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수업중에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는데 우리 막내 민경이를 찾는다. 경찰서라니까 순간적으로 긴장감이 팽팽하게 당긴다. 별일은 아닐거야 심호흡을 하고 무슨 일인지 물었다.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를 당했습니다."

아니, 어디에 뭘 올려서 고소됐나 물었더니 개인블로그에 '가즈나이트'를 올렸단다. 군포경찰서에서 협조요청이 들어왔는데 아이가 중1, 95년생이라니까 14세 미만이라 큰 일은 없을거라고 했다. 본인이 글을 올린 걸 인정하면 그 다음 단계를 알려준다고 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민경에게 설명했더니,

"엄마, 세상 정말 무섭네. 난 그런게 걸리는 줄 몰랐어!"

흐흐 살다보면 세상 무서운 게 어디 한둘이겠냐만, 어린 나이에 이런 걸 알았으니 앞으로 저작권법으로 걸릴 일은 하지 않고 살거라고 위로를 삼았다. 아침에 다시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본인이 정확히 뭘 올렸는지는 모르는데 가즈나이트 올린 건 인정한다고 전했다. 다음 절차는 대리고소인인 '굿모닝 법조타운'에 전화를 걸어 지시를 받으라고 했다. 알려준 번호로 연락하니 14세 미만임을 증명할 수 있는 주민등록 등본이나 초본과, 저작권자 앞으로 A4 3~4장의 반성문을 써서 보내라는 것이다. 우리 민경이, 오늘 돌아오면 반성문을 열나게 써야할 거 같다. 민경이만 써도 될까? 보호자인 엄마도 한장쯤 죄송하다는 반성문을 써야되지 않을까? 살다보면 반성문 쓰는 일도 생기는구나~ㅎㅎㅎ

친절한 경찰아저씨, 위에 언니 오빠가 있다니까 14세 이상 큰 애들이 저작권법에 걸리지 않도록 단단히 주의 주라고 하셨다. 예에~ 14세 이상이면 실형을 살거나 벌금형을 받는다는 걸철저히 교육하겠습니다!! 대체 '가즈나이트'가 어떤 건지 검색이나 해보자. 헉~ 15권이나 되는 환타지 소설이네. 전에 우리 애들이 빌려다 보던 그거였구나! 알라딘에 나온 저자소개를 보니 '군포' 출신이다. 그래서 군포경찰서에서 연락 왔구낭. 에구~ 미안하니까 가즈나이트 소개나 좀 해주자. 설마 이거 올렸다고 저작권에 걸리는 건 아니겠지? ^^

이경영 - 1978년 군포시에서 태어났다. 1995년 PC통신을 접하면서 글을 시작했고, 1999년 소설 <가즈 나이트>로 데뷔했다. 지은 책으로 <가즈 나이트>, <이노센트>, <리콜렉션>, <BSP>, <비그리드>, <레드혼>, <용제전 - 가즈나이트 외전> 등이 있다.




100년 전의 응어리들이 다시 드러나면서 잊고 있던 전쟁의 광풍이 다시 몰아치는 말스 왕국, 자신이 공주인지도 모르는 앳된 산마을 아가씨 레나 베자스를 데리고 최강의 능력을 가진 남주인공 리오 스나이퍼가 말스 왕국의 질서를 제자리에 돌려 놓기 위한 여행을 떠나 왕국의 중심으로 향하면서 차례 차례 치르게 되는 숱한 접전과 모험.

지은이가 고등학교 때부터 통신에 연재하기 시작한 시리즈물이다. 일곱 명의 가즈 나이트들은 현실에선 일상적인 생활을 하다가 주신으로부터 임무를 하달 받으면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차원계를 넘나들며 임무를 처리해야 한다.

공간 이동을 한다는 것 말고도 이 소설의 배경이 특별한 점은 현재와 과거의 구별이 뚜렷한 차이점이 없다는 점이다. 엘프 족, 마족, 소머리를 한 옥스 족, 용족 등이 등장하고 왕과 공주가 등장하는가 하면 그와 함께 군대와 해방군이 등장하고 병원이 등장하고 솜사탕과 농구가 등장한다. 틀을 거부하는 판타지의 룰을 지은이 나름의 방식으로 따랐다고 볼 수 있다. 다양한 차원의 이야기가 속도감 있고 스릴 넘치게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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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08-10-24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이 많이 놀라지는 않았나요? 순오기님께서 많이 놀라셨죠? 따님이 모르고 했는데 반성문이라니....그냥 말로 타일러도 될 것 같은데....^^ 요즘은 저작권 때문에 블로그에 글 올리는 것도 겁이 납니다. 근데요...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나서 출판사와 책 제목. 그리고 지은이 이름을 올려도 저작권에 걸리는 건가요?
정말 무섭습니다.

