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로드무비 > [퍼온글] 안국동 만두집, 천진포자








한국에서 한국말로 커뮤니케이션을 잘 할 수 없는 곳이 있다. 최근 정독도서관 앞길에 생긴 천진포자. 중국어로는 텐진 빠오즈라고 읽는다. (맞나? 글적~)


텐진에서 오신 두 분의 아주머니들만이 모든 일을 다 하신다. 물론 주인은 인근에서 갤러리를 하시는 한국분이라고 벽에 붙어있다.^^ 아주머니 한분은 36년 경력의 포자의 여왕이라 써 있고, 또 한분은 20년 경력의 포자 전문가라고 붙어 있다. (전부 다 벽에 붙어있는 글을 통해 정보를 입수할 수 밖에 없다 ...휴 ~ 말이 통해야쥐~)

커뮤니케이션은 불편하나 벽에 붙어 있는 메뉴들의 숫자를 통해, 눈짓 발짓을 통해 무엇을 주문하거나 계산하는 것은 큰 어려움이 없다. 그래서 벽에 자세한 설명을 붙여 놓았나보다.

예전에는 간판이 없었는데, 지금은 멋스러운 간판을 붙여놨다. 실내는 그리 넓지 않다. 한 12~16여명 정도면 꽉 찰 듯 싶다.

오픈 주방에서는 두 아주머니가 한분은 빠오즈를 만들고 계시고 한분은 야채지짐만두를 굽고 계신다. 서 계신 그 자체에서도 포스가 느껴진다.

메뉴는 4종류의 빠오즈가 전부이다. 모든 메뉴를 다 주문해본다. (이하에서는 빠오즈를 메뉴에 있는데로 만두라고 표기한다)

기본찬으로는 단무지와 간장에 고추기름을 투입하면 끝이다. 고추기름 간장은 독특한 풍미를 내는데 짜지 않아서 부담없이 찍어 먹어도 된다.

야채지짐만두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모양새가 똑같다.  같은 크기, 같은 모양새에 딱 6개가 나온다. 속을 봐야 내용을 알 수 있다.

고기만두는 거의 이 집의 베스트에 가깝다. 풍부한 육즙과 두툼하면서도 쫄깃하고 부드러운 피가 잘 어울린다.정말 착한 가격에 훌륭한 퀄리티를 보여준다.

부추야채만두는 안에 부추가 꽉 들어있다. 육즙은 없는대신 부추의 그윽한 향이 입안 가득하다. 그러나 육즙이 부족한 것이 그만 다른 만두에 비해 약하게 느껴져버린다.

삼선해물만두는 간 해산물과 다시마 비슷한 것이 들어있다. 고기만두에 비해서는 부족하나 약간의 육즙이 있고 역시 독특한 풍미가 느껴진다.

야채지짐만두는 길다란 모습으로 군만두 비슷하게 나온다. 한쪽면만 바삭하게 지져내고 반대편은 그 모습이 그대로 살아있다. 안에는 부추가 들어있는데 역시 촉촉한 육즙이 살아있다. 입안에서 부추의 향긋함과 부드러움이 함께 느껴진다.

기분좋은 가격에 퀄리티 있는 빠오즈를 먹고 나오면서, 앞으로도 계속 이 정도 이상의 수준이 계속 유지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가격 고기만두, 부추야채만두 3천원, 삼선해물만두, 야채지짐만두 4천원
 
전화 739-6086
주소 서울 종로구 소격동
위치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로 나와 풍문여고 골목끼고 정독도서관 방향으로 죽 올라가면 선재미술관 가기 전에 위치

쭌의 맛평가 ★★★★


(출처 : 쭌의 맛집 - 싸이월드 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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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7-03-03 0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촉촉한 아침입니다..
잘 지내셨지요??
연우가 어제 입학했겠군요..축하드림니다.
연우는 아주 재미나고 슬기롭게 학교생활 잘 해 거라 믿어요..
 

건너방에서 혼자 컴퓨터로 논문자료작업을 하던 건우아빠가 뚱한 표정으로 내가 드러누워 책을 보고 있던 거실로 왔다.

건우아빠: 휴, 월요일마다 짜증이 나 죽겠다...

나: 왜? 매주 생리를 하나?

농담처럼 심드렁하게 받으며 얼굴을 보니 장난이 아니다. 이럴땐 알아서 기어야 한다.

나: 월요일마다 내가 이러저러한 부탁을 해서 공부진도가 계획만큼 못나가니 스트레스로 쌓이나보다.

건우아빠:....

