다.
침묵의 무게는 에드거상 신인상 후보에 오른 작품입니다. 인상적인 데뷔작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