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Life of Henrietta Lacks (Paperback, Large Print)
Skloot, Rebecca / Large Print Press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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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거는 인생 책이다. 암세포는 세포분열을 어느 순간 끝내고 죽는 보통 세포랑 다르게 계속해서 분열을 해서 암세포인 걸로 알고 있다. 생물학 수업 들으면서 HeLa cell에 대해 종종 들었었는데, 대학 졸업 때 쯤 이 책을 알게 됐다. 아마 지식채널e에선가 처음 봤고, 58년인가 자궁경부암으로 죽은 이 사람이 당시 흑인이었기 때문에 아무 병원이나 갈 수도 없었고 존스홉킨스 병원에서도 별도의 colored출입구를 통해서 가게 됐는데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거지… 의사는 동의도 안 구하고 환자의 자궁경부암세포를 일부 채취했고 그게 훗날 생물학 의학계에서 대학마다 갖고 있는 헬라 셀…이 된 거고. 헬라셀을 사용한 연구가 오만가지인데 정작 그의 아이들은 힘든 삶을 살고 있었고. 르포에 가까운데 어찌나 소설보다 더 읽기가 힘든지 읽는 내내 엄청 울었다. 나중엔 눈에 팅팅 붓고.
이 책은 진짜 인권쪽으로 혁혁한 공을 세웠지 않나 싶다.
해리포터,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의 기묘한 경우,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와 함께 내 탑5다. 뭐랄까 세상이 살만하다고 느끼고 싶을 때 읽는 책들. 비소설 가운데는 단연 one and only다. 어려운 책은 한글로도 읽지 않기 때문이다 ㅋㅋㅋㅋ
그러고 보면 난 늘 찰스 디킨스! 윌키 콜린스! 토마스 핀천! 마가렛 애트우드!를 외치며 그 처돌이라고 주장했는데 베스트에는 엉뚱한 사람들 뿐. ;; ㅋㅋㅋ 뭐 어찌됐든 좋은 게 좋은 거. +_+

최근 판에 남길 걸 그랬나;;
리디아 강 너무 기대 된다. 읽으려고 줄세운 책들이 너무 많고 읽는 속도도 느리고 답답해에에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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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1-14 10: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르소나님의 리뷰 읽고 번역본 있나 찾아봤더니 있지만 오래전에 절판된 책이네요. 재입고 알람 신청해두고 왔습니다.

Persona 2021-01-14 10:17   좋아요 1 | URL
헐! 정말 절판됐네요. ㅠㅠ 작가가 헨리에타 랙스 재단도 만들고 도서 수익금일부도 그리로 들어가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아쉽네요. ㅠㅠ 좋은 책인데.

미미 2021-01-14 10: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인생책이라니..저도 이런책 원서로 막 읽고싶어요! 근데 현실은 해리포터 사놓고 1권보다 가 작년에 멈춤ㅋㅋ 덕분에 자극되기도 하고요. 매일 조금씩이라도 읽어볼까봐요.

Persona 2021-01-14 10:49   좋아요 2 | URL
네네! 저도 맨처음 시작은 로알드달이랑 해리포터 시리즈로 시작했어요. 첫 챕터는 졸다가 읽다가 졸다가 읽다가 하면서요. 시리즈나 한 작가로 쭉 보면 그 작가가 잘 쓰는 어휘에 익숙해지다보니 그 작가거는 속도가 확 붙고 그러다보면 어휘량이 늘어서 조금씩 나아지는 거 같아요. 암기 못하는 편인데도요. 저도 하루에 40분씩 읽어서 해리포터 6권까지 8개월간 읽었던 것 같아요. 처음엔 반 챕터 읽는데 40분 걸렸는데 이 시리즈가 갈수록 두꺼워지잖아요? 나중에 가면 각권 읽는 속도가 비슷비슷하더라는 기억이 있습니다. ㅋㅋㅋㅋ 두꺼운 걸 1권 읽는 시간만큼 읽으니 좀 빨라진 거겠죠? ㅋㅋ
파이팅입니다!
 

기대평.

