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겨온 곳은 층층시하다.

부서가 좀더 큰 기관으로 이관되고 보니 윗분도 더 늘어나고 관리감독자도 많아졌다.

그래도 일만 잘 한다면야, 무탈한  나날들이 이어지리라고 방심했다.

과거, 워낙 거하게 찍혔던 전력이 있는지라, 어차피 총대만 메지 않으면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 분위기는 예서도 여전 할 것이고 나는 정말이지 내 일에 너무나 자신만만했던 거였다.

그러나 세상 일이라는게 어디 그리 간단명료한게 흔하단 말인가, 단순한건 나만이었던거다.

사고는 의외의 곳에서 터졌고, 현재 내 업무가 아니어서 연락조차 받지 못한 사고가 경위조사과정에서 윗분께 업무설명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예사로 듣고 설명을 마치고 나니, 어느새 그 사고의 주무 담당 관리자로 내가 보고되어 있었다.

머리검은 짐승은 키우는게 아니라더니, 머리 검은 짐승은 함부로 믿어서도 아니되는 것인지...

뒷통수를 맞은 사실보다 분했던건, 그런이들에게 내가 뒤통수를 쳐도 될만큼 만만히 보였다는 사실이었다.

속내를 아는 이들은 대부분 혀를 차기도 하고 어차피 간단한 경고차원에서 끝나리라고 하지만, 징계의 내용보다는 사람의 면면을 본것이 이 나이에도 생경한 허탈감을 불러온 것은 내가 아직도 유아적 사고 수준에 머물렀다는 반증일 것이다.

정치적인 처신을 좀 하라던 십년전 선배의 충고가 생각나는 가을,

나는 진화하고 있는 것일까, 노회해지는 것일까....

가을은 노란 볏잎위에 날것같은 햇살로 다가오고, 나는 사람들의 호기심어린 시선앞에 날것으로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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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10-05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연우님, 오랜만이에요. 가을이 완연한데 반가워요^^
정치적 처신, 저도 참 잘 못하고 살지요. 그렇게 살래요, 그냥.
님, 진화하는 가을 되시길요.. ^^

치유 2007-10-05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이네요..반가움에 달려와 빙빙맴돌며 서성이다 갑니다.

2007-10-05 1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05 14: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스탕 2007-10-05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찾아보니 제가 님 서재에 글 남긴지가 석달 가까이 되네요 --;;
어찌 지내셨는지요? 환절기에 감기같은 몹쓸 녀석과 동행하고 계시진 않으신지요?
정말 소소한 가족관계에서부터 정신없는 사회생활까지 모두가 내 맘 같다면 걱정이 없겠지요..
그저 흘릴것은 흘리고 챙길것은 챙기고 크게 맘 다치지 않고 베풀 만큼은 베풀수 있는 평온한 나날이 되시길 바랍니다.

Mephistopheles 2007-10-05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저라면 기회를 노렷다가 두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뒷통수를 가격할 껍니다^^
 

잠옷바람으로 뒹굴거리던 연우가 다리를 들여다보며 물었다.

연우: 엄마, 다리에 점은 왜 생기는 거예요?

나: 몰라.

연우: 그러지 말고 생각좀 해 보세요.

나: 네 점에게 물어봐.

연우: 아이, 엄마 좀 과학적으로 생각해보시라니깐요.

나: 네 점에게 과학적으로 물어봐.

연우: 엄마가 요즘들어 너무 생각이 없어진다니깐요. 쯧쯧...

생각이란걸 하고 살면, 세상이 과학적으로 설명되어지고 이해될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면 할 수록 무기력증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은 일상이 이어지면서, 만화와 드라마를 넋놓고 보는 시간이 계속된다.

세월아 훌쩍 지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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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7-10-03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차니즘? &^^;
오랜만이네요.. 귀여운 연우...

건우와 연우 2007-10-05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오랫만이시네요? 건강하신가요?
모녀의 귀챠니즘이 날로 기승을 부리는 가을 초입이라지요...^^
 

친정엄마와 아버지는 자식을 여럿 두고 몇십년을 부부로 살아왔으면서도 살아온 세월만큼의 벽을 쌓아두고 사신다.

두노인네가 서로를 측은지심으로라도 불쌍해하며 의지가 되어주면 좋으련만....

 

퇴근무렵무터 여간한일로는 전화하는법이 없는 남동생이 전화를 했다.

사이도 좋지않은 엄마와 아버지는 생일은 어쩌자고 앞뒷날로 딱붙어,  매번 자식들좋자고 하루에 묶어 보낸터라 올해도 우리는 모두 예사로 그렇게 예년처럼 하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당항한 동생 목소리를 들으니 그 생일이 사단이 난 모양이었다.

공교롭게 생일은 매번 아버지 날짜에 맞추어왔던 모양이고(사실 우리는 두분을 함께 챙긴다는 생각에 어느분 날짜라는거에 거의 무신경했다) 엄마는 두고두고 그게 서운하셨던 모양이었다.

주말에 맞추어 모인다는 생각에 우리들은 각자 그전에 휴가계획도 세웠었고, 엄마는 그게 또 더 서운해서 남동생과  언니에게 한소리 하신 것을, 듣고 못넘긴 아버지가 엄마의 염장을 지르신 모양이었다.

이래저래 진정되지 않는 노인네의 서운함에 언니는 비행기표며 여행계획을 부도내고 이집저집 일정이 죄 꼬여버렸다.