나: 담부터는 내가 미리미리 잘 챙겨서 애들병원가는거는 내가 데리고 갈께. 건우 공부도 조금만 신경쓰면 혼자 알아서 잘 할거구...그러니까 생리 끝내.^^

한쪽구석에 밀어 놓은 건우의 만화삼국지를 집어들고 눈을 떼지 않는가 싶더니 피식 웃는다.

나: 자기도 만화를 다보냐?

건우아빠: 삼국지 본지가 오래돼 기억이 안나서...

말은 그래도 그가 성질좀 부렸다가 뻘쭘해하는거라는 걸 눈치못채면 십년넘게 같이산 마누라가 아니다.

좀 있으니 그는 노가리를 두드려 구워 적당히 술안주를 만들어 슬그머니 옆에 와 앉는다.

건우아빠옆으로 슬그머니 세월도 따라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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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2-06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분의 대화가 맛깔납니다. 님의 재치도 살갑게 느껴져요.
노가리 너댓축은 죽어나겠네... 요즘 뜨는 노래(울 옆지기가 캬~ 가사 죽인다며 좋아
하는 노래에요^^) 가사가 생각나요. 주현미가 부르더군요.

물만두 2007-02-06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십년 세월이 보통 세월이시겠어요^^ 금슬좋은 부부애를 과시하신 염장페이퍼로군요^^ㅋㅋㅋ

sooninara 2007-02-06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십년산 부부의 이심전심...보기 좋습니다.
주마다 생리하는 남편분..이젠 끝나셨겠죠?ㅋㅋ

반딧불,, 2007-02-06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현명하신 님이십니다. 저같으면 쨍쨍하는 소리나 낼 것을^^;

건우와 연우 2007-02-06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주현미노래 노래방가면 꼭 찾아봐야겠어요. 열심히 연습해서 식구들 놀래켜줘야지.^^
물만두님/ 미운정반 고운정반...세월이 남겨주는게 만만찮더군요.^^
수니나라님/ 좀전에 전화해보니 확실히 끝났더라구요.^^ 이사준비 하시려면 바쁘시겠어요. 그래도 힘내서 화이팅!!!
반디님/ 요즘은 제가 기력이 쇠해서^^ 잘 못싸워요.^^
반디님은 부부싸움도 알콩달콩 깜박깜박 반딧불처럼 정겹게 하시지 않나요..^^

Mephistopheles 2007-02-06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연우님은 바깥분 관리 하시는 법을 터득하신 듯 합니다..^^

건우와 연우 2007-02-07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무던히 속썩이던 남자와 함께 사는 법을 익힌 결과지요.^^

반딧불,, 2007-02-07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혀 네버입니다. 제가 또 한성깔하기땜시^^;

카페인중독 2007-02-07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 안해도 그저 이심전심이 좋아보입니다...
저희 부부도 세월따라 그렇게 잘 익어갔으면 좋겠사옵니다...^^

씩씩하니 2007-02-07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아빠 옆으로 슬그머니 세월이 따라 앉는다니...이건 한 편의 싯귀인걸요...
맞아요,,10년 넘게 산 부분데...그 정도는 서로 알아서 챙겨줘야겠지요?ㅎㅎㅎ
이쁘게 살아가는 님......늘,,그 맘으로 행복한 가정 만드세요~~

진주 2007-02-16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십 년....
무서운 세월이지요^^

비자림 2007-03-16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 연우님, 잘 지내시죠? 우리 부부도 올해 딱 십 년 되었네요. 만난 지는 이십 년 됩니다만^^
 

새순이 꽃보다 고우면 나이가 드는징조란다.

최근 몇년 사이 시든 잔디를 두른 나무끝이 연두빛 어린싹을  비춰주기라도 하면 오래 못 본 애인이라도 본듯 마음이 설레고 반가웠다.

<언니, 나는 요즘 새순이 꽃보다 좋아요...>

추위가 가시기도 전에 나온 새순을 보며 말하던 내게 새순이 꽃보다 고우면 나이들었다는 표시라며 선배언니는 물색없이 웃어주었다.

그게 벌써 삼년전이다.

 

오랫만에 다시본 그녀는 그새 얼굴 구석구석 나이를 드러내며 그래도 곱게 늙어가는 얼굴로 여전히 웃음만은 소녀같이 곱다..

