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봄 동백꽃 외 7편 홍신 한국대표단편선 11
김유정 외 지음 / 홍신문화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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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930년대 일제강점기 우리 농촌을 배경으로 한 대부분의 작품에서 식민지 조선의 피폐해진 농촌을 들여다볼 수 있다. 김유정은 도시하층민이나 농촌의 가난한 소작인들을 대상으로 한 그의 소설에서 걸직한 구어체의 문장으로 해학적인 효과를 두드러지게 한다. 당시 3%의 부농과 27%의 자작농을 제외하면 70% 이상이 소작농으로 전락한, 우리 농촌의 피폐성을 뻔히 알 수 있기에 굳이 말하지 않고 슬쩍 던져 놓음으로 골계와 해학성을 드러낸다.

김유정은 1935년에 '소낙비'를 들고 나와 1937년 사망하기까지 2년이라는 짧은 기간 작품활동을 했지만, 이 시기의 어떤 작가보다도 사랑받고 기억되는 작가다. 명창 장녹주를 향한 그의 짝사랑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으며, 금광을 했던 매형 밑에 있었던 경험이 '금따는 콩밭'이나 '따라지' 같은 작품으로 나타났다. 그는 중학교 때 하모니카의 명수였으나 후에는 결핵으로 두 절을 따라가기도 숨이 차서 쩔쩔맸다고 한다.(모던수필 258~263쪽 참조)

표제가 된 동백꽃은 중학교 2학년 2학기 생활국어에 발화의 예시문으로 수록되었다. 동백꽃의 점순이가 좋아하는 그의 닭을 괴롭히며 관심을 끌어보지만, 끝내 점순이의 감정을 알아채지 못하는 그를 알싸한 동백꽃 향기속으로 쓰러뜨린다. 여기서 나오는 동백꽃이란 남쪽에 피는 붉은 동백꽃이 아니라, 산수유 같은 노란 생강나무를 이르는 강원도 말의 '동박꽃'이 잘못 표기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아예 노란 생강나무라고 했다면 많은 독자들이 동백꽃을 오해하거나, 노란 동백꽃이란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았을 것이다.

김유정 단편 다섯 편 외에도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1일'과 전영택의 '화수분'이 실려 한국문학을 배우는 중,고등학생에게 도움이 된다. 아주 친절한 작품해설이 곁들여져 학생들이 좋아하며, 우리 문학의 이해를 돕는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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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하늘말나리야 (양장) 푸른도서관 5
이금이 글, 송진헌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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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현재 27권의 책을 낸 이금이작가는 동화계의 지존이요 대모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올 1월 출판사 모임에서 실제 작가를 뵈니까 정말 소탈한 우리 이웃의 아줌마와 다를바 없었다. 실제 작가의 블러그(밤티마을)에 소소한 일상을 풀어내는 걸 봐도 우리 주부들과 다르지 않다. 일반적인 주부와 다르다면 소소한 일상의 체험을 따뜻하고 감동적인 작품으로 빚어내는 탁월함이 다를 것이다. 그의 작품중 23권 읽었고 실제 만나보니 작품과 삶에 괴리가 많지 않은 작가라는 느낌이 들었다. 작가의 작품에서 느끼는 따뜻함과 희망이 그에게서도 묻어났다. 초판이 나온지 10년이 지나도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30만부를 돌파했다는 기록은, 그가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는 작가임을 증명하고도 남는다.

