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부터 백수가 됐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알라딘에 글쓰는 것도 귀찮아서 댓글도 안달고, 새글도 안올렸다.ㅋㅋ


3월부터 할 일이 없을까 찾는데, 마침 임기가 끝나는 통장공고(29개 통 중에 6통)가 나왔다.
우리통은 무려 20년 가까이 장기집권했는데, 이사를 간다기에 전화로 양해를 구했다. 

같은 통 주민 30여명의 추천을 받아야 해서, 이웃 엄마와 저녁에 한바퀴 돌며 사인을 받았다.
이력서에 붙일 사진도 찍고, 자기소개서와 기타 서류를 꼼꼼히 준비하고 증빙도 첨부했다.
내심 2006년부터 주민자치프로그램인 어머니독서 동아리를 운영했기에 따논당상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서류심사에서 봉사활동을 가장 높게 친다는데
나는 아이들 학교에서 학부모로 봉사활동은 많이 했지만, 사회 단체나 지역주민을 위한 봉사활동은 없었다.
봉사부문 교육장 감사패와 학교장 감사장은 첨부했지만, 인근초등학교 상담봉사 활동은 증빙을 첨부하지 못했다. 

2월 25일 지원서를 내고, 27일 동장님과 지역대표 6인의 면접관 앞에서, 3가지 질문에 제한시간 3분으로 답했다. 
질문은 첫째, 통장이 된다면 어떤 일에 관심을 갖고 추진하겠는가?
          둘째, 우리동에 사는 동안 가장 보람있었던 일은 무엇인가?
          셋째, 살면서 애로사항은 무엇이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먼저 면접을 본 다른 통의 지원자가 질문을 알려줘서 평소 생각을 정리했기에, 답변은 그런대로 잘 한 거 같았다.
그러나, 나랑 경합을 벌인 아저씨는 새마을 협의회에서 12년이나 봉사했고, 경로당에도 종종 들여다보는 봉사자였다.
면접이 끝나고 기다리는 동안 누가 되든지 서로 도와서 잘 해보자고 하기에, 아저씨가 될거라고 말해줬다.
문밖에서 대기하는데 면접관들의 토론이 한참 이어지고... 결과는 예상대로 아저씨가 되었다. 

이번 일로 통장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적임자를 선출하는 과정이 참 공정하다는 걸 느꼈다.
다른 통의 지원자도 500시간을 봉사한 고등독서회 엄마와, 정기적으로 복지관에서 미용봉사를 한 엄마는 합격됐다.
예전과 달리 통장 지원자가 많아 나름 치열한 경합을 벌인다는 것도 알았다. 

지자체마다 조금 다르겠지만,
우리지역은 임기가 2년인데, 지원자가 있어도 우선권을 주어 재임할 수 있으니 4년은 보장된다.
그 다음에도 지원자가 없으면 연임할 수 있으니 장기집권도 가능한 것이다.
왜, 통장을 하겠다고 나서는 이가 많을까?
자녀 학자금과, 월 24만원의 급여와 상.하반기 20만원씩 보너스가 나온다.
중학교야 납부금이 없지만, 고등학교는 운영지원비 외의 납부금이 35만원쯤 되니 연간 140만원을 지원받는다.
그래서 연간 약 400~500만원의 수입이 생기니, 직장생활을 안하는 이들이 눈에 불을 켜고 나서게 된다. 

혹시 통장으로 나서고 싶은 분들은 봉사활동을 많이 해야 유리하다는 걸 알려드립니다.^^ 

앞으로 3년은 돈을 벌어야 하지만, 우선 초.중생 과외만 주2회 하고 3월은 그냥 띵가띵가 놀기로 했다.
블랙스완을 비롯한 영화도 보고, 엊그제는 음주가무를 즐겼으며 9일엔 무등산 산행을 하기로 했다.
13일은 시누이 아들 결혼식이라 서울에 가야 하고...
15일은 막내 고등학교 학부모총회, 16일은 아들 고등학교 학부모총회에 참석해야 한다.  
초등동창들이 얼굴 한번 보자니까 중간지점인 대전에서 친구들도 만나고, 오빠도 만나봐야 할 거 같다.
그리고 마을 어머니독서모임이 있고, 고등학교 독서회는 학교일정이 바빠서 3월은 쉬고 4월에나 모인다.