그이의 얼굴에서 가만가만 내얼굴을 찾아보며 물었다

<언니는 언제적부터 새순이 고왔어요?>

<나야 한참 되었지. 새순이 곱기 시작하니 남의 자식도 다 내자식같이 곱고 어린것들은 내것이나 남의 것이나 어리다는 이유만으로도 애틋해지기 시작하데. 내가 나이를 많이 먹었지?>

평화로이 대답하는 얼굴을 보며 새순만이 아니라 나이드는 것도 고즈넉히 보기 좋을수 있다는걸 새삼 느낀다.

나도 온화하게 나이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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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7-02-02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정말 포근한 분이시네요.
그 분 오래오래 같이 가세요. 넘 좋은 분이십니다...
(고백하건대 저도 새순이 더 좋아집니다. 갈수록요.
<나야 한참 되었지. 새순이 곱기 시작하니 남의 자식도 다 내자식같이 곱고 어린것들은 내것이나 남의 것이나 어리다는 이유만으로도 애틋해지기 시작하데. 내가 나이를 많이 먹었지?> 이 부분에서 얼마나 흠칫했는지요..

씩씩하니 2007-02-02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님...어쩌면...이런 분이 곁에 계시다니 얼마나 행복하실까요?
저도 저랑 친한 계장님께 여쭤보았네요,똑같이....그랬더니...ㅎㅎ 새순이 더 곱다셔요...
글을 읽어드리니..고개를 끄덕이며 맞아맞아,하시네요,,,저는 언제부터 새순이 고왔드라?? 생각은 나지 않지만,,,정말,,나이를 먹긴먹었나봅니다,,
하긴..이제 곱게 나이먹는거,,욕심없이 사는거 그런 것들이 예쁜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진주 2007-02-02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저는 너무 일찍 늙어버렸나봐요.
아주 어렸을 적부터(아마도 중딩?) 저는 새순을 더 좋아했거든요.
초록색, 푸른색, 흰색, 보라색....그러고보니 제가 좋아하는 색깔들이 죄다 서늘한 색깔이네요. 꽃은 아주 깨끗한 색깔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저는 이제 붉은 색깔도 고와보이네요. 왕창 늙으면 붉은 색 좋아한다는 말. 들어보셨어요? 중년 넘어가면 야한 색깔 옷이 얼굴에 화색이 돌게해서 잘 받는다잖아요 ㅋㅋ

나는야 할매~

로드무비 2007-02-02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은 이미 충분히 온화하신 걸요.
가족 대하는 건 빼고...=3=3=3

전 이런 이야기에 저항을 느껴요.
너무 맞는 말이어서.^^

건우와 연우 2007-02-06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디님/ 이제 남의 애나 내애나 예쁜 나이인가요.^^ 그래도 반디님은 개구장이같은 천진함이 잔뜩인데요.^^
씩씩하니님/ 욕심없이 곱게 사는거 참 좋은일인데 쉽지가 않아요.^^
진주님/ 조숙하셨나봐요.^^ 소녀같으신 진주님도 고운색깔이 끌리시는구나.^^
로드무비님/ 저런말을 하시는 저분이 사실은 처지가 참 어려운 분이라 저말이 더 따뜻하고 애틋한 분이랍니다.^^
 
 전출처 : 로드무비 > 기대보다 훌륭한 맛, 메생이국

재료 : 메생이 한 뭉치, 굴 한 봉, 다진마늘 한 찻술, 국간장, 소금, 참기름, 깨소금

만드는 법






1. 메생이 한 뭉치를 함지에 넣고 물을 가득 받아 한 번,
체에 걸러서 흐르는 물에 또 한 번, 깨끗이 씻는다.

2. 손으로 꼭 짜서 칼로 두어 번쯤 길이를 잘라주고.

3. 중간 크기 냄비에 메생이를 넣고 물을 절반 채워 끓이다가

4. 깨끗이 씻은 굴을 통째,  다진 마늘 한 찻술을 넣고 팔팔,

5, 국간장 두 큰술과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6. 국그릇에 담아 낼 때 참기름 몇 방울과 빻은 깨를 한 스푼 넣어서 상에 낸다.



텔레비전 맛 프로그램에서 가끔 소개되는 메생이국.
전라도 바닷가에서만 난다는 메생이.
언뜻 보면 파래 비스무리한데 초록색 가는 실뭉치처럼 생긴 녀석은 과연 어떤 맛일까 궁금했다.
어제 마트에서 문득 눈에 띄길래 메생이 한 뭉치(5천원 정도)를 사왔다.
굴을 함께 넣으면 시원하대서 생굴도 한 봉지.