이 책은 초등학교 6학년 2학기 읽기에 '소희의 일기장'이라는 제목으로, 2부 소희의 이야기 첫 부분인 '혼자만의 얼굴을 본 사람이 가져야 하는 아주 작은 예의'가 수록되어 있다. 6학년인 '미르, 소희, 바우' 라는 세 주인공 이야기를 또래 독자들은 어떻게 이해하는지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작가의 말에서도 밝혔듯이 작가의 가슴에 담겨진 느티나무가 '너도 하늘말나리야'로 나오기까지 오랜 기간 숙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나름대로 한 가지의 상처를 가진 세 아이가 아픔을 드러내는 방식이나, 상처가 치유되기까지의 소통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미르, 소희, 바우 세 아이를 화자로 하여 같은 상황도 자기 입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생각하는지 잘 보여준다. 자신의 문제를 꽁꽁 담아두고 아파하는 아이들을 우리 어른들이 이해하고 기다려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버지와 이혼하고 달밭의 보건소장으로 내려온 엄마가 미워 심통을 부리는 미르는, 마치 가시를 세운 엉겅퀴처럼 누구도 다가오지 못하게 사나운 척 하고 있었다. 그런 아픔을 이해하고 스스로 가시를 내릴 때까지 기다려주는 소희와 바우가 대견하다. 또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의 재혼으로 할머니와 단 둘이 살게 된 소희의 어른스러움은 독자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마음은 어른만큼 훌쩍 커버려 응석이나 투정 한 번 못 부렸을 그 의젓함이 못내 안쓰럽다. 그래도, 소희는 자신을 사랑하는 당당함으로 하늘 향해 피어있는 '하늘말나리'를 닮았다고 바우는 생각한다. 바우는 일곱살에 세상의 전부였던 엄마를 잃고, 세상과 소통하는 문을 닫아버린 '선택적 함구증'의 아이가 된다. 아내를 잃은 슬픔을 추수리지 못한 아빠가, 바우를 이해하거나 기다려주지 못한 결과라 더 아프다.

세 아이들이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다가서며 위로하고 소통하려는 마음을 잔잔한 묘사와 연필삽화로 가만가만 보여주며 독자를 감동하게 만든다. 큰소리나 악다구니 없이 잔잔하게 펼쳐지는 달밭(월전리) 세 아이들은 바로 우리 이웃의 아픈 현실이라고 가만히 일러준다. 사별이나 이혼으로 생겨난 모부자 가정이나 조손가정, 또한 소년,소녀가장이 제법 많다는 현실이 바로 '너도 하늘말나리야'가 우리 이야기로 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동화창작교실을 제외하면 26권의 동화와 청소년 소설을 쓴 이금이 작가는 환타지를 쓰지 않아 좋다. 난 개인적으로 환타지가 넘쳐나는 세태를 보면서, 일종의 현실도피가 아닐까 생각한다. 작가나 독자가 현실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없이 그저 환타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 맘에 안드는데, 이금이 작가는 우리 시대의 아픔을 따뜻한 인정과 희망이란 이름으로 풀어내기에 진정한 모성으로 작품을 잉태하여 출산한다고 생각된다. 세상이 험하고 사랑이 메마르다 해도, 동화속에서 따뜻한 인정과 희망을 그려낸다면, 각박한 세상도 그렇게 따뜻해지라라 희망을 갖게 된다. 

꽃을 닮은 아이들- 미르, 소희, 바우가 아픔을 이겨내고 따뜻한 사랑으로 소통하는 희망을 보여줘서 책을 덮는 내 마음도 따뜻하다.

*책 속에 삽입된 신형건님의 시 - 제비꽃, 영겅퀴꽃, 개망초꽃은 '거인들이 사는 나라'에도 실려 있고, '풀아 풀아 애기똥풀아"에도 제비꽃과 개망초꽃이 실렸다.

*반양장본과 비교하여 가격차이가 조금 나지만, 푸른도서관시리즈를 선호하는 분이면 망설이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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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김훈 지음 / 학고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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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단 책을 잡으면 쫘르르 읽어내는 편인데, 이 책은 왜 그리 진전이 안 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조금 읽다보면 졸립고, 또 눈 붙였다 깨어나 읽으면 심정만 답답해지는 책이었다. 그 이유가 뭘까? 고3 우리 딸은 술술 읽었다는데...... 하여간, 김 훈의 책은 잡아먹기가 어렵다. '밥 벌이의 지겨움'이라고 말하는 작가가 '책 읽기의 지겨움'으로 독자를 내모는 것은 아닌가?

휴가에 방콕하면서 사흘 만에 책을 덮고 든 생각은 그런 '지겨움'은 아니었던 것 같다. 바로 힘 없는 우리나라의 역사가 답답했고, 예나 지금이나 입만 가지고 사는 정치인들에 대한 답답함이었다. 대의명분을 주장하는 신물나는 선비들이 남한선성에도 득시글거렸으니 답답할 수밖에......"죽음이 가볍지 어찌 삶이 가볍겠습니까. 가벼운 죽음으로 무거운 삶을 지탱하려 하옵니다." 라는 김상헌이나, "죽음은 가볍지 않사옵니다. 만백성과 더불어 죽음을 각오하지 마소서, 죽음으로써 삶을 지탱하지는 못할 것이옵니다."라고 팽팽히 맞서는 최명길, 두 사람의 뜻이 결국은 같은 것이라는 말 장난 같은 말들.....