개정판이 나오다니!!! 이십 대의 나는 읽고 반해서 학원이나 학교나 애들 가르치고 헤어질 때 늘 선물했던 책 중 하나였는데, 지금은 어떨지 광장히 기대된다. 근데 이제는 예전처럼 빡빡하게 안 짤듯. 할 일이 없기도 하고 사실 세상과 나 사이의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가능성 자체가 이제는 별로 없는 느낌. 계획 지키다 건강 상한 게 지나고 보니 눈에 보여서. 그래도 요즘 약속 까먹지 않게 다이어리는 필요한 거 같다. 그래 건강관리도 하고 하면서 시간관리 하면 되지. 노는 시간도 계획해서 놀면 되잖아! 아무튼 조만간 살 수 있으면 좋겠다.
하도 선물하고 빌려주느라 스무권은 넘게 샀던 거 같은데 정작 내가 가진 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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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던 독서노트 어플에선 못 찾겠다;;

이 책 다시 찍을 땐 ‘공생가설’에서 등장하는 류드밀라 마르코프가 류드밀라 마르코바로 나오면 좋겠단 생각이 살짝 든다. 여자이름이니까 성도 여성형으로… 근데 이것도 세계관일까? 여성 이름에서도 여성형 안 쓰는 세상이 설정인 거면 마르코프가 좋은 거 같기도.



작가가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어서인지 단편에서 장애인이 나올 때는 거의 청각장애로 나오는 거 같다. 이 단편 처음 읽을 때 장애인 뽑았다고 논란의 여지가 나오는데

‘재경은 전정기관 이상 외에는 큰 건강 문제도 없었고’
236/275

이 부분을 보니까 뭐랄까, 이런 일이 없다고는 할 수가 없어서 뭔가 더 공감이 갔다고 해야하나. 그 장애나 질환을 가져 보지 않은 사람들이 ‘아프다’고 표현하는 거. 참 밥맛 떨어지는 일인데;; 그런 일들이 조로록 떠오른다. ‘아플’사람이라 배제하는 거.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당사자성에 대해서는 까도까도 할 말이 많다.

작가의 장애 역시 다른 능력을 의심받을 정도로 독자로서 나는 크게 받아들인 적이 없는데, 한쪽 귀에 문제가 생기거나 한쪽 눈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나도 많이 보아왔기도 하고 남은 걸로 살수가 있어서 사실 그 인터뷰 보고도 금방 잊어버렸었다. 그런데 이렇게 다시 나올 때마다 내 질환이나 장애로 열등인간 취급하고 공정성에 의심하는 무리들을 보면… 예, 중요한 대목도 아닌데 빡이 칩니다.
대한민국 서른 이상의 성인 7-8명중 한명이 당뇨거나 당뇨임을 스스로 부정하는 사람인데, 근데 당뇨라고 입사 못 시켜준다는 말을 한 세번 들었습니다. 그냥 나이 많고 여자라 곧 시집가면 손해다 그렇게 말하세요. 그게 덜 황당함. 기저질환자나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아픈’게 아니고 그걸 안경 쓰는 거 틀니 끼는 거 가발 쓰는 거 그런 생활처럼 일상으로 당면하는 거라 별로 특별하고 대단하게 엄살 부릴 게 아닌데, 왜 지레 그걸로 일 못시킨다는 거야. 못할 거 같음 지원을 안 했지. 말초신경에 문제 생겨서 복합부위통증증후군 같다고 할 때도 공장일 했어. 통증은 늘 있는 거라 딱히 어느 시점부터 언제까지 아프다 할 수 없었고 그래서 비명도 못 지르고. 울면서 일했다고. 근데 ‘아프’지 않다는데 왜 일을 못 시켜. 병력 조사하고 낙인찍고. 싫어요 그런거. 내가 안 아픈데 왜 자격미달이랴.

실력 ‘보정’이라니… 참… 참담하다.


‘어떤 사람들은 재경이 인류를 대표하기에 불충분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어떤 사람들은 재경이 인류의 소외된 사람들을 대표하여 우주로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경은 과소대표되면서 동시에 과대대표되었다.’
237/275
하긴 대표는 총대 메고 싶은 사람들이 하는 거지 대표성을 갖는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 실험적으론 랜덤으로 표본 뽑는 거고. 근데, 모집단이라 해서 표본집단들의 대표성을 의심할 자격은 있는 거냐고ㅠㅠ 동양인, 여성, 비혼모가 하자품이냐고요. 진짜 이 책은 내내 신기하다. 최첨단 시대에서도 어떻게 사람들 수준은 달라지는 게 없는 세계관들 뿐이야.

