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남았다.

아침이면 유리창밖으로 보이는 탄천과 청둥오리, 물가에 무성한 수초들...

이곳에 산지 어느새 9년. 어린건우를 유치원에 들여보냈고 연우를 낳았다.

그새 한산하고 정갈하던 동네는 자가용으로 넘쳐나지만 우리식구는 별다른 변화없이 세월을 낚아왔다. 간혹 진짜 낚시질도 해가며...

 

그리고 이제 다시 타의로 짐을 싼다. 꼭 9년전 그때와 같이.

구조조정의 뒤끝은 참담했다. 그 참담함이 새로이 정착할곳을 얼마나 낯설게하던지...

그리고 이제 또다시 사무실 이전으로 짐을 싸며 빠지지 않은 집에 아이들과 애아빠를 남겨두고 일하던 보따리와 갈아입을 옷가지를 챙기자니 물속에 깊이깊이 가라앉은 난파선같다.

조만간 물위로 두둥실 기어올라 부서진 키며 고물을 수리하고 움직일수 있을까...

혹은 누군가를 태우고 물위로 뜰수도 있을까...

 

나이가 드니 새로이 낯을 익히는 일이 자꾸 어려워진다.

늙어가는 눈에 무엇인들 쉬울까마는 갖추어지지않은 행장은 자꾸만 발목을 무겁게 한다.

회사아래층엔 그동안 사용하던 장비들이 포장되어 아랫지방으로의 이사를 준비하고 싸매어져 나와있었다

1주일안으로 남을 아이들과 애아빠가 해야할 일들을 체크하고 집문제도 해결해야한다.

속살같이 붉은 이삿짐 포장이 유난히 쓰리다.

늘어난짐과 늘어난 식구수만큼 발걸음도 무겁지만 때로 그들이 위로가 되어 줄 것을 믿으며 오늘부턴 느린 손을 놀려 짐을 챙겨야겠다.

안녕히 우리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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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04 1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홍수맘 2007-06-04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면서 참 맘이 아프네요.
힘내세요!.아마 집 문제도 잘 해결될 수 있을 겁니다. 홧팅!!!

조선인 2007-06-04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내세요, 꼭 좋은 집을 찾을 거에요.

무스탕 2007-06-04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모든일이 좋게좋게 잘 풀릴거에요!!

엄마가 힘을 내야 아가들이 웃는답니다. 건우와연우님. 화이팅!!


Mephistopheles 2007-06-04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점심시간에 사무실 이사간다는 이야기 나왔는데..
난리 아니였습니다.. 서로 자기 교통편 편한대로 이야기들 하는 걸 보고
오만정이 다 떨어졌어요...^^ 기운내세요..집 문제 잘 해결되셨으면 합니다.

프레이야 2007-06-04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 힘든 일이 겹쳤네요. 힘내시기 바래요. 그리고 뭐든 잘 해결되리라 믿습니다.
건강하시구요...

씩씩하니 2007-06-05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마음이 얼마나 힘이드세요...
살다보면 참,,이렇게..힘든 일이 피해갈 수 없이 닥쳐오네요...
모든 일이 생각하기 나름이라는데 그렇게 마음을 추스리기 어려울 때도 있어요..그쵸?
님..그래도..우리 힘내요...
눈 밝은 연우,,엄마 닮아 그런거 아니에요? 님도..세상 보는 눈이 밝아서...어려움 있어도...밝게 씩씩하게 잘 견뎌내실 수 있을꺼에요...
님 힘내세요,,,그리고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