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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로버트 J. 소여 지음, 김상훈 옮김, 이부록 그림 / 오멜라스(웅진)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친한 친구이자 동료인 크릭스에게 아내를 뺏긴 브랜든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장본인인 크릭스와 단둘이서 타임머신을 타게 됩니다. 느긋한 크릭스에 비해 브랜든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이루어지는 시간여행에 불안을 느낍니다. 불안을 느끼는 게 당연합니다. 햄버거 모양으로 생긴 타임머신은 어째 믿음직하지가 않아요. 타임머신 정도면 삐까번쩍하고 멋있어야 할 턴데 장난감, 그것도 싸구려 장난감 같습니다. 저는 사고가 생겨서 시간여행이 어긋날 거라고 예상했는데, 시간 여행은 성공합니다.
선사시대로 날아가서 공룡이 멸종한 원인을 밝히는 게 둘의 임무입니다. 왜 하필 선사시대일까. 공룡 말고도 역사적으로 궁금한 게 많을 텐데. 제가 타임머신을 탄다면 선사시대로 날아가지는 않을 겁니다. 작가는 이런 질문에 대답을 해놨네요. 비교적 최근으로 가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설정되어 있습니다. 선사시대로 날아가는 것도 비용 때문에 두 번 다시 시도하기 어렵다고 나옵니다.
어쨌든 시간 여행은 성공했습니다. 처음에 둘이 타임머신에 탔을 때 좀 아쉬웠습니다. 연구원이 5명 저도는 돼야 이야기가 재밌어 질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야 그 사이에서 로맨스도 피어나고, 갈등이 일어나면 편을 갈라서 싸울 수도 있습니다. 등장인물을 하나씩 죽이는(?) 재미도 생길 테고.^^
둘은 너무 단출하죠. 만약 하나가 죽으면 인간 사이에서 생길 수 있는 드라마가 없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둘로도 충분하더군요. 크릭스가 브랜든 아내를 뺏은 덕분에(?) 갈등도 충분했고, 의외의 사건이 일어나기 때문에 스릴감도 좋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의외의 존재와 마주치는 그런 장면들이 참 좋았습니다.
스포일러 방지 차원에서 책에 등장하는 사건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을 하지 않겠습니다. 사전정보 없이 책을 읽을 때 가장 즐거운 독서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멸종에는 SF에서 볼 수 있는, 혹은 보기를 원하는 요소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위에서 말한 타임머신도 그렇지만 시간 여행 이후에 마주치는 사건이나 결말이 다분히 SF스럽습니다. 유명한 작품들 생각도 나고 말이죠. 작가는 이런 흥미로운 소재들을 잘 버무려 놓았습니다.
재밌게 읽었습니다. 멸종은 오락성이 뛰어난 수작 SF입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이 번역되어 나오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