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염전 이야기 - 신안군 증도

아이들이 크면 가족여행도 힘들다. 머리 컸다고 억지로 끌고 가는 것도 안 먹히니 가족사진 찍기도 힘들고. 그래도 올해는 가족 사진이라도 한 장 남겼으니 운수대통 할 조짐이 보인다.

퇴직하고 사진에 취미 붙인 큰시숙님 덕분에 가끔 집안 행사가 있을 때 가족여행의 호사를 누린다. 새해 첫날 신안 해저유물을 건져올린 증도, 일명 보물섬에 콘도 예약했으니 선착장에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숙박과 먹을거리 책임져주는 1박 2일을 누리면 되는 거지만, 그래도 염치는 있어 뭘 준비해야 될까 여쭈었다. 다른 건 준비됐으니 당일 배타고 들어가 먹을 점심과 식구들 베개를 가져오란다. 아버님과 형님댁 세 식구에 우리가 다섯 식구니 베개가 부족할 거 같다고... 

하여간 새해 첫 날, 6시 30분에 일어나 김밥 쌀 준비를 했다. 아홉식구의 점심과, 아침에 우리 식구가 먹을 것까지 스무줄의 김밥을 말았다. 인증 샷~~~^^ (모든 사진의 시간에서 빼기 37분)



우린 애들 어려서부터 엄마가 일일히 챙겨주지 않아서 각자가 치솔 수건, 갈아입을 옷과 양말, 읽을 책 등 알아서 챙긴다. 이번엔 베개까지... 우리애들 표현대로 일명 '서바이벌'ㅋㅋㅋ
기분 좋게 출발했는데, 함평을 막 지나서 타이어에 펑크가 났다. 12시 배 시간에 맞추긴 이미 틀렸지만... 기아서비스에서 신고하고 10분 만에 도착해 타이어 교체도 10분이 못 걸려 금세 끝냈다. 우리 큰딸이 하는 말, "자기 토정비결이 엄청 좋아서 이 정도로 2009년의 액땜을 한 것"이라나 뭐라나~ㅎㅎㅎ 

신안군 지도면 사옥도 선착장에 도착해 막 승선하는 1시 배를 타게 됐다. 기다리던 시숙님은 따라오라며 차를 몰고 배에 올랐다. 우리 차는 선착장에 두고, 각자 짐보따리 챙겨 배에 오르는데 베개를 하나씩 끼고 배를 탔으니...우리 애들 쪽팔려 죽는 줄 알았단다.ㅋㅋㅋ 
"얘들아, 살면서 쪽 팔릴 일이 어디 한두 번이겠냐? 미리 연습해보는 거야~ㅎㅎㅎ"
"이사람아~ 베개를 보자기에 싸와야지, 어떻게 알로 들고 와?" 
큰동서가 한마디 거들자 이넘들 맞아 맞아, 엄마를 성토하느라 와글와글 난리 났다~~~~ㅎㅎㅎ  


   
위 사진은 돌아오면서 찍은 거지만, 어쨋든 아름다운 보물섬 증도에 들어갔다. 눈보라도 치고 바람이 엄청나게 불어 숙소에 가면서 한바퀴 돌아보았다. 박성우의 시 '소금벌레'를 생각하며 염전과 소금창고를 둘러봤다. 네모 반듯한 칸들이 바닷물을 증발시켜 소금을 만들어내는 염전이다.

  

소금창고들이 주욱 이어져 있는데, 차속에서 찍었더니 별로 건질만한 게 없었다. 돌아오면서 다시... 


 
신안해저 유물을 건져 올린 근처 언덕에 이런 기념비를 세웠는데, 꼭 거시기 같더라는~~~ ㅜㅜ 



이 곳에서 서북방 2,750미터 지점(동경 126도 5분 6초, 북위 35도 1분 15초)에서 중국 원나라 시대의 많은 유물이 발굴 인양되었다. 해저 발굴은 1976년 1월 어부가 그물에 걸려 나온 도자기를 신고함으로 시작되었다. 발굴기간은 1976년부터 1984년까지 9년간 계속되었다..... 이런 설명이 써있다



바람이 세차 파도가 장관이었지만, 우리 식구들 날아갈 뻔했다. 숨도 쉴 수 없을만큼 강풍...... 