필요이상으로 열내고 있음;;

항공우주국이 제안한 새로운 방식은, 기존의 생명체가 아니라 변형된 생명체를 터널 너머로 보낸다는 발상이었다.

판트로피, 우주의 극한 환경에 맞추어 생명체를 개조한다는 아이디어는 지금껏 소설 속 상상으로만 존재했을 뿐 실행된 적이 없었다. 지구를 떠나 다른 세계에 적응하여 살았던 세대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초의 판트로피, 훗날 사이보그 그라인딩이라는 정식 명칭이 붙은 이 프로젝트는 인간을 우주 거주구에 적응하게 만들거나 다른 행성에서 살아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을 우주의 저편으로 보내기 위해서 가동되었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235/275 쪽

재경은 전정기관 이상 외에는 큰 건강 문제도 없었고 국제 미션 수행에 필요한 언어들을 유창하게 구사했다. 심지어…(중략)… 그러나 사람들이 생각하는 완벽한, 표준적인 우주비행사의 모습에 재경은 잘 들어맞지 않았다.

발표 이후에 한 관계자의 익명 인터뷰에서 ‘성별과 인종 쿼터를 신경쓸 수밖에 없었다’라는 답변이 나오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재경의 자격에 대한 의심과 비난이 이어지자 항공우주국은 훈련 과정에서 재경이 탁월한 실력을 보였다는 서류들을 일부 공개했다. 온라인에서는 재경이 정말로 실력이 있는 것이 맞는지, 훈련 과정들에서 그녀의 실력에 대한 ‘보정’이 작용했던 것은 아닌지 논의하는 글들이 다국적의 언어로 게시되었다.

236/275

어떤 사람들은 재경이 인류를 대표하기에 불충분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어떤 사람들은 재경이 인류의 소외된 사람들을 대표하여 우주로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경은 과소대표되면서 동시에 과대대표되었다.
237/275

