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키우다 보면, 정말 남의 자식에 대해 함부로 말하면 안된다는 걸 많이 느낀다.
아이들 어릴 때 부모에게 떼쓰는 아이들 보면, '대체 저 부모는 아이를 어떻게 키워서 저러나~ '싶었다.
첫딸은 말로 하면 다 알아 듣고 보채거나 떼쓰지 않는 착한 딸이었고,
아들은 고집이 셌지만 막무가내로 떼쓰는 일은 없었다.
그런데 셋째는 뭔가 사달라고 길바닥에서 뒤로 넘어가 앙앙~ 울어제꼈다. 허걱~~~~
마을 버스정류장에서 그런 모습을 연출했으니, 어찌나 부끄럽고 황당하던지... 

달랑, 아이 셋~ 삼남매를 키우면서 즐겁고 자랑할 일도 많았지만,
학교 안 가겠다는 아이 결석도 시켜봤고, 부모한테 순종하기 싫으면 집 나가 네 맘대로 살라고 악도 써봤다.
수학 36점으로 '양'가 가문에 등극도 해봤는데, 이젠 법정 전염병으로 격리하는 일까지 생겼다. 헐~


지난 여름, 아들 학교에 폐결핵 환자가 발생해 2.3학년 전체 결핵 검진을 받았는데
문제의 그반은 19명, 옆반인 아들반은 10명이 보균자로 나왔고 그 중에 아들 녀석도 끼었다.
9월말 보건소에서 받아 온 결핵 약을 10월 1일부터 먹게 했는데
무등산 증심사에 갔던 18일, 점심 먹다가 받은 아들 담임샘의 전화는 나를 식겁하게 했다. 
옆반에 8명 아들반에 1명 확진자가 나왔는데, 바로 그 한 명이 우리 아들녀석인 거다.
결핵이라니, 살다 살다 이젠 별일을 다 겪는다. 
최근 결핵이 유행한다는 뉴스는 접했지만, 그게 우리 문제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아무래도 녀석 방 청소도 소홀히 하고, 잘 먹이지 못해 면역성이 떨어져 감염이 된 듯하다.
2주간 격리하라는 지시에 따라 녀석은 보건소에서 결핵약을 한 보따리 받아들고 귀가했다.
그래서 남은 10월은 학교에 가지 않고 11월 1일에 간다.  
보균자로 먹던 하얀 약은 끊고, 결핵환자 약으로 바꿔 먹는다. 주황색 한 알은 식전에, 나머지는 식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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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심사에서 돌아와 침대까지 드러내고 대청소 하고, 모든 식기를 삶아 소독했다.
치약과 양치컵, 비누와 수건까지 따로 사용하고, 모든 빨래를 삶아서 햇빛에 말린다.
녀석의 침구도 만날 햇빛에 내널고...
끼니마다 잘 먹여야 해서 반찬도 신경쓰고 식기를 소독하며 하루가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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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는 보건소에서 전화왔는데, 요즘 결핵은 병도 아니라며 결핵약 2주 먹으면 전염성이 사라지고
6개월을 하루도 빠짐없이 약만 잘 먹으면 완치다며 걱정 말라고 했다.
공연히 병원가서 비싼 돈 내지 말고, 믿고 맡기면 100% 완치시키겠다며 믿음을 줬다.
그리고 가족 모두 검진 받으라기에 막내와 엄마 아빠 모두 검사를 했는데 결과는 25일에 나온다. 

아들녀석은 엑스레이는 이상 없었고, 객담 검사도 보건소나 광주시에서 한 것은 이상이 없었는데,
서울에서 배양해 본 결과 결핵균이 활동하고 전염성이 있는 것으로 판명났단다.ㅜㅜ 

월욜 선생님 전화를 받고 남편에게 전화했더니 닭고기 돼지고기와, 두부 한 판에 각종 야채를 사왔다.
다행히 지난 주에 담근 돌산 갓김치가 맛있게 익었고,
수욜 모임에서 소식을 들은 이웃들이 소갈비와 찰밥도 가져오고, 자연산 고사리도 가져왔다. 
하루 세끼 고기반찬에 각종 야채와 나물, 과일과 들깨가루, 두유 등 좋다는 것을 먹이는 중이다.


