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건우는 전수관에 등록한지 4일만에 시장배택견대회에 나갔다.
전에 살던 곳에서는 유난히 대결하는 상대에 대한 예의와 택견동작 품새에 대한 수련을 많이 해온터라 동작이 제법 보기에 좋았다.
그러나 녀석의 그런 태도는 이곳 대회에서는 여지없이 약점이 되어 투지로 밀어붙이는 아이들에게 번번히 잡혀 밀리곤 하였다.
아직은 어린 아이들이라 비록 유단자라해도 맞으며 밀고 들어오는 상대방에게 잡히면 오히려 정확한 동작은 손쉽게 공격방향이 드러나 보이는 모양이었다.
제또래에게 별로 져본적이 없던 건우는 힘으로 내리 밀리며 3등을 했다.
목덜미 여기저기 손자국이 난 녀석은 얼굴이 벌겋게 되어 씩씩거렸다.
건우: 엄마, 나도 다음부터는 무조건 잡고 세게 찰거예요...
나: 건우가 속이 많이 상했구나..
건우: 속이 상했다기보다는요. 그렇게 이기는건 야비하잖아요...
나: 좀 씨름 같긴 하더라... 그래도 잡는게 딱히 반칙이라고 할수는 없지 않니?
건우: 그래두요..
나: 건우는 전에도 기술은 좋은데 투지가 부족하다고 혼난적이 있었던것 같은데?
건우: 그렇긴하지만요...
나: 기본은 없이 투지만 좋은건 바람직해보이진 않지만 투지가 좋은건 인생을 사는데 여러가지면에서 필요하기도 하지... 공부도 투지가 필요하고 네가 좋아하는 축구도 그렇고... 일정한 실력이 있어도 투지가 없으면 실력이 발휘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지...
건우: 그래도 너무 거칠어요.
나: 건우야, 엄마는 지는걸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것은 여러번 이기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 잘지는 사람은 지는 과정에서도 배우는게 있어. 그과정에서 너의 부족한 부분을 고치고, 또 진 사람에 대한 예의도 배우고...
건우아빠: 건우가 좋은 경험을 했네...
나: 커서까지 잘지는법을 배우지 못하면 나중에 더 크게 좌절하게 될지도 몰라.
건우: 네...
나: 그런데 아까 너를 이긴 단이 더 높던 형은 매너가 좋더라. 네가 넘어지니까 괜찮은지 살피기도 하고...
건우: 그건 그래요...
이해가 되면 그렇게 선선해지는 녀석이 기특하다.
하루종일 땀으로 범벅이된 얼굴로 이를 드러내며 미소짓는게 제법 자란 남자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