'임금이 남한선성에 있다.'라고 밖에 쓸 수 없었던 사관의 심정이 이해된다. 어디까지가 역사이고 어디까지가 작가의 상상에 의한 허구인지, 내 짧은 식견으로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임금 인조' 에 대해선 다시 보게 됐다. 아주 따뜻한 인간성을 가진 임금으로. 지극히 말을 아끼면서도 할 말은 하는 임금으로 각인됐다. 영의정 김류에게 "경은 늘 내 가까이 있으니 군율이 쉽게 닿겠구나." 한 마디 질러넣는 것을 보면 약한 임금도 아닌것 같다. 그러면서도 신료들이나 군졸, 백성들을 돌아보는 임금의 마음은 아주 따뜻한 어버이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다. 또, 결정에 대해서는 " 더 이상 말하지 말라."고 단단히 끝을 냈다.

소설 남한산성을 읽어내는 데는 배경지식이 필요한 것 같다. 짧은 역사지식에 강화도는 그래도 수차례 가본 곳이라 이해가 되는데, 남한산성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 더 힘들지 않았나 싶다. 치욕의 역사도 우리 역사고 영광의 역사도 우리 역사일진대, 삼전도의 치욕... 임금이 칸으로부터 한 잔 술을 받으며 세번씩 이마를 찧었다는 그곳, 조선의 왕에게 술잔을 건네다 멈추고, 바지춤을 내려 단 아래로 오줌을 갈기는 칸을 견디어 준 임금이 눈물겨워서라도 삼전도와 남한산성을 꼭 가봐야겠다. 책 끝에 남한산성의 지도와 친절한 설명이 있어 그나마 도움이 되었다.

이 책에서 대장장이 서날쇠와, 조선인이면서도 후금에 붙어 통역관으로 사는 정명수라는 인물이 가장 캐릭터가 살아나는 인물이다. 남한산성의 행궁에서 당상들의 말이 들끓을 때도, 그저 댓가없이 죽어야 했던 군졸과 민초들이 가엾어 가슴이 또 답답했다. 정말 말 만큼이나 목숨까지 바칠 것 같았던 김상헌도 결국은 윤집 오달제를 내세우고 산자에 편승하여 가는 마무리도 답답했다.

학창시절, 수없이 침략 당하는 우리 역사와 말만 많았던 선비들을 보면서, 도대체 자긍심을 가질 수 없었던 기억이 되살아나는 독서였다. 하지만 어쩌랴~ 그때나 지금이나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몸무림이 우리나라의 현실인 것을......

독자가 책을 읽으며 재미보다 답답함을 느낀다면 그건 누구의 책임일까? 작가 김훈의 화려한 문장에 분홍 초록 색연필로 수없이 밑줄을 그었는데, 막상 리뷰를 쓰면서 정확히 옮길 수 있는 문장은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다. '임금이 남한산성에 있다."라는 사관의 기록처럼, 이 책을 읽은 독자로서  '김훈의 남한선성엔 말(言)이 있다."라고 한마디 남긴다.

*부록처럼 끼워져 온 "남한산성 또 하나의 이야기'라는 얇은 책자를 읽으니, 소설 남한산성의 역사와 허구를 구별할 수 있었다. '삼전도비, 뼈 아픈 이야기'와  '남한산성, 속살이야기' '주요인물들, 남은 이야기' '남한산성, 더듬어 본 장면들'까지 소설을 읽고 나서 읽으니 훨씬 이해되었다. 또한 언론매체에 실린 서평까지 올려준 친절함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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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훈이 "남한산성"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은?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11-05 02:18 
    남한산성 - 김훈 지음/학고재 2007년 10월 31일 읽은 책이다. 올해 내가 읽을 책목록으로 11월에 읽으려고 했던 책이었다. 재미가 있어서 빨리 읽게 되어 11월이 아닌 10월에 다 보게 되었다. 총평 김훈이라는 작가의 기존 저서에서 흐르는 공통적인 면을 생각한다면 다분히 민족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매우 냉정한 어조로 상황을 그려나가고 있다. 소설이기에 작가의 상상력이 개입이 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읽었음에도 주전파..
 