그동안 겨울이면 감기도 한차례는 꼭 걸리고 튼실해 뵈지 않는 녀석에게
"넌, 왜 그렇게 젊은애가 비리비리 하냐? 밥도 많이 먹고 운동도 해라" 고 했었고,
녀석도 몸 만든다고 열심이었는데~~~~~  

그래도 고딩이라고 지난 3월엔 보약도 한 재 먹였고,
8월엔 한의원에 데려갔더니 소화기능이 안 좋아, 만성 피로에 식욕부진이라 침 맞고 약도 먹였는데
식욕부진과 체중감소, 가래는 결핵증상이었을지도.ㅜㅜ
 

처음 발명한 아이는 담배도 피우고 기침을 많이 하고, 식은 땀 흘리며 골골거려 검사받게 했더니 결핵으로 나왔단다.
다행히 3학년은 보균자가 한 명도 안 나왔고, 3층을 사용하는 남자반 두 반만 보균자와 확진자가 나온 것이다.
발명자 한 명으로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전염된 걸 보면, 어려서 BCG접종 했다고 안심할 것은 아닌가 보다.   


  

 

 

 

 

 

*아들은 집에 있는데, 엄마는 예정대로 부석사로 문학기행을 다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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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2 04: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10-22 23:02   좋아요 0 | URL
비타민 B~ 당뇨에 고혈압인 아빠 때문에 현미밥 먹고 있는데, 아빠 밥 안하는 날은 우리끼라 쌀밥 해먹었어요. 이젠 100% 현미밥으로 착실히 먹고 있어요. 약은 보건소에서 준 것만 먹이고, 매끼니 생김 구워서 먹여요~ 전문가의 조언 고마워요!^^

신경숙의 부석사와 최순우 선생님 책 다시 읽고 갔는데~ 차타는 시간이 많아서 돌아보는 건 한 시간 남짓~
그래도 너무 좋았어요.^^

머큐리 2010-10-22 0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고3대 결핵으로 각혈까지 했어요.. 의사말로는 그 결핵이 가난하고 영양이 부실한 나라에서 많이 걸리는 결핵이라고 하는 바람에..어머님이 깜짝 놀랐지요...하루 세끼 꼬박 챙겨 먹이는데도 그런 병에 걸렸다고..^^
대학까지 1년동안 약을 먹었는데...그때 담배를 배웠지요..--; 결핵약 먹으면서 담배를 피웠지만.. 완쾌판정 받았어요. 예전에나 무서운 병이지 약잘먹으면 금방 괜찮아집니다..누님 너무 걱정마세요...^^

순오기 2010-10-22 23:05   좋아요 0 | URL
아니~ 약 먹으며 담배를 피웠다고요?
우리 아들한테 읽어줬더니 선생님 한 분이 담배 피우면 결핵균이 죽을지도 모른다고 했답니다.ㅋㅋㅋ
그러니까 결핵을 앓은 사람은 절대 뚱뚱해지지는 않는 거 같아요.^^

조선인 2010-10-22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은오빠도 결핵에 걸린 적이 있었는데, 아무 문제없이 금새 낫고 군대도 말짱하게 다녀왔답니다. 순오기님이 이렇게 정성 들이니 금새 튼튼해질 거에요. ^^

순오기 2010-10-22 23:06   좋아요 0 | URL
조선인님 오빠도 그러셨군요~~ 그러게 요즘은 무서운 병이 아닌가 봐요.^^
밥 잘 먹고 약 잘 먹으면 된다니까~ 이참에 섭생을 잘 시켜야겠어요.

