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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순이 꽃보다 고우면 나이가 드는징조란다.

최근 몇년 사이 시든 잔디를 두른 나무끝이 연두빛 어린싹을  비춰주기라도 하면 오래 못 본 애인이라도 본듯 마음이 설레고 반가웠다.

<언니, 나는 요즘 새순이 꽃보다 좋아요...>

추위가 가시기도 전에 나온 새순을 보며 말하던 내게 새순이 꽃보다 고우면 나이들었다는 표시라며 선배언니는 물색없이 웃어주었다.

그게 벌써 삼년전이다.

 

오랫만에 다시본 그녀는 그새 얼굴 구석구석 나이를 드러내며 그래도 곱게 늙어가는 얼굴로 여전히 웃음만은 소녀같이 곱다..

그이의 얼굴에서 가만가만 내얼굴을 찾아보며 물었다

<언니는 언제적부터 새순이 고왔어요?>

<나야 한참 되었지. 새순이 곱기 시작하니 남의 자식도 다 내자식같이 곱고 어린것들은 내것이나 남의 것이나 어리다는 이유만으로도 애틋해지기 시작하데. 내가 나이를 많이 먹었지?>

평화로이 대답하는 얼굴을 보며 새순만이 아니라 나이드는 것도 고즈넉히 보기 좋을수 있다는걸 새삼 느낀다.

나도 온화하게 나이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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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7-02-02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정말 포근한 분이시네요.
그 분 오래오래 같이 가세요. 넘 좋은 분이십니다...
(고백하건대 저도 새순이 더 좋아집니다. 갈수록요.
<나야 한참 되었지. 새순이 곱기 시작하니 남의 자식도 다 내자식같이 곱고 어린것들은 내것이나 남의 것이나 어리다는 이유만으로도 애틋해지기 시작하데. 내가 나이를 많이 먹었지?> 이 부분에서 얼마나 흠칫했는지요..

씩씩하니 2007-02-02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님...어쩌면...이런 분이 곁에 계시다니 얼마나 행복하실까요?
저도 저랑 친한 계장님께 여쭤보았네요,똑같이....그랬더니...ㅎㅎ 새순이 더 곱다셔요...
글을 읽어드리니..고개를 끄덕이며 맞아맞아,하시네요,,,저는 언제부터 새순이 고왔드라?? 생각은 나지 않지만,,,정말,,나이를 먹긴먹었나봅니다,,
하긴..이제 곱게 나이먹는거,,욕심없이 사는거 그런 것들이 예쁜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진주 2007-02-02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저는 너무 일찍 늙어버렸나봐요.
아주 어렸을 적부터(아마도 중딩?) 저는 새순을 더 좋아했거든요.
초록색, 푸른색, 흰색, 보라색....그러고보니 제가 좋아하는 색깔들이 죄다 서늘한 색깔이네요. 꽃은 아주 깨끗한 색깔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저는 이제 붉은 색깔도 고와보이네요. 왕창 늙으면 붉은 색 좋아한다는 말. 들어보셨어요? 중년 넘어가면 야한 색깔 옷이 얼굴에 화색이 돌게해서 잘 받는다잖아요 ㅋㅋ

나는야 할매~

로드무비 2007-02-02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은 이미 충분히 온화하신 걸요.
가족 대하는 건 빼고...=3=3=3

전 이런 이야기에 저항을 느껴요.
너무 맞는 말이어서.^^

건우와 연우 2007-02-06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디님/ 이제 남의 애나 내애나 예쁜 나이인가요.^^ 그래도 반디님은 개구장이같은 천진함이 잔뜩인데요.^^
씩씩하니님/ 욕심없이 곱게 사는거 참 좋은일인데 쉽지가 않아요.^^
진주님/ 조숙하셨나봐요.^^ 소녀같으신 진주님도 고운색깔이 끌리시는구나.^^
로드무비님/ 저런말을 하시는 저분이 사실은 처지가 참 어려운 분이라 저말이 더 따뜻하고 애틋한 분이랍니다.^^
 
 전출처 : 로드무비 > 기대보다 훌륭한 맛, 메생이국

재료 : 메생이 한 뭉치, 굴 한 봉, 다진마늘 한 찻술, 국간장, 소금, 참기름, 깨소금

만드는 법






1. 메생이 한 뭉치를 함지에 넣고 물을 가득 받아 한 번,
체에 걸러서 흐르는 물에 또 한 번, 깨끗이 씻는다.

