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즈번드 시크릿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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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우리의 지금  이 순간도  우리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신이 미리 짜놓은 계획대로인건가  하게 됩니다.  물론 살고 죽는 것이야 신의 손에 있는것이려니 했지만, 그래도 내가 누군가를 만난다거나 어디를 가기로 마음먹는다거나 하는 일들, 더 작게는 숙제를 하거나 사탕을 먹거나 말거나 하는 일들 정도는 당연히 내 손에 달린 건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철저한 정리벽이 있는 세실리아가 아이에게 줄 돌을 찾기 위해  다락방에 들어가게 되고, 또 전화벨 소리에 황급히 나오다 남편 존 폴의 상자에서 "나의 아내  세실리아 피츠패트릭에게    반드시 내가 죽은 뒤에 열어볼 것"이란 무시무시한 문구를 가진 편지를 발견하게 된 것이  판도라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한 신의 인간에 대한 또다른 시험은 아니였을까 해보게 됩니다. 중요한 편지임에도   어디에 놓았는지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는 남편은  아내가 수십년 전 써놓은  편지를 찾았다는 소식을 전하자마자  황급히 먼 출장길에서 돌아오게 됩니다. 밀봉된 편지라는 매력적인 호기심 덩어리이지만 남편이 자신에게 남겼다는 안도감만으로 부부간의 의리를 지키려던 세실리아는 남편에게서 예상치 못한 긴장과 불안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렇게  그녀에게 남겼다면서도  막상 그녀가 찾아내자 절대 읽어서는 안된다는 남편의 편지를 손에 쥔 세실리아,  남편 윌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신의 유일한 절친이자 사촌이자 자매이기도 한 펠리시티와 사랑에 빠졌다는 고백을 듣게 된 테스, 딸 자니가 살해된 후 얼굴없는 살인자(사실은 코너를 살인자라 여기고  분노를 끓이고 있는 중이긴 하지만) 에 대한 증오만으로 살아가다   손자  제이컵이 아들 부부를 따라 뉴욕으로 떠나게 됐다는 소식으로 다시 밀려드는  절망을 느끼게 된 레이첼, 이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한 마을에서 비밀로 얽히게 되면서  가족을 위해 비밀을 지키려는 이들의 흔들리는 가치관과 분노가 우리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게 됩니다.


그건 보통 사람들이 살면서 한번쯤 생각해보았던 질문들을  만나게 되기 때문일겁니다. 사랑은 무엇이고  결혼은 무엇인지,  결혼 후 자신도 모르게 생기는 새로운 감정을 단순히 불륜이나 외도라는 말안에 가둘 수 있는 건지, 그렇담 어쩜 몇 번이라 정할 수 없이 다가오는 낯선 감정에 매번 흔들리는 게 맞는 건지,  매일 보고 매일 생각했기에 너무 잘 안다  여긴 가족이 보여주는 낯선 모습에 당황한 내가 다시 익숙한 우리로 돌아가는 게 맞는 건지,  가족이 먼저일까 정의가 먼저일까에 대한 질문들, 부모에게 상처받는 아이들만큼이나  아이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부모들,  그리고 우리는 지금 내 선택대로 잘 살아가고 있는 건지에 대한 이야기가  그들 가족들의 모습에 겹쳐지며  나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합니다.


비밀, 바람과 사고가 운명의 바람속에  서로를 불행하게 만들  사건이 될수 있다는 이야기가   "우리 인생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비밀이 아주 많다."라는 에필로그를 만나면서는 내가 겪은 모든 일들중에 내가 안다고 생각했지만 결코 알지 못할 일들이 뭐가 있을지, 그것이 나를 울게 했던 것인지 혹은 웃게 했던 일인지 궁금해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담  난 지금 어떤 운명의 수레바퀴 위에 서있는 건지도 말입니다.