hnine 2010-10-22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약을 열심히 먹어야 한다더군요. 그래도 2주만에 전염성은 사라진다니 다행이어요. 6개월 약 복용 기간도 예전에 비해 많이 단축되었고요. 제 친구는 거의 2년을 먹었던 기억이 나서요.
그런데 왜 보건소와 광주시에서 실시한 객담검사에서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을까요? 서울까지 가져가서 배양 검사한 건 또 뭐고...음, 좀 이해 안가는 구석이 있네요.
부석사 문학 기행 잘 다녀오시고요.
전 조정래 작가와 함께 하는 문학기행 이벤트에 당첨되었다고 연락받았는데 형편이 안되어서 못간다고 했어요 ㅠㅠ...

순오기 2010-10-22 23:14   좋아요 0 | URL
친구는 2년이나 약을 먹었군요.ㅜㅜ
아마 세 곳에서 검사하지만, 서울에서만 배양 후 결과를 보는 가 봐요.
부석사 잘 다녀왔고요, 조정래샘 문학기행 제가 대신 가면 안 될까요?ㅋㅋ
나는 연락이 없는 걸 보니 떨어졌네요.ㅜㅜ

행복희망꿈 2010-10-22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정말 힘드시겠네요.
본인인 아드님이 제일 힘들겠지만요.
저희 아이들도 결핵접종은 태어나면서 기본으로 하는건데,다른 접종이 따로 있는건가요?
순오기님 정성으로 빨리 나아지길 바래요.
그리고 평소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할것 같네요.

순오기 2010-10-22 23:15   좋아요 0 | URL
엄마나 아들이나 힘든 건 없고, 아들은 학교 안가니까 띵가띵가 놀고 좋지요.^^
청소와 먹이는 것만 신경 쓰면 돼요.

2010-10-22 0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10-22 23:20   좋아요 0 | URL
그랬군요~~~~ 마른 사람은 기본적인 체력이 좀 달리나봐요.
우리도 잘 먹고 잘 자고... 건강하게 살자고요.^^
큰병이라 생각 안하니 가슴은 아프지 않은데 미안한 감정이에요.

소나무집 2010-10-22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걱정이 많으시겠어요.
아드님은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면서 많이 성장할 듯 싶은데요. 흔한 경험이 아니니까.
울 아들도 2학년 때 법정 전염병인 볼거리로 일주일 동안 학교 안 가고 격리된 적 있어요.
그때만 해도 교 안가는 게 더 좋았는데...^^

순오기 2010-10-22 23:21   좋아요 0 | URL
집에서 컴퓨터를 벗삼아~ 띵가띵가 지내네요.ㅜㅜ
학교 안가는 건 친구들도 부럽다고 했대요.ㅋㅋ

마녀고양이 2010-10-22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번에 사진으로 봤던 그 멋진 아드님이 아픈가보네요. 아휴.
가족 모두 고생이겠어요. 놀라기도 많이 놀라셨을거 같구요.
하지만..... 곧 좋아지겠죠!!

언니, 마지막 줄 읽고, 엄청 웃었어요. 역시... 좋아좋아(부비적~).
아드님께 빨리 건강해지라고 전해주셔여!

순오기 2010-10-22 23:22   좋아요 0 | URL
그러게 사진으론 제법 폼나는 몸이었는데~ 속은 부실했나 봐요.ㅜㅜ
그럼요, 아들은 아파도 엄마는 스케쥴대로 움직여야죠.ㅋㅋ
일욜은 고등학교 독서회 문학기행으로 장성 홍길동 생가와 축령산에 갑니다.^^

꿈꾸는섬 2010-10-22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친구중 하나는 자기가 결핵에 걸린줄도 모르고 지나간 친구도 있어요. 약 잘 먹고 푹 쉬고, 잘 먹으면 곧 완쾌 되겠죠. 하지만 내 아이가 아프다는 건 속상한 일이긴 해요.ㅜㅜ
ㅎㅎ그래도 부석사 문학기행 떠나신 순오기님 정말 대단하세요.^^ 잘 다녀오세요. 다녀오셔서 맛난 것 많이 만들어주세요.^^