2. 손으로 꼭 짜서 칼로 두어 번쯤 길이를 잘라주고.

3. 중간 크기 냄비에 메생이를 넣고 물을 절반 채워 끓이다가

4. 깨끗이 씻은 굴을 통째,  다진 마늘 한 찻술을 넣고 팔팔,

5, 국간장 두 큰술과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6. 국그릇에 담아 낼 때 참기름 몇 방울과 빻은 깨를 한 스푼 넣어서 상에 낸다.



텔레비전 맛 프로그램에서 가끔 소개되는 메생이국.
전라도 바닷가에서만 난다는 메생이.
언뜻 보면 파래 비스무리한데 초록색 가는 실뭉치처럼 생긴 녀석은 과연 어떤 맛일까 궁금했다.
어제 마트에서 문득 눈에 띄길래 메생이 한 뭉치(5천원 정도)를 사왔다.
굴을 함께 넣으면 시원하대서 생굴도 한 봉지.


화면으로 볼 땐 숟가락으로 뜨면 점액처럼 끈적끈적한 것이 줄줄 흘러내려
저게 무슨 최고의 해장국이란 말인가, 의심스럽기 짝이 없었는데
그것보다는 조금 묽게 먹으려고 물을 약간 넉넉하게 붓고 끓였더니
미역국과는 또 다르게 부드럽고 은근하고 깊은 맛이 그만이다.
메생이는 혀나 치아라는 암초에 걸리지 않고 이물감도 없이
목구멍으로 그냥 넘어간다.
책장수님과 주하도 맛있다고 한 그릇씩 홀라당.

아침에 데워 먹어도 비리지 않고 막 끓인 것처럼 맛나다.
난 밤새 메생이가 냄비 속에서 무슨 조화를 부렸을지 궁금해 하며 뚜껑을 열었는데.
조금 더 묽어진 것 빼곤 맛도 모양도 별다른 변화가 없었으니......

참기름은 먹기 직전 살짝 향이 날 정도로만 넣는 것이 포인트.
사진을 업어오려고 나물이네에 가봤더니 메생이를 처음부터 참기름에 볶는다고 나온다.
다음에는 그렇게 해서 한 번 먹어봐야겠다.
조리법은 간편한데 맛과 영양은 더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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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7-01-31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근대.메생이..한번도 못봤어요,,,,,,,,,,,,흑..

건우와 연우 2007-02-01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씩씩하니님/ 요리에 도전해보세요. 님이라면 멋진 요리페퍼를 올려주실 수 있을것 같은데요.^^
 

오전 5:30분 건우아빠 아침준비후 6:20분에 건우아빠 보내고

         6:30분 건우깨워 영어30분 수학 30분씩 공부

         7:00분 연우깨워 영어 30분 공부

          사이 사이 아이들 과제 점검하고 아침준비

          8:30분 연우랑 출근

          8:45분 연우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8: 52분 출근후 오후 6:00까지 근무

오후 6:15분 건우와 연우랑 함께 퇴근, 6:30분 집에 도착

          7:30분 아이들의 낮동안의 독서, 학습지, 학원과제 점검후 저녁먹고

          9:00까지 아이들은 택견하고 나는 헬스클럽에서 운동하고

          9: 15분이후 집에 와 씻고 빨래하고 책읽고 아이들이랑 테레비젼좀 보다가

          10: 00 건우아빠가 귀가하면 잠시 함께 더 떠들다가 정신없이 잔다.