순오기 2008-10-24 11:33   좋아요 0 | URL
흐흐흐~ 살면서 놀랄 일이 어디 한둘이겠어요. 목숨에 관계없다면 그리 크게 놀라지는 말아야지요. 14세 미만이니까 반성문으로 대신 하겠죠.^^
블로그에 그런 정도 올리는 건 저작권과 관계 없고요 우리아이는 내용을 복사해서 올렸나 봐요. 저작권법 위반 기념으로 이책을 사줘야 하나 생각했어요.ㅋㅋㅋ

eppie 2008-10-24 11:41   좋아요 0 | URL
soon mi 님,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그 작가(혹은 화가, 만화가, 음악가)가 밥 벌어먹는 데 피해가 갈 만한 일만 안 하시면 됩니다. 내용을 전부 타이핑해서 올리거나, 그림책 혹은 만화책 내용을 전부 스캔해서 올리거나, 음악파일을 전부 올려서 다운받게 하거나 하면 확실히 저 사람들의 밥벌이에 피해를 끼치겠지요? '좋아서 나누려고' 올려놨다는 말을 많이들 하지만, 그건 인정이 아니라 도둑질입니다. 좋으면 사서 보게 해야지요. 자기가 사서 선물하거나.

작가는 칭찬만 먹고 사는 생물이 아닙니다. 인간인 이상 밥도 먹고 집세도 내야지요. 전업작가의 밥이 어디서 나오겠습니까?

순오기 2008-10-24 12:15   좋아요 0 | URL
예~ 고맙습니다. 그래서 저도 기념으로 이 책을 사줄까 생각했어요.^^

바람돌이 2008-10-24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이런 일이 심심찮게 일어납니다. 저희도 얼마전에 요거에 대해서 교육을 했었거든요. 14세 이상일 경우 형사처벌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심각해지죠. 뭐 실형 이런거까지는 안가지만 보통 벌금형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 액수가 1,2백만원까지 되는 경우도 제법 있나 보더라구요. 큰 아이들이 아니어서 다행이라 생각하시고 아이들에게 조심 시키시면 되겠네요. ^^

순오기 2008-10-24 11:35   좋아요 0 | URL
예~바람돌이님, 오늘 확실하게 설명하려고 저작권법 공부하고 있어요.^^ 큰애들이 그랬으면 돈 좀 들었겠죠~~ 돈도 굳었는데 먹고 싶다는 자장면이 사줄까?ㅎㅎㅎ

무스탕 2008-10-24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간 군포사는 무스탕 뜨끔했습니다 (왜~?)
민경이가 일찌감치 세상 뜨거운 맛을 봤네요 ^^;

순오기 2008-10-24 11:35   좋아요 0 | URL
헹~ 군포라는 이름만으로도 뜨끔했군요.ㅎㅎㅎ
민경이가 경험한 세상맛이 사는 데 도움이 되겠죠!^^

메르헨 2008-10-24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헉..변호사들이 요즘 그런 일에 매달린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인터넷을 뒤지면서 책을 스캔해서 올리거나 그런거 찾는다네요.
반성문으로 끝나서 다행입니다.
기본 50만원에서 위에 바람돌이 님 말씀처럼 2백만도 넘는 경우가 생긴다더군요.
휴...읽으면서 가슴 졸였습니다.^^

순오기 2008-10-24 12:16   좋아요 0 | URL
휴~~ 가슴 졸였다니 죄송~
이렇게 경험하면서 세상살이를 배워가는 거겠죠.^^

마노아 2008-10-24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곡, 깜딱 놀랐겠어요! 가즈나이트 본문을 올렸다는 얘기에요? 전 아는 후배 녀석이 저작권 관련 두 건을 고소 당해서 벌금을 백 단위로 냈어요. 얘기 들으니까 심장이 벌렁벌렁.
민경이가 이번에 쓴 경험을 했네요. 에공, 14세 미만이라 그나마 다행다행...ㅠ.ㅠ