순오기 2010-10-22 23:24   좋아요 0 | URL
모르고 지나는 사람도 있다네요~ 잘 먹고 잘 자고 건강을 회복해야죠.
부석사~ 정말 좋았어요.
오늘은 고기를 안 먹여서 택시비 아껴 통닭구이 사가지고 왔어요.^^

마노아 2010-10-22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쿠! 정말 식겁할 일이었군요! 식구들이 함께 애써주니까 금방 털어내겠죠. 화이팅입니다!
그리고 물론 부석사 여행은 다녀오셔야죠. ^^ 문학기행도 화이팅이에요~

순오기 2010-10-22 23:35   좋아요 0 | URL
정말 식겁이죠~~ 문학기행은 좋았고요!^^

BRINY 2010-10-22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학교도 1년에 한두명씩은 꼭 결핵환자 나와요. 게다가 결핵은 전염되잖아요. 결핵환자 발생할 때마다 그 반 수업 들어가는 교사들까지 다 검사 들어가구요. 몇년전에 한 명은 휴학까지 했었지만, 그래도 요즘은 약 잘 먹으면 낫는다니까 너무 걱정마세요.

순오기 2010-10-22 23:36   좋아요 0 | URL
의외로 결핵환자가 나오나 봐요. 교사는 결핵검진 필수!!

전호인 2010-10-22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궁 저런.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 요즘은 먹는 것 잘먹고 약 꼬박꼬박 섭취하면 완쾌되니까요.
나이들어도 절대 담배는 못하게 하시면 됩니다.
완치된 후 엑스레이를 보면 달리보이긴 합니다.
그나저나 한번 먹을 때마다 한웅큼씩 먹어야 하는 약이 장난아닌데......
약만 먹어도 배불러요. ㅠㅠ

순오기 2010-10-22 23:37   좋아요 0 | URL
담배는 군대 가서 안 배우면 되는 거죠?ㅋㅋ
그러게 뭔 약이 그리 많은지 한 주먹이에요.

2010-10-22 16: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10-22 23:51   좋아요 0 | URL
그러셨군요~~~~ 정말 건강이 제일 중요하죠.
홍삼과 비타민도 챙겨 먹여야겠어요.
큰딸은 사다줘도 기숙사에서 착실히 먹질 않아서 아들은 아직 안 먹였네요.ㅜㅜ
부석사~ 눈물 나게 좋은 곳이었어요? 녜~ 아주 좋았어요. 날씨가 좋아서 능선 넘어 능선~ 이 다 보였어요.^^

2010-10-22 1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10-22 23:53   좋아요 0 | URL
아~ 그랬구나~ 지금 건강하니까 됐어요. 토닥토닥~~
날마다 맛난 음식 해줘야죠~~~~ 세끼를 고기로 먹을 줄 몰랐다네요.ㅋㅋ

blanca 2010-10-22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어째요...빨리 나아야 할텐데..약 꼬박꼬박 잘 먹으면 완치 된다니 걱정 마세요...더 건강해질 거예요...요즘 안그래도 건강한 성인남자들도 많이 걸린다고 하더라구요. 어여 건강해져라!

순오기 2010-10-22 23:55   좋아요 0 | URL
예~ 걱정하진 않아요, 잘 먹이는 일에 중점을 두지요.
어여 건강해져라~~~~얍! 접수했어요, 감사~~~ ^^

울보 2010-10-22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아드님도 고생이시고 순오기님도 고생이시겠네요,
빨리 쾌차하기를,,

순오기 2010-10-22 23:56   좋아요 0 | URL
예~ 고마워요, 고생하는 건 별로 없어요.^^

같은하늘 2010-11-01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우째 이런일이 다 있데요...
그럼 지금도 집에 있는건가요? 요즘은 약이 좋아서 음식 잘 먹고 약 챙겨 먹으면 좋아진다니 다행이예요.
완쾌라는 소식이 빨리 들리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