 

이게 대부분의 날에 되풀이되는 나의 일과다.

여기에 한번씩 출장이나 회식, 작업사고가 터지면 모든 일정에 빨간불이 켜지며 폭탄이라도 터진 것처럼 뒤죽박죽이 된다.    

학습지선생님과의 시간조정은 기본이고 퇴근후 아이들 저녁먹일 사람을 수배해야 하니 꼼짝없이 건우아빠의 일정을 체크해 이른 귀가를 종용해야하고, 헬스는 당연히 거르게 되며 연우를 찾는 일은 온전히 건우 혼자의 몫이 된다.  

다행히 혼란이 하루로 마무리 되면 좋겠지만 회식이나 출장등 음주가 동반되곤 하는 날은 종종 그 다음날 아침까지 망쳐놓기 일쑤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제 갓 열살이 넘은 건우에게 맏이라고 종종 과도한 과제를 주곤 했나보다.

<네가 오빠이니...>라고 하며 동생을 데리고 어두운 밤길에 집에까지 잘 챙겨갈 것과, 학습지 선생님이 오시기전에 본인것과 동생것들 모두 빠진것 없이 했는지 확인하여 준비해 놓고 선생님 음료수도 컵에 따라 놓으라는것과 종종 택배아저씨가 다녀가는 날엔 경비실에 들러 택배물건도 챙기고 매일매일 우편함 확인도 할것등이 건우의 몫이었다.

건우는 특별히 별 탈 없이 시키는 일들을 순순히 해내곤 해서 나는 종종 아침에 동생 챙겨주고 엄마 출근할때 신을 신이며 휴대폰 챙겨주는 녀석에게 <건우없으면 엄마는 시체야...>하고 추켜주는 걸로 도움을 받곤 했다.

그래서 건우는 내게 딸보다 더 살뜰한 아들이다.

그런 녀석이 요즘들어 유난히 제 동생과 다툼이 잦았다.

 

연우: 엄마, 나는 오빠때문에 너무 스트레스가 심해요.

나: 오빠가 왜?

연우: 저한테 얼마나 잔소리가 심한지요, 도저히 참을수가 없어요. 나도 다 알아서 할 수 있는데요, 오빠는 왜 항상 자기가 먼저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를 하는 걸까요? 자기일이나 하지...

건우: 야, 네가 항상 늦장을 부리니까 그렇지. 엄마는 매일 바쁘단 말이야. 너때문에 엄마가 지각하면 회사에서 엄마가 얼마나 챙피하겠냐?

나: 건우가 엄마때문에 동생한테 원성을 듣는구나...

건우: 엄마때문이 아니구요, 연우가 너무 느려서 그래요. 밥먹을때나 옷입을때 이런땐 책이나 테레비를 보지 않고 빨리빨리 해주면 좋잖아요.

연우: 내가 느려서 오빠가 늦는건 아니잖아, 나는 엄마한테만 혼나는걸로 충분해!

나: 둘다 그만...연우야, 연우는 오빠한테 혼나는건 엄마한테 잔소리듣는것보다 자존심이 상하는구나. 그럼 엄마가 될수 있으면 오빠가 잔소리를 줄이도록 잘 얘기해볼께. 그리고 건우야, 네가 엄마를 많이 도와줘서 정말 도움도 많이 되고 고마워. 근데 연우는 네가 퉁명스럽게 말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싫은가봐. 연우에 관한 일은 엄마나 연우본인이 부탁한것만 도와주면 어떨까?

건우: 알았어요.

 

건우는 내심 서운한지 표정이 영 마땅치 않아 보였다.

어린 아이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지워 지레 애늙은이가 되어버린 것은 아니었는지, 가만히 살펴보니 제 동생에게 만만치 않게 잔소리를 한 모양이었다.

