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순이 꽃보다 고우면 나이가 드는징조란다.

최근 몇년 사이 시든 잔디를 두른 나무끝이 연두빛 어린싹을  비춰주기라도 하면 오래 못 본 애인이라도 본듯 마음이 설레고 반가웠다.

<언니, 나는 요즘 새순이 꽃보다 좋아요...>

추위가 가시기도 전에 나온 새순을 보며 말하던 내게 새순이 꽃보다 고우면 나이들었다는 표시라며 선배언니는 물색없이 웃어주었다.

그게 벌써 삼년전이다.

 

오랫만에 다시본 그녀는 그새 얼굴 구석구석 나이를 드러내며 그래도 곱게 늙어가는 얼굴로 여전히 웃음만은 소녀같이 곱다..

그이의 얼굴에서 가만가만 내얼굴을 찾아보며 물었다

<언니는 언제적부터 새순이 고왔어요?>

<나야 한참 되었지. 새순이 곱기 시작하니 남의 자식도 다 내자식같이 곱고 어린것들은 내것이나 남의 것이나 어리다는 이유만으로도 애틋해지기 시작하데. 내가 나이를 많이 먹었지?>

평화로이 대답하는 얼굴을 보며 새순만이 아니라 나이드는 것도 고즈넉히 보기 좋을수 있다는걸 새삼 느낀다.

나도 온화하게 나이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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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7-02-02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정말 포근한 분이시네요.
그 분 오래오래 같이 가세요. 넘 좋은 분이십니다...
(고백하건대 저도 새순이 더 좋아집니다. 갈수록요.
<나야 한참 되었지. 새순이 곱기 시작하니 남의 자식도 다 내자식같이 곱고 어린것들은 내것이나 남의 것이나 어리다는 이유만으로도 애틋해지기 시작하데. 내가 나이를 많이 먹었지?> 이 부분에서 얼마나 흠칫했는지요..

씩씩하니 2007-02-02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님...어쩌면...이런 분이 곁에 계시다니 얼마나 행복하실까요?
저도 저랑 친한 계장님께 여쭤보았네요,똑같이....그랬더니...ㅎㅎ 새순이 더 곱다셔요...
글을 읽어드리니..고개를 끄덕이며 맞아맞아,하시네요,,,저는 언제부터 새순이 고왔드라?? 생각은 나지 않지만,,,정말,,나이를 먹긴먹었나봅니다,,
하긴..이제 곱게 나이먹는거,,욕심없이 사는거 그런 것들이 예쁜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진주 2007-02-02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저는 너무 일찍 늙어버렸나봐요.
아주 어렸을 적부터(아마도 중딩?) 저는 새순을 더 좋아했거든요.
초록색, 푸른색, 흰색, 보라색....그러고보니 제가 좋아하는 색깔들이 죄다 서늘한 색깔이네요. 꽃은 아주 깨끗한 색깔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저는 이제 붉은 색깔도 고와보이네요. 왕창 늙으면 붉은 색 좋아한다는 말. 들어보셨어요? 중년 넘어가면 야한 색깔 옷이 얼굴에 화색이 돌게해서 잘 받는다잖아요 ㅋㅋ

나는야 할매~

로드무비 2007-02-02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은 이미 충분히 온화하신 걸요.
가족 대하는 건 빼고...=3=3=3

전 이런 이야기에 저항을 느껴요.
너무 맞는 말이어서.^^

건우와 연우 2007-02-06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디님/ 이제 남의 애나 내애나 예쁜 나이인가요.^^ 그래도 반디님은 개구장이같은 천진함이 잔뜩인데요.^^
씩씩하니님/ 욕심없이 곱게 사는거 참 좋은일인데 쉽지가 않아요.^^
진주님/ 조숙하셨나봐요.^^ 소녀같으신 진주님도 고운색깔이 끌리시는구나.^^
로드무비님/ 저런말을 하시는 저분이 사실은 처지가 참 어려운 분이라 저말이 더 따뜻하고 애틋한 분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