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방에서 혼자 컴퓨터로 논문자료작업을 하던 건우아빠가 뚱한 표정으로 내가 드러누워 책을 보고 있던 거실로 왔다.

건우아빠: 휴, 월요일마다 짜증이 나 죽겠다...

나: 왜? 매주 생리를 하나?

농담처럼 심드렁하게 받으며 얼굴을 보니 장난이 아니다. 이럴땐 알아서 기어야 한다.

나: 월요일마다 내가 이러저러한 부탁을 해서 공부진도가 계획만큼 못나가니 스트레스로 쌓이나보다.

건우아빠:....

나: 담부터는 내가 미리미리 잘 챙겨서 애들병원가는거는 내가 데리고 갈께. 건우 공부도 조금만 신경쓰면 혼자 알아서 잘 할거구...그러니까 생리 끝내.^^

한쪽구석에 밀어 놓은 건우의 만화삼국지를 집어들고 눈을 떼지 않는가 싶더니 피식 웃는다.

나: 자기도 만화를 다보냐?

건우아빠: 삼국지 본지가 오래돼 기억이 안나서...

말은 그래도 그가 성질좀 부렸다가 뻘쭘해하는거라는 걸 눈치못채면 십년넘게 같이산 마누라가 아니다.

좀 있으니 그는 노가리를 두드려 구워 적당히 술안주를 만들어 슬그머니 옆에 와 앉는다.

건우아빠옆으로 슬그머니 세월도 따라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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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2-06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분의 대화가 맛깔납니다. 님의 재치도 살갑게 느껴져요.
노가리 너댓축은 죽어나겠네... 요즘 뜨는 노래(울 옆지기가 캬~ 가사 죽인다며 좋아
하는 노래에요^^) 가사가 생각나요. 주현미가 부르더군요.

물만두 2007-02-06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십년 세월이 보통 세월이시겠어요^^ 금슬좋은 부부애를 과시하신 염장페이퍼로군요^^ㅋㅋㅋ

sooninara 2007-02-06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십년산 부부의 이심전심...보기 좋습니다.
주마다 생리하는 남편분..이젠 끝나셨겠죠?ㅋㅋ

반딧불,, 2007-02-06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현명하신 님이십니다. 저같으면 쨍쨍하는 소리나 낼 것을^^;

건우와 연우 2007-02-06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주현미노래 노래방가면 꼭 찾아봐야겠어요. 열심히 연습해서 식구들 놀래켜줘야지.^^
물만두님/ 미운정반 고운정반...세월이 남겨주는게 만만찮더군요.^^
수니나라님/ 좀전에 전화해보니 확실히 끝났더라구요.^^ 이사준비 하시려면 바쁘시겠어요. 그래도 힘내서 화이팅!!!
반디님/ 요즘은 제가 기력이 쇠해서^^ 잘 못싸워요.^^
반디님은 부부싸움도 알콩달콩 깜박깜박 반딧불처럼 정겹게 하시지 않나요..^^

Mephistopheles 2007-02-06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연우님은 바깥분 관리 하시는 법을 터득하신 듯 합니다..^^

건우와 연우 2007-02-07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무던히 속썩이던 남자와 함께 사는 법을 익힌 결과지요.^^

반딧불,, 2007-02-07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혀 네버입니다. 제가 또 한성깔하기땜시^^;

카페인중독 2007-02-07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 안해도 그저 이심전심이 좋아보입니다...
저희 부부도 세월따라 그렇게 잘 익어갔으면 좋겠사옵니다...^^

씩씩하니 2007-02-07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아빠 옆으로 슬그머니 세월이 따라 앉는다니...이건 한 편의 싯귀인걸요...
맞아요,,10년 넘게 산 부분데...그 정도는 서로 알아서 챙겨줘야겠지요?ㅎㅎㅎ
이쁘게 살아가는 님......늘,,그 맘으로 행복한 가정 만드세요~~

진주 2007-02-16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십 년....
무서운 세월이지요^^

비자림 2007-03-16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 연우님, 잘 지내시죠? 우리 부부도 올해 딱 십 년 되었네요. 만난 지는 이십 년 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