이들 가족들 이야기속에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라는 테레비젼에서 나오는 문구가 반복적으로 겹치게 되는데  그것이 사람들, 특히나 가족간 관계가 어때야 하는지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하게 됩니다. 행복하게 웃는  내 가족 그대로를  지키고 싶다면 아내로써 남편으로써 아들로써 딸로써 어머니로써 아버지로써 어때야 하는지 말입니다. 운명을 이기는 인간은 없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 씁쓸해지지만  그래도 가족에 대한 사랑을 지키는 것만은 신이 건드릴 수 없는 인간의 선택 아닐까 해보게 됩니다.  그 가족  모두가 힘들었지만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서로가 서로를 지키기도 했지만 그 사랑이 어느 정도는 자신을 지켜주기도 한 것이니까요. 


고백과 비밀 사이, 그 때 당신의 선택이 무엇이 될것이냐의 질문이   어느 쪽이 서로를 위하기도 한 것이지만 옳은 일인 것인지를  심각하게 생각해 보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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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아름다운 준비 - 유대인 랍비가 전하는
새러 데이비드슨.잘만 섀크터-샬로미 지음, 공경희 옮김 / 예문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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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죽음이란 단어가 있다는 걸 언제 처음 알게됐을까 싶어질때가 있습니다. 아마 인어공주가 물방울이 되어 하늘로 날아갔다는 슬픈 버전의 인어공주를 봤을때쯤, 혹은 성냥팔이 아가씨가 마지막으로 켠  성냥불에 돌아가신 인자하신 할머니가 나타났을때 쯤일지도 모릅니다. 그 때는 삶과 죽음이 그다지 다르도 않고, 돌아가신 분들이  하늘의 별이 되어 날 지켜주고 있으리라는 낭만적인 생각을 할때도 있었는데 말입니다.  언제부터인가   다시 만날 수 없는 슬픔이란 뜻이 더 큰,  고통과 두려움의 다른 이름이 되었습니다. 그건 책에서가 아닌 실제 생활에서의  헤어짐을  겪어보게 된  그만큼의 인생의 시간을 많이 보냈기때문일겁니다.   

 

이 책의 저자 새러 데이비드슨과 같은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17이란 젊은 나이에 랍비 잘만을 만났다는 그녀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죽음에 대해 두려움을 갖는 자신을 느끼게 됩니다. 95세 어머니의 죽음 이후 더 큰 두려움을 가지게 된   그녀는,  인생의 12월을 준비하는 85세의 랍비 잘만과 2년에 걸쳐 그가 생각한 죽음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와 그녀와의  대화에서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죽음뿐 아니라 살면서 가지게 된  많은 질문들과 답을  볼 수가 있습니다. 가족을 유태인이기에 잃었던 삶의 슬픔과  넓은 종교 생활을 하고자했던 그의 독특한 이력으로 인해 받게 된 많은 고통, 그리고 겪고 있는 육체의 고통때문에 종교적 위치에 상관없이  돌려서라도 원망을 말하지 않을까  싶은 그는 그가 왜 삶에 대해 고통을, 죽음에 대한 원망을 갖고 있지 않는지를 알려줍니다.

 

새러가 랍비 잘만의 인생의 법칙이라 부르는 몇 가지 중에서 제일 와 닿는게 "놓는 것을 연습할 것"이 아닐까 합니다. 내 마음에 거슬리는 모든 것들, 특히나 내 마음에 들지않는 사람을 마음에 품게 되었을때 괴로운 건 사실 본인이란 것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그런 마음이 생기지만 그런 것들에서 마음을 놓았을때  내 인생에서 더 중요한 것들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알면서도 모르는 척 했던 것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사실 나는 죽은 다음 어떻게 되느냐에 매달려 살기보다는 오늘에 집중하고 싶다. 다시는 오지않을 유일한 이 순간을 깊이 호흡하고 싶다."-303

그리고 이런 내려놓기  연습이 인생 12월 여행의 준비이자, 인생 몇 월이든 각자의 생각에 맞춰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지금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떤 걸 바라봐야하는지에 대한 깊은 생각을 주지 않을까 합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을 명확히 분별하는 방법은 자신에게 다음과 같이 묻는 것이다.

