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남았다.
아침이면 유리창밖으로 보이는 탄천과 청둥오리, 물가에 무성한 수초들...
이곳에 산지 어느새 9년. 어린건우를 유치원에 들여보냈고 연우를 낳았다.
그새 한산하고 정갈하던 동네는 자가용으로 넘쳐나지만 우리식구는 별다른 변화없이 세월을 낚아왔다. 간혹 진짜 낚시질도 해가며...
그리고 이제 다시 타의로 짐을 싼다. 꼭 9년전 그때와 같이.
구조조정의 뒤끝은 참담했다. 그 참담함이 새로이 정착할곳을 얼마나 낯설게하던지...
그리고 이제 또다시 사무실 이전으로 짐을 싸며 빠지지 않은 집에 아이들과 애아빠를 남겨두고 일하던 보따리와 갈아입을 옷가지를 챙기자니 물속에 깊이깊이 가라앉은 난파선같다.
조만간 물위로 두둥실 기어올라 부서진 키며 고물을 수리하고 움직일수 있을까...
혹은 누군가를 태우고 물위로 뜰수도 있을까...
나이가 드니 새로이 낯을 익히는 일이 자꾸 어려워진다.
늙어가는 눈에 무엇인들 쉬울까마는 갖추어지지않은 행장은 자꾸만 발목을 무겁게 한다.
회사아래층엔 그동안 사용하던 장비들이 포장되어 아랫지방으로의 이사를 준비하고 싸매어져 나와있었다
1주일안으로 남을 아이들과 애아빠가 해야할 일들을 체크하고 집문제도 해결해야한다.
속살같이 붉은 이삿짐 포장이 유난히 쓰리다.
늘어난짐과 늘어난 식구수만큼 발걸음도 무겁지만 때로 그들이 위로가 되어 줄 것을 믿으며 오늘부턴 느린 손을 놀려 짐을 챙겨야겠다.
안녕히 우리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