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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사람인가
발타자르 그라시안 & 프랑수아 드 라 로슈푸코 & 장 드 라 브뤼예르 지음, 한상복 엮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4월
평점 :
17세기의 현자들이 남긴 이야기라면 "사느냐, 죽느냐.이것이 문제로다" 와 비슷한, 삶의 깊이와 잡아지지않는 내면에서의 충돌에 대한 고민이 주가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발타자르 그라시안, 프랑수아 드 라 로슈푸코, 장 드 라 브뤼예르 이렇게 세명의 현자가 남긴 이야기는 지금의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적어낸 것이 아닐까 싶게 지금 내가 하는 수많은 고민의 답이 되어줍니다. 사랑, 친구, 타인,어떤 것을 고르는 게 나은지 (사실은 답을 미리 고르고 있으면서도) 이럴까 저럴까 매번 하게되는 갈등 속에서 좋은 사람이 될 것인지 성공한 사람이 될 것인지 혹은 필요한 사람이 될 것인지의 선택을 고민하는 우리들에게 그들의 간단하지만 분명한 문구는 사람들 마음이나 상황이 시대만 다를뿐이지 늘 비슷하다는 위안을 주게 되기에 그들의 지혜에서 힘을 얻어 보게 됩니다.
"필요한 사람"이란 말은 우선 남에게 내가 얼마나 필요한지, 그 중요도에 따라 내 위상이 높아진다거나 낮아진다고 평가하는 것이 아닌가 싶지만 여기에서 필요한 사람이란 상대와 나와의 필요를 적절히 조화시켜 나가는 것을 말하고, 그 중 우선한 것은 '내가 나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라는 것입니다. 예스의 남발로 괴로워하지도 말것이며 상대방이 알아주지 않는 내 마음에 일희일비하지도 말것이며 그리고 그렇다고 나만 바라보는 것도 안되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것이냐는 불평이 나올듯도 하지만 하나씩 읽다보면 '그렇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어느 누구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사람은, 그 누구의 마음에도 들지 않는 사람보다 훨씬 불행하다.(54)', '타고난 잔인성도, 자기애가 만들어내는 것만큼 잔인한 인간을 만들지는 못한다.(195)-라 로슈푸코' 라는 말을 읽어보면서 말입니다.
17세기라는 귀족의 몰락과 부르즈아의 등장이라는 혼란의 시대를 몸으로 살아냈구나 싶은 세 명 지식인이 걸어간 길 역시 흥미로운데요. 신부가 되었으나 현실 비판적인 글로 인해 제명 위기를 겪었다는 그라시안이나 정치적 책략과 여인들과의 얽힌 관계로 복잡한 생을 살아간 프랑수아 드 라 로슈푸코, 당시 최고 권력자 집안인 콩데 가에서 권력자들이 벌이는 암투속에서 숨죽이고 살아야 했다는 장 드 라 브뤼예르만큼이나 관심이가는 건 '생존을 위한 플랜B'가 뭔지를 확실히 보여준 라 로슈푸코 공작의 비서 겸 집사였다는 구르빌의 삶입니다. 여러 돌발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도 있는 것으로 보이기에 화려한듯도 보이고 그럴려면 구차한 순간도 여러 번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마지막까지 공작을 지켜줬다는 점에서는 다른 이들과의 관계가 어때야하는지도 보여주고 있어 그의 진정한 속내는 무엇이였을지 궁금하게 하는데요. 속내를 어느 정도는 감췄기에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고 뜻을 이룬 것은 아니였는지, 그리고 이것이 삶의 지혜가 아닐까 싶은 마음을 가져 보게도 됩니다.
어떻게 나를 지켜낼 것인가,어떻게 세상과 조화를 이룰 것인가.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가,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 그들의 삶과 문구, 그것에 관한 한 상복님의 설명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 그리고 내 안의 중심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로 고민하는 우리들에게 중요하게 여기고, 지켜야 할것이 뭔지를 알려주고 있기에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인생이란 느끼는 사람에게는 비극인 반면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희극이다"-라 브뤼에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