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엔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이들과 무료급식소에 자원봉사를 다녀왔다. 

야채 다듬고 무썰고 설겆이하고.

이나이를 먹도록 헛살았나보다. 

칼질은 여전히 노련하지 않고 설겆이 하는 내내 구정물이 앞자락을 적신다. 

특별한 감회를 느낄틈도 없이 점심을 먹은 이들은 익숙하게 식판을 놓고 돌아서고 우리는 서둘러 뒷 설겆이를 마쳤다. 

2010년 대한민국의 변두리 건물에서 그렇게 한끼를 마친 이들이 돌아가고, 우리는 누구나 이 건물의 잠재 수요층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애써 감추며 식탁을 닦았다. 

 

돌아오는 길, 

선배가 한마디 한다. 

<5년후쯤 나도 식판들고 거기 줄서 있을지 몰라.> 

대한민국의 중산층은 소멸하고 있거나, 아니면 아예 존재한적이 없었던지도 모르겠다. 

발밑이 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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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숯



누구라도 한때는 있다.


봄날 물오르던 가지

새순이 밀어내는 껍질의 간지러움.

사랑하는 이에게 만들어주던 그늘조차

소문이 되어


이제 진위가 불분명한 봄날의 기억

너의 한때와 나의 한때가 늘 일치하지 않을 것이기에


네가 원하는 시간에 맞추어

타오를 수 있다면

나는 붉게

타오를 것이다.


아무것도 남기지 않아

기특할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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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


수분이 많고 부드러워 아이들이 쓰기에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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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님의 서재에서 4대강 저지 소송 지원단 모집하는걸 보면서 따라 들어갔습니다. 

무심코 빈칸을 작성하고 지원금액수를 치고 소송단에 이름을 올리다가 문득 이러다 추적되면 어쩌지 하는데 생각이 미칩니다. 

발끝이 시려 이불을 끌어당기며 생각합니다. 

저녁에 아이들 앉혀놓고 얘기를 좀 해봐야겠다 생각하면서 슬그머니 뒤로 미루었습니다. 

이건 비겁한게 아니야 하고 눈을 감고 곰곰 생각해봅니다. 

정말 이야기해 볼 필요를 느끼는 것인지, 아니면 도망치고 싶은 것인지 잠시 헷갈립니다. 

참 비정상적이고 슬픈 시대입니다. 

이 삽질의 시대에 나의 삽질이 가슴아픕니다.  

세월이 후딱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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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2 17: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난주쯤부터 건우는 각각 다른 이유로 제엄마와 또 아빠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중입니다. 

건우 아빠는 최근 보이는 건우의 늘어진 생활태도와 그것을 바로잡아주지 않는 내모습이 영 못마땅했나봅니다. 

그러나 나라고 딱히 대처할 방법을 찾지 못하니 섣불리 대할수도 없는 이른바 무시무시한 사춘기권역에 들어가버린 녀석을 쉬 나무랄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나대로 녀석의 재발한 축구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좀만 빈정이 상한다 싶으면 눈을 부릅뜨는 녀석을 어떻게 추스릴까 생각중이지만 아직은 딱히 수가 없어 보입니다. 

그러니 당분간 지켜보며, 일차적으로는 축구에 대한 녀석의 집착을 줄이기 위해 그동안 미루던 주말행사등을 축구를 빼먹더라도 과감히 시행하리라 마믐먹었더랬습니다. 

좀 시큰둥해진 공부는 두어번 싫은소리로 나름대로 태도가 좋아지는듯한데 문제는 퍽이나 예민해진 녀석의 생활태도입니다. 

때로 축구시합등에서의 전투적인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녀석을 보면 이제는 축구에 대한 집착을 보이지 않게 줄이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 같습니다. 

어쨋거나 담주에 지리산콘도에 예약을 해놓았는데 녀석을 어찌 끌고갈지 벌써 눈앞이 아득합니다. 

누가 좀 사춘기 사내녀석 다루는 비법좀 알려주세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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