그리고 오진희의 만화로 친숙한 짱뚱어~~~ 장뚱어 다리를 걸어갔다 오면서도 날아갈 뻔... 다행히 큰딸을 제외하곤 우리식구가 다들 무게가 좀 나가기에 무사 귀환.^^ 





갯벌에 난 구멍은 바로 짱뚱어들이 쏙쏙 들어간 구멍~~  아마도 추워서 깊숙이 숨어 있을 듯... ^^


  
해안가 소나무 숲을 달려 모래가 곱기로 소문난 해수욕장을 지나는데 잠시 내렸다.





아들아~ 이렇게 팔짱을 끼고 저 모래사장을 끝없이 걸으며 데이트 하는거야~ ㅎㅎㅎ



차로 되돌아가면서 아들녀석의 외줄타기 시범~~~ 장생과 공길이가 생각나누나~~ㅎㅎㅎ
 

바람이 너무 세차 차속에서 김밥을 먹으며 하룻밤 재워줄 '엘도라도 콘도'에 도착했다. 바다를 원없이 볼 수 있도록 해안가에 자리잡은 숙소를 배정받고... 28평형 콘도로 16만원 정도 하는데 형님이 50% 할인권을 가져와 8만원쯤 지불... 아버님이 어지럽다고 안 오시고, 큰집 조카가 안와서 형님 내외와 우리식구 뿐이라 널널하게 잘 지냈다. 형님은 떡국과 갈비에 생선회까지 준비하셨고, 메생이 감태도 사와서 잘 먹고 잘 놀았다.

 

술은 어른들한테 배워야 한다며 큰아버지가 한 잔 따라 준 술을 홀짝 마시는 아들 녀석, 인증 샷~ 



시숙님은 180이 넘는 키에 날씬하시고, 울남편은 키 174에 마누라도 모르는 몸무게는 군사기밀?ㅎㅎㅎ 다도를 즐기는 시숙님, 배에서도 내가 준비한 따뜻한 물로 보이차를 주시더니 콘도에서도 애들과 더불어 분위기 잡으셨다.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와 파도소리는 그야말로 환상이었다.


 
밤새 장 콕도가 읋은 시처럼, 내 귀는 소라껍질이 되어 바다의 자장가를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파도는 잠잠하고 해님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거실 창으로 보이는 풍경은 바라만 봐도 좋았다.


 
아침을 먹고 카메라를 둘러 멘 시숙님 따라 우리식구 바닷가 탐색길에 찍은 가족사진인데, 아마도 6년만에 찍은 듯하다. 까치발을 들었는데도 내가 제일 작구나~~ㅎㅎㅎ





굴(석화)이 달라붙은 바닷가 바위들~ 조금 큰 것은 다들 깨서 먹었는지 하얗게 속껍질이 보인다.





 

바닷가에서 본 콘도의 뒷모습, 콘도 지은 사람은 대박이 났다던가~~ 실내는 고급스럽게 잘 꾸몄는데, 신안군에서 섬을 싼값에 매입해 줘서 한 동에 3억 정도로 분양했다고...  여기에 해수찜도 할 수 있고, 해저유물 전시관도 있어 학습에도 도움이 될 듯하다.



사진촬영에 여넘이 없는 시숙님도 한번 잡아보고.......

그만 숙소로 돌아가려는 식구들을 이끌고 해안가 소나무숲 철학의 길을 걸었고......


바닷가로 내려가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며, 저 건너 또 다른 섬을 감상하기도... 


저 모래사장에 우리 다섯 식구의 발자국을 찍으며 추억 만들기 완수!

 
가운데 아빠 발자국 옆으로 설정한 우리 다섯 식구 발자국~~~ ^^


아버님이 안 오셔서 예정보다 빨리 나왔다. 목포 아버님 댁으로 가 점심 챙겨드리고 청소하자고...
우리가 타고 나온 배, 섬에 들어갈때는 돈을 안내고 나올때만 돈을 낸다. 왕복요금으로 차는 2만원, 사람은 1인당 3,600원~~~~

우리차가 마지막으로 탔는데~~~ 덕분에 뱃머리 찻속에서 제대로 감상하고 제일 먼저 나왔다. 




 
보이는 막대기들은 김발을 설치한 것...


제일 먼저 배에서 내려 우리 차로 갈아타고 아버님댁으로 가다가 신안대교(?) 다리위에서 찍은 것.


