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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쇠무릎이야 ㅣ 작은도서관 4
김향이 지음, 유기훈 그림 / 푸른책들 / 2003년 10월
평점 :
초등 4학년 1학기 읽기 다섯째 마당에 실린 '비둘기 구구'의 원작 동화책이다. 교과서에는 내용을 간추렸기에 원작과 다른 부분도 있어 가능하면 원작동화를 꼭 읽어보라 추천한다. '비둘기 구구'는 4학년에 실렸지만 저학년이 읽어도 슬프지만 따뜻한 마음을 촉촉히 느낄 수 있다. 예전에 TV프로그램 느낌표 선정도서였던 '달님은 알지요'의 김향이 작가 작품으로, 작고 하찮은 것들을 홀대하던 마음을 부끄럽게 여기며, 모든 생명있는 것은 존재가치가 있는 소중한 것임을 깨닫게 한다. 게다가 연필삽화에 색깔을 살짝 덧입힌 잔잔한 그림이 그런 마음이 들도록 한 역할을 한다. 유기훈 그림의 책을 여러 편 보았지만, 연필 텃치로 가볍고 익살맞은 그림이었는데, 이 책에선 포근한 느낌이 배어나온다. 어린이 책은 그림이 주는 감동도 내용 못지 않게 오래도록 기억된다.
표제작인 '나는 쇠무릎이야'는 잡초로 뽑아 버리는 여러해살이 풀 쇠무릎이, 어린 순은 나물을 해먹고 뿌리는 술을 담그며 한약재료로도 쓰이는 버릴 것 하나 없는 소중한 존재라는 걸 깨닫는 것이다. 다른 꽃들에 비해 볼품 없는 모습이라 기죽어 있던 쇠무릎이 쓸모있는 존재라는 걸 알고 느끼는 기쁨을 독자도 맛볼수 있다. 원줄기의 마디가 튀어나온 것이 소의 무릎뼈 같아서 쇠무릎이라 불렸다고 한다.
'비둘기 구구'는 학교 사육장에 갇혀 살다가 자유를 찾아 날아간다. 하지만 바깥 세상은 만만치 않아 먹이를 찾다가 연줄에 걸려 꼼짝할 수 없다. 다행히 가게 할머니가 풀어주어 하늘을 날고 무리에 끼여 살지만 가끔씩 먹이를 주던 사육장을 생각한다. 자유를 얻기 위해선 댓가를 치룬다는 것과 우리는 남북으로 갈려 오갈 수 없지만 새들은 훨훨 날아 간다는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다.
'쓸만한 놈'에선 버려진 깜장돌이 오이지 누름돌, 쥐구멍막이돌 등 식구마다 생각하는 쓰임새가 달랐지만, 할아버지는 산수경석을 몰라본다고 하신다. 하찮은 돌멩이 하나에도 소중한 쓰임새와 가치가 있다는 걸 알려준다.
'별고개에 오신 산타할아버지'는 미화원 아저씨의 삶과 의미를 되짚어 볼 수 있다. 4편의 단편이 모두 가볍지 않은 주제지만, 어린이 눈높이에 맞게 조곤조곤 이야기를 풀어내어 그리 어렵지는 않을 듯하다. 하찮아 보이는 모든 것들이 제각각 쓰임새가 있는 소중한 존재임을 깨달으면 될 듯...
책을 읽고 뒷동산이나 공원에 나가 풀들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우리 어릴 때 식물채집을 통해 풀이름도 많이 배웠는데, 요즘엔 환경차원에서 식물채집은 금하는 것 같다. 뽑지는 말고 사진찍거나 도감을 찾아 이름을 알아두면 좋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