갑자기 간섭을 줄이는게 어른도 쉽지 않은데 그새 버릇이 되어버린 참견을 줄이기가 아이에게 쉽지 않은 노릇이어서 여전히 둘이 붙어 다투고 화해하느라 주말 내내 집안이 시끄러웠다.

주말내내 눈치를 보며 동생에게 잔소리를 하는 건우를 보니 안쓰럽기도하고 착잡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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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7-01-29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가 엄마노릇하랴 오빠노릇하랴 힘들겠습니다. 연우의 스트레스보다 건우가 더 할 듯 합니다. ㅎㅎ, 그래도 엄마노릇하는 건우녀석이 대견스럽게 느껴지는 걸요. ^*^

로드무비 2007-01-29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나는 엄마한테만 혼나는 걸로 충분해!

하이고, 연우 야무집니다.
건우도 신통방통하고요.
그런데 사건사고 없을 때의 님 일상이 정말 눈 튀어나올 정도로
빡세군요. 우째야 쓰까나!

물만두 2007-01-29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나중에 연우가 건우에게 참 많이 고마워 할께예요^^ 남매가 참 사이좋구만요^^

건우와 연우 2007-01-29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호인님/ 아마 건우도 사는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겠지요^^
속삭이신님/ 오빠한테 대드는게 만만치 않답니다. 가끔씩 딱따구리 같아요.^^
로드무비님/ 말로는 오빠를 열번도 더 이겨먹어요. 며칠전 신문에 저녁6시에 직장맘은 누구와도 눈마주치길 두려워한다는 기사가 났더군요.^^
물만두님/ 많이 싸우고 나면 정도 많이 들까요? 그게 제 유일한 바람이라지요.^^

춤추는인생. 2007-01-29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가 어른스러운 오빠로 커나가고 있군요.. 부러운 오누이 입니다...^^

치유 2007-01-29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가 오빠노릇 하느라 애쓰군요..엄마대신하느라고도요..
하지만 의젓하게 동생 잘 챙기는 건우 너무 믿음직스러워요..
야무진 오빠밑에서 똑똑한 연우..ㅋㅋ연우는 말대꾸도 똑소리나게 합니다..ㅋㅋ

sooninara 2007-01-29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저렇게 일찍 일어나서 공부를 하나요? 대단..
우리집은 절대로 불가능(한것이 엄마가 게을러서.ㅠ.ㅠ)
건우와 연우가 대견스럽네요. 큰아이들은 책임감이 있어서 힘들긴할거에요.
그래도 아이들이 저렇게 착하게 자라니 정말 부럽습니다.

건우와 연우 2007-02-01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님/ 요즘은 자주 전쟁중이랍니다.^^
배꽃님/ 연우가 똑똑이 지나쳐 오빠를 이겨먹어요.ㅜ.ㅜ 말로는 오빠가 못이겨요...
수니나라님/ 오로지 엄마시간에 맞춰 아침과 밤에만 바쁘고 낮에는 프리~해요^^
 

오랫동안 마음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너는 무엇을 위하여 사느냐고...

아무리 물어도 대답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길잃은 들고양이처럼 발톱을 숨기고 눈을 굴리며 연말 연시를 보냈습니다.

어느새 월말입니다.

날카로운 발톱을 숨기고 예민해져있는 엄마를 눈치챘는지 올 겨울방학내내 건우와 연우는 전에 없이 성실하고 선량합니다.

 

작년연말부터 차마 외면을 못해 떠맡은 노조간부노릇이 자꾸만 등에 발목에 족쇄가 되어 마음이 잡갑합니다.

기왕에 맡은 것이니 핑계대지 않고 성실히 할 생각입니다. 이때까지도 훌륭한 알라디너였던적은 없었지만 앞으로는 더욱더 듬성듬성 페퍼를 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일터의 지방 이전시기에 맡은 일인지라 적잖이 싸울일이 많습니다만, 명분을 만들기도 힘겹고 싸울일도 힘겨워 적잖이 속이 쓰릴때마다 하소연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마다 그동안 제게 위로를 주셨던 것처럼 한번씩 일침을 가하면서 위로를 남겨주시지 않겠습니까?