탐구하고 천착하는 사람들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무엇을 이해해보려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언젠가 우리는 지금과 다른 모습으로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게 되겠지만, 그렇게 먼 미래에도 누군가는 외롭고 고독하며 닿기를 갈망할 것이다. 어디서 어느 시대를 살아가든 서로를 이해하려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싶다. 앞으로 소설을 계속 써나가며 그 이해의 단편들을, 맞부딪히는 존재들이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찾아보려고 한다.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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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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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부분도 있고, 그래서 여성서사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처음엔 느꼈다. 친가는 연합군 프랑스 부대 소속 카츄사로 참전했고 외가는 피난민이었다. 할아버지는 이 책에서 나오는 ‘남자들의’전쟁을 늘 들려주셨고 그것도 가끔은 한국군의 관점이라기보단 연합군, 외국인 입장처럼도 들렸다. ‘도와주었다’, ‘-측에 지원했다’같은 표현을 많이 쓰셨기 때문이다. 강하나 골짜기 하나 두고 총질했다시면서…. 살아남았다는 것에 대한 어떤 어리둥절함 때문인지 연합군으로 참여하셔서 그런 건지 할아버지는 늘 전쟁과 거리를 두고 말씀하셨다. 감정적인 것을 언뜻 말씀하시게 되면 대화가 금방 끊겼다. 할아버지는 자기에게 불리하게 느껴지는 것은 늘 숨기고 말 안하시는 타입이셨다. 가장으로서 권위가 하늘같기를 바랐다. 그리고 돌아가실 때까지 단 한번도 불어로 말씀해주신 적이 없다. 그렇게 ‘불어해주세요’했는데. 더 오래 사셔서 동생이 불어하는 거 보면 좋아하셨을텐데.
반면, 외할아버지와 외삼촌은 늘 여기서 나오는 ‘여자들의’전쟁을 말씀해주셨다. 늘 모두가 엉엉 울었다. 그중 제일 인상적인 외할아버지 말씀은 피난을 가든 징용을 가든 늘 사람은 옷을 품위있게 입어야 한다고 하셨다. 비싼 옷이 아니고 품위있는 옷. 그래서인지 어릴 때 엄마는 늘 나를 정장을 입혔다. 외할아버지는 티는 잘 안 내셨지만 내가 거지처럼 입고 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으셨다.
나는 어느쪽이야기를 듣건 늘 눈물이 났다.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워드 진의 관점이랑 상통하는 부분도 있는 거 같기도 하다. 권력을 가지지 않은 자들의 서술. 아무래도 그게 남성보다는 여성들에게 더 잘 드러나기야 할 테니까 여성들의 이야기 위주로 모은 건 확실히 의미가 있다.
여하튼 확실한 건 기록되지 않은 역사는 훨씬 잔인하거나 아름답거나 하다는 것. 그리고 여기 기록된 구 소련의 소녀병사들의 서사는 승전의 기록이라기 보단 패전의 기록처럼 보이는 점도 있다는 것. 독일군은 일본군 만큼이나 참 잔인했구나, 하는 생각이 자주 들었는데, 물론 반대 쪽에서도 반칙적인 사람들은 있긴 했을 것이다. 반칙적인 사람들은 어디나 있으니까. 근데 독일군, 일본군이 자행한 것들, 야비하고 반칙적인 이야기를 더 많이 들은 거 같아서 그렇게 싸잡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얘들은 다 왜 이래? 하고. 그렇다고 내가 네오나치나 우익 책을 참고 읽긴 아마 평생 못할 거고 영원히 상대가 일본이나 독일에 어땠는지는 안 듣게 될 거 같긴 하다. 피해국가가 가하는 폭력을 주장한다해도 거기엔 관대하겠지. 누가 침략하래? 하면서.
점령지마다 빨치산에게 우호적이었다고 해서 (독일군이) 죽이는 것, 적군의 소녀병사들을 죽여 잔인하게 전시해놓은 것 그런 건 정말 토할 거 같았다. 그러나 정말 가슴이 아프도록 눈물이 났던 것은 (파시스트의) 포로가 된 후 자살하지 않고 살아남은 것으로 이미 고문당하고 부상당한 그들이 빨치산과 국가에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참전을 쉬쉬해야 했다는 것.
그리고 83년 이전의 이 구술기록들 속에서도 스탈린에 대해 속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 스탈린은 자기 아들조차 포로로 생포됐다 돌아왔어도 쳐다도 안봤다고 하는데 국민들에게도 마찬가지로 가혹했다. 계속 나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그리고 소녀병사로 자원한 어린 여성들. 그것도 신기하면서도 대체 이념이 뭐길래, 싶었다. 여자니까 안전한데 있으라는데 그걸 거부하고 최전방으로 보내달라고 시위하는 모습들이 아프고 눈물났다. 피보다 진한 이념이라니. 역시 나라면 어땠을까?
그정도로 내가 나보다 최고로 치는 이념이 있었던가? 파시스트와 공산당이 각자 나라에서 국민들에게 무엇을 호소했기에 각자가 우리가 이긴다고 확신을 해왔던 걸까? 나는 당장 보수주의와 민주주의에도 이렇게 환멸인데. 내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폭력도 불사한다. 한마디로 나랑 다른 놈은 뚜드려 패도 된다, 바로 전쟁이다, 이 말 때문에 안 만나는 친구도 있는데 대체 나는 무엇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가. 나겠지. 내가 가진 최고의 신념은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겠지…. 에휴.
근데 조국을 위해 자원하는 그 마음이 꼭 사랑처럼도 느껴지더라. 그 마음으로 기꺼이 사랑(어감이 좀 이상한데 조국을 사랑하듯이)할 수 있고 어떤 희생을 할 수 있는 게 나는 이제 조국이 아니라 아이돌이나 아직 희망이 있는 아이들(내 새끼 아니어도)인 거 같아서 진짜 격차를 느꼈다. 뭘 반성해야 할진 모르겠지만 내가 뭔가 엄청 미안한 정신상태를 지닌 거 같아서 내내 찔렸다.
돌아와서 뒤늦게 나라에서 훈장받는 여성들 이야기를 보고, 쉬쉬해야 했던 이유가 혹시 위안부처럼 보여서는 아니었을까 생각했는데 아니나다를까,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예 좀 직위가 높은 남자 상관의 숙소로 자기 숙소를 옮겨다니는 여성들도 있었다. 소녀병사가 여럿이 모여있는 간호사관, 의사 이런 의무대가 아니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념이 대체 뭐길래. 신념 지키다가 마을로 돌아와선 환영도 못 받고 그러는 걸까 싶은 구석이 한둘 이 아니다. 어떻게 애한테 지령전달을 시키고 어떻게 애를 매개로 일들을 계획한단말인가 싶고. 페니키아의 몰록에게 아이를 바치는 것이 늘 끔찍한 악습 제 1위라고 생각해왔는데, 그것도 떠오르면서, 아, 이런 식으로 굳게 믿는 것이 있으면 가족이란 건 포기할 수도 있는 것이겠구나, 그런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그래서 대체 뭐냔 말이다. 전쟁을 생각하고 발명한 사람들은 정말 대체 누구고, 순진무구한 사람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사람은 누굴까? 폭탄을 쥐여주는 사람은 누굴까! 소녀병사를 총알받이, 가미카제로 만드는 사람들은 대체 누굴까! 무기가 없어서 그냥 적진에 내보낸다고? 죽은 사람 무기를 빼내어 쓰고 그랬다고??? 그래, 당신은 수장이라 살아야 합니까? 그런 게 어딨어. 다음 사람 뽑아놓고 대표로 적진으로 가지 그러냐고. 자기가 하지 왜 어리고 창창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희생하게 할까. 왜 파시스트에게 죽임을 당하느니 목숨을 끊겠다고 하고 자기 아이를 자기 손으로 죽일까. 대체 왜?
성한 곳도 없고 전후에도 지원도 없고, 편견에 둘러싸여, 지독하게 살아오면서도 그때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모습들이 너무 아프다.
토할 거 같고 아프고 편두통도 심해지는데 꾸역꾸역 읽었다. 나같은 겁쟁이는 전쟁이 나도 이 사람들 처럼 전장에 자원할 리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가도 후방에 있으려고 발악이었뎄지 싶어서, 그걸 견디고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간에 덮는 건 정말 하면 안 될 거 같았다. 겁쟁이라도 최소한 예의는 갖출 줄 알아야지 싶어서. 이들 속에도 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와 외삼촌 모습이 들어있어서 읽기가 너무 힘들었다.
사는 게 왜 이리 힘들까. 이런 걸 겪고 늙지 않을 수가 없지. 요즘 전반적으로 어려보이는 것이 수명연장 때문만은 아닌 거 같고 이런게 없어서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설폰계열 당뇨약 부작용(‘side’ effect)이 노화방지라는데도 취업 스트레스 받으니까 급 흰머리들이 미친듯이 생기더라. ;;