세상이 사흘 후에 끝난다면 지금 어떤 일을 하겠는가?

생각나는 대로 적는다. 그리고 자신에게 물어본다.

나는 지금 그 일을 하고 있는가, 충분히 하고 있는가? -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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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을 바꾸는 인테리어 팁 30 - 30일만 따라하면 건강, 사랑, 재물이 쌓이는 풍수인테리어
박성준 지음 / 니들북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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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을 인테리어 할 수 있다.'는 말이 호기심으로 다가오는 건  얼마전에  '터가 좋다' 소문이 났던곳에 새로 사람이 들면서 터가 바뀌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기때문이다.   '배산임수'라 하여 산을 뒤로 하고  물을 앞으로 하고있는 형태를 최고로 친다는 풍수 원리를 언뜻 들어보기는 했으나  지금처럼 산과 물이 멀어진 곳에서도  그 원리가   적용되는지,  같은 터에 사람이 들어와 기운이 나쁘게 바뀌였다면  혹여 나쁜 기운이 있는 곳을    좋게도  바꿀 수도 있는 건지 궁금해지게 된다.


티비에서 몇 번 얼굴을 본 적이 있는 저자 박성준님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사람과 공간사이에서도 기의 흐름이 흐르는 것이라며, 운명의 집은 찾는 게 아니라 사는 사람이  '풍수 인테리어'라 부르는 팁으로 만들 수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현관의 대각선이 럭키존이라 불릴만큼  생기가 넘쳐 사랑과 재물이 쌓이는 자리라던가 잘못된 형태의 집이라 하더라도 중간에 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주거나 바꿀 수 있는 물건들의 배치만으로도 도움이 된다니  읽어보면서   집에서 눈에 거슬렸다거나 혹은 좋아하던 공간에 더하거나 빼도 좋은 것들을 떠올리게 되지않을까 싶다.


하지만 역시나 보기 좋은 것이 풍수에도 좋은 것이였다는 걸 다시금 알게 되지않았나 싶다. 집에 좋은 것은  채우기보다 비우기가 우선한다는 것, 너무 넓은 집이나 너무 좁은 집보다 가족수에 맞는 적당한 크기가   기의 흐름 역시 원활하게 한다는 것, 사람들이란 볼거리가 많고 복잡해진 곳을 우선은 너도 나도 가보자 하다가도 너무 복잡해지면 그 곳에서 살짝 떨어진 곳으로 움직이고 싶어한다는 것들이 한 눈에 들어오는, 마음에 쏙 드는 곳과 뭔지 모르지만 마음에 안 들었던 공간의 차이가 어디에 있었는지를 생각해보게 하지않나 싶다. 내 눈에 깔끔하고 좋아 보이는 곳에는  그 곳을 좋게 만들려는 사람의 노력이 있는 곳이였고   결국 좋은 풍수의 기운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운명이란 것도 결국 그 곳에 사는 사람이 얼마나 그 공간에 마음을 쓰고 시간과 애정을 쏟았느냐에 따라 바뀐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운명을 바꾸고 싶다면  주변을 돌아보라는 박성준님의 조언이 내 공간에서의 삶을  조금 더 부지런하게 만들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정해진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운을 움직이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사귀는 것 이외에 사는 곳과 일하는 공간을 바꾸는 것을 들 수 있다."-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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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사람인가
발타자르 그라시안 & 프랑수아 드 라 로슈푸코 & 장 드 라 브뤼예르 지음, 한상복 엮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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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의 현자들이 남긴 이야기라면 "사느냐, 죽느냐.이것이 문제로다" 와 비슷한, 삶의 깊이와 잡아지지않는  내면에서의 충돌에 대한  고민이  주가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발타자르 그라시안, 프랑수아 드 라 로슈푸코, 장 드 라 브뤼예르 이렇게 세명의 현자가 남긴 이야기는 지금의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적어낸 것이 아닐까 싶게  지금 내가 하는 수많은 고민의 답이 되어줍니다.  사랑, 친구, 타인,어떤 것을 고르는 게 나은지 (사실은 답을 미리 고르고 있으면서도)  이럴까 저럴까  매번 하게되는 갈등 속에서  좋은 사람이 될 것인지 성공한 사람이 될 것인지 혹은 필요한 사람이 될 것인지의 선택을  고민하는 우리들에게  그들의 간단하지만 분명한 문구는   사람들 마음이나 상황이  시대만 다를뿐이지 늘  비슷하다는  위안을 주게 되기에 그들의 지혜에서 힘을 얻어 보게 됩니다. 