일을 키운 아버지의 퉁박이 짜증도 나고 한편으론 두노인네가 가여운 밤, 냉장고를 뒤지니 먹다남은 와인이 눈에 띄었다.

커다란 맥주컵에 와인을 한컵 무식하게 따라 베란다에 앉으니 물이 불어난 갑천이 드문드문 가로등불빛에 몸을 뒤척이며 흐른다.

 

세월은 물같이 바람같이 흐르는데, 미움은 흐르지도 않는 것일까....

비내리는 열대야가 계속되는 여름, 건우아빠옆에 누우니, 공부에 지쳐 잠들었던 그가 잠결에 중얼거린다.

  술마셨구나...

엄마와 아버지곁을 지나간 세월이 물소리를 내며 우리 옆으로도 지나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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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19 0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주말내내 비가 왔습니다.

우나기라든가요, 일본이름의 태풍영향을 살짝 받은듯도 했던 장대비가 천변의 물을 무섭게 불리는 주말이었습니다.

하필이면 고르고 골라 잡은 택견전수관 캠프일정이 엉망이 되어버린 건우와 연우는 1박2일을 꼬박 비에 젖은 강행군을 마치고 일요일 서둘러 돌아왔습니다.

여름이라 말하기 무색하게 파래진 입술과 젖은 옷을 입고, 양손에 젖은 빨래가 든 가방을 들고 돌아온 두녀석은 아직은 나이가 나이인지라 불어난 물에도 철이 없어 겁도 별로 안났던 모양입니다.

그저 부모없이 지낸 간밤에 친구들 다 물린 모기에게 한방도 물리지 않았다며 침을 튀기며 자랑을 했습니다.

 

건우와 연우의 무모한 캠프뒤로 컴을 켰습니다.

오랫만에 서재에 들러보니 반가운 분이 발길을 하셨더군요.

제가 참 좋아하는 분이라 눈가가 시큰하게 반가웠습니다.

누구라고 말씀은 드릴수 없지만, 그래도 참 반가웠는데 전해주신 소식은 많이 서운했습니다.

많이 속상해하면 그도 실례일것같아 조심조심 속상해하기로 합니다.

무슨일이 있으셨는지는 모르나, 어디서든 내내 평화롭고 즐거운 일들이 같이 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래도 좁은게 세상이니 가끔씩 살아가는 근황 전해주실수 있기를 희망해봅니다.

제 바람이  가는이에게 무거운 짐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이 여름 건강히 나시고 단풍지고 흰눈도 내리는 계절의 변화속에서 자주 생각날 것이라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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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우와 연우 2007-08-06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멜 보냈시요...^^

Mephistopheles 2007-08-06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닙니다..그분이.!

건우와 연우 2007-08-07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요, 당연히 아니어야지요.
메피님까지 서운한 소식을주시고 종적을 감추시면 서재가 사막이 될거예요.ㅠ.ㅠ
 

일요일에 축구장에 다녀왔다.

대전 시티즌과 브라질 명문(?)클럽팀이라는 인터내셔널팀과의 친선경기.

김밥, 샌드위치, 유자쥬스, 마실물등을 챙겨들고 경기시작은 7시 30분부터건만 건우가 좋은자리잡아야한다고 졸라 6시부터 도착해 중앙선 근처 앞자리에 터를 잡았다.

한시간 반을 기다린 경기는 역시 썩어도 준치라더니, 아는이름하나없는 팀이지만 브라질은 그이름만으로도 축구강국이라는걸 말해주는 듯 했다.

짧고 정확한 패스, 어슬렁거리는듯하다가도 공이 움직이면 순식간에 탄력이 붙어 공앞에 와 있는 선수들...

확연한 실력차가 문외한인 내게도 선연히 드러나는 90분간, 시티즌 선수들은 4만5천이나 들어온 관중앞에 기를 쓰고 투지를 불태워 보는 내내 안쓰러웠다.

 

부족한 돈탓에 팀의 스타플레이어는 다른팀으로 가고, 해마다 되풀이 되어온 운영난...

햇빛에 그을은 선수들의 팔팔한 나이가 조명등아래 문득 서글펐다.

 

건우아빠: 축구를 한다는게 마냥 즐겁지만은 않단다.

건우: 힘든걸 극복해야 훌륭한 선수가 된다는거 잘알아요...

건우아빠: 예체능은 노력만으론 잘 안돼는, 타고나는 부분이 공부보다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것 같아...

더구나 직업으로 그걸 선택하게되면 내가 타고나지 못한 부분에 대한 극복이 더 필요한데, 그게 극복하기 어려울때는 포기할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할까....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창밖을 보는 건우는 말이 없다.

 

경기시작무렵, 축구장 전광판에서 유소년축구단 모집공고를 보고 들어가겠다고 큰소리치던 녀석은 아침이되어도 말이 없이 책만 본다.

쉽게 포기할 녀석은 아닌데, 녀석은 조만간 무슨 계획을 들이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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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인생. 2007-07-18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체능은 정말루 살리에르와 모차르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부분인것 같아요. 그치만. 전 건우가 한번 도전해봤음 해요. 미련이 남기보다는 스스로가 부딪치면서 알아가는게 좋지 않을까요.
요즘 바쁘세요?^^ 귀여운 연우, 어른스러운 연우. 연우의 이야기가 듣고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