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잦은 출장과 간간히 있었던 망년회에 인사발령으로 인한 송별회까지 겹쳐 사는 모양이 말이 아니었다.
서너번 음주상태로 자정에 귀가를 했더니, 급기야 건우아빠가 울컥 짜증을 냈다. 내가 늦은 날이면 아이들을 챙기고 씻기고 하느라 일찍 집에 들어오곤 해 공부에 좀 차질이 있었던 눈치였다.
이해를 못할건 아니지만 나는 나대로 서운한 마음이 들어 앞에서는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면서도 마음이 꽁하였다.
3박4일간 일가친척이 모여 시아버지 팔순행사를 치르기로 한터라 이래저래 계획과 준비에도 정신이 없건만 며칠 늦은 귀가를 도와준것이 무에 그리 대수라고 그러나 싶어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미안하다고 말은 했지만 정작 마음이 꼬여 자꾸만 심술을 부리고 싶어졌다.
그렇다고 내놓고 남에게 부릴수도 없으니 그 심술의 대상이 내가 될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하여 어렵게 마음먹고 시작한 헬스를 일주일이나 걸렀다.
날마다 헬스를 체크하던 연우가 하루를 빼먹자마자 제 아빠에게 쪼르르 일러 바쳤다.
건우아빠: 운동은 이틀만 걸러도 다시 시작하려면 힘든데, 빠지지 말고 해야지. 어디 아파?
나: 아니, 그냥 하기 싫어...
건우아빠: 돈도 삼개월치나 미리 냈는데, 마음 먹었을때 해야지 운동은 미루면 더 힘들어. 몸도 아프잖아, 운동 안하면...
나: 하기 싫어...
며칠을 단답형으로 묻고 대답하기를 거듭하고 나니 사실은 속으로 걱정이 좀 되기도 하였다. 어째 몸도 좀더 무거워지는듯도 하고...
그사이 시아버지 팔순도 무사히 치르고, 건우아빠는 회갑과 칠순을 변변히 챙겨드리지 못하다가 팔순을 챙겨드리고 나니 생각이 많았던 모양이었다.
이번주까지도 헬스장을 빼먹는 내게 술상을 봐가며 고마웠노라 다독이며 <내일부터는 운동갈거지?> 하며 묻는 건우아빠에게 핑계김에 그러엄하고 길게 말꼬리를 늘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하여 졸지에 시작되었던 자해주간이 싱겁게 끝나버렸다.
그래도 꽁한 마음에 운동을 빼먹고 삐져있었던 날을 세어보니 제법 길다.
나이를 먹긴 먹나보다. 별것도 아닌일에 노여움이 길게 가는 것을 보니.
그나저나 몸이 이리 무거운것을 보니 확실히 자해는 할게 못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