"필요한 사람"이란 말은 우선 남에게 내가 얼마나 필요한지, 그 중요도에 따라 내 위상이 높아진다거나 낮아진다고 평가하는 것이 아닌가  싶지만  여기에서  필요한 사람이란 상대와 나와의 필요를 적절히 조화시켜 나가는 것을 말하고, 그 중  우선한 것은 '내가 나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라는 것입니다. 예스의 남발로 괴로워하지도 말것이며 상대방이 알아주지 않는 내 마음에 일희일비하지도 말것이며 그리고 그렇다고 나만 바라보는 것도  안되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것이냐는 불평이 나올듯도 하지만 하나씩 읽다보면  '그렇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어느 누구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사람은, 그 누구의 마음에도 들지 않는 사람보다 훨씬 불행하다.(54)', '타고난 잔인성도, 자기애가 만들어내는 것만큼 잔인한 인간을 만들지는 못한다.(195)-라 로슈푸코'  라는 말을 읽어보면서 말입니다.


17세기라는 귀족의 몰락과 부르즈아의 등장이라는 혼란의 시대를 몸으로 살아냈구나 싶은 세 명 지식인이 걸어간 길 역시 흥미로운데요. 신부가 되었으나 현실 비판적인 글로 인해 제명 위기를 겪었다는 그라시안이나  정치적 책략과 여인들과의 얽힌 관계로 복잡한 생을 살아간 프랑수아 드 라 로슈푸코, 당시 최고 권력자 집안인 콩데 가에서 권력자들이 벌이는 암투속에서 숨죽이고 살아야 했다는 장 드 라 브뤼예르만큼이나 관심이가는 건 '생존을 위한 플랜B'가 뭔지를 확실히 보여준  라 로슈푸코 공작의 비서 겸 집사였다는 구르빌의 삶입니다.  여러 돌발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도 있는 것으로 보이기에 화려한듯도 보이고 그럴려면 구차한 순간도 여러 번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마지막까지 공작을 지켜줬다는 점에서는  다른 이들과의 관계가 어때야하는지도 보여주고 있어  그의 진정한 속내는 무엇이였을지   궁금하게 하는데요.  속내를 어느 정도는 감췄기에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고  뜻을  이룬 것은 아니였는지, 그리고 이것이 삶의 지혜가 아닐까 싶은 마음을 가져 보게도 됩니다. 


어떻게 나를 지켜낼 것인가,어떻게 세상과 조화를 이룰 것인가.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가,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 그들의 삶과 문구, 그것에 관한 한 상복님의 설명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 그리고 내 안의 중심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로 고민하는 우리들에게   중요하게 여기고, 지켜야 할것이 뭔지를 알려주고  있기에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인생이란 느끼는 사람에게는 비극인 반면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희극이다"-라 브뤼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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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아파트
엘렌 그레미용 지음, 장소미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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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눈에 빠져버린 사랑은 3년이면 변한다는 일반적 사랑과 많이 다르지 않을까, 정신과 의사 비토리오가  아내 리산드라를 만난 이야기를 꺼내든 순간 생각해보게 된다.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그녀를 애타게  찾아야만 했다는 사연만으로도 그와 그녀사이에는 다른 사람보다 끈끈한 사랑이 여전하길 바라는 마음이 들어,  그가 리산드라의 추락사에 범인으로 의심받고 있다는 걸 알게될때 "제발 그 말고 다른 사람"을 찾아보라고 말해주고 싶을 정도이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무죄를 증명해줄 이로 환자였던 에바 마리아를 선택했을때, 그리고 그녀와의 부부생활이 생각보다 원만하지 않았다는 걸 알게될때  우리 역시 경찰처럼  용의자 1순위에 그를 올려놓게 된다.