아 하루 묵히면 글이 나올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서평 이걸로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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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1-01-09 14: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괜찮은 정도가 훌륭한 글입니다! 덕분에 책장 수색해서 이 책 찾아 냈어요!ㅎ 따뜻한 주말되십시요!

Persona 2021-01-09 14:5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좋은 주말 되세요!
 

나중에 깔깔깔 웃으면서 이 책을 내가 전에도 읽었던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18년에 나온 책인데 대체 언제?? 이완호 성우님이 별세하셨을 때 읽고 눈물이 났었던 거 같은데 그때 책 전체가 아니라 아빠와 관련된 부분만 읽었던 게 아닐까? 필수 씨와의 결혼 에피소드도 낯이 익은데…. 아 내 기억력.
아빠랑 애증의 관계가 있었던 거 같은데 문체가 명랑한 편이어서 그것도 웃으며 읽었다. 감독이시지만 시나리오를 쓰는 감독이고 나보다 언니라서 언니가 해주는 이야기 듣는 느낌이었다. 긴 시간을 걸쳐 일기와 에세이가 교차된 느낌인데 신기하게 일관된다. 신예희 작가님이랑은 또다른 느낌이지만 최근 읽은 에세이 중에 신예희 작가님이랑 이경미 작가님 이 두분 에세이가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 작가로서 해주는 이야기도 40대를 보내는 이야기도 그렇고, 여전히 자라는 성인으로서 자식으로서의 모습도 그렇고. 공감이 많이 갔다. 이런 게 정말 해학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읽으면서 힘들 때마다 붙들고 읽었다. 다행이었다.

이제 당분간 학교 전자도서관은 이용 못하겠지? 다운 받은 책들을 지우는데 몰입하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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