 

어느새 해가 길어져 퇴근무렵이면 어둠이 채 뒤덮지 못한 거리위로 내리는 땅거미들을 보노라면 까마득한 젊은날에 어깨를 걸고 뛰던 기억이 문득문득 떠오르며 가슴시리게 외로운 겨울의 중심입니다.

이겨울이 끝나고 다시 겨울이 시작될 무렵 나는 올한해를 부끄럽지 않게 기억할 수 있을까요?

생활은 자꾸만 무거워지고 세월이 갉아먹은 어깨위로 자꾸만 비겁한 마음이 여름날 잡풀돋듯 기어나옵니다.

새로운 겨울까지 종종 길을 잃게되면 이렇게 들어와 주위를 둘러보게 될 지도 모릅니다.

그럴때면 게으르다 문전박대하지마시고 종종 아는체 해 주세요.

 

게으를대로 게을러진 서재에 들러 안부전해주신 고마운분들께 이렇게 두루뭉수리 인사를 대신합니다.

일일히 인사를 못드려도 그낭 봐달라고 억지를 부립니다.

가끔씩 들러 댓글만 듬성듬성 달아도 아줌마가 정신이 없나보다하고 넘어가 주시어요.^^

그럼 제맘대로 허락받은양 가슴쭉펴고 뻔뻔한 얼굴로 인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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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26 1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 2007-01-26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걱정마세요. 님이 가끔 오셔도 제가 반갑게 맞아드릴께요^^ 아자!!

프레이야 2007-01-26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착해요. ^^ 비겁한 마음만 자란다는 느낌, 누구든 가질 거에요.
마음 편히, 건강히, 지내시기 바랍니다.

치유 2007-01-26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톱숨기고 사는건 저도 그래요..이렇게 가끔이라도 안부전해 주시면 잘 지내시나 보다...하며 안심할께요..^^-
하시고자 하는대로 잘 이겨내시길..

Mephistopheles 2007-01-27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호호호호...별 걱정을 다하십니다..^^
누가뭐래도 이곳은 착한마을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이 아니던가요..ㅋㅋ
 

지난 토요일엔 소복 소복 눈이 내렸다.

눈발이 날리는데도 축구하는 날이라며 아침일찍 주섬주섬 축구화를 챙기는 녀석을 따라 우산을 챙겨들고 현관문을 나서니 탄천주변이 온통 눈발속에 숨죽인채 웅크리고 있었다.

어쩌다 한점두점씩 내리는 것이 아니라 동서남북 사방을 하얗게 메워가며 순식간에 내리는 눈을 보니 아찔하게 현기증이 몰려왔다.

어른이야 어지럽거나 말거나 건우녀석은 첫겨울나는 강아지마냥 운동장을 겅중겅중 뛰었다.

 

나: 건우야, 그눈 다맞으면 젖어서 체육관에 가도 축구하기 어려울텐데, 엄마 우산밑으로 들어오지...

건우: 괜찮아요.  털면 돼요. 그런데 엄마, 운동장에 발자욱이 다 제꺼예요. 꼭 영화같아요.

 

녀석의 말을 들으니 문득 어렸을적에 단체관람을 갔던 영화의 한장면이 떠 올랐다.

눈오는날 부자가 닭한마리를 들고 명절앞두고 고개를 넘어가는 장면이 아스라하고 갑자기 쏟아지는 눈발속에서 길을 잃으며 아버지가 아들을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해주려고 옷가지를 벗어 감싸주며 애절하게 눈감던...