 
 
위안부 리포트 1 - 나는 고발한다
정경아 지음 / 길찾기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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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겨울 책따세 추천도서였다. 초,중,고 우리 삼남매가 꼭 알아야 할 문제라서 구입했다. 우리 어른들도 다 아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그 진실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

위안부 문제는 우리가 안다고 해결되거나 그들을 진정 받아들이는 것도 아니다. 그저 먼 나라 남의 이야기처럼 생각하는 건 아닌지, 이기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니지 뒤돌아봐야 한다. 8.15 광복절을 앞두고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이 당한 수난을 새기며 광복의 의미를 곱씹어 보는 것도 좋겠다.

우리 아들 녀석은 위안부로 끌려간 여자들이 우리나라 사람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 책을 읽고 동남아를 비롯한 일본이 점령한 모든 지역의 여자들이 희생자라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네널란드의 '얀 뤄프 오헤르네'의 증언은 진실을 밝히려는 한국인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무엇보다는 나는 '위안부'라는 말을 강력하게 거부합니다. 우리들은 위안부가 아니라 일본군에 의한 강간희생자들 입니다. 일본정부가 공식적으로 자신의 범죄를 인정하길 바랍니다. ~~~비록 나쁜 역사였다 해도 일본인들도 역사를 바로 알 권리가 있지 않습니까? 사실을 바로 볼 수 있어야 더 많을 걸 배울 수 있습니다.~~~"

1992년 1월 8일부터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매주 수요일 낮 12시면 어김없이 정기수요시위가 벌어진다. 한국정신대 문제 대책 협의회가 주최하는 이 시위가 지속되는 지금도 많은 정신대 할머니들이 한을 풀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일제로부터 해방된지 62년이 되도록 해결되지 못한 정신대 문제를 두고 진정 해방되었다고 할 수 있는지 부끄러울 뿐이다.

한국피해자들의 10년이 넘는 활동으로, 외국에서는 '할머니(Halmuny)'라는 말이 '일본군 성노예 제도의 피해자'를 의미하는 말로 인식되었다(63쪽)고 한다. 위안부 용어 문제, 일본의 위안소 설치 과정에 일본이 어떻게 관여했는지 알 수 있다. 이제는 위안부 인권 문제가 전쟁지역의 인권 문제로 확대되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한 개인의 삶을 완전히 파괴한 그 잔인한 만행을 고발하는 책으론 너무 가볍게 그려진 부분도 있지만, 역사적인 사료들을 근거로 풀어간 이 책을 통해 청소년들이 위안부의 진실을 알고, 바른 역사인식을 가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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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8-04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안부! 생각만해도 이가 갈리는 군요. 우리의 아픈 상처를 잊지 않고 제대로 알려주는 책들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그 진실을 대할때 가슴히 굉장히 아프고 저려오는 것을 느끼게 되겠지만, 그만큼 잊혀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나서서 큰 무슨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역사이니 만큼 우리가 제대로 알고 있어야 겠지요.
 
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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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겨울 책따세 추천도서였는데, 제목만 봐선 뭔 내용인지 짐작도 안 되고, 걍~ 어려운 책인가보다 생각하다가 이번 여름 중2 아들을 위해 뒤늦게 구입하고 읽었다.

요즘엔 헌혈을 많이 하니까 지금도 매혈하는 사람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 책은 중국인 허삼관이 가족을 위해 피를 파는 이야기다. 여섯 달 땅을 파야 얻을 수 있는 돈을 피를 팔아 얻는다. 두 사발(400밀리)을 팔면 35원을 받는다. 그 돈으로 '꽈배기 서씨'라고 불리는 허옥란과 결혼을 하여 알콩달콩 아들 셋을 낳았다. 그러다 큰아들 일락이가 아내와 사겼던 하소용의 씨임을 알게 된다. 우리 삶에 이런 일이 생긴다면 얼마나 기가 막힐 일인가? 허허~~ 중국인 최대의 욕이라는 '자라 대가리' 노릇이라는 말로 그의 상황이 묘사된다.