스케쥴이 없는 날은 십리 길을 걸어 도서관으로 출근할까 생각 중...^^


댓글(22)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hnine 2011-03-06 0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중등생 과외를 주2회나 하시면서 백수라고 하시면 안되지요~~ 능력 있는 과외 선생님으로 또 한번 명성을 날리시는 것 아닌가 싶네요. 저도 몇 년 전에 직장 사표 내고서 동네 중학생 영어 과외 시작했다가 보름 하고서 깨끗이 접었답니다. 선불로 받았던 과외비 돌려주고요. 학생을 휘어잡는 능력이 부족했는지 아이가 숙제고 뭐고 아무 것도 안하고 매번 그대로 오는데 초등학생도 아닌 아이를 대놓고 혼내기도 그렇고 안되겠더라고요. 카리스마가 안선다는 저의 치명적인 핸디캡만 확인하고 말았지요.
3월 일정이 바쁘시네요. 마을 어머니 독서 모임에 고등학교 독서회까지, 정말 부지런하십니다.
저도 약간은 긴장 속에 시작한 3월이고 3월 중순 정도 가야 안정될 것 같아요.
건강하세요. 며칠 서재에서 모습을 안보이시길래 안그래도 어제 리뷰쓰면서 순오기님 생각했더랍니다.

순오기 2011-03-06 14:17   좋아요 0 | URL
우리 애들 덕분에 주위에 사는 우리아이 친구들을 맡게 됐어요.
예전에 집에서 할때는 그룹으로 했는데, 위에 큰애들이 하면 자동으로 동생들도 하게 되더군요.
학교에서도 큰애들이 하면 동생은 자동으로 맡았으니 고마운 일이지요.^^
독서회는 한달에 한번 모이는거라 두세개를 해도 부담은 없어요.
중학교 모임은 끝났으니, 10년 전에 참여했던 지역도서관 모임에 다시 들어갈까 생각해요.

알라딘 서재질도 중독성이 강해서 며칠 안하면 또 끼적이기 싫더라고요.ㅋㅋ

개인주의 2011-03-06 0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네사람 상대하는게 쉽지 않은 일일텐데
요즘 살기가 다들 얼마나 팍팍하면 경쟁자가 이리도 많을까요.
저도 얼마간 수입 없이 지내다가 긴장되서 다시 수입꺼리를 찾아서... - -;;

순오기 2011-03-06 14:20   좋아요 0 | URL
통장이 동네사람 상대하는 건, 뭔가 전달사항이나 조사할 게 있을 때 뿐인듯해요.
월 2회 통장회의가 있고, 기타 지역구 행사에 동원됐었는데~ 이번 민선구청장은 그런 일로 동원하지 않아서 훨씬 수월하다고 하더라고요. 어려울때라 통장수입에 눈독 들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더군요.
님도 일거리 찾아 소득을 올려 가정경제에 보택되길 바래요~ ^^

세실 2011-03-06 0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통장님 정말 잘하셨을텐데 아쉬워요. 에구 4년후를 기약하셔야 겠네요.
그 아저씨 경력 대단하시네요. 마을도서관을 진작 했더라면 좋았을텐데....히
십리 걸어...오호 운동도 되고, 책도 보고 좋을듯해요^*^ 그냥 우리도서관까지 쭉 걸어오심이. ㅋ


순오기 2011-03-06 14:24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동 일뿐 아니라 지역구 행사에도 많이 참여해서 따논당상이라 생각했는데, 의외의 복병이 너무 쎘어요.ㅜㅜ 우리동사무소 3층엔 청소년 공부방과 도서실이 있어요. 초창기에 지역주민들에게 기증받았고, 여통장님이 계실때 분기별로 신간도 구입했는데 그분이 떠나고 후임자들은 신경쓰지 않아요.ㅜㅜ
시골 중학교 다닐 때 십리길을 걸어다녀서 지금도 시간만 바쁘지 않으면 그 정도는 운동 삼아 걸어다녀요. 청주까지 도보여행 떠나볼까요~~~~~~~ㅋㅋㅋ

마노아 2011-03-06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빨리 글이 올라온 편인 걸요.^^
통장 선출 경쟁이 이렇게 심할 줄 몰랐어요. 순오기님이 하셔도 참 잘 하실 텐데 아쉽네요.
그동안 바빠서 못했던 것들 리스트 적어서 지워가며 다 해보셔요. :)

순오기 2011-03-06 19:4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6개 통이 모두 2~3인의 경합이 있었어요.ㅋㅋ
사실 바쁜척했지 바쁘다고 못한 것도 없는 거 같아요.^^

stella.K 2011-03-06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통장도 할만하네요.
근데 전 워낙에 소심해서 그런 건 못하겠네요.ㅜ
백수가 되셔서 정말 그런 줄만 알았더니 그래도 괴외도 하시네요.
심심하지는 않겠는데요?ㅋ
일하던 사람이 안하면 병난다던데 쉬엄쉬엄 하세요.
백수되셔도 나름 우아하게 사시는 것 같아 보기 좋습니다, 오기 언니.^^