사실, 너무 어릴적에 봤던거라 줄거리도 기억나지 않고 떠오르는 거라곤 엄청 퍼붓던 눈발과, 눈발에 덮이던 부자뿐인 영화가 미친듯 눈이 퍼부으면 제일 먼저 떠오르곤 하는건 무엇때문일까?

그 기억 뒤로 줄을 이어 달려오는 눈발은, 어릴적 동네어귀에 반쯤 떨어져 펄럭거리던 선거벽보와 그 밑을 뛰던 주인도 분명치 않던 강아지등위로 내리자마자 녹으며 날리던 눈발이다.

유난히 잔병을 달고 살아 겨울철이면 문밖을 나서지 못하게 하는 엄마의 단속탓에 어릴적 눈은 내게 한번도 놀잇감이었던적이 없었다. 그저 유리창이나 담장 너머로 바라보이는 추운 겨울이었을뿐..

 

점점이 굵기도 한 눈발들이 쉬 녹지 않을것처럼 금새 쌓이는 모습을 보며 하나 둘 모여든 건우네 축구클럽아이들은 누구랄것도 없이 금새 눈을 뭉쳐 들었다.

그늘이라곤 찾아볼수가 없는 아이들이 눈뭉치를 들고 만화영화속의 아이들처럼 끼득대며 던지고 굴리곤 하였다.

살아온 시대가 달라서일까, 건우와 아이들에게선 눈에 대한 애틋함이나 눈뒤의 누군가에 대한 아련함따윈 없이 마냥 설레고 신나는 놀이만이 있는 것은...

눈에 대한 아련한 기억따윈 없어도 좋으니 그저 즐거운 추억만이길, 현기증속에 꽃처럼 내리는 눈을 맞으며 혼자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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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01-09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이 많이 왔군요^^ 건우도 나중에는 그것이 아련한 추억이 되지 않을까요^^;;;

전호인 2007-01-09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에 대한 추억은 동네 언덕위에서 비료포대 바닥에 깔고 미끄럼 타던 추억이 새롭긴 합니다. 그리고 나무 주워다가 모닥불펴서 시린 손과 발을 말렸지요. 양말이 나일론이다보니 두켤레 정도를 껴 신었고, 너무 시린 발이었기에 양말에 빵구 나는 줄 모르고 있다가 집에가서 부모님께 양말 태워먹었다고 혼나던 기억! ㅎㅎ

Mephistopheles 2007-01-09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떠오르는 생각은 눈이 내린 고갯길에서 미끄러져 1미터정도 붕 떠버렸던
기억이 갑자기 나는군요..^^ 나이가 드니까 눈이 싫어지더라구요..^^

춤추는인생. 2007-01-09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 연우님. 맞어요 엄마마음은 다 그런것 같아요..^^

치유 2007-01-09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그날..정말 눈이 꽃처럼 이쁘게 내렸었지요..저도 소라랑 그 눈을 운동장에서 맞았었는데 ...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들리는듯 정겹네요.


로드무비 2007-01-09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틋함이나 아련함의 정서를 알기엔 우리 아이들이 아직 어리지요.
그 천진함이 부럽기도 하고 슬그머니 걱정이 될 때도 있습니다.
반쯤 떨어져 펄럭거리던 선거 벽보와 강아지 등위로 내리자마자 녹던 눈발,
이라는 표현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합니다.^^

씩씩하니 2007-01-16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여린 감성이 고스란히 느껴지네요..
저도 때로 추억이 있어서 나한테는 다른 눈, 비, 바람 때문에 혼자 센치해질 때가 있답니다...
건우가 눈 위에서 뛰노는 모습,,,그것도 언젠가 추억이 되겠지요?

건우와 연우 2007-01-16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정신 못차리게 바쁜 연초네요.
인사도 제대로 못드렸는데 찾아주신 물만두님 전호인님 메피스토님 춤추는 인생님 배꽃님 로드무비님 씩씩하니님, 정말 죄송하고 고맙습니다.
정신좀 차리면 자주 인사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