이런 기막힌 상황을 작가 위화는 희극적으로 풀어낸다. 그래서 슬픈 이야기임에도 슬프게 읽히지 않는다. 정말 술술 잘 읽힌다. 중학생도 충분히 알 내용인데 왜 고등학생 추천도서였는지 생각해보면, 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성문제가 조금 낯뜨겁게 리얼해서 그런가 싶다. 요즘 아이들이야 더한 것도 보고, 듣고 읽는 세상인데...... 뭐, 이 정도면 문학이란 이름으로 걸러졌으니 중학생이 읽어도 무방하리라 싶다.

바로 그 아들놈이 대장장이 방씨 아들의 머릿통을 깨서 치료비 때문에 친아버지 하소용을 찾게 되고, 딸 둘 뿐이니 아들이 없다는 하소용네와 만나는 장면도 가관이다. 풍자와 해학으로 비극을 풀어 헤치는 글맛이 장관이다. 이래서 또 희극적으로 보게 된다. 아주 슬픈데도 슬며시 웃음나는 독자의 심보가 잘못된 건 아니라는 변명이다.

이래서 허삼관은 두번째 피를 팔고,.... 그 후 모택동의 문화대혁명으로 많은 중국인들의 굶주림이 시작되고, 57일간 옥수수죽만 먹은 가족을 위해 세번째 피를 판다. 그런데, 헉~~이건 또 무슨 일? 큰아들 일락이는 자기 피를 판 돈으론 절대 사 줄 수 없다며 국수 먹는데 데려가지 않는다. 아~~인생이란, 왜 이다지도 고단한가? 하소용의 아들놈이라며 피를 판 돈으로 사 줄수 없다는 허삼관의 인생관은 참 단순하면서 소박하다. 자신의 처지를 아는 아들놈의 눈물겨운 고구마 먹기는, 눈물샘을 자극하면서도 이건 완전 코미디다. 우리의 주인공 허삼관은 이렇게 단순하지만 가족을 위한 매혈 행보는 이후에도 계속된다.

비극적 상황을 희극적으로 풀어내는 사설에, 독자는 웃으면서도 뭔가 켕기듯 쓰리다. 그 허삼관을 단순한 중국이야기로만 생각하기엔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먹고 사는게 버거웠던 우리 부모 세대의 이야기도 되고, 북녁땅에서 지금도 굶주릴 우리 형제 이야기로 읽히기도 한다. 먹고 사는 것을 하찮게 여길만큼 풍족해진 오늘날도, 세계의 절반은 굷주린다는데 내 배 부르면 그만이라고 치부하기엔 우리의 양심이 찔린다.

내 울타리 가족챙기기에 급급한 우리나 허삼관이나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허삼관의 매혈행보로 가족이 무엇인지, 국가가 내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게 된다. 허~ 참, 어이없어 웃으면서도 가족이란 무엇이고 부부가 무엇인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문화대혁명 때, 화냥년이란 대자보가 붙어 거리에서 '기생 허옥란'이란 나무판자를 붙이고 서 있어야 했던 아내에게 날마다 반찬을 아래에 숨긴 밥을 가져다 주는 허삼관, " ~밥 먹이고 옷 사 입히고 돈 쓸 때는 아들이 셋이나 되는데, 엄마한테 밥을 들고 갈 아들 녀석은 한 놈도 없네 그려." 라고 탄식한다. 또 집에서도 비판투쟁대회를 열어야 했을 때도, 엄마를 증오하지 않도록 자신의 외도까지 밝히는 용기는 참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살만해진 허샴관 예순이 된 어느 날, 옛날 피 팔던 생각에 돼지간볶음 한 접시와 황주 두 냥 먹고 싶어 피를 팔러 갔더니 늙었다고 사주지도 않는다. 서러움에 울고 헤매이는데, 쫒아온 아들놈덜은 부끄럽다 들어가라 하고....그의 아내 허옥란, 아버지가 피 팔아 너희를 키웠는데 '싸가지 없는 녀석들' 욕을 한바탕 퍼붓고는 당장 식당으로 데려간다. 서로 딱 한번씩 다른 사람과 관계한 허물을 덮으며 산 세월에 연민의 정으로 깊어간 부부애가 뭉클~~~감동으로 다가온다.

늘그막에 다정한 부부의 소통을 그려내며 독자의 뒷통수를 꽝~~~후려치는 허삼관의 이 말뜻을 파악하려면, 꼭 읽어봐야 알 수 있으리라! ^*^ 

"그런 걸 두고 좆 털이 눈썹보다 나기는 늦게 나도 자라기는 길게 자란다고 하는 거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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