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우가 외식하고 싶다고 며칠을 졸랐다.
줄창 집에서 만들어주는 튀김이나 고기구이등에 이젠 질렸다는거다.
시켜먹는것도 싫고 식당의 왁자한 분위기에서 음식먹으며 배두드리며 나오는 그런 분위기가 생각났던듯...
그러나 건우아빠나 나는 그런 분위기를 별로 즐기지도 않을뿐더러 가격대비 식당표음식의 맛을 선호하지도 않고 어느한쪽은 운전에 매달려 음주를 할수 없는 상황이 싫어 외식이라곤 근거리의 걸어서 갈 수 있는 곳 외엔 가지를 않으니 녀석이 조를만도 했다.
나: 좋아, 가자 가. 메뉴 골라. 중국음식이냐, 양식이냐, 아니면 고기집이냐? 건우야, 네가 알아서 연우랑 너의 선호도를 보고해라.
건우: 야호!!! 넵.^^
그러곤 녀석이 말이 없었다.
너무 기대가 컸나, 양식도 중식도 고기집도 못고르더니 석가탄신일 오전내 숙제를 마치고 컴퓨터앞에 앉아서도 말이 없다.
나: 어디 가고싶은지 정했니?
건우: 생각중이예요.
나: 생각하다 오늘 다 지난다...
건우: 빨리 정할께요.
창밖엔 주룩주룩 비가 내렸다. 빗줄기는 점점 굵어지는데 더이상 미룰수가 없어 채근을 하지만 녀석은 여전히 글쎄요...한다.
도서관에 공부하러갔다가 저녁에 돌아온 애들아빠가 어디로 갈지 정했냐고 묻는데도 건우는 아직이요가 다다.
급기야 성질급한 내가 터졌다.
나: 가긴 뭘가. 그놈의 밥한끼 먹자다가 굶어 죽겠다. 강씨들끼리 갔다와.
건우아빠: 애들이 같이 모여 정하고 싶었나보지...
나: 회의의 폐단이다. 칼로 흥한놈 칼로 망하고 회의 좋아하는 조직 회의로 망한다더니, 딱 그짝이다. 뭔놈의 식당하나 정하는데도 삼박사일이 모자라냐?
건우아빠: 네엄마 왜 저러냐?
건우, 연우: 그냥집에서 먹어요....
두녀석이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꼬리를 내린다.
눈치보는 두녀석이 안쓰럽다. 고기도 먹어본놈이 잘먹고 자주 놀아본놈이 재미있게 논다고 아무래도 외식이 너무 뜸했나보다.
비도오고 귀찮은데 한껏 불쌍해진 두녀석을 모르는척하고 치킨 시키고 샐러드 만들고 감자찌고 스테이크 만들어 우적우적 먹였다.
건우도 안됐고 고까짓 기다리는것하나 못해내는 내가 짜증나 술병을 왕창 비웠다.
다음엔 자주 데리고 나가주마...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