순오기 2008-10-24 12:19   좋아요 0 | URL
인터넛에 연재되는 걸 읽으며 아마 몇번 자기 블로그에 올렸나봐요.
오늘 변호사 사무실에서 들은 얘기라 아직 민경이는 정확히 몰라요. 언제 올렸는지는 기록에 없고 발견한 게 8월 21일이라고 하더군요. 어제는 내가 뭔지 정확히 몰라서 민경이랑 확인을 못했어요. 오늘 민경이 블로그 확인해봐서 반성문에 넣어야 될 거 같아요. 엄마도 작가에게 사죄의 글을 써야 될거 같고...

Mephistopheles 2008-10-24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봐도 저작권법이라는 것이 양날의 칼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악용하면 개판 오분 전이 되버리니까요..그런데 악용하는 악덕변호사들이
꽤 있다더군요..^^

순오기 2008-10-24 12:21   좋아요 0 | URL
그런 면도 있지만 창작하는 분들을 위해선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잘못된 도용을 하지 않도록 교육도 해야 될거고요. 덕분에 공부했어요.^^

프레이야 2008-10-24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민경이가 마음의 상처를 받진 않았나 모르겠어요.
좋은 경험이라 여길 거에요.
그런데 반성문 길이가 그렇게나...

순오기 2008-10-24 17:49   좋아요 0 | URL
흐흐~ 좋은 경험이었다 생각하네요. 벌금도 안내고 돈도 굳었으니 자장면 사준다 했더니 그러기엔 염치없대요.ㅋㅋㅋ
반성문이 너무 많죠? 글씨를 큼직하게 써야지요~~~~

하양물감 2008-10-24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친구도 인터넷이 막 유행할 때 올렸던 글인데, (올렸는지 기억도 못하고 있으며, 그 홈페이지는 개점휴업상태였음) 경찰서에서 전화와서 백만원대 벌금을 물었답니다...

순오기 2008-10-24 17:50   좋아요 0 | URL
어머나~ 정말 14세 넘었으면 클날뻔 했네요.
저작권법 위반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어요.ㅜㅜ

잎싹 2008-10-24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 백만원대.....
정말 큰일 날 뻔 했네여~

순오기 2008-10-24 20:49   좋아요 0 | URL
실제로 벌금을 물은 사람이 의외로 많은 걸 보니 조심해야겠어요.
오늘 돈 벌었다고(?) 위로차 자장면 시켜 줬어요.ㅋㅋㅋ

울보 2008-10-24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놀라셨겟어요
정말 인터넷이란것 잘알고 써야 할것같아요
민경이도 놀랏겠네요..그래도 다행이예요 반성문에서 끝나서,,에고에고,

순오기 2008-10-24 20:51   좋아요 0 | URL
좀 놀랐지만 정말 다행이지요.
에고~ 반성문을 서너장이나 써야한다니 그도 만만찮아요.ㅜㅜ

행복희망꿈 2008-10-24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많이 놀랐네요.
무슨일이든 신중해야 겠네요.

순오기 2008-10-24 21:33   좋아요 0 | URL
덕분에 저작권법 위반의 심각성을 알게 되었어요.
미래에 가래로 막을 걸 호미로 막았다 생각해요.^^

안녕반짝 2008-10-29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저작권법에 벌벌 떨고 있는 1인입니다.
책을 타이핑 해서 올리진 않았지만, 은연중에 올린 것이 혹시 걸리지 않을지.
예전에 파파라치처럼 전담하는 알바들이 있대요. 그래서 저렇게 심심치 않게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순오기 2008-10-29 20:51   좋아요 0 | URL
어머나~ 그럼 벌벌 떨지 말고 삭제하면 안되나요?
별일 없기를 바래요.

BRINY 2008-10-29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일이 있었군요. 저작권법 위반에 대한 심각성, 정말 어린 학생들부터 알아야해요.

순오기 2008-10-29 20:52   좋아요 0 | URL
정말 중고등생들은 철저히 교육해야 할 것 같아요. 1년 뒤에 이런 일이 있었다면 큰일날 뻔 했지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