화면으로 볼 땐 숟가락으로 뜨면 점액처럼 끈적끈적한 것이 줄줄 흘러내려
저게 무슨 최고의 해장국이란 말인가, 의심스럽기 짝이 없었는데
그것보다는 조금 묽게 먹으려고 물을 약간 넉넉하게 붓고 끓였더니
미역국과는 또 다르게 부드럽고 은근하고 깊은 맛이 그만이다.
메생이는 혀나 치아라는 암초에 걸리지 않고 이물감도 없이
목구멍으로 그냥 넘어간다.
책장수님과 주하도 맛있다고 한 그릇씩 홀라당.

아침에 데워 먹어도 비리지 않고 막 끓인 것처럼 맛나다.
난 밤새 메생이가 냄비 속에서 무슨 조화를 부렸을지 궁금해 하며 뚜껑을 열었는데.
조금 더 묽어진 것 빼곤 맛도 모양도 별다른 변화가 없었으니......

참기름은 먹기 직전 살짝 향이 날 정도로만 넣는 것이 포인트.
사진을 업어오려고 나물이네에 가봤더니 메생이를 처음부터 참기름에 볶는다고 나온다.
다음에는 그렇게 해서 한 번 먹어봐야겠다.
조리법은 간편한데 맛과 영양은 더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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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7-01-31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근대.메생이..한번도 못봤어요,,,,,,,,,,,,흑..

건우와 연우 2007-02-01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씩씩하니님/ 요리에 도전해보세요. 님이라면 멋진 요리페퍼를 올려주실 수 있을것 같은데요.^^
 

오전 5:30분 건우아빠 아침준비후 6:20분에 건우아빠 보내고

         6:30분 건우깨워 영어30분 수학 30분씩 공부

         7:00분 연우깨워 영어 30분 공부

          사이 사이 아이들 과제 점검하고 아침준비

          8:30분 연우랑 출근

          8:45분 연우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8: 52분 출근후 오후 6:00까지 근무

오후 6:15분 건우와 연우랑 함께 퇴근, 6:30분 집에 도착

          7:30분 아이들의 낮동안의 독서, 학습지, 학원과제 점검후 저녁먹고

          9:00까지 아이들은 택견하고 나는 헬스클럽에서 운동하고

          9: 15분이후 집에 와 씻고 빨래하고 책읽고 아이들이랑 테레비젼좀 보다가

          10: 00 건우아빠가 귀가하면 잠시 함께 더 떠들다가 정신없이 잔다.

 

이게 대부분의 날에 되풀이되는 나의 일과다.

여기에 한번씩 출장이나 회식, 작업사고가 터지면 모든 일정에 빨간불이 켜지며 폭탄이라도 터진 것처럼 뒤죽박죽이 된다.    

학습지선생님과의 시간조정은 기본이고 퇴근후 아이들 저녁먹일 사람을 수배해야 하니 꼼짝없이 건우아빠의 일정을 체크해 이른 귀가를 종용해야하고, 헬스는 당연히 거르게 되며 연우를 찾는 일은 온전히 건우 혼자의 몫이 된다.  

다행히 혼란이 하루로 마무리 되면 좋겠지만 회식이나 출장등 음주가 동반되곤 하는 날은 종종 그 다음날 아침까지 망쳐놓기 일쑤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제 갓 열살이 넘은 건우에게 맏이라고 종종 과도한 과제를 주곤 했나보다.

<네가 오빠이니...>라고 하며 동생을 데리고 어두운 밤길에 집에까지 잘 챙겨갈 것과, 학습지 선생님이 오시기전에 본인것과 동생것들 모두 빠진것 없이 했는지 확인하여 준비해 놓고 선생님 음료수도 컵에 따라 놓으라는것과 종종 택배아저씨가 다녀가는 날엔 경비실에 들러 택배물건도 챙기고 매일매일 우편함 확인도 할것등이 건우의 몫이었다.

건우는 특별히 별 탈 없이 시키는 일들을 순순히 해내곤 해서 나는 종종 아침에 동생 챙겨주고 엄마 출근할때 신을 신이며 휴대폰 챙겨주는 녀석에게 <건우없으면 엄마는 시체야...>하고 추켜주는 걸로 도움을 받곤 했다.

그래서 건우는 내게 딸보다 더 살뜰한 아들이다.

그런 녀석이 요즘들어 유난히 제 동생과 다툼이 잦았다.

 

연우: 엄마, 나는 오빠때문에 너무 스트레스가 심해요.

나: 오빠가 왜?

연우: 저한테 얼마나 잔소리가 심한지요, 도저히 참을수가 없어요. 나도 다 알아서 할 수 있는데요, 오빠는 왜 항상 자기가 먼저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를 하는 걸까요? 자기일이나 하지...