이렇게 "비밀 아파트"는  한 여자의 추락사와 그 추락사에 숨은 진실을 찾아라 라는 추리물로 시작하지만 에바가 틀림없이 무죄라 믿은 비토리오를 위해 용의자들을 찾아보게 되면서 분명히 비토리오만은 아니였던 범인찾기가 '이 세상 모든 이들을 의심해라' 라는 인간의 불투명성과 인간관계의 가벼움과 무거움을 돌아보는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에바가 비토리오 환자들의 녹취테이프를 들으며 만나게 되는   나이들어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젊음에 대한 질투에 사로잡힌 알리시아 부인, 동생을 질투한 남자 펠리페, 정신과 의사로써나 남편으로써 멀쩡하게만 보였던  비토리오,  리산드라가  탱고를 잘 추는 제자였을뿐이라 말하는 노인, 리산드라를 잊지 못하는 프란시스코,   실종된 딸로 인해 일상생활이 되지않는 에바 자신까지...  그들의 이야기는   어떤 면에서는 모두가  의심스럽기도 하고  다르게 보면 모두가  상관없는 이들 같게도 된다.   에바가  조사할수록 드러나는 리산드라의 죽기 전 의심스런 행동들에   사건의 정확한 조사가  아니라  범인만 있으면 누구라도  괜찮은 것으로 보이는 경찰들의 꼬투리잡기식 수사까지  이 사건이 어떻게 진행될지 불안하게 만들게 된다.  더구나 경찰이란 말에 깜짝 놀라는 처음 목격자인 소년의 뒤로   아르헨티나의 '더러운 전쟁'이라 불리는 시간동안 일어난 많은 사건으로 상처입은 이들의  모습이   드러나며,    상처를 주고 받은 이들이 엉키어 살아가는 속에서  일어난 사건을 풀 수 있는 건 누구일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사건보다 중요한 건, 왜 이 일이 일어났냐는 것이 되고 만다. 빠르지 않은 사건의 전개속에서도  드러나지 않는 진실,심지어는 리산드라의 회상속에서만 존재하는 진실은 허망하기까지 해   리산드라의 과거와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쫓아가며 방향을 잃은 듯도 보이지만  각각의 인간들이    다양하게 엮여있는 서로에게서  받게 되는   이기심과 질투, 분노와 사랑, 무차별적인 폭력에 좌절하면서 받게되는 상처를 어떻게든 극복하지 못한다면   시간이 흘러 어떤 흔적이   새겨지는가에 대한 것을    바라보게 한다.


아르헨티나의  특수한 상황, 그리고 비밀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일은  리산드라를 통해 죄와 벌이 균형 맞춰지지 않은 일들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상처입고 움츠러든  사람의 슬픔에만  무게가  더해진다는 걸 보여주고 있는 건 아닐까 싶다. 자신이 가진 것을 볼 수 없었던  리산드라나 에바, 춤을 추는 남편 뒤에서  수많은 눈물의 시간을 보냈을 노부인에게는 없었던 새로운 시간이  이 사건에 죄가 없다고 볼 수 없는 비토리오나 루카스에게만은  주어질 것이기때문이다.


 모든 상처입은 자존심은 범죄의 동기가 될 수 있다.-311

결국 한 여자의 상처가 이 사건을 만들었지만 잘못된 수사로  또 다른 슬픔이 다른 이에게 옮겨가게 된다는 이야기,  상처와 고통이 풀리지 않는다면 다시 주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가  왜 정의가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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