민경이까지 모두 할아버지 침실, 거실, 주방 청소를 하는데, 울남편 혼자 개하고 놀았다. 큰아버지가 아이들한테 한말씀 하시기를, '막내라고 무얼 안 시키면 평생 막내 마인드야, 봐라 모두 청소하는데 혼자만 밖에서 개하고 놀잖아~' 내가 이런 남자랑 산다. 그래도 점심 먹고 화장실 변기 손봐준다고 쬐금 뭔가 하는척하긴 하더라~~~ㅜㅜ
 
요즘 인기프로그램인 텔레비전의 '1박 2일'을 우리도 했다는 거~~~ 달랑 한 장이지만 가족사진을 남겼다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여행이었다. 일년에 한 두번은 가족여행 하면서 추억도 만들어야 하는데, 애들이 커버리고 살다보면 그게 잘 안 되니까 애들 어려서 내맘대로 할 수 있을 때 끌고라도 다니는 게 장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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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9-01-03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애들도 이제 안다니려고 합니다.
멋진 여행 하셨네요.
바다는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

순오기 2009-01-03 21:58   좋아요 0 | URL
초등 5~6학년이면 안 다니려고 하지요.^^
겨울바다는 역시 동해바다가 멋진데 거기까지 가기는 어렵고..

행복희망꿈 2009-01-03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멋진곳으로 가족과 여행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지요.
전 언제 그런날이 올런지~ 남편의 협조를 구해야겠네요.
올해는 더 많이 행복한 날들 되세요.

순오기 2009-01-03 21:59   좋아요 0 | URL
우리도 형님 덕분에 한번씩 가게 돼요.
우리끼리는 어렵더라고요~~~ ㅜㅜ

건조기후 2009-01-03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맞이 제대로 하셨네요^^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크크.. 베개; 막내따님은 콘도 안에 들어가서도 끌어안고 있네요 아하하^^:
올해도 즐겁고 행복한 순오기님 가족이 되시기를요~*

순오기 2009-01-03 22:00   좋아요 0 | URL
저 베개를 차에서나 콘도에서나 끼고 놀았어요.ㅋㅋㅋ
나중에 지들도 그런 얘기하면서 웃겠죠~~^^

울보 2009-01-03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정말 멋진 새해를 맞이하셨네요,,
저는 옆지기 몇일 쉬는데 그냥 집에서 류따라 왔다 갔다 하고 있어요,,,ㅎㅎ

순오기 2009-01-03 22:02   좋아요 0 | URL
식구가 조촐하면 나서기도 더 좋을 텐데~ 류 입학기념 여행 다녀오세요.^^

희망찬샘 2009-01-03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너무 부럽습니다. 정말 좋은 시간을 가지셨네요.

순오기 2009-01-03 22:02   좋아요 0 | URL
예에~ 좋았어요.^^

무스탕 2009-01-03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덕분에 좋은 구경 했습니다 ^^
저희 애들도 이제 슬슬 따로 놀려고 하더라구요 -_-

순오기 2009-01-03 22:03   좋아요 0 | URL
ㅋㅋ 따로 놀 때가 됐지요~~
까짓거 따로 놀고 싶어하면 냅두고 두분만 다니셔요~ 뭐 사정할 필요 있나요?^^

프레이야 2009-01-04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가족여행 너무 멋져요. 잘 다녀오셨네요.
증도라면 드라마 '고맙습니다'의 배경이 되었던 그 아름다운 섬이던가요.
술 한 잔 하는 아들 ㅋㅋ

순오기 2009-01-04 14:52   좋아요 0 | URL
중3이면 술 한잔 할만한 나이죠?ㅋㅋㅋ
드라마는 안 봐서 모르겠네요~

마노아 2009-01-04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9년의 시작이 근사해요! 가족 사진도 찍고, 보물섬도 구경하고요.
가족 발자국 사진 아이디어도 훌륭해요! 센스쟁이 순오기님!
근데 베개 사진은 없나요? 그 사진이 대박일 것 같았는데 말이지요.^^;;;

순오기 2009-01-04 14:54   좋아요 0 | URL
베개들고 찍을 상황이 못 됐지요. 빨리 배를 타야 했고...쪽팔림의 극치!^^
발자국 괜찮았나요? 내 발자국만 잘 안 나왔어요.

꿈꾸는섬 2009-01-07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에 보물섬으로 가족 여행 다녀 오신 것 보니 저희도 아이들 커도 지금처럼 열심히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드네요. 신안군 증도..한번 가보고 싶네요.

순오기 2009-01-09 07:21   좋아요 0 | URL
소나무집님 서재에 가면, 증도 염전에 대해 자세히 올려있어요.
문화유산해설사님과 동행했기에 잘 돼 있어요. 아이들을 데려가 소금박물관에서 체험도 했고...아이들이 소금에 대해 알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