건우: 야, 네가 항상 늦장을 부리니까 그렇지. 엄마는 매일 바쁘단 말이야. 너때문에 엄마가 지각하면 회사에서 엄마가 얼마나 챙피하겠냐?

나: 건우가 엄마때문에 동생한테 원성을 듣는구나...

건우: 엄마때문이 아니구요, 연우가 너무 느려서 그래요. 밥먹을때나 옷입을때 이런땐 책이나 테레비를 보지 않고 빨리빨리 해주면 좋잖아요.

연우: 내가 느려서 오빠가 늦는건 아니잖아, 나는 엄마한테만 혼나는걸로 충분해!

나: 둘다 그만...연우야, 연우는 오빠한테 혼나는건 엄마한테 잔소리듣는것보다 자존심이 상하는구나. 그럼 엄마가 될수 있으면 오빠가 잔소리를 줄이도록 잘 얘기해볼께. 그리고 건우야, 네가 엄마를 많이 도와줘서 정말 도움도 많이 되고 고마워. 근데 연우는 네가 퉁명스럽게 말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싫은가봐. 연우에 관한 일은 엄마나 연우본인이 부탁한것만 도와주면 어떨까?

건우: 알았어요.

 

건우는 내심 서운한지 표정이 영 마땅치 않아 보였다.

어린 아이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지워 지레 애늙은이가 되어버린 것은 아니었는지, 가만히 살펴보니 제 동생에게 만만치 않게 잔소리를 한 모양이었다.

갑자기 간섭을 줄이는게 어른도 쉽지 않은데 그새 버릇이 되어버린 참견을 줄이기가 아이에게 쉽지 않은 노릇이어서 여전히 둘이 붙어 다투고 화해하느라 주말 내내 집안이 시끄러웠다.

주말내내 눈치를 보며 동생에게 잔소리를 하는 건우를 보니 안쓰럽기도하고 착잡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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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7-01-29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가 엄마노릇하랴 오빠노릇하랴 힘들겠습니다. 연우의 스트레스보다 건우가 더 할 듯 합니다. ㅎㅎ, 그래도 엄마노릇하는 건우녀석이 대견스럽게 느껴지는 걸요. ^*^

로드무비 2007-01-29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나는 엄마한테만 혼나는 걸로 충분해!

하이고, 연우 야무집니다.
건우도 신통방통하고요.
그런데 사건사고 없을 때의 님 일상이 정말 눈 튀어나올 정도로
빡세군요. 우째야 쓰까나!

물만두 2007-01-29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나중에 연우가 건우에게 참 많이 고마워 할께예요^^ 남매가 참 사이좋구만요^^

건우와 연우 2007-01-29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호인님/ 아마 건우도 사는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겠지요^^
속삭이신님/ 오빠한테 대드는게 만만치 않답니다. 가끔씩 딱따구리 같아요.^^
로드무비님/ 말로는 오빠를 열번도 더 이겨먹어요. 며칠전 신문에 저녁6시에 직장맘은 누구와도 눈마주치길 두려워한다는 기사가 났더군요.^^
물만두님/ 많이 싸우고 나면 정도 많이 들까요? 그게 제 유일한 바람이라지요.^^

춤추는인생. 2007-01-29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가 어른스러운 오빠로 커나가고 있군요.. 부러운 오누이 입니다...^^

치유 2007-01-29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가 오빠노릇 하느라 애쓰군요..엄마대신하느라고도요..
하지만 의젓하게 동생 잘 챙기는 건우 너무 믿음직스러워요..
야무진 오빠밑에서 똑똑한 연우..ㅋㅋ연우는 말대꾸도 똑소리나게 합니다..ㅋㅋ

sooninara 2007-01-29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저렇게 일찍 일어나서 공부를 하나요? 대단..
우리집은 절대로 불가능(한것이 엄마가 게을러서.ㅠ.ㅠ)
건우와 연우가 대견스럽네요. 큰아이들은 책임감이 있어서 힘들긴할거에요.
그래도 아이들이 저렇게 착하게 자라니 정말 부럽습니다.

건우와 연우 2007-02-01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님/ 요즘은 자주 전쟁중이랍니다.^^
배꽃님/ 연우가 똑똑이 지나쳐 오빠를 이겨먹어요.ㅜ.ㅜ 말로는 오빠가 못이겨요...
수니나라님/ 오로지 엄마시간에 맞춰 아침과 밤에만 바쁘고 낮에는 프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