순오기 2011-03-06 19:49   좋아요 0 | URL
미리 예고된 백수였기에 겨울방학부터 과외를 병했했어요.^^
일반 직장인처럼 매일 출근하는게 아니어서 쉬엄쉬엄 했어요.
하하~ 돈은 없지만 사는 건 나름 우아하게 살려고요.ㅋㅋ

무스탕 2011-03-06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사는 아파트도 통장님이 92년 입주할때부터 지금까지 집권중이세요 ^^
듣기엔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어서 계속 한다는것 같은데 제가 보기엔 즐기시는 느낌..;;
순오기님. 여지껏 바쁘게 지내셨잖아요. 잠시 휴식을 취하심도 좋을거에요.
몸도 돌보시고 잠깐 짬이 났을때 하고 싶었던것들 다 해보시고요. 저도 애들 개학했겠다 알바 없을때 얼른얼른 영화보자! 싶어서 내일도 '만추' 예매해 뒀어요. ㅎㅎ

순오기 2011-03-06 19:51   좋아요 0 | URL
92년부터 집권했으면 우리 통장님과 맞먹겠네요.ㅋㅋ
영화는 올해 8편 봤으니 성적이 훌륭합니다. 리뷰나 40자평은 안썼지만...
나도 오늘 심야 만추 예약했어요.^^

blanca 2011-03-06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장 서명 받으려고 밤에 점잖은 초로의 아저씨가 갑자기 문 두르려 식겁했던 기억이 나네요^^;; 순오기님이 되셨다는 얘기일 줄 알고 기대했었는데 아쉽네요. 더 기쁜 소식 오겠지요. 봉사활동 경력은 요즘 중고등학생 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요구하는 데가 많군요. 순오기님은 언제나 우아하셔요. 알라딘 서재질도 진짜 신기한 게 한 번 하기 시작하면 불붙고 뜸하면 심드렁하고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순오기 2011-03-07 21:27   좋아요 0 | URL
통장 선출기간이라 동네마다 추천받으러 다니는군요.^^
다음에 통장 나가려면 봉사활동도 해야겠어요.
오늘 복지관에서 뭘 배워볼까 가봤는데...일주일에 한번은 봉사도 해볼까 해요.
알라딘 서재질만큼 중독되는 것도 없어요.ㅜㅜ

이매지 2011-03-06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수가 되셔도 여전히 바쁘신 순오기님 ㅎㅎ
통장은 어떻게 뽑는 건가 했더니 나름의 심사가 있는 것이로군요.
저도 순오기님 되셨다는 얘기인 줄 알고 기대했는데 아쉽네요 ㅠㅠ

순오기 2011-03-07 21:28   좋아요 0 | URL
원래 백수가 더 바쁜 법이거든요.ㅋㅋ
오늘 점심, 저녁 다 밖에서 먹었어요.^^
아~ 내가 통장이 됐다는 소식을 언젠가는 올릴 수 있을지도요.ㅋㅋ

소나무집 2011-03-07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푹~ 쉬지도 못하네요.^^

순오기 2011-03-07 21:28   좋아요 0 | URL
만날 노는데 뭘 또 쉬어요.ㅋㅋ

마녀고양이 2011-03-07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여전히 에너지 넘치시는 오기 언니,
무슨 일을 하셔도 잘 하시고, 항상 무엇인가 찾아내시는 오기 언니.

통장 일은 안타깝지만, 그런 도전도 멋지시고, 다른 일도 멋지시고...
젤 멋진건, 십리 걸어서 도서관 가시겠다는 그거 그거. 쪽~ 즐거운 한주 되셔요.

순오기 2011-03-07 21:30   좋아요 0 | URL
에너지를 제대로 써야 하는데~ 쓰잘데없는 수다나 떨고 있어요.ㅋㅋ
날씨 좋은 계절엔 종종 걸어서 도서관에 갔었어요~~~~

울보 2011-03-07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우리동네 아줌마들도 통장들 하려고 해요,
그동안 열심히 달리셨으니까 한달정도 잠시 쉬는건데요, 뭐,
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나도 열심히 뛰어야 할텐데 라는생각을 하게 해요, 언제나 열심히 모든일에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 참 보기 좋아요, 과외도 하시는군요, 우리동네에 계신다면 류도 한번 맡겨볼텐데,,,님 봄날 감기 걸리지 않게 따뜻하게 옷입고 걸으세요,

순오기 2011-03-08 00:06   좋아요 0 | URL
지금 지역마다 통장 선출기간인가 봐요. 다들 경쟁이 치열하다지요.^^
류는 지금도 잘하고 엄마가 독서지도 잘하는데 과외 맡길 필요없지요~~
일년열두달 감기도 안 걸리는 강철체력입니다.ㅋㅋ
건강은 자만하면 안되는